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책방] 비혼 여성이 ‘패배한 개’라고요?
시작은 책이었으나 끝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코너죠. 삼천포 책방 시간입니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8.0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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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여성의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네, 아직 혼자입니다』 , 흙냄새 가득한 명작 동화 『비밀의 화원』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을 생각하게 만드는  『어느 애주가의 고백』 을 준비했습니다.

 


그냥의 선택 - 『네, 아직 혼자입니다』

사카이 준코 저/김경인 역 | 레몬컬쳐

 

저자인 사카인 준코는 고등학생 때부터 잡지에 칼럼을 연재하기 시작해서, 현재 칼럼니스트로 활발하게 활동 중입니다. 2003년에 『결혼의 재발견』이라는 책을 써서 굉장히 큰 사랑을 받았는데요. 이 책의 원제가 ‘마케이누의 절규’예요. ‘마케이누’는 ‘패배한 개’라는 뜻으로, 혼인하지 않은 30대 이상의 여성을 일컬은 말이었습니다. 작가 본인도 같은 처지에 놓여 있으면서, 그 사실을 자조하면서 위트 있게 이야기한 거라고 하는데요. 일본에서 이 말이 그 해의 ‘유행어 top10’에 오를 정도였다고 합니다. 사회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처럼 널리 쓰인 거죠. 사카이 준코는 『결혼의 재발견』으로 ‘제4회 후진코론문예상’과 ‘제20회 고단샤에세이상’을 받았습니다.


『네, 아직 혼자입니다』 는 사카이 준코의 대표작인데요. ‘비혼녀’의 삶에 대해서 쓴 칼럼들이 실려 있습니다. 이 책에서 ‘비혼녀’라고 일컫는 사람들은 굉장히 다양해요. 현재 혼인 상태에 있지 않은 30대 이상 여성을 모두 ‘비혼녀’라고 부르는데요. 결혼을 안 했든, 못 했든, 아직 고민 중이든, 한 번 결혼을 했었든, 다 ‘비혼녀’로 아우르고 있습니다. ‘비혼녀’를 폭넓게 정의하면서 이 이야기를 꺼냈다는 자체가 반갑게 느껴졌어요.


저 또한 30대 중반의 혼자 사는 여성입니다만, 책 내용에 다 동의하는 건 아니었어요.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사카이 준코와 같은 생각을 가지고 비혼 여성을 바라보는 사람도 있다는 거예요. 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 생각을 한 번 돌이켜보게 되고요. 개인적인 바람으로는 이 책이 불쏘시개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한 비혼 여성이 자신의 생각을 세상에 던져놓음으로써, 다른 비혼 여성들의 이야기도 풍부하게 쏟아져 나왔으면 좋겠고요. 비혼 여성이 아닌 사람들도 비혼 여성에 대해 알아가고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톨콩의 선택 - 『비밀의 화원』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 저/타샤 튜더 그림/공경희 역 | 시공주니어

 

저는 어렸을 때 명작 동화보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 소설을 훨씬 더 많이 읽었어요. 부모님께서 책을 많이 읽으셨지만 아이들 용으로 책을 사주지는 않으셨고, 집에 명작 동화 전집이 꽂혀 있지도 않았거든요. 그때 제가 한창 추리소설에 빠져있기도 했고, 그래서 의외로 놓친 명작 동화가 많은데요. 『비밀의 화원』 도 그 중 하나였어요. 2003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는데, 너무 충격을 받았어요. 세상에 이렇게 신나고 아름답고 흙냄새가 풍기는 책이 있다니, 싶었던 거죠.

 

이 책을 어렸을 때 읽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른이 돼서 읽었기 때문에 이 책이 얼마나 좋은지 속속들이 기억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어렸을 때 읽고 나서 잊어버리는 책들이 많잖아요. 저는 식목일 무렵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는 해요. 흙냄새가 풍기는 이야기를 읽다 보면, 땅에 무언가를 심고 싹이 밀고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열망이 끓어오르거든요.


작가 프랜시스 호지슨 버넷은  『소공녀』 ,  『소공자』 를 쓴 사람이에요. 어렸을 때 영국에서 살다가 열여섯 살에 미국으로 이주한, 영국에서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미국 작가인데요. 책 속의 그림은 타샤 튜더가 그렸습니다. 타샤 튜더는 꽃, 나무, 아이들, 꿩, 다람쥐, 이런 자연의 모습들을 너무 너무 잘 그리잖아요. 그 그림들이 이 책에 들어있는 거예요.


또 하나의 중요한 일등공신은 공경희 번역가입니다. 요크셔의 사투리를 정말 찰지게 번역해주셨어요. 예를 들면, 주인공 메리가 옷을 입혀달라고 하자 하녀 마샤가 벌떡 일어나서 이렇게 말해요. “어쩌믄 지 혼저 옷두 못 입구 그랴! 드실찮기는” 이런 식의 구수한 흥이 책속에 가득하고, 정말 흙냄새가 나요. 그래서 저는 꼭 시공주니어에서 출간된  『비밀의 화원』 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단호박의 선택 - 『어느 애주가의 고백』

다니엘 슈라이버 저/이덕임 역 | 스노우폭스북스

 

이 책을 쓴 다니엘 슈라이버는 독일의 기자이자 저널리스트이고 칼럼도 쓰시는 분인데요. 『어느 애주가의 고백』 은 2014년부터 지금까지 독일 아마존의 인문 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합니다. 독일 사람들도 참 술을 많이 마시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요(웃음). 저도 술을 마시는 사람으로서 책을 읽으면서 뜨끔한 부분들이 있었어요. 몇 가지 내용을 말씀드리면, 많은 사람들이 알콜 중독자를 떠올리면 집이나 직장이 없는 사람, 삶을 놓아버린 사람을 생각하잖아요. 그런데 이 책에서 계속 이야기하는 건, 심각한 알콜 중독자나 ‘나는 그 정도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면서 술을 마시는 사람이나 결국 종착지는 같다는 거예요. 중독에 이르게 된다는 거죠.


AA(alcoholic anonymous)라는 유명한 알콜 자조 모임이 있다고 하는데요. 알콜 중독자들이 치료를 목적으로 모여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모임이에요. 이 책의 저자도 참석을 제안 받아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 그곳의 슬로건이 ‘오늘 단 하루만’이라고 합니다. 오늘 하루만 안 마시면 된다는 거죠. 그 다음 날은 또 다시 ‘오늘 하루만’이라고 생각하고요. 평생 동안 마시지 않을 걸 생각하지 말고, 오늘 하루만 안 마시면 된다는 거예요.


또 하나 책에 나온 이야기를 들려 드리면, 번아웃 증후군의 경우에는 그게 좋지 않다거나 중독적이라고 생각을 하지 않는다고 해요. 번아웃 증후군에 대해서 걱정하면서도 ‘저 사람은 정말 일을 사랑하고 열심히 하는 사람이겠구나’ 하고 인정을 해준다는 거죠. 그런데 저자는 일에 중독되는 것이나 술에 중독되는 것이나 사실은 똑같다고 말해요. 자의에 의한 것이든 타의에 의한 것이든, 그것과는 아무 상관없이 어쨌든 중독의 일환이라는 거죠.


다니엘 슈라이버는 어느 순간 문득 ‘아, 이제 안 마셔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대요. 그 뒤로 술을 마시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심층 연구를 한 결과를 보더라도 점차적으로 음주 양을 줄인 사람들의 경우에는 술을 끊는 데 거의 다 실패했다고 합니다.

 

 

 

* 오디오클립 바로 듣기 https://audioclip.naver.com/channels/391/clips/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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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