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진 책 나오던데, 너 생각나서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가 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으므로.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내자고 졸랐다.
글ㆍ사진 김지향(달 편집장)
2018.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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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기념일도 아닌데 새삼스럽게 결혼 사진을 꺼내본다. 오래도록 마음속에 품어온 일이 이제 현실이 되었다.

 

나는 오상진 아나운서가 <환상의 짝꿍> 등의 프로그램을 진행할 때부터, 소위 말해 그의 ‘팬’이 되었다. 그 이후로 ‘훈남 아나운서’로 불리며 유명세를 탔을 때에도, 한동안 브라운관에서 그를 볼 수 없었을 때에도, 그러다 다른 채널에서 다시 만났을 때에도, 여전히 그랬다.

 

그의 입사 즈음부터 나도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출판사에 다니는 내가 그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란 출간을 제안하는 것! 맞다. 그 당시 나는 그저 그를 만나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조심스레 전화번호를 눌렀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그를 만날 수 없었다. 그가 나의 제안을 단칼에 거절했으므로. 그러나 나는 굴하지 않고 계속해서 책을 내자고 졸랐다. 다니던 회사를 옮겨와서도 그 일은 계속됐다. 그러다 2012년이 끝나가던 어느 추운 날, 드디어 그가 책을 내겠다고 했다. (2012년 겨울, 무슨 일이 있어났는지 아는 사람은 알 것이다.)

 

나는 드디어 그를 만났다. 그는 계약서에 도장도 찍었다. 하지만 쉽게 쓰지 못했다. 그렇게 훌쩍 몇 년의 시간이 흐르는 동안, 나는 짝꿍을 만나 결혼을 하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오상진 아나운서는 결혼식 사회를 봐주겠노라 자처했다. 몇 년째 원고를 주지 못한 미안한 마음의 표현이라고 했지만, 나는 최고의 축하를 받은 동시에 평생을 두고 갚을 은혜를 입은 셈이었다.

 

그러고 또 몇 년 후, 우여곡절 끝에 책 예약판매가 시작된 첫날, 한동안 연락이 뜸했던 지인들 여럿에게 연락이 왔다.

 

“오랜만이야. 오상진 아나운서 책 나오던데, 너 생각이 나서.”
“어, 그 책 내가 만든 거야!”

 

누군가 나에게 아직도 그의 ‘팬’인가 묻는다면, 사실 잘 모르겠다. (그에 대한 애정이 줄었다기보다 그저 먹고살기 바빠진 탓이다.) 하지만, 적어도 우리나라 현직에 있는 편집자 중에서 ‘오상진 아나운서의 책이라면 그 누구보다 잘 만들 수 있다’는 데에는 자신이 있다. 단순히 편집 기술만을 따진다면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무려 10년이라는 세월 동안 마음속에 축적된 ‘기다림’이라는 감정은, 오직 나에게만 있는 것이니까.

 

오늘,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책이 입고되었다. 10년 전의 나는 그를 만나고 싶었지만, 지금의 나는 그에게 ‘그래도 좋은 날이 더 많기를’ 바란다. 그리고 이 책이 조금이라도 한몫해주기를 욕심부려본다.


 

 


 

 

당신과 함께라면 말이야오상진 저 | 달
서로가 서로에게 어떻게 의지가 되고 힘이 되어주었는지, 그로 인해 더욱 단단해질 수 있었던 사랑과 신뢰의 마음을 짐작해보고도 남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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