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스플래쉬
나로 살기 위한 감성 회복 훈련
어딘지 모르게 마음이 불편하고 삶이 만족스럽지 않다. 지쳐서 힘을 내려 해도 안 날 때도 있고, 누군가가 무심코 한 말 한 마디에 가슴이 벌렁거리고 10분이 지나도 이 마음이 가라앉지 않는 일도 생긴다. 사는게 영 편치 않아 친구에게 하소연을 하니 위로는커녕, “술이나 한 잔 하고 푹 자”
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거나, “내가 더 힘들어. 넌 팔자 좋잖아”라고 누가누가 더 힘든지 배틀을 하자고 덤벼든다. 참다 참다 엄마에게 힘들어서 괴롭다고 하니, “의지로 극복하면 된다” “기도하자. 일한다고 교회 안 나가더니”라는 반응이나 오기 일쑤다.
책을 사서 봐도 좋은 말은 많고 딱 내 이야기 같은 상황은 많지만 그래서 어떻게 해야할지 감이 잘 안 잡힌다. 하루하루 사는 건 힘들어지고 내 마음 나도 모르는 상황에 빠져서 오도가도 못하는 수렁은 더 깊어지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은 비슷하게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몸 컨디션이 좋지 않고 조금씩 고장이 나기 시작하면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게 될 때가 온다. 문제는 치료 이후거나, 검사를 해도 별 이상이 발견되지 않을 때. 이제 근본적 체력 보강이 관건인 경우다. 혼자 열심히 걷기도 하고 맨손체조도 하지만 이 정도로는 어느 세월에 좋아질지 의문이다. 큰 마음먹고 피트니스에서 PT를 20세션 계약한다. 지르긴 했으나 막상 시간을 내기 어렵다. 시간을 내도 트레이너 샘과 보내는 한 시간은 너무 고통스럽다.
생각해보면 PT(Personal Training)는 정신치료(Psychotherapy)와 같은 약자다. 양쪽 다 접해보니 비슷한 면도 많다. 1:1로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일정 시간 동안 여러 번 만난다. 세션이 끝나고 난 다음도 비슷하다. 열심히 했는데 아무것도 안한 것 같이 밍밍하면 뭔가 아쉽고, 그렇다고 온몸이 쑤시듯이 아프거나, 마음이 찢어지게 아픈 기억이 올라오는 일이 벌어지면 며칠간 후유증이 생긴다. 더구나 트레이너(상담가)는 옆에서 방향을 제시하고, 교정(해석)할뿐 결국 직접 행동(말)을 하는 것은 본인이다. 돈과 시간이 꽤 많이 든다. 제일 좋은 몸과 마음의 향상 방법이기는 하나 가는 길이 멀고 힘도 들고 오래 걸린다.
이런 어려움과 아쉬움을 해결해주기 위해 홈트레이닝을 위한 동영상, 앱, 컨텐츠가 유튜브, 앱, 서적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 멘탈이 힘들 때도 이런 홈트레이닝 북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시중에 꽤 많은 책이 이미 많이 나와있지만 그중 상당히 요긴한 책을 한 권 발견했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 김병수의 『나에게 어울리는 삶을 살기로 했다』 라는 책이다. 부제가 ‘하루 하나, 나로 살기 위한 감성 회복 훈련’이라 달려 있듯 이 책을 옆에 놓고 꾸준히 하루 5분에서 20분씩만 투자하면 당장 바뀌는 건 아니지만 조금씩 조금씩 ‘더 진정한 나, 남과 아닌 내면의 나와 소통하고 타인과 비교를 멈춘 채, 진짜 나답게 살 수 있는 나’가 되어가는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진짜 가능할까? 저자는 누구에게나 “멀리 보고 노력해라, 최선을 다하라”와 같은 조언을 하는 것은 쉽지만, 막상 자신의 삶을 바꾸기 위한 노력은 매우 어렵다고 단언한다. 궁극적으로 나답게 산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그게 어려운 이유는 자꾸 인생의 답을 내 밖에서 찾으려 하기 때문이란다. 외부의 평판과 인정에 의해 내 가치가 평가될수록 나를 찾는 길은 멀어진다. 두 번째는 경쟁이 격화되어 비교가 당연시되는 현실이다. 그러니 자부심을 느끼기보다 열등감을 느낄 일이 더 많아진다.
이런 문제 의식 속에서 오랜 시간 환자를 치료해 온 저자는 나 다움을 찾고 일깨우기위한 훈련법을 제안한다. 그는 ‘나다움’을 이렇게 공식화할 수 있다고 제언한다.
