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호께이, 부족함 없는 신작으로 돌아오다
중국어권 추리소설은 ‘젊기’ 때문에 아직 어딘가에 매여 있지 않고, 독자들은 용감하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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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호께이 프로필 사진

 

 

『13ㆍ67』 로 한국 추리소설계를 뜨겁게 달궜던 찬호께이가 700쪽이 넘는 대작을 들고 돌아왔다. 그가 짜낸 촘촘한 그물망은 우리를 가두고 힘껏 발버둥 쳐도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다. 이번 작품의 제목은 『망내인』 , 우리 식으로 풀자면 ‘네트워크 인간’이다. 이야기의 무대는 『13ㆍ67』 과 마찬가지로 홍콩. 다만 『13ㆍ67』 이 홍콩의 역사를 2013년에서 시작해 1967년까지 역순으로 밟아나갔다면 이번 『망내인』 은 2015년도에 일어난 사건을 다룬다. 그리고 그 사건은 지역과 나라를 뛰어넘어 동시대성을 확보한다. 바로 우리 모두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인터넷상의 인격 모독, 악성 댓글, 비방과 악소문 등에 뿌리를 둔 것이기에.

 

『망내인』 발간을 축하한다. 『망내인』 이 『Asia Weekly Magazine』이 선정한 ‘올해의 중국 소설 10’에 선정되는 등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감사합니다. 솔직히 말하면 한숨 돌린 기분입니다. 출간 전에 독자들이  『망내인』 을 받아들여 줄지 걱정했습니다. 특히 『13ㆍ67』 이 좋은 성적을 거두었기 때문에 더욱 그랬어요. 엄밀히 말하면 『13ㆍ67』 은 ‘교활한’ 작품입니다. 여러 미스터리 요소를 좋아하는 독자들을 겨냥한 여섯 가지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망내인』 은 전혀 상반된 노선을 택했습니다. 별개의 독립된 이야기인데다 미스터리 이외의 요소에 여러 포인트를 주었거든요. ‘미스터리를 가장한 사회소설’의 느낌이 있죠. 하지만 핵심은 미스터리 독자를 겨냥한 작품입니다. 그래서 자칫하면 이도 저도 아니게 되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물건엔 임자가 있다’는 말도 있듯이 독서 취향은 사람마다 다른 법이죠.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싫어하는 사람도 있는 것은 예삿일입니다. 다만 독자들이 잘못된 기대를 품고 작품을 읽어 실망할까 하는 점이 걱정됐습니다. 좋은 평가를 얻고 나니 스타일에 변화를 준 시도가 실패하지 않았다고 느껴 다행이고, 제 작품에 공감해 주는 독자가 있어서 더욱 기쁩니다.

 

『13ㆍ67』 에서 『망내인』 을 쓰기까지 약 3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작가로서의 생활이나 생각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생활에는 확실히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13ㆍ67』 의 성적이 괜찮았던 덕분에 인터뷰 같은 잡무가 많아져 집필에 집중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줄었습니다. 작가는 작품이 잘 팔리길 기대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유명해지면 원래의 창작 리듬이 흐트러지거든요. 『13ㆍ67』 의 집필 과정은 『망내인』 보다 훨씬 수월했어요. 또한 『망내인』 은 소재가 굉장히 무겁고 쓸수록 분량이 많아지는 바람에 막판에 부담이 컸습니다. 다시 장편을 쓰는 것이 두려워질 정도로요. 당분간은 조금 짧고 주제가 유쾌한 작품을 쓰며 적응하려고 합니다.


생각의 변화 측면은 『13ㆍ67』 과 『망내인』 을 비교하면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작품 모두 어느 정도 사회 문제 의식을 담고 있지만 다루는 방법은 완전 반대입니다. 『13ㆍ67』 은 줄거리가 캐릭터를 안고 달린 반면 『망내인』 은 캐릭터가 줄거리를 안고 달리죠. 『13ㆍ67』 은 독자가 관전둬가 어떤 인물인지 사건을 통해 이해하게 하고, 『망내인』 은 아이와 아녜의 성격과 선택을 통해 사건이 발전됩니다. 예전에는 작품을 쓸 때 줄거리를 주축으로 하는 경향이 있었어요. 추리소설은 그렇게 써야 된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13ㆍ67』 이후 다른 방법도 통할 것 같다는 깨달음이 있었고, 그래서 집필 도중에 스타일을 조금씩 바꿨습니다. 그렇다고 앞으로  『망내인』 스타일로만 쓰지는 않을 겁니다. 다양한 방법을 끊임없이 시도할 생각이에요…… 아, 이건 창작에 관한 개인적인 생각이고, 다른 범주의 생각을 물어보신 거라면 별다른 변화는 모르겠습니다. 언젠가는 변화가 있겠죠. 사람은 끊임없이 생각이 변하는 생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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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부터 제5회 시마다 소지상 수상자 헤이먀오C, 제3회 수상자 원산, 찬호께이, 제5회 입상자 칭커, 제5회 입상자 이란_사진 다마다 마코토

