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리반힐(Barnhill Kelly)
2017년 뉴베리 수상작 『달빛 마신 소녀』가 출간됐다. 뉴욕공공도서관이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책, 시카고공공도서관이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책, '퍼블리셔스 위클리'가 선정한 2016년 최고의 책, ‘어린이 편집자가 선정한 2017년 추천도서’ 등으로 선정되며 화제를 모은 『달빛 마신 소녀』는 켈리 반힐의 네 번째 책이다. 켈리 반힐은 첫 소설 『거의 사실인 잭의 이야기』로 평단의 관심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두 번째 책 『철심장 바이올릿』은 전미 학부모들이 선정하는 ‘페어런츠 초이스 골드 어워드’를 수상했으며 2014년 출간된 『마녀의 시동』은 여러 매체에서 그해 최고의 도서로 뽑혔다.
『달빛 마신 소녀』는 숲에 버려진 아기를 구한 마녀가 실수로 아기에게 달빛을 먹이면서부터 시작된다. 달빛에는 어마어마한 마법이 깃들어 있다. 어쩔 수 없이 마녀는 분화구 가장자리 늪에 있는 자신의 집으로 아기를 데려간다. 그렇게 마법 아기 루나는, 슬픔이 가장 위험하다고 생각해 기억을 꽁꽁 감춘 마녀 잰과 시를 사랑하고 마법을 싫어하는 늪 괴물 글럭 그리고 자신이 거대하다는 망상 속에 사는 세상에서 가장 작은 용 피리언과 함께 이상한 가족의 일원이 된다.
『달빛 마신 소녀』를 번역한 홍한별 번역가가 직접 켈리 반힐에게 이메일을 띄었다. 번역하면서 궁금했던 점들을 속속들이 물어봤다.
홍한별샘(번역가)
먼저 뉴베리 수상을 정말 축하드려요. 큰 상을 받게 되어 아주 기쁘셨을 것 같아요. 『달빛 마신 소녀』는 출간하자마자 반응이 대단했잖아요, 혹시 어느 정도 뉴베리 수상을 예상하셨나요?
전혀요. 꿈도 꾸어보지 못한 일이었어요. 이렇게 영예로운 상을 받게 되어 엄청 놀랐죠. 제 야망은 늘 아주 작고 사적이었거든요. 나에게 의미 있는 책을 쓰고, 그 책을 읽는 아이가 책과 교감하고 뭔가 책에서 쓸모 있는 것을 찾길 바랐어요. 또 제가 쓴 책을 읽고 교실에서 아이들끼리 희망과 꿈에 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죠. 『달빛 마신 소녀』가 이전에 쓴 제 책들보다 더 널리 읽히긴 했지만 이런 영광을 누리게 되리라고는 생각조차 못 했어요. 정말 놀랐고 지금도 여전히 놀라는 중이랍니다!
어디에서 책의 영감을 얻으셨는지 이야기해주실 수 있어요? 코스타리카 여행을 하다가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들었는데 자세히 이야기해 주세요.
맞아요! 남편하고 결혼한 지 15년이 되어서야 겨우 신혼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돈도 없고 애들 때문에 너무 바빴거든요. 그러다가 마침내 떠나기로 결심했죠. 인터넷에서 싼 비행기 표를 구하고, 코스타리카에서는 버스로 이곳저곳 아름다운 곳을 돌아다니면서 사람들이 잘 안 가는 작은 호텔이나 여관에서 묵었어요. 하이킹도 엄청 많이 했고요. 남편과 저는 둘 다 올림픽 국립공원 삼림 감시원이라 코스타리카 삼림 감시원들을 만나서 이야기하는 게 정말 좋았어요. 특히 ‘린콘 데 라 비에하’라는 국립공원에서는 활화산 주위를 하이킹했어요. 경치가 대단했어요. 증기가 나오는 분출공, 연기가 나오는 분출공, 진흙이 끓는 못, 땅이 위험할 정도로 얇고 그 아래에서 물이 끓는 곳도 있었죠. 남편하고 같이 화산 가장자리까지 올라가고 싶었는데 산에서 유독 가스가 나오기 때문에 그럴 수 없다고 했어요. 어느 지점 너머로는 아무도 들어갈 수 없다고요. 그것에 저는 완전히 사로잡혔어요. 독특한 풍광도 마찬가지였고요. 그때 저는 『달빛 마신 소녀』를 쓸 준비가 되었다고 생각하면서도 망설이고 있었거든요. 인물도 알고 줄거리도 알고 시도 떠올렸지만 그 인물들이 사는 땅은 아직 떠올리지 못하던 차에 그 화산에 다녀오고 나서야 알게 된 거죠. 다음 날 아침, 푸른 숲이 내다보이는 베란다에 앉아 보라색 노트를 꺼내 첫 네 문단을 썼어요. 그러고 나니 나머지는 술술 나왔죠.
