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로운 공존을 꿈꾸는 출판사 ‘책공장 더불어’
반려인은 늘 궁금하다. 나와 함께 사는 이 작은 아이는, 지금 행복할까? 그래서 ‘책공장 더불어’의 책을 펼쳐든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도록, 더불어 살아가는 방식을 일러주는 까닭이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7.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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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과 살아가며 웃고 우는 이야기

 

반려동물 커뮤니티에 거의 매일 올라오는 질문 하나. ‘출산을 앞두고 있는데 아이와 동물을 함께 기를 수 있을까요?’ 많은 댓글 중 빠지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 읽어보세요. 많은 도움이 될 거예요.’ 또 다른 단골 질문은 사료에 관한 것이다. 믿고 먹일 수 있는 사료를 추천해 달라는 글인데, 이때도 어김없이 추천서가 등장한다.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을 참고하라는 것.

 

반려인들의 스테디셀러라 할 만한 이 책들은 모두 책공장 더불어에서 만들었다. 동물 전문 1인 출판사로써 반려동물뿐만 아니라 사람과 함께 ‘더불어’ 사는 모든 동물의 삶을 이야기한다. 김보경 대표는 10년의 잡지기자 생활을 끝낸 뒤 덜컥, 출판사 운영자가 됐다.

 

“그때쯤 함께 살던 강아지가 나이 들어가고 있었고, 언니네 강아지들이 세상을 떠났어요. 마음이 너무 힘들었는데 도움 받을 책이 없더라고요. 별 수 없이 외서를 사서 읽었는데 정말 컬쳐쇼크였어요. 이런 이야기를 사람들과 함께 읽자는 마음으로 덜컥 출판사 등록을 해버렸어요.”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걸쳐 첫 책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출간했다.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리디아 히비가 동물들과 나눈 이야기를 모은 책이었는데, 당시에는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자체가 생소한 개념이었다. 반려인의 숫자가 폭발적으로 늘기 시작한 시기였지만 관련 정보는 턱없이 부족했다.

 

“출판사를 시작한 후부터 지금까지가 ‘한국에서 동물에 대한 인식이 급변하는 시기’였지 않았나 싶어요. 무엇보다 사람들의 의식이 많이 변한 것 같아요. 전반적인 인식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모르겠지만, 반려동물에 대해 공부하면서 가족처럼 키우려는 소수의 분들이 계신 것 같아요. 그분들이 변화를 끌고 나가시는 게 느껴지고요.”

 

반려동물과 살아가며 웃고 우는 이야기, 물론 책공장 더불어에도 있다. 『고양이 그림일기』,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 『개.똥.승』 등 잔잔한 미소와 함께 코끝 찡한 슬픔을 남긴다. 그러나 책공장 더불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닿지 않는 곳, 때로는 외면하고 싶은 이야기들을 조명한다.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 『유기동물에 관한 슬픈 보고서』, 『동물 쇼의 웃음 쇼 동물의 눈물』 등 동물권리를 위해 답해야 할 질문들을 던진다.

 

“동물원의 동물들, 전시 동물, 쇼 동물, 농장 동물에 관련된 책을 계속 냈는데요. 일상적으로 만나거나 고민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잖아요. 그런데 저희 출판사의 독자들은 함께 읽으면서 공부하고 성장해가는 것 같아요. 처음 책공장 더불어와 만나신 후에는 계속 찾아주시고, 그런 마니아 독자층이 있어서 출판사를 운영할 수 있는 것 같아요.”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 『펫로스 반려동물의 죽음』은 꾸준히 판매되며 10쇄 이상 찍었고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는 2만부 가까이 판매됐다. 소동물 시리즈로 기획된 『햄스터』는 의외로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동물 책을 만들다 보니까 관련된 이야기도 많이 들어요. 햄스터를 키우는 어린 친구들이 많은데, 요즘 아이들이 경쟁구도도 심하고 스트레스도 쌓이면서 힘들잖아요. 그래서 그런지 햄스터를 던지며 놀거나 밟아 죽이거나, 새끼를 변기에 버리거나 전자렌지에 넣고 돌리는 등 끔찍한 일들이 정말 많아요. 게다가 개, 고양이를 키우는 방법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지만 햄스터는 모르잖아요. 출간된 햄스터 책은 하나도 없고요. 그래서 햄스터를 키우는 수의사 분과 함께 책을 내게 됐어요.” 초판 2000부는 모두 소진됐고 3쇄까지 찍었다. 책공장 더불어에 초등학생, 중학생 독자들을 만들어준 고마운 책인 셈이다. 현재 김보경 대표는 소동물 시리즈의 다음 책으로 ‘토끼’를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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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책

