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를 가기 전에, 세계를 읽다] 궁금했던 문화 이야기 - 일본 편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준다. 이 칼럼에서는 매주 한 나라의 책에서 한두 가지 주제를 선정해 여행자들이 궁금해할 법한 그 문화 이야기를 속 깊게 들려주려 한다.
글ㆍ사진 도서출판 가지
2018.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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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 철에 공원에서 하나미 파티를 즐기는 사람들. 이 시즌에는 명당 자리를 잡기 위해 밤새 공원 앞에서 줄을 서기도 하고, 아침부터 술을 마셔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Shutterstock

 

 

‘일본 사람들은 속을 모르겠어’라고 말하게 되는 이유

 

일본에 도착해서 제일 처음 만나게 되는 사람은 공항에 있는 출입국 관리소 직원들이다. 그들은 미소도 짓지 않고 말없이 효율적이며 일본어 외에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은 오래지 않아 수속을 마치고 수하물이 나오기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일본인 직원들은 정말 과묵하다. 잡담을 하지 않고 자기 할 일만 한다. 어떤 면에서 그것은 일하기에 매우 적합하고 시간낭비가 없는 방식이다.

 

내집단과 외집단


어떤 이는 일본의 사무실 직원들이 마치 인간 드론 같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똑같은 일상을 살아가고, 상자 밖 세상을 생각할 여유도 의지도 없이 임무 완수를 위해 정해진 절차만을 따르는 드론 말이다.


한번은 일본이 변화를 빠르게 실행할 잠재력을 가졌지만 단지 없는 것은 위험을 감수하고 결정을 내릴 의지가 있는 한 명의 지도자뿐이라고 말하는 친구를 보았다. 일단 변화의 윤곽을 그리는 절차가 결정되면 일본이 그 과정을 채택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사람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변화에 반대하거나 다양한 문제에 대해 시위를 벌이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대부분의 노동자는 그저 결정을 받아들이고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말없는 소수로 남아 언제나처럼 묵묵히 자기 일만 하는 경향이 있다. 내집단(內集團)에 남으려면 다른 의견을 표현할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렇다. 일본 문화에서는 ‘우리 대 세상’이라는 개념이 매우 강하다. 가끔은 모범생 대 괴짜라는 학창시절의 구도가 연상된다. 다만 이 경우에는 일본 인구 전체가 모범생으로 내집단에 적응하려는 경향이 강한데 이런 환경에서 외국인은 외부인으로서 게임을 시작해야 한다. 외국인을 뜻하는 ‘가이코쿠진’(外?人)은 ‘가이’(밖)라는 단어를 포함하고 있다. 내집단과 외집단의 개념은 비단 현지인과 외국인의 구분에 국한되지 않는다. 그 개념은 견고하지만 그 사람이 어디에 있느냐, 누구냐에 따라 끊임없이 달라지기도 한다. ‘우리’가 아닌 ‘그들’은 회사의 고객일 수도, 가족의 손님일 수도, 다른 또래집단에 속한 아이일 수도 있다. ‘우리’와 ‘그들’의 구분은 또한 행동 방식과 사용하는 언어로 표현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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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근교의 역사 도시, 가와고에 거리. 어린 아이를 자전거 앞뒤에 태우고 지나다니는 젊은 엄마들의 모습은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 풍경이다. ⓒ Shutterstock

 

 

그렇다고 외국인이 아무리 갈망해도 내집단에 진입하지 못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진입로를 찾는 데 시간이 걸리며 결단력과 노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일본에서 집단의 일원이 된다는 것은 순응을 뜻하는데, 이는 일본인은 능하지만 대부분의 외국인은 꺼리는 태도다. 내집단에서는 개인인 당신이 어떻게 집단에 기여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당신이 집단에 어떻게 섞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같은 이유로 일본인이 외국의 내집단에 동화되는 것 또한 어려울 수 있다.

 

뭉쳐야 산다는 식의 이러한 문화에 일면 수긍이 가기도 하지만 대다수가 너무 튈까 두려워 침묵을 지키는 사회의 모습이 외국인 눈에는 좀 이상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특히 2011년 도호쿠 지진 이후 원자력 반대 시위의 횟수로 판단해보건데, 확실히 사람들이 전보다는 솔직해지고 소신을 위해 싸울 준비가 된 것처럼 보인다.

