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책방] 여자들이 읽어야 할 ‘서늘하거나 호쾌한’ 이야기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8.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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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력 상황을 예측, 대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 『서늘한 신호』 , 여자 축구를 향한 열정이 전염되는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 복수의 순간들을 집약해 보여주는 『복수의 심리학』 을 준비했습니다.

 


톨콩의 선택 - 『서늘한 신호』
개빈 드 베커 저/하현길 역 | 청림출판

 

개빈 드 베커라는 저자는 폭력 예측 및 관리에 대한 미국 최고의 전문가로 널리 인정받고 있고 운동선수 대통령, 예술인, 스타들의 경호를 하는데요. 경호만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폭력 예측 및 관리를 해요. 이를테면, 슈퍼스타에게 오는 팬레터를 보고 미심쩍은 부분이라든가 실제로 폭력을 옮길 수 있는 사람인지 아닌지를 관리 해주기도 하는 거예요. 실제로 그런 사람들을 만나는 광경이 책 뒷부분에 스릴러 소설처럼 펼쳐져 있는데요. 이 책 자체는 스릴러 소설 같은 건 아니고요. 실제로 일반 사람들이 폭력의 신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거예요. 우리의 인식이 폭력적인 것을 무시하려고 해서 그렇지, 본능적인 부분은 이미 다 알고 있다는 거죠. 이 사람이 나한테 폭력을 가할 수 있고 위험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그 직관을 조금 더 빨리 알아차리게 도와주는 책입니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목록에 17주 동안 이름을 올렸었고요. 오프라윈프리가 자신의 프로그램 전체를 이 책의 출간 10주년을 기념하는 데 할애했다고 합니다.


책의 앞부분에 저자가 어떻게 폭력을 예측할 수 있게 되었는지에 관한 내용이 나오는데요. 이 사람은 어렸을 때 자신의 엄마가 의붓아버지에게 곧 총을 쏠 거라는 걸 감지했던 경험이 있어요. 그래서 방으로 가서 아직 자고 있는 두 살짜리 여동생을 보호해야겠다고 생각했었고요. 이 사람의 엄마는 마약 중독이기도 했고, 폭력에 의존하게 되는 사람이었던 것 같기도 해요. 저자는 그렇게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랐던 거죠. 책에 그런 이야기도 나와요. 폭력적인 환경에서 자란 사람들, 학대당한 아이들은 폭력성을 내재할 확률이 굉장히 높은데 저자 스스로도 그런 사람이라는 거예요. 그런데 ‘너는 그렇지 않고, 너에게는 어떤 가능성이 있다’는 걸 보아준 사람들이 있었던 거죠. 그런 경험이 이 사람을 바로 다른 길로 인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조금씩 자기 내면에 있는 어떤 부분에 빛을 비춰준 거예요.


굉장히 많은 내용들을 다루고, 유용한 팁을 많이 알려주는 책인데요. 데이트폭력과 관련해서 상대가 폭력을 행사할 거라는 신호를 예측하는 지수 같은 것도 있고요. 스토커가 나타났을 때 대처하는 법, 가정폭력의 희생자가 해야 할 행동 등 여성분들이 여러 가지 폭력 상황을 예측하거나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키워주는 책이에요. 일독을 권합니다.

 

 

단호박의 선택 - 『우아하고 호쾌한 여자 축구』
김혼비 저 | 민음사

 

이 책은 정말 지이이인짜 재밌어요. 제가 이렇게 이야기한 적 없죠? 꼭 한 번 잡솨 봐야 하는 책이에요. 표지를 보시면 축구하고 있는 여성분들이 있는데, 자세히 보면 이게 하트예요. 하트가 점처럼 그림을 만들어내고 있는데요. 저자가 얼마나 여자축구를 사랑하는지, 그 마음이 표지에 그대로 드러나요. 하트가 뿜뿜 가득 찬 여자 축구 이야기를 하는데요.


저자가 원래 K리그 팬이었대요. 자신도 K리그 이야기를 하고 싶고 K리그에서 뛰는 선수들처럼 축구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여자 축구단을 알고 입단 신청을 한 거예요. 감독이 일단 한 번 와 보라고 해서 갔다가 확 빠져버렸고요. 의외로 여자 축구단이 많대요. 아마추어 리그가 결성될 만큼 있고, 그들만의 결승전을 치룰 만한 경기도 1년에 몇 번씩 있고요.


