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내 마음이 담긴 글이 최고예요
지난 18일, 예스24와 양철북 출판사가 함께하는 ‘아이들 글쓰기 교실’이 열렸다. ‘뭘 써야 할지, 어떻게 써야 할지,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고민하는 아이들을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한국출판콘텐츠센터에서 열린 이번 강연은 나명희 강사와 함께했다. 20년 넘게 아이들의 글쓰기를 지도해온 나명희 강사는 고등학교 국어 교사를 거쳐 교사와 학부모를 대상으로 연수를 진행해 왔으며, 현재 경희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강의하고 있다.
예스24와 함께 이번 행사를 주최한 양철북 출판사는 교육과 청소년을 주제로 한 책을 꾸준히 출간해 왔다. 최근에는 ‘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선집’을 선보였다. 아동문학가이자 우리말 연구가인 이오덕 선생의 저서를 새롭게 펴낸 것으로 『글쓰기 하하하』, 『글쓰기 더하기』, 『우리 모두 시를 써요』 총 세 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나명희 강사는 ‘솔직하게’, ‘정말 쓰고 싶은 이야기’를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일상의 모든 사건들이 글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거짓말 하거나 멋져 보이는 글이 아닌, 진짜 내 마음이 담긴 글이 최고 글이다. 쓰고 싶은 이야기를 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마음껏 쓰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것.
‘꾸미지 않고 사실대로 솔직하게 쓴 글이 좋은 글’이라고 정의한 강사는 ‘누구나 알 수 있게 쉬운 말로 쓴 글’, ‘어린이다운 생활과 느낌이 담긴 글’, ‘저마다의 웃음, 공감, 깨달음, 감동이 있는 글’, ‘정성과 진정이 담긴 글’을 쓰라고 조언했다.
강연의 대부분은 아이들이 직접 쓴 글을 함께 읽으며 생각해 보는 시간으로 채워졌다. 나명희 강사는 자신이 진행했던 수업에서 아이들이 썼던 글을 예로 들며 ‘어떤 글이 좋은 글인지’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했다. 엄마와 선생님이 읽고 나서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할까 봐 거짓으로 꾸며 쓴 글은 ‘가짜 글’이라고 말하며 “그런 글을 쓰면 절대 글 쓰는 재미를 느낄 수 없다”고 단언했다. “여러분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누구의 눈치도 보지 말고 쓰라”는 이야기였다.
“소소하고 시시한 일들, 자신이 보고 듣고 겪었던 것들을 쓸 수 있어야 해요. 그럴 때 쓸거리가 많아지고 글쓰기가 재밌어져요. 부끄럽고 속상하고 억울한 일들도 속 시원히 쓸 수 있어야 돼요. 그래야 진짜 글쓰기가 즐거워지죠. 글쓰기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내가 쓴 글을 읽으면서 스스로 즐겁고 만족해야 된다는 거예요. 그래야 글쓰기의 진짜 의미를 알게 돼요.”
‘글을 잘 쓰는 비법’을 알려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최근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를 다시 정독했다는 강사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는 것만큼이나 ‘잘 듣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삶 속에서 잘 보고 듣고 느끼는 것이 글을 잘 쓰는 첫 번째 비법”이라는 것이다. 아울러 “줄거리로 쓰는 것이 아니라 그때 그 장면과 사건을 떠올려서 쓰는 게 좋은 글이다”, “대화를 잘 살려서 쓰면 짧아질 글도 길어지면서 그때의 상황이 펼쳐진다” 등 세세한 방법을 일러줬다.
<이렇게 써 보세요>
- 무엇을
쓸까 글감을 정합니다.
- 그
일이 일어난 차례대로 그 일이 어떻게 진행 되었는지 차근차근 씁니다.
-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가
드러나게 씁니다.
- 본
대로, 들은 대로, 주고받은 말 그대로, 겪었던 일 그대로 씁니다.
- 내
느낌, 내 생각, 내 목소리로 씁니다.
- 그
글에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중심 내용을 생각해서 그 이야기를 좀 더 정성껏 자세히 씁니다.
- 글 쓴 날짜를 쓰고 날씨도 문장으로 적어봅니다.
