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계의 미래학자’ 존 타카라가 말하는 공생의 경제
가치란 숫자로 표현되는 돈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 아이들의 건강, 당신의 가족, 당신의 땅의 건강, 그리고 당신의 주변 환경의 건강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글ㆍ사진 신연선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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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상 두 세상에 끼인 지금 시기는 ‘발전’이라는 단어가 근본적으로 다른 의미를 지니는 새로운 경제의 많은 세부 사항들을 담고 있다. 그 핵심 가치는 채굴보다는 관리이고, 그 동기는 오늘날 ‘경제’에 필요한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 대한 관심이다.(중략) 아룬다티 로이의 말처럼 “또 다른 세계는 가능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우리를 향해 오고 있다. 조용한 날이면 난 또 다른 세계가 숨 쉬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 다시 말하면 우리 모두가 새로운 경제들이다.(234-235쪽)

 

런던 왕립예술대학 수석연구원이자 네덜란드디자인연구소의 책임자인 존 타카라가 방한했다. 지난 9월 27일, 존 타카라는 DDP 갤러리문에서 진행된 ‘DDP 지식공유세미나’에서 특별 강연을 진행했다. 국내에 첫 출간된 자신의 저서와 같은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라는 제목의 강연에서 존 타카라는 지금의 ‘성장’이라는 것에 근본적인 의문점을 던지고 지속 가능한, 미래 세대를 위한, 공생의 방식이 무엇인지 살펴보았다. ‘디자인계의 미래학자’라는 수식어답게 세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는 ‘다가온 미래’의 현장을 소개하며 존 타카라는 여러 번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점”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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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0 vs. 230,000


존 타카라는 먼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나은 환경에서 살기를 바라는 사람들에게서 항상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는다.”면서 새로운 방식으로 세상을 보는 작업이 왜 필요한지, 그에 따른 우리의 과제는 무엇인지를 살폈다. 수렵과 채집을 하던 과거에 비해 온갖 디지털 기기와 인프라로 생산 활동을 하는 현대인들의 삶이 과연 효율적인지를 되물었다. 그는 이러한 질문을 통해 우리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따져보았다.

 

“현대인들은 영리한 사람들이다. 교육과 문화가 있고, 언어와 표현능력이 있다. 하지만 만 년 전에 비해 인류 한 명 당 에너지는 60배를 더 필요로 한다. 현대인은 훨씬 영리해졌는데 말이다. 이유가 무엇일까? 나는 이 사실을 깨닫고 변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책을 썼다.” 

 

만 년 전, 인류는 하루 약 5,000킬로칼로리면 그럭저럭 살 수 있었다. 얼 쿡(Earl Cook)이라는 한 지질학자에 따르면 현대인에게는 약 23만 킬로칼로리가 필요하다. 이 수치는 어디에서 오는가? ‘매년 에너지 채취는 더 힘들고 비싸지고 있다.’(21쪽)는 존 타카라는 숫자와 기계에 둘러싸여 일하는 은행원 사진을 보여주었다. 하루 12-15시간을 근무하는 사람들, 그러나 몸으로는 정보를 얻지 못하는 사람들을 짚으며 성장이 무엇인지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의구심을 전했다.

 

“그동안 우리는 경제를 돈에 관한 것으로만 이해하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경제는 우리가 살아가고 번성하는, 매일 매일의 모든 활동이다. 가치란 숫자로 표현되는 돈에 관한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생태계, 아이들의 건강, 당신의 가족, 당신의 땅의 건강, 그리고 당신의 주변 환경의 건강과 관련된 것일 수 있다. 가치를 측정하고 설명하는 데에는 많은 방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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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행동이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


그렇다면 변화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가. 존 타카라는 그가 세계를 다니며 만난 흥미로운 사례들을 소개하는 것으로 답을 대신했다.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에서 소개한 미국의 토양 해방 운동(포틀랜드오브디페이브, 유료 주차 공간을 텃밭으로 바꾸어 녹색 공간으로 만들고 땅에 물이 흡수되도록 하는 활동을 한다), 오스트리아의 조각보 도시(바이오토프 시티, 공공 주택 단지의 벽, 발코니, 돌출부를 녹색 식물로 덮는 작업을 한다) 등과 같은 사례는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었다. “작은 행동이 커다란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었다.

 

영국의 리얼브레드캠페인(Real Bread Campaign) 역시 분산된 소규모 농지 재배를 지역의 생산자들과 결합시키고 있다. 디젤을 먹어치우는 트럭을 타고 전국을 돌아다니는 첨가물 가득한 산업적인 빵의 대체제로, 리얼브레드 사람들은 곡물을 재배하는 곳과 밀가루를 제분하는 곳, 반죽을 굽고 빵을 소비하는 곳 사이의 거리를 최소화하기 위한 짧은 ‘곡물 사슬(grain chain)’을 만들어내고 있다.(121쪽)

 

“경고하는 것만으로는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어떻게 올바른 방식으로 책임감을 가질 수 있는지부터 시작해야 한다. 이제는 디자인과 사회적인 시선이 결합해 실용적인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협업과 공유는 중요하다. 작은 변화가 쌓이면 거대한 변혁이 전개될 것이다.”

 

존 타카라는 강연을 마치며 한국에서 가능한 변화를 위한 ‘작은’행동 지침에 대해 조언했다. 첫째, 예전에 무엇이 있었는지 조사하고 둘째, 성공한 요인을 알아내고 셋째, 긍정적인 실생활 사례를 찾아내어 증거와 데이터를 수집하라는 이야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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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응답


시의적절한 책이다. 2017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미래’가 주제다. DDP에서 열리고 있는 2017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의 주제는 ‘공유’고, 서울디자인위크2017의 주제는 ‘관계’다. 이 세 가지 주제는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에서 굉장히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 절묘하게 시기를 맞춘 게 아닌가 싶었다.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내가 너무 정확하게 미래를 전망한 것일 텐데, 그렇진 않다.(웃음) 다른 하나는 지난 15년 간 계속 같은 이야기를 하다보니까 시기가 맞을 수밖에 없었다, 는 생각이다.