 

 

한국에는 중국어권 추리소설이 이제 막 소개되는 단계이고, 본인이 그중에서 가장 인지도가 높을뿐더러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영미권/일본 미스터리와 비교해 중국어권 미스터리만의 특징이나 장점이 뭐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어권 추리소설만의 독특한 장점을 찾기는 아직 어렵습니다. 유럽/미국 추리소설은 역사가 백 년이 넘고, 일본도 백 년 가까이 됩니다. 반대로 중국어권 추리소설은 최근 10~20년 사이에야 유행하는 문학의 대열에 합류했기 때문에 백 년의 경험을 지닌 대선배들과의 차별성을 얘기하기란 거의 불가능합니다. 일본도 원래는 영미권 추리 노선을 모방했는데 후에 점점 논리적 재미와 미학(美學)을 견지하는 독자적 노선을 걷기 시작했고, 다시 형식에 구애받지 않는 새로운 본격 추리로 탈바꿈했습니다. 중국어권 추리소설은 아직도 모방하고 배우는 단계이며, 서구와 일본의 추리소설 경험을 흡수하고 있는 상태라 당분간은 독창적인 노선으로 갈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두 스타일의 강점을 모아 작품에 녹여낼 순 있습니다. 『13ㆍ67』 의 경우 일본식 본격추리와 신본격 추리 스타일을 섞는 기법으로 미스터리 요소를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묘사에 있어서는 영미권 추리소설에서 흔히 쓰는 요소(예를 들면 영화 느낌)를 사용했어요. 이렇게 섞어 쓴 것이 특색이라면 특색이겠네요. 중국어권 추리소설은 ‘젊기’ 때문에 아직 어딘가에 매여 있지 않고, 독자들은 용감하게 다른 사람의 경험을 빌려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한국에 단편이 소개된 적은 없다. 작가로서 장편과 단편 중 어느 것을 읽고 쓰는 것을 선호하는가? 출판사에 물어보니 여름에 단편집 『풍선인간』이 발매될 예정이라던데, 그 책에 대해 짧은 소개도 같이 부탁드린다.


읽는 것은 장편, 단편 모두 좋아하지만 쓰는 것은 단편을 더 좋아하는 편입니다. 이유가 조금 웃긴데, 추리소설 작가 입장에서 이야기의 클라이막스는 대개 미스터리가 풀리는 부분입니다. 실제로 미스터리가 풀리는 부분을 쓸 때 굉장히 즐겁죠. 장편의 경우 작가는 1년을 기다려야 그 부분을 쓸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스트레스가 많이 쌓입니다. 반대로 단편이라면 몇 주나 한 달만 참으면 그 부분을 쓸 수 있습니다. 물론 장편은 장편 나름의 장점이 있죠. 상세한 묘사 측면에서 단편과는 비교할 수가 없습니다.


『풍선인간』은 단편집이긴 하지만 사실 단편 시리즈입니다. ‘풍선인간’이라는 닉네임의 초능력자 킬러가 주인공으로, 전에 제가 한국에 출간한 소설들과는 많이 다릅니다. 순전히 오락성을 추구했고 사회 이슈나 인생철학 같은 것은 담지 않았거든요. 심지어 어느 나라에서 일어나는 일인지도 명확히 밝히지 않았죠. 블랙유머 느낌의 판타지 본격 미스터리 작품입니다…… ‘본격’이라고 하는 것도 딱 맞지는 않아요. 어떤 이야기는 본격이라 할 수 있지만 서스펜스 소설에 가까운 이야기도 있거든요.

 

직장생활을 하다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것으로 알고 있다. 글을 써야겠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무엇인가?