 

세 도시 이야기


어느 나라에나 대도시들 간에는 약간의 경쟁 관계가 있기 마련이다. 예를 들어 한번은 어떤 사람이 내게 누구나 멜버른과 시드니를 똑같이 좋아할 수는 없으며 어느 한 쪽을 더 좋아하기 마련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내 경우는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어떤 때는 멜버른이 더 좋고 어떤 날은 시드니가 더 좋다. 그러나 굳이 골라야 한다면 호바트를 선택할 것 같다).

 

도쿄, 오사카, 교토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도쿄 사람들은 조금 쌀쌀맞은 반면 오사카 사람들은 따뜻하고 친절하다고들 말한다. 도쿄 시민들은 자기 일에만 신경을 쓰는 반면 오사카 시민들은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오사카 사람들은 직설적이고, 도쿄 사람들은 에둘러 말하는 편이다. 많은 면에서 이 도시들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가 사람들의 태도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오사카는 상인이 많은 상업지구여서 사람들이 다소 느긋하고 상대를 즐겁게 하는 방법을 안다. 반면에 도쿄는 오랫동안 수도이자 경제 중심지여서 궁중의 격식과 행동이 여전히 많이 남아 있다. 언어에 대해 말하자면 오사카 방언은 있지만 도쿄 방언은 곧 일본 표준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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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쿠시마의 인기 있는 아와오도리 축제에서 아와오도리(바보춤) 공연을 준비하는 여성들. 일본은 지역별로 계절마다 다양한 축제가 열린다.ⓒ Shutterstock

 

 

예술과 우아함의 중심지인 교토는 오사카나 도쿄와는 사뭇 다르게 발전해왔다. 교토의 방언은 무척 복잡한 언어 구조를 가지고 있다. 도쿄 시민들은 에둘러 말하기는 해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 감을 잡을 수 있는 반면, 교토에서는 화자의 의도는 그렇지 않은데 당신을 칭찬하고 있다고 오해하기에 딱 좋다. 말 속에 빈정거림이 숨어 있어도 파악하기 힘들다. 이는 교토어의 고급스럽고 간접적인 구조 때문인데, 정확한 의미를 해독하려면 약간의 두뇌 회전이 필요해 보인다. 교토 사람들은 오사카 사람들처럼 투박하지 않으며 항상 격조와 품위를 지키는 편이다.

 

이 세 도시 사람들에 대해 굳이 과장된 묘사를 해보자면 오사카 사람은 다소 투박하지만 즐기는 법을 아는 반면, 도쿄 사람은 조금 비싸도 새로 나온 제품과 서비스를 좋아하는 약간은 샌님 같은 이미지고, 교토 사람은 점잖고 지나치게 정중하며 고상한 취향을 갖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물론 세 도시의 이런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각 도시 출신자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은 개인의 성격과 배경에 크게 의존한다. 하지만 대체로 오사카 사람들과는 빠르게 친해지는 반면, 도쿄 사람들은 마음을 열 때까지 시간이 좀 걸리는 편이다.

 

이 글을 쓴 라이나 옹(Raina Ong)은 대학을 졸업하고 일본으로 이주해 거의 10년 동안 살고 있다. 그녀는 외국인 지도 교사 프로그램을 통해 일본에서 일을 시작했지만 여행작가로 더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일본 내 47개 도ㆍ도ㆍ부ㆍ현을 모두 답파한 그녀의 다음 목적지는 일본의 작은 섬과 반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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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내집단 #오사카 #세계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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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출판 가지

<세계를 읽다> 시리즈는 장소보다는 사람, 그리고 그들의 삶에 초점을 맞춘 본격적인 세계문화 안내서다. 그곳에서 직접 살아보며 문화적으로 적응하는 기쁨과 위험을 몸소 겪었던 저자들이 이방인의 눈에는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는 현지인의 생활문화, 관습과 예법들을 쉽고 친절하게 알려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