마녀가 우연히 아기한테 마법이 깃든 달빛을 먹이는 장면 있잖아요, 전해오는 전래 동화에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 것인지 아니면 작가님의 상상이신 건지 궁금해요. 어느 쪽이든 간에 정말 잊을 수 없는 장면이었어요.
아, 아마 그럴 것 같아요! 하지만 기억이 전혀 없네요. 어려서부터 옛날이야기를 먹고 자라난 부작용이죠. 이미지와 이야기의 샘이 몸 안에서 퐁퐁 솟는데 그게 어디에서 나온 건지 다는 기억이 안 나요. 그래서 제가 학자가 안 되었나 봐요. 저는 감각적 기억과 직관에 따라 움직이는 편이랍니다.
『달빛 마신 소녀』에 나오는 인물 대부분이 깊이와 생동감이 넘치더라고요. 언어는 또 어찌나 아름답고 시적이던지…. 이미지도 생생하고 매혹적이었어요. 여러 갈래의 이야기 구조는 꼭 시계장치처럼 완벽했고요. 글을 쓰실 때 이런 다양한 요소 가운데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아, 이런 정말 고마워요! 대답해드리고 싶은데 솔직히 모르겠네요. 이 이야기를 오랫동안 구상했고 언어의 결에 대해서도 계속 고심했지만 그게 실제 작업이라기보다는 백일몽 같은 과정이었어요. 일단 쓰기 시작했을 때에는 빠르고 다급하고 열에 달뜬 듯이 써 내려갔거든요. 거리를 두고 분석하거나 그러지는 않았어요. 정말 그냥 쏟아져 나왔어요.
루나는 정말 귀여운 아이지만 가끔 말썽도 부리고 성질도 부리잖아요. 식구들하고 싸우기도 하는 모습이 꼭 현실 속 아이 같아요. 루나를 그릴 때 누구를 가장 염두에 두셨던 거예요? 어릴 때 작가님? 작가님 아이들? 아니면 다른 누군가를 생각했나요?
저는 까칠한 여자아이들한테 좀 약한 구석이 있어요. 저도 어릴 때 까칠한 아이였고, 지금 또 까칠한 딸 둘을 키우고 있답니다. 저는 우리 딸들이 던지는 대담한 질문들과 그 아이들이 느끼는 좌절, 깊은 감정 그리고 잠재된 힘을 정말정말 사랑해요. 여자아이들은 문화 전체에서 고분고분하고 유순하고 순응하는 존재가 되라는 메시지를 알게 모르게 받잖아요. 그런 게 아이들에게도 좋지 않고요. 또 그래서 여자아이들의 생명력과 지성과 힘이 온전히 구현되지 못한다면 세상에도 손실 아니겠어요. 그런 것에 맞서기 위해 저는 책을 통해, 제 가르침과 육아를 통해 할 수 있는 일을 하려고 한답니다.
책에서 가장 능동적인 인물들이 여성이라는 게 특히 좋았어요. ‘이제야 여자아이들한테 걸쩍지근한 기분 없이 들려줄 동화가 생겼구나’라고 생각했죠. 책에 이렇듯 중요한 여성 인물들을 등장시킨 의도가 있나요?
솔직히 말해서 의도한 것은 아니에요. 그냥 떠오르는 이야기를 했어요. 하지만 사실상 놀라울 정도로 강하고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여성들이 있는 세상에 살다 보니 이들의 활기와 열정이 내 이야기 안에 스며들었다고 생각하는 게 맞을 거예요.