사실 저는 원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둔 후 습작하는 동안 재취업을 준비하다 ‘실수로’ 작가의 길에 들어섰습니다. 타이완 추리작가협회 공모전에 참가했다 상을 탔고, 타이완에 가서 수상식에 참여했을 때 현지 작가들, 편집자와 안면을 익히며 글쓰기도 직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한 번 시도해 보기로 결심했습니다. 처음엔 저도 자신이 없었어요. 성적을 내지 못하면 1, 2년 후에 다시 예전 직업으로 돌아가 프로그램 개발이나 계속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데 운 좋게도 1년 안에 대회 두 군데에서 3위를 했고, 얼마 후 한 출판사 편집자가 먼저 원고를 청탁해 제가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며 원고를 내밀지 않아도 되었습니다. 시마다 소지 추리소설상을 받고 나니 글쓰기가 제게 가장 적합한 직업이라는 인식이 더 분명해졌고요. 작가가 될 결심을 하지 않았어도 계속 글을 썼을 테지만, 아마 아마추어의 입장에서 재미로 썼을 테고, 그러면 『13ㆍ67』 이나  『망내인』 과 같은 장편 작품을 쓸 기회도 없었을 겁니다. 홍콩의 작가들은 대부분 그래요. 전업 작가는 대개 수입이 보잘것 없어서 물가 높은 도시 홍콩에서의 생활을 감당할 수 없거든요.

 

 『망내인』 을 통해 여러 도서들이 소개되는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누구고 작품 중에서는 어떤 작품을 가장 좋아하는가? 왜 좋아하는지 혹은 그 작품/작가의 매력은 무엇인지를 알려 달라.


좋아하는 작가가 많아서 ‘가장 좋아하는’ 작가를 꼽기는 힘듭니다. 작가마다 장점이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어요. 하지만 ‘가장 좋아하는 작품’이라면 요코미조 세이시의 『옥문도』 를 선택하고 싶습니다. 많은 책 중에 우연히 어떤 작품에 감동하고, 그 이후로 잊히지 않아 수십 번을 다시 읽어도 질리지 않는 그런 경험을 해본 적이 있으시겠죠. 저는 어렸을 때 『셜록 홈즈』 를 읽으며 그런 경험을 했어요. 루쉰의 『외침』 도 그랬고 무라카미 류의 『69』 과 이시다 이라의 『이케부쿠로 웨스트 게이트 파크』 도 그런 울림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가장 충격이 컸던 것은 『옥문도』 입니다. 이 작품은 분위기, 리듬, 구도, 복선의 배치와 사용, 캐릭터 묘사와 심리 모두 최고입니다. 또한 본격 추리 작품임에도 당시 지리 환경과 시대 특징을 사건의 핵심으로 이용해 허구의 이야기에 사실적 색채를 입혔습니다. 본격 추리소설 작가에게 『옥문도』 는 필독 교재입니다. 외국 장르(미스터리)를 어떻게 현지의 풍속과 문화에 녹여내는지 절묘하게 보여주면서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냈기 때문입니다.

 

차기작 집필 중인지? 다음 작품에 대해 약간의 힌트를 주면 고맙겠다.


최근에 『풍선인간』 시리즈에 속하는 단편을 계속 쓰고 있는데 진도가 느립니다. 그리고 곧 타이완에서 신작 『염소가 웃는 순간』이 출간됩니다. 판타지 공포 청춘 소설입니다. 『풍선인간』과 마찬가지로 순수 오락성을 지향하는 작품이죠. 전에 어떤 기자가 『13ㆍ67』 과  『망내인』 등의 작품을 쓴 후 성인 독자를 대상으로 한 사회파 소설만 쓰는 작가로 ‘업그레이드’ 되는 것 아니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저는 ‘아니’라고 대답했습니다. 미국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가 대단한 것은 깊이 있는 『쉰들러 리스트』도 찍을 수 있고 오락성이 넘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도 찍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다원화된 작가가 되고 싶고, 실제로 고상한 것과 대중적인 것은 높고 낮음의 구분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작가로서 모든 면을 다 갖출 수 있으면 여러 연령, 여러 계층 사람들에게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소개해 독서의 몰락을 방지할 기회가 더 많이 생긴다고 봅니다.


 


 

 

망내인찬호께이 저/강초아 역 | 한스미디어
원한이란 무엇인가? 왜 복수를 하려 하는가? 복수는 의미 있는가? “용서는 아름다운 행위라는 식의 공허한 이야기를 하며 복수를 포기하는 것이 해결책이라고 주장할 생각은 없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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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