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7집 이후 4년 만의 정규앨범이다. 군대로 인해 2년 8개월 정도의 공백이 있었지만 들고나온 앨범은 우선 감을 놓치지 않았다. 미니멀한 구성으로 마림바의 맑은소리와 커팅한 스트링 사운드가 청량한 시작을 알리는 「평행선」, 깔끔한 곡의 구조와 주술적이리만큼 와 닿는 멜로디 라인의 타이틀 「운명」, 볼륨감 있는 신시사이저와 두 보컬의 하모니가 자연스레 맞아 드는 「다 지나간다...」까지. 초반부의 호흡은 기존 동방신기가 가지고 있던 하드코어한 이미지, SMP에서 많이 벗어나 보인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사운드를 만들고 과하지 않은 사랑 이야기를 품은 가사는 댄디한 두 멤버의 이미지와 좋은 궁합을 이룬다. 특히 「운명」에서 깔끔한 정장을 입고 스윙 댄스처럼 경쾌한 춤사위는 다시 돌아온 현재의 동방신기가 녹슬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다만 이를 완전한 새 출발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게으름뱅이」는 데뷔곡 「Hug」의 작곡가였던 박창현의 작품으로 여전히 과거 보이 그룹의 사랑 감성을 풀어내고, 「Sun & Rain」은 아카펠라 그룹이었던 시절을 또다시 좇고 있기 때문이다.
마찰은 이 지점에서 나타난다. 과거와 현재 사이에서 명확한 위치를 정하지 못한 탓에 음반의 구성이 흔들린다. 「Only for you」는 내내 이어지던 가볍고 시원한 이미지에 제동을 걸며 마치 데뷔 초 샤이니가 「누난 너무 예뻐」로 여심을 공략했듯 직설적이고, 나이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듯 어긋난다. 연이은 유노윤호의 솔로 곡 「퍼즐「은 지난
이 같은 맹점은 퓨처베이스를 중심으로 농염한 매력을 가득 담은 최강창민의 솔로 곡 「Closer」나 신시사이저 기반의 팝 발라드 「새벽공기」의 단단함을 무마시킨다. 전자음을 중심으로 곡이 채워지다 펑키한 브라스로 호흡을 바꾸는 「Bounce」, 1980년대 배경의 영화 <싱 스트리트>의 OST 「Drive it like you stole it」의 베이스, 드럼 라인과 닮아 복고 지향적인 「Wake me up」까지. 보여주고 싶은 게 너무 많은 탓에 오히려 초반부 매력 포인트까지 흩뜨려 버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음반의 호불호가 호에 쏠릴 수 있는 이유는 데뷔 15년 차 그룹이 꾸준히 대중과의 접점을 맞춰간다는 데 있다. 다섯에서 둘로 멤버가 줄고 발표한 소포모어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