이 책은 판타지 동화이면서도 놀라울 정도로 현실적인 정치적 인식이 담겨 있기도 해요. 아동문학에서는 좀 드문 일이잖아요. 권력을 쥔 자들이 거짓말로 사람들을 위협해서 순종시킨다는 미묘한 정치적 개념을 어린 독자들이 잘 이해할 수 있을까요?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아이들은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 개념부터 받아들이려고 할 거예요. 가장 어린 독자들은 이 책을 성장판타지로 읽을 확률이 커요. 그 아이들이 읽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게 그거니까요. 더 나이 많은 독자들은 책에 담긴 ‘큰 생각’들을 볼 테고 우리 주위 세계와 비슷한 점을 느끼면서 자기만의 생각을 만들어갈 거예요. 이 책은 아이와 함께 성장하고, 동시에 여러 가지 책이 될 수가 있답니다!
새로운 가족 형태(용과 괴물을 포함하기도 하는)가 책에 계속 보이는 게 또 놀라웠어요. 혈연관계보다 입양가족에서 더 큰 사랑이 보이기도 하고요. 전통적인 가족 관계와 다른 가족에 관한 작가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또 무엇이 가족을 만든다고 생각하시는지도 궁금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은 정말 힘들어요. 그 가족이 어떻게 이루어졌든 간에요. 가족은 온갖 형태로 이루어질 수 있잖아요. 생물학적 부모, 이모, 삼촌, 할머니, 위탁부모, 양부모, 힘들 때 도피처가 되어주는 내가 선택한 가족 등. 서로 사랑하는 온전한 가족을 이루는 방법은 정말 다양하죠. 입양에 대해서 말씀드리자면, 저는 입양한 부모들도 여럿 알고 있고 또 예전에 생물학적 자녀를 사랑하며 키워줄 양부모에게 맡긴 사람도 아는데 그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에요. 그래도 가족은 필요에 의해서 심지어 우연에 의해서도 생겨날 수 있죠. 제대로 된 가족을 만들려면 사랑하고 귀 기울여주고 실패를 솔직하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지려고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해요. 생물학적 부모건 양부모건 우연히 아기와 사랑에 빠지는 늪 괴물이건 다 마찬가지죠.
지금까지 쓰신 소설 네 권이 다 마법이 나오는 판타지인데 상상의 세계를 가지고 소설을 쓰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 정말 좋은 질문이네요. 하지만 안타깝게도 잘 모르겠어요. 다만 판타지에서는 다른 렌즈로 세상을 보는 것 같아요. 세상을 다른 눈으로 보면 더 큰 진실과 문제와 생각을 볼 수 있는데 그렇게 해서 결국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는 거더라고요.
<뉴욕타임스>에서 『달빛 마신 소녀』를 『오즈의 마법사』나 『피터팬』 같은 고전에 비견했어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읽은 책 가운데 가장 아끼는 어린이 책은 무엇인지 궁금하군요.
어릴 때 저는 『오즈의 마법사』 광팬이었어요. 시리즈를 전부 다 읽었죠. 덕분에 도서관 상호대출이라는 경이로운 세계에 관해서도 알게 되었고요. 『나니아』 시리즈도 좋아했고 또 다이애나 윈 존스가 쓴 건 다 좋아한답니다.
한국에서는 달에서 토끼 한 마리가 떡방아를 찧는다는 옛날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줘요. 이제 『달빛 마신 소녀』 덕분에 달이 더욱 신비롭게 느껴지겠네요. 한국 독자들이 이 책에서 특히 무얼 읽었으면 좋겠다고 바라는 게 있나요?
아, 정말 멋있어요! 진심으로 말씀드리는데 저는 이야기를 만드는 건 작가가 아니라 독자라고 생각해요. 작가는 원재료와 아름다운 문장을 제공할 뿐이고 독자가 상상과 기억과 이전에 읽은 이야기의 샘을 이용해 머릿속에서 장면을 만들어내는 거죠. 한국 독자들은 그 지역과 고유한 문화에서 전해져 오는 옛날이야기와 동화라는 보물창고를 가슴에 지니고 이 책을 읽을 것이기 때문에, 한국 독자들이 이 책으로 만들어내는 이야기는 그들만의 것이에요. 분명 경이로운 것일 테고요. 한국 독자들의 무한한 정신과 내 책이 만나서 피어난 큰 생각과 위대한 아이디어와 무성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얼마나 신나는지 몰라요! 꼭 듣고 싶군요.
마지막 질문으로요, 마법을 믿으세요?
그다지 마법을 믿는 편은 아니랍니다. 제가 믿을 때를 빼면요. 그때는 마법을 믿어요!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
tibe
2017.0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