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동화 같은 배우 강동호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온전히 표현해낼 때 쾌감도 있고, 관객들이 좋아하시면 감사하고요.
글ㆍ사진 윤하정
2018.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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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가 8월 31일부터 11월 18일까지 서울 백암아트홀에서 공연된다. 진 웹스터의 동명 소설을 무대에 옮긴 작품으로, 제루샤와 제르비스가 편지를 매개로 함께 성장하고 사랑하는 과정을 따뜻하게 담아낸 혼성 2인극이다. 별다른 무대 전환이나 의상의 변화 없이도 탄탄한 구성과 배우들의 호연으로 2016년 초연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특히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역에는 세 명의 같은 배우가 초연부터 삼연까지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유독 큰 키 때문일까? 뮤지컬 <브로드웨이 42번가>를 공연하면서 <키다리 아저씨>  연습을 병행하고 있는 배우 강동호 씨를 직접 만나 이런저런 얘기를 나눠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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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웨이 42번가>는 배우로서 힘들지만 재밌는 작품일 것 같아요.


그렇죠. 탭댄스가 필수인데, 연습할 때는 3~4kg이 빠지더라고요. 제가 맡은 빌리라는 역할은 등장하는 장면이 많지 않고 캐릭터도 저와 맞닿아 있는 부분이 많아서 크게 고민하지 않았는데, 연습 기간 내내 탭은 하루 종일 연습했어요. 배워보니 재밌고, 공연할 때도 신나요.

 

<키다리 아저씨> 는 <브로드웨이 42번가>와는 전혀 다른 결의 작품인데, 다행히 초연부터 쭉 참여하셔서 큰 부담은 없을 듯합니다.


아무래도 했던 작품이라 편안함은 있는데, 오랜만에 대본을 보니까 더 찾을 게 많더라고요. 흐른 시간만큼 저도 달라진 게 있고, 그래서 예전과 다르게 느껴지는 것도 있고요. 그런데 이런 새로움이 부담이라기보다는 기분 좋고 신나요. 이번 공연은 모두 기존에 참여했던 배우들이라서 굉장히 재밌을 것 같아요. 배우도 제작진도 <키다리 아저씨>라는 뮤지컬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들이잖아요. 다만 너무 익숙해서 놓치는 부분이 생기지 않도록 경계하고 있어요. 초심을 잃지 않아야죠.

 

<키다리 아저씨> 는 어릴 때 책이나 만화로 많이 접하는데, 뮤지컬의 매력은 어떤 걸까요?


원작이 있는 작품을 무대에 올리는 게 쉬운 작업은 아닌 것 같아요. 많은 분량을 두 시간으로 압축해야 하고, 원작과 달라지는 부분도 있고. 그런데 뮤지컬 <키다리 아저씨> 는 스토리적으로 잘 압축된 데다 대사나 음악의 타이밍이 굉장히 디테일해요. 밖에서는 자연스럽고 편하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배우들은 오차 없이 연기하느라 백조처럼 물 밑에서는 부지런히 움직여야 하거든요. 연습할 때는 그런 부분이 굉장히 어려웠는데, 무대에 올리니까 장면 장면이 아주 섬세해서 관객들의 마음을 계속 톡톡 건드리고, 그래서 아는 이야기인데도 좋아하시는 것 같아요. 완성도 높은,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에요.

 

‘키다리 아저씨’ 제르비스 역에 초연부터 신성록, 송원근, 강동호 씨가 함께 캐스팅됐는데, 세 분의 평균 키는 어느 정도인가요(웃음)?


글쎄요, 성록이 형이 189cm, 제가 187, 원근이 형은 185쯤 될 거예요. 제가 평균이네요(웃음). 사실 ‘키다리 아저씨’는 상징적인 의미잖아요. 드라마를 보면 꼭 키가 큰 사람이 해야 할 이유는 없는데, 제목이 키다리 아저씨, Daddy-Long-Legs라서 저희가 캐스팅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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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제르비스는 어떻게 다른가요?


어느 분이 저희 모습을 장르로 비유해주셨더라고요. (신)성록이 형의 키다리는 만화, (송)원근이 형은 소설, 저는 동화. 무척 적절한 비유인 것 같아요. 서로 성격이 다르다 보니 무대에서도 어쩔 수 없이 다르게 표현되는 모습이 있는데, 성록이 형의 제르비스는 정말 유쾌하고 울보 아저씨 같은 느낌이고, 원근이 형은 귀족 같으면서도 은근히 소심한 질투쟁이 같거든요. 저는 동화 속의 첫사랑이 떠오른다고 하시는데, 잘 모르겠어요(웃음). 저희는 각자 열심히 표현하는 거니까요.

 

혼성 2인극은 흔치 않잖아요?


그래서 <키다리 아저씨> 가 많은 사랑을 받은 건 무척 고무적인 일이라고 생각해요. <쓰릴 미>를 필두로 남성 2인극이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대부분 어둡고 마이너한 작품이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밝고 따뜻한 작품으로도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점에서 저희가 무척 큰일을 했다고 생각해요(웃음). <키다리 아저씨> 는 연습실부터 분위기가 굉장히 행복하거든요. 작품의 힘인 것 같아요.

 

강동호 씨도 만날 때마다 더 즐거워 보입니다. 배우라는 직업의 매력에 흠뻑 빠져 있는 것 같은데요(웃음)?


다른 사람의 삶을 살아본다는 것,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그 생각을 가져본다는 건 정말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가 온전히 표현해낼 때 쾌감도 있고, 관객들이 좋아하시면 감사하고요. 매번 결이 상당히 다른 작품을 하는 데서 오는 재미도 있어요. <키다리 아저씨> 의 경우 2인극이고 전작들에 비해 극장이 작아지는 만큼 좀 더 섬세한 내면 연기를 할 수 있는 재미도 있죠. 사실 올해는 꽤 바쁘게 지내오고 있는데, 아직은 좀 더 바빠도 될 것 같아요. 연극도 해보고 싶고, 좀 더 공격적인 성향의 작품도 좋을 것 같고. 모든 작업들이 신나고, 더 배우고 싶고, 잘하고 싶은 마음이 커요. 아직은 좀 더 달리고 싶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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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