 

1년에 평균 서너 권의 책을 선보이는 책공장 더불어는 지난 해 여섯 권의 책을 출간했다. 『후쿠시마의 고양이』, 『우리 아이가 아파요』, 『사향고양이의 눈물을 마시다』 등이 독자들과 만났고, 올해는 『고양이 그림일기』와 함께 『동물들의 인간 심판』을 선보였다. 지금은 『토끼』, 『동물은 전쟁에 어떻게 사용되는가』, 『동물학대의 사회학』, 『노견』의 출간을 준비 중이다.

 

『고양이 그림일기』는 팬심으로 만든 책이에요(웃음). 제가 좋아하던 작가님이셔서 계속 블로그를 훔쳐보면서 지켜봐 왔어요. 책에는 1년 동안의 그림일기가 담겨 있는데, 그림과 글이 너무 좋아요. 아이들과 지내면서 행복한 일도 많고 힘들 때도 있는데 잔잔하게 쓰셨어요. 그게 이 책의 미덕인 것 같아요. 인간들과 함께 사는 동물들이 너무 어렵고 힘든 시간을 보내니까 책공장 더불어에서도 그런 책을 많이 냈는데요. 『고양이 그림일기』는 읽으면서 너무 행복했다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책도 좀 내야겠구나 싶었죠(웃음).”

 

반려동물 책을 만들 때는 ‘아이들이 건강하고 행복하게 반려인과 오래 사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 『개가 행복해지는 긍정교육』, 『개 고양이 자연주의 육아백과』, 『개. 고양이 사료의 진실』을 만든 이유다. 문제행동 교정이 안 된다고, 건강하지 않다고, 나이가 들었다고 버려지는 일이 사라지기를 바라면서.

 

“『인간과 동물, 유대와 배신의 탄생』은 세계 최대의 동물보호단체 ‘휴메인소사이어티’의 대표가 쓴 책이에요. 동물보호활동을 하면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이 스펙터클하게 담겨 있죠. 개인적으로도 굉장히 재밌게 읽었고, 이 책이 동물보호 활동가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언젠가 한국에서도 이런 책이 나오기를 바라요.”


동물이라는 약자를 대하는 태도를 보면 그 사람과 사회를 알 수 있다고 말하는 김보경 대표.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문제들을 꾸준히 끌어올리는 것은 그 때문이다. 동물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나아질 수 있도록 기여하는 책을 만들고 싶다.

 

“책을 만드는 입장에서 좋은 책이 어떤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책을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생각해 보면, 저는 재밌는 책을 읽고 싶거든요.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지는 책 있잖아요. 그런 책을 만들고 싶어요. 지금 준비하고 있는 『동물학대의 사회학』이나 『동물은 어떻게 전쟁에 사용되었나』의 내용은 정말 끔찍해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런 곳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참담해지죠. 그런데 다음 페이지가 궁금해져요.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야 되는 거지?’ 싶은 거죠. 그렇게 페이지가 빠르게 넘어가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해요.”


 

 

개.고양이 사료의 진실앤 N. 마틴 저/이지묘 역 | 책공장더불어
사료에 관해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이 책은 한국의 반려인들에게 그간 몰랐던 사료의 제조과정과 그 속 이야기를 낱낱이 전달해줄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의 건강을 위해 올바른 선택을 하는데 최선의 가이드북이 되어줄 것이다.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리디아 히비 ,보니 웨인트럽 저 / 김보경 역 | 책공장더불어
우리에게는 생소하지만 미국 등지에서는 보편화된 개념으로 반려동물이 아프거나 집을 나갔을 때, 말썽을 부리는 등 문제가 생겼을 때나 평상시 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을 때 애니멀 커뮤니케이터를 찾아 도움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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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채널예스 #반려동물 #책공장 더불어 #반려인
1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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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uiu22

2017.10.12

신뢰하는 출판사 이야기 여기 있어서 좋으네여. 대표님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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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