 

디자이너는 연결되지 않았던 것을 연결하고, 공생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정원사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것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해야 할 일일 것이다. 특별히 디자이너가 이 역할을 각성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배경이 궁금하다. 디자이너가 특별히 그 역할을 더 잘할 것이라고 보나?


디자이너가 특별히 그 역할을 더 잘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술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를 잘 연결할 수 있는, 소통의 기술 말이다. 열차 티켓을 산다든지, 웹에서 정보를 검색한다든지, 호텔 체크인을 할 때 작은 것들이 잘 작동하는 것은 디자인된 경험이라는 것이다. 가령 기엠 셰론(Guilhem Cheron)이라는 요리사이자 산업 디자이너가 있다. 5년 전 그는 농가에서 가정으로 농산물을 배달하기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잘 된 디자인과 서비스로 농산물을 더 잘 배달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라루쉬(LA Ruche)’라는 앱 서비스를 개발해서 농부들이 자신의 생산물을 직접 도시에 사는 사람들에게 팔 수 있도록 했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디자이너가 부가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본다. 직접 농가에 갈 수는 있다. 하지만 불편하고 시간도 많이 든다. 그런 면에서 디자이너는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다.

 

젊은 세대는 변화를 위해서 어떤 작은 행동들을 취할 수 있을까? 실제로 영향력을 발휘한 사례가 있는지 궁금하다.


방금 이야기한 라루쉬는 큰 영향력을 발휘한 좋은 사례다. 이 서비스는 한 명의 디자이너가 어느 날 집에 도착한 식품을 보고 이것보다는 좀 더 잘할 수 있겠다는 작은 생각으로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이제는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농민과 직접적으로 교류하는 기회를 주었다. 굉장히 큰 파급력이라고 본다.

 

자연뿐 아니라 문화유산도 잃어버리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나?


건물이나 성 같은 물리적 유산에 대해서는 별도의 전문가가 있을 것이다. 내가 말할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유산에 대한 지식, 과거에 어떻게 농사를 지었고 어떻게 바느질을 했는지 등에 관한 지식은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기술과 화학을 이용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갈 필요가 있다. 신기술과 신지식도 학습해야 하지만 기계 농업 이전에 어떤 유산적 지식이 있었는가 역시 배울 필요가 있다. 이것이 생태적 지식의 회복이다. 여기서 디자이너의 창의성이 굉장히 중요하다. 많은 사람들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책을 쓰고, 전통 유산에 대한 영화를 만들지만 그것만으로는 실생활 적용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과거의 지식을 이용한다는 것은 과거의 방식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숲을 돌보는 데 어떻게 적용할지, 빵을 만드는 데 어떻게 적용할지를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유산의 실용성을 높이는 데에 디자이너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

 

최근 대기오염 문제가 대두되면서 그 대안으로 퍼스널모빌리티가 각광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자동차 디자인의 미래에 대한 의견을 듣고자 한다.


어제(9/26) 하루 종일 스마트 모빌리티에 관한 회의에 참석했다. 한 중국 참석자는 ‘깨끗한 공기를 마시는 것이 호화로움이다’라고 말했다. 중국 디자이너에게는 피자가 드론으로 온다든지 루이비통 가방이라든지 하는 것들에 대한 것보다 깨끗한 공기가 중요했던 것이다. 슬픈 일이다. 그 중국 디자이너는 자신은 그런 공기를 마실 수 없을 것 같다고까지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스마트 차량의 필요성, 가능성, 편리성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나에 대한 이야기일 수는 있지만 우리에 대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이제 우리는 선택해야 한다. 공기를 더 깨끗하게 만들려면 전기나 인프라를 덜 사용해야 한다. 건강한 공기의 도시가 되려면 사람들이 걸어서, 자전거로 배달을 해야 할 것이다. 드론이나 자율주행 차로 피자를 5분 내에 배달하는 것보다는 더 나을 것이다. 편의성은 줄어들 수는 있지만 이제는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소비자로서의 편의성이냐 아이들이 마실 건강한 공기이냐 사이에서 말이다.

 

선택이 가능할까.


이것 아니면 저것이라는 게 아니다. 그보다는 공기의 질이 피자 배달의 편의성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에 모두가 합의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다. 생산과 유통의 시스템이 기계 중심이 아니라 조금 더 인간 중심, 식물 중심이어야 한다는 생각에 공감해야만 앞으로 깨끗한 공기를 계속 마실 수 있을 것이다.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디자이너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부탁한다.


당신이 스승이 되어야 한다. 사실은 사람들을 연결하고 그것이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 논의하는 사람들이 많다. 작은 네트워크이지만 분명히 존재한다. 관심이 있다면 그들의 책을 읽고 참여해서 자신의 전문성을 개발할 수 있다. 어떤 면에서 보면 재연결에 있어 우리는 모두가 학생이다. 우리는 모두 단절되어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새로운 미래,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존 타카라 저/황성원 역 | 안그라픽스
“성장 종말의 시대가 온다!” 세계가 주목한 디자인계의 미래학자이자 철학자, 존 타카라가 제시하는 21세기 경제 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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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미래 # 어떻게 번성할 것인가 #존 타카라 #네덜란드디자인연구소 #런던 왕립예술대학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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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7.10.19

이 책 조터라구여~~~!1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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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연선

읽고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