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수면시간으로 인한 짜증, 운동부족으로 말라가는 아드레날린, 모든 인간에게서 인내심을 앗아가는 러시아워와 업무 스트레스 때문에 우리는 우아함은 포기한 지 오래인지도 모르겠다. 핸드폰과 모니터에 시선을 고정하고 구부정한 자세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앉아서 보내는 동안 몸의 감각도 잃어가고 있음은 물론.
애니메이션 영화 <월-E>의 구식 쓰레기처리 로봇 월-E는 거대한 폐기처리장이 된 지구를 떠난 인간들의 우주선에 여차저차 들어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만난 우리 자손의 모습이 참 가관이다. 그들은 눈사람에 가까운 둥그런 몸매를 가지고 있으며 눈사람과 마찬가지로 거의 걷지 못한다. 저자 사라 카우프먼은 이미 예상되는 인간의 미래에 대한 경고와 대책으로서 우아함을 포착해낸 것이 아닐까 싶다. 그녀는 비평 부문 퓰리처상을 수상한 무용비평가로 사람을 관찰하고 평가하는 일을 한다. 책의 도입에서 저자는 “우아함은 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것”이라고 명쾌하게 정의해버린다. 내 삶이 통제 불가능의 영역으로 밀려나고 스스로의 감정조차 이해하기 힘들어진 지금에 세상과 편하게 지내는 법을 알고 싶다면 속는 셈치고 책장을 넘겨볼 만하다.
카우프먼은 우아함이란 돈이나 권력 등을 통해 주어지는 것이 아니며 각고의 노력과 수련을 통해 얻는 것이라고 분명히 말한다. 그녀는 우리가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운동 선수와 몇몇 배우의 모습을 제시하면서 우아함이 등장하는 수많은 순간을 불러온다.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순간에 우아함이 깃들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카우프먼은 몸을 많이 사용할수록 우아해진다고 주장하는데, 이는 우아함이 몸에 대한 자기통제력에서 나오며 그 통제가 역설적이게도 인간을 몸에서 해방시키기 때문이다.
영화 <빌리 엘리어트>의 주인공 빌리는 춤을 춘다. 1980년대 영국, 광부 파업이 한창인 탄광촌 더럼에서 자란 빌리는 어려운 상황이라는 외부의 통제 속에서 발레에 빠진다. 춤을 추는 시간만큼은 그의 말대로 “흐르는 전기처럼” 완전한 자유, 자기 통제가 가능해진다. 자신의 신체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은 늘 자기 검열에 시달린다. 반대로 몸의 굴레에서 벗어난 이는 자신을 바라보는 상대방에게도 편안함을 주고 어디서나 시선을 끈다. 자기 세상에 대한 통제가능성이 타인에 대한 너그러움 또한 가져온다.
송재은(도서MD)
활발한데 차분하고, 열정적이고 시큰둥하며, 이기적이며 연민하는 애매한 인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