해발 4,207미터 마우나케아산 정상. 북반구에서 가장 아름다운 밤하늘이 펼쳐지는 곳이다.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없는 황량한 전경 위로, 황혼은 짙은 빛을 발하고 여명은 더없이 신비롭다. 황혼과 여명 사이의 영원 같은 시간을 채우는 것은 검고 푸른 밤하늘이다. 수천 수만의 별빛이다.
망원경은 먼 우주를 향해 활짝 열려있다. 망원경을 응시하는 것은 어느 천문학자다. 발 밑엔 구름이 바다를 이루고, 머리 위로는 저마다의 궤적으로 별이 흘러간다. 시선은 우주의 저편 끝에 닿아 있다. 비현실적인 곳에 몸을 둔 채 그는 이따금 고개를 돌려 우리에게 말을 건다. 그의 하룻밤이자, 우주의 한평생 이야기가 서정적이다.
고요한 밤하늘이 실제론 격렬한 소란의 와중이란 사실은 우리 인식의 불완전함을 새기게 한다. 우주의 모든 행성과 항성, 은하와 다른 은하가 빠짐없이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사실은 사람과 사람의 이야기 같아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먼 우주를 바라보는 사람의, 지금 이 생에서의 태도가 참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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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나케아의 어떤 밤트린 주안 투안 저/이영웅 감수/이재형 역 | 파우제
낮과 밤이 바뀌는 순간이 갖는 과학적 신비와 태양이 사라진 자리에 들어선 달과 지구의 상호작용,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화성을 비롯한 지구 주변의 여러 행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김성광
다행히도, 책 읽는 게 점점 더 좋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