나다움=미래 (의미 목표) X 현재 (긍정 감각 예술) - 과거 (불안 부정적 생각)
지금 내가 만족스럽지 않다면 미래를 보는 삶의 의미와 목표가 부족하거나, 현재를 평가하기위한 긍정심리, 예술과 감각이 충분치 않거나, 과거와 관련한 불안과 부정적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 압도당하고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개인차가 있으니 각각을 더하고 빼고 나면 지금의 내 현실을 객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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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을 표현하는 한 문장 쓰기
김병수 저자는 45개의 주제를 주면서 하루 20분이내로 각 챕터를 보면서 훈련을 하기를 권한다. 하루 한가지씩 실천해보고, 제일 잘 맞는 것이 있다면 그걸 반복해서 익히고 내 것이 되도록 노력하라고 한다. 여기에서 이 책의 장점이 드러난다. 이 책은 원인을 분석하지 않는다. 오직 실행할 방법만 이야기 한다. 복잡하게 내면을 분석하지 않고, 일단 어떻게 해보면 좋을지 여러가지 방법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한 가지 이론을 집착하는 것도 아니다. 정신분석, 인지치료, 행동요법, 마인드풀니스 등 현재까지 알려진 수많은 심리치료 이론에서 실행법 중 혼자 해볼만한 검증된 것들 위주로 소개한다. 또 저자가 수년간 환자와 상담을 하면서 효과가 좋았던 것들을 골라서 저자가 환자가 실제로 알려 주었듯, 아마도 같은 스타일로 구어체로 설명을 한다. 진짜 떠먹기만 하면 되게 세팅을 해서 테이블 위에 올려준 셈이다.
몇 가지 주제의 페이지를 열어보면 이렇다. 나의 삶의 방향을 알기 위해서는 ‘의미’를 알아야한다. 이를 위해서 ‘내 삶을 표현하는 한 문장 쓰기’를 제안한다. 내가 마치 신문사 편집장이 된 듯이, 내 삶을 잘 설명하고 인상적인 카피를 한 문장으로 헤드라인을 만들어보는 것이다. 내 삶을 축약해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만일 현실적 고민에 빠져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면? 이럴 때에는 ‘as if’가 도움이 된다. “기적이 일어난 다음에 뭘 할까”를 상상해보라고 제안한다. 부정적 생각과 연관된 고민의 늪에서 혼자 빠져나오기 어렵다. 이럴 때에는 즐거운 상상을 하는 것이 좋다. 마치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서 선생님이 천둥 번개에 놀란 아이들에게 “My favorite thing”을 상상해보라고 하듯이. 우리 뇌는 습관적으로 하던 생각만 반복하기 때문에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상황을 상상하면 완전히 새로운 관점과 차원을 던지게 되어 수렁에 빠진 자동차 바퀴가 휙하고 빠져나오듯 고민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불안할 일이 많다면 이걸 마음 안에 두면 더 커지기만 할 때가 있지 않나? 이럴 때 좋은 방법은 ‘글로 쓰고 버리기’다. 실제로 글로 쓰면 마음 안에서 뭉쳐있던 것들이 일목요연해진다. 그리고 눈앞의 종이 위 나열되 있는 것을 보면 실재와 허상을 구별할 수 있다. 읽고 난 다음, 과감히 종이를 꾸겨서 버린다. 마치 마음 안에서 내버리는 것 같이. 휴지통비우기까지 하면 더 좋을 거 같다. 그래도 불안이 사라지지 않으면 ‘정서자유기법’을 이용한다. 게리 크레이그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손가락으로 정수리, 눈썹, 눈 밑, 코 밑과 같은 여러 곳의 타점을 정하고 “나는 비록 실수를 했지만, 나 자신을 마음속 깊이 받아들인다”는 말과 같은 수용확언을 혼자 되뇌이면서 그곳을 다섯손가락으로 순서대로 톡톡 두드린다. 5분정도 반복하면 신기하게 불안이 서서히 사라진다고 한다.
너무 열심히 의무감에 사는 사람도 문제다. “~을 해야만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면서 아무것도 못하는 사람이 많다. 하지만 인간은 근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고 청개구리 심리가 있다. 힘들어지기보다 변화를 거부하고 그대로 머물고 싶어한다. 이런 의무감을 소망으로 변환시킬 것을 권한다. “~을 하고 싶다”는 말로 바꿔보라는 것이다. 말장난 같은가? 저자의 경험으로는 매우 효과적이었다고 한다. “영어 공부를 해야한다, 안하면 큰일 난다”는 마음에서 “매일 20분간 영어 단어를 외우고 싶다”는 말로 바꿔서 되뇌인다. 그러면 자기 결정권과 자유를 침해당한다는 마음이 들지 않게 되어서 자연적 강화가 일어나 나도 모르게 하게 된다.
이 책에는 이와 같은 45가지 마음을 관리하는 방법이 제공된다. 스쿼트, 런지, 플랭크 운동방법과 실행 순서를 사진과 함께 제공하는 홈트레이닝북과 비슷하다. 저자는 제안한 방법을 한 번씩 해보고 머릿속에 두고 있다가 가장 효과적이었던 것, 마음에 맞는 것이 있다면 그걸 여러 번 반복해서 자동적으로 실천할 수 있게 되면 좋겠다고 조언한다. 책을 보기 전과는 아주 약간이나마 달라진 내가 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모든 사람이 좋은 상담가를 만나 상담을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혼자 고민에 빠지거나, 불행의 구덩이에 빠져 있거나, 세상을 원망만 한 채 살아가서는 안된다. 누가 건져 주기를 바라거나, 깨달음과 실천의 방향을 제시해주기를 바라기보다, 일단 내 마음의 실체를 잘 보고, 차근차근 마음의 근력을 키우고 폐활량을 늘리는 운동을 하루 20분씩만 해보는 건 어떨까? 아무것도 안한 사람의 6개월과 홈트레이닝을 한 후는 사뭇 다를 것이 분명하다고 나는 믿는다.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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