“작고 소소한 이야기가 좋은 글감이에요. 오늘 차 타고 오면서 부모님과 이야기 나눴던 이야기, 밥을 먹으면서 있었던 일들, 어제 선생님이 하셨던 말씀이나 친구들과 놀면서 있었던 일도 다 글감이 돼요. 오래 전 일이라도 잊히지 않는 이야기는 좋은 글감이고요. 유치원 때, 저학년 때, 작년이나 몇 달 전에 있었던 이야기도 괜찮아요. 잊히지 않는 이야기라면 좋은 글감이 됩니다. 어떤 이야기를 하더라도 글에 진심이 담겨 있다면 감동을 줍니다. 진심을 담아서 마음을 드러내는 글은 사람 마음을 무장해제 시켜요.”
글쓰기 실력, 계속 써야 늘어요
강연의 첫 번째 시간이 끝난 후 ‘글쓰기 교실’에 참여한 아이들이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써내려 갔다. 나명희 강사의 요청으로 부모님들은 뒷자리로 물러나 앉았다. 엄마 아빠가 옆에 있으면 아이들이 부담을 느껴 솔직하게 글을 쓸 수 없다는 이유였다.
평소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강의할 때도 “아이들이 마음껏 쓸 수 있어야 한다. 무엇이든 글로 쓸 수 있어야 하고 (선생님이) 받아줘야 한다”고 말한다는 강사는, 행사에 참석한 부모님들을 향해서도 “아이들은 속 시원한 글만 써도 후련해진다. 그러면 글쓰기를 훨씬 즐겁게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이 마음껏, 진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된다는 걸 받아들여 주시길 바란다”고 이야기했다.
아이들의 글쓰기가 마무리되자 강사가 직접 몇 편을 골라 읽었다. 강연의 내용처럼, 아이들은 소소한 일상의 사건들을 글감으로 삼았다.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적으면서 대화를 살려 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빼빼로데이에 있었던 일, 엄마와의 사이에서 속상하고 억울했던 순간, 지진이 발생했던 날의 기록 등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겼다. 아이들은 ‘시시한 일들도 다 글감이 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알게 됐다’며 ‘글쓰기를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 같다’는 소감을 들려줬다.
“『글쓰기 하하하』, 『글쓰기 더하기』, 『우리 모두 시를 써요』는 이오덕 선생님이 쓰신 글쓰기에 관련된 많은 책 중에서, 어린이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에요. 이 책을 보면서 도움 받는 말들을 읽을 수 있어요. 이오덕 선생님이 써 놓으신 글에 대한 평가를 보면, 글쓰기가 재밌어지고 자신감을 갖게 될 거예요.”
나명희 강사는 “오늘 쓴 글을 통해서 자신의 마음을 보여준 친구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하며, 작가를 꿈꾸는 아이들을 향해 진심 어린 조언도 덧붙였다.
“상상하는 글을 쓰는 것보다, 자신이 진짜로 보고 듣고 겪었던 이야기를 정확하게 쓰는 힘을 기르는 게 먼저라는 말을 하고 싶어요. 지금 상상해서 쓴 글은 빈약해요.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어요. 그런데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분명하게 내 마음을 잘 쓸 수 있거든요. 책을 많이 읽고, 세상 속의 이야기와 옆 사람의 이야기를 잘 듣고, 직접 본 대로 들은 대로 주고받은 말 그대로 정확히 써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게 대화 쓰기이고, 묘사하기이고, 이야기를 쓰는 거거든요. 그리고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은 한 가지밖에 없다고 해요. 계속 써야만 글쓰기 실력이 는다는 거죠. 마음껏, 시시한 이야기도 자꾸 쓰시기 바랍니다.”
‘아이들 글쓰기 교실’을 마치며 나명희 강사는 “글을 잘 쓰는 사람은 살아가는 데 굉장히 커다란 힘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읽는 것을 즐겨 하고 쓰는 것을 즐거워한다면, 여러분은 분명히 괜찮은 삶을 산 사람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든다”는 말로 아이들을 격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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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오덕의 글쓰기 교육 세트(전3권)이오덕 저 | 양철북(전집)
한평생 글쓰기 교육을 실천했던 이오덕이 들려주는 아이들 글쓰기 이야기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