닉 혼비라고, 『피버 피치』 라는 제목의 축구 에세이를 쓴 굉장한 축구팬 에세이스트가 있어요. 저자는 그 사람의 이름에서 따와서 ‘김혼비’라는 이름으로 책을 낸 건데요. 아마 본명은 아니겠죠. 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정말 축구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진 분이에요.


요즘 여성분들이 운동하는 이야기가 책으로 많이 나오기도 하거든요. 『아무튼, 피트니스』 도 그렇고, 최근에 나온 『마녀체력』 이라는 책도 대편집자로 20년 넘게 일하다가 운동에 빠져서 철인3종 경기를 한 저자의 에세이에요. 최근에 정말 여성분들이 운동을 하고 싶다는 욕구가 있다는 생각이 들고, 그 이야기가 책으로 나오고 책이 또 그 욕구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다혜 작가님과 정세랑 작가님이 추천사를 쓰셨는데, 저도 두 분의 추천사를 보고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극찬을 하시면서 “나가서 뛰고 싶어진다. 소리치고 싶어진다. 우리 여기 다 있다!”고 하시는데, 추천사로 선동을 하는 건 처음 봤어요(웃음).

 

 

그냥의 선택 - 『복수의 심리학』
스티븐 파이먼 저/이재경 역 | 반니

 

이 책은 복수가 우리의 본능적인 감정 중의 하나라고 보고 터부시하지 않아요. 복수하고 싶다는 마음을 느끼는 것 자체는 잘못된 것이 아니고 자연스러운 거라는 거죠. 다만 복수의 방법에 대해서는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는데요. 저자는 영국 배스대학교 경영학과 명예교수로 있는 스티븐 파인먼입니다. 노동과 사회 정의에 관한 책과 논문을 써왔고, 대학에서 직업심리학을 공부하고 대학원에서 심리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우리가 언제 복수심을 느끼고, 그때 어떤 심리가 작동하고, 그 감정을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학술적으로 설명하는 책은 아니에요. 인류사에서 복수 때문에 벌어진 사건들, 그 순간들을 총망라해 놓은 것 에 가까워요. 저자는 그 장면들을 덤덤하게 제시하기만 할 뿐 크게 개입하지 않는데요. 매력적인 건, 그 장면들을 보면서 독자 스스로 계속 질문을 던지게 된다는 거예요.


어떤 면에서는 복수가 효용이 있다고 생각되는 측면이 있죠. 예를 들면, 책에 나오는 귀여운 복수들이 있는데요. 미국의 한 가정주부가 앞마당에 큼지막한 현수막을 내걸었어요.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 있었죠. “여기에 바람난 남편이 살아요. 헌신적인 아내가 병든 시어머니를 돌보는 동안 동시에 두 명의 여자와 바람을 피웠어요.” 또 다른 아내는 남편의 자동차 후드에 스프레이 페인트에 적나라하게 자신의 감정을 썼습니다. “붙어먹을 가치가 있는 년이기를 바란다, 개자식아.”


이런 경우에는 어느 정도 그들의 감정에 동의할 수 있는데요.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범죄가 될 수 있는 복수가 있고 더 나아가서 민족 간, 국가 간의 전쟁이 벌어지는 경우도 있잖아요. 그런 순간들을 보면 ‘복수라는 감정 자체는 해소하면 안 되는 것이고, 반드시 용서의 단계로 승화시켜야 하는 것인가?’라는 생각도 드는 거예요.


이 책에도 전쟁과 관련해서 여성들의 피해 사실을 적은 부분들이 많이 등장하는데요. 분노할 수밖에 없는 이야기예요. 그런데 이 뒤에 또 흥미로운 이야기가 나와요. 제2차 세계대전 후에 스탈린이 러시아 군인들에게 독일 여성들에 대한 강간을 용인했다는 건데요. 그게 독일인 손에 죽은 러시아인을 위한 정당한 복수라고 생각했대요. 죄를 저지른 사람은 따로 있는데 민족 간의 복수라는 미명 하에 죄 없는 여자들이 다시 희생된 거죠. 이런 걸 보면 ‘복수가 반복되는 악순환을 끊으려면 해답은 결국 용서에 이르는 것뿐인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많은 생각이 교차하는 책이에요.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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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