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 : 이 무더위, 어떻게 지내고 계세요? 더위에는 역시 으스스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저희가 정한 주제가 바로 ‘납량특집! 읽다 보면 등골이 서늘해지는 책’입니다.
프랑소와엄이 추천하는 책
『네 이웃의 식탁』
구병모 저 | 민음사
제가 선수친 보람이 있었어요. 주말에 이 책을 읽고 녹음 하루 전에 결정을 했는데요. 불현듯 님이 제게 선수를 빼앗기셨죠. 저 때문에 등골이 서늘해지셨어요.(웃음) 제가 소개할 책은 바로 『위저드 베이커리』 와 『파과』 로 유명한 소설가 구병모 작가님의 신간 『네 이웃의 식탁』 입니다. 사실 이번 <어떤,책임> 주제를 받고 읽은 책은 아니었어요. 제목이 너무 호기심을 불러 일으켜서 읽게 됐는데요. 이 책, 2018년 하반기 들어 읽은 소설 중 가장 재미있었어요. 이 소설은 극한의 육아공동체를 다룬 소설입니다. 우선 문장이 너무 서늘해요. 여기 네 부부가 나오는데요. 이들의 속마음, 하는 말들, 식탁, 공동 주택, 이 모든 분위기가 서늘했습니다. 여기는 ‘꿈미래실험공동주택’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에요. 이름이 너무 거창한데요. 이름만큼이나 이 공동체는 특이해요. 입주 조건부터 까다롭죠. 세 명의 자녀를 갖는 조건으로 입주가 허용되는 곳입니다. 대중교통도 열악하고, 기반 시설도 갖춰지기 전에 입주하게 된 경기도 외곽의 공동 주택이고요. 이곳에 네 부부가 들어오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소설입니다.
이 소설이 지난 6월에 나왔는데요. 책을 먼저 읽은 독자 분들은 이 책을 어떻게 읽었을까 찾아봤어요. 그 중 정말 잘 쓴 리뷰가 있어서 소개해드리고 싶습니다. ‘내가 하도 재미있어 하며 단숨에 읽었더니 신랑도 웬일로 책장을 펼쳐 들었는데 둘 다 하루 만에 완독하고 등장인물 가운데 인상적인 캐릭터에 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어대기도 했다. 신랑은 사내 독서 동아리에서도 이 책을 멤버들에게 소개했단다.’ 굉장하죠?
관계에 대한 심리 묘사가 정말 정확하고 공감돼요. 저도 ‘나도 이렇게 생각했어!’라고 하면서 읽었고요. 긴 문장인데도 굉장히 잘 읽혔어요. 되게 오랜만에 읽은 좋은 소설이었어요.
캘리가 추천하는 책
『그림 형제 동화집』
그림 형제 저 / 허수경 역 | 허밍버드
‘허밍버드 클래식’의 여섯 번째 책이에요. 이 시리즈가 재미있는 것이 번역을 다 작가 분들이 했다는 거예요. 가령 『안데르센 동화집』 을 배수아 작가님이 번역하셨고요. 『키다리 아저씨』 는 한유주 작가님, 『메리 포핀스』 는 윤이형 작가님이 하셨습니다. 그리고 『그림 형제 동화집』 은 허수경 시인께서 하셨어요. 허수경 시인이 독일에서 대학을 다니던 시절에 친구가 원서를 선물했대요. 그 원서를 자주 읽으셨고요. ‘잠이 오지 않는 밤에, 또 감기가 찾아와 강의를 들으러 갈 수 없는 날에 ‘하마’의 말대로 새로운 도시가 날 외롭게 할 때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행복해졌다’고 합니다. 200여 편의 그림 형제 동화 가운데 허수경 시인께서 직접 16편을 선정해서 번역했어요. 「헨젤과 그레텔」, 「빨간모자」, 「백설공주」, 「라푼첼」 그리고 ‘신데렐라’로 더 잘 알고 있는 「아셴푸텔」이라는 작품도 있습니다.
아는 얘기인데도 새롭고 으스스했어요. 더위를 완전히 잊을 수밖에 없었는데요. 특히 「백설공주」가 이렇게 무서운 이야기인 줄 몰랐어요.
“결혼식장에 들어갔을 때 왕비는 백설 공주를 알아보았다. 겁과 공포로 왕비는 그 자리에 얼어붙었다. 하지만 이미 철로 만든 신발이 석탄불 위에 놓여 있었다. 시종들이 집게로 신발을 가지고 와서 왕비 앞에 놓았다. 왕비는 붉게 달구어진 신발을 신어야만 했고 죽어서 바닥에 쓰러질 때까지 춤을 추어야만 했다.”
너무 무섭고요. 아이를 잡아 먹거나, 발가락을 자르는 등의 이야기가 많은데 ‘동화’잖아요. 구전되었던 동화들이 이렇게 무서워서 도대체 아이들에게 뭘 들려주려고 하는 건가(웃음) 약간 혼란스럽기도 했어요. 그런데 책 자체가 굉장히 아름다워요. 책에 수록된 삽화가 그 당시 그림책의 황금기를 가져왔던 작가들이 그린 그림이거든요. 그런 면에서 자꾸 읽게 되고, 다시 보게 되는, 소장 가치가 있는 책입니다.
불현듯이 추천하는 책
『에밀리』
마이클 베다드 글, 바바라 쿠니 그림 / 김명수 역 | 비룡소
이 책은 비룡소의 그림동화 시리즈 중 한 권이고요. 표지부터 보세요. 제가 왜 가져왔는지.(웃음) 눈이 오고 있고, 한 아이가 걸어오고 있습니다. 처음엔 이 아이가 ‘에밀리’일까, 생각했는데요. 제목이 말하는 ‘에밀리’란 19세기 작가 ‘에밀리 디킨슨’이에요. 이 책은 에밀리 디킨슨에 대한 이야기를 그림동화로 만든 책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에밀리 디킨슨은 외로운 삶을 살았어요. 평생 거의 외출을 하지 않았고요. 자신감도 좀 없었고, 사회생활을 할 만큼의 마음의 여유도 없었던 사람이죠.
“아빠는 그 아주머니가 외로울 거라고 생각하세요?”
“때로는 그렇겠지. 우린 모두 이따금 외롭단다. 하지만 그 분은 동무가 되어줄 여동생이 있고, 우리처럼 꽃을 가꾸고 있지. 그리고 시를 쓴다더구나.”
“시가 뭐예요?”
내가 물었습니다. 아빠는 시든 이파리를 손바닥 위에 놓았습니다.
“엄마가 연주하는 걸 들어보렴. 엄마는 한 작품을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데 가끔은 요술 같은 일이 일어나서 음악이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진단다. 그게 네 몸을 오싹하게 만들지. 그걸 설명할 수는 없어. 그건 정말 신비로운 일이거든. 말이 그런 일을 할 때 그걸 시라고 한단다.”
저는 이 책을 읽는데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싹함이라는 것도 여러 정도가 있는 것 같고요. 공포스러운 작품을 마주했을 때도 오싹하지만 어떤 좋은 음악을 들었을 때, 어떤 좋은 시를 읽었을 때, 어떤 좋은 이야기를 읽었을 때도 오싹하거든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지? 어떻게 이야기가 이렇게 흘러가게 됐지? 라고 당황하게 되는데요. 그런 것도 어쩌면 오싹함이 되지 않을까 싶었고요. 이 책이 오싹함의 여러 단초를 마련해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가지고 왔습니다.
*오디오클립 바로가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75
신연선
읽고 씁니다.
itsmi
2018.08.27
네 이웃의 식탁과 에밀리는 꼭 찾아서 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