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먼 에이지
다이앤 애커먼 저 / 김명남 역 | 문학동네
이 책의 저자 다이앤 애커먼은 자유롭고도 서정적인 문장들로 자연과학의 세계를 멋지게 그려내는 일급 필자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애커먼 자신이 8권의 시집을 낸 시인이기도 하고요. 그래서인지 저자의 책을 보면 그 자체로 수필처럼 읽히는 기분이 듭니다. 이 책은 인류세라는 말을 꺼내며 시작하고 있습니다. 책에 따르면 기원 전 1,000년에는 인구가 백만명에 불과 했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기원 후 1,000년에는 3억명으로 증가했습니다. 2,000년만에 인구가 300배 늘어난 것이죠. 그리고 최근에는 인구가 4배로 늘기도 했습니다. 말하자면 유사 이래 살았던 모든 인간이 대략 750억명으로 추산되는데 지금 현재 살아 있는 사람이 그 10%에 달한다는 것이죠. 한 인류학자는 이러한 인구 증가를 영장류라기 보다는 세균적이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인류의 역사를 시간 순서대로 개관하지 않고, 종횡무진 누비고 있습니다. 서술 방식이 단일한 방식에 갇혀있지 않아서 자유롭게 느껴지기도 하죠. 또한 이 책은 우주비행사 돈 패팃의 말을 시작으로 마치 일종의 인터뷰처럼 식물학자, 정원사, 3D 프린팅 개발자 등등의 실제 목소리가 담겨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굉장한 생동감까지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책은 역사를 개관하고 미래를 내다보는 특유의 비관적인 전망과는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다시말해 인류 자체가 시행착오를 통해 교훈을 얻었고 시행착오를 교정하기 위한 시도를 이미 하고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요. 이렇듯 비교적 낙관적인 전망을 볼 수 있는 책이기도 합니다.
실패를 모르는 멋진 문장들
금정연 저 | 어크로스
이 책은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는 서평가 금정연 씨의 책입니다. 책의 표지를 보면 마치 빨간줄로 첨삭지도된 것 같은 것이 이미조 담겨 있고, 부제가 "원고지를 앞에 둔 당신에게"라고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책이 문장 작법 책으로 보였습니다. 하지만 전혀 그런 책이 아니었죠. 전체적으로 한 장당 2쪽에서 4쪽 안팎의 짧은 글들이 모여있는 책인데요. 이런 짧은 글들이 특정한 책 한 권씩을 다루고 있으니 말하자면 서평집으로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책의 추천사는 김중혁 소설가가 남겼는데요, 추천사를 다 읽고 나서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읽어보면 이런 생각이 듭니다. 실패를 모르는 것은 저자가 늘 성공해서가 아니라 실패에도 굴하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죠. 그러니까 이 제목 앞에 생략된 말이 있다면 아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라는 말이 아닐까 싶습니다. 사실 인간이 배우는 유일한 방법은 시행착오, 다시 말해서 실패를 되돌아보면서 학습이라는 것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은 건데요. 그렇게 내 앞에 놓인 남의 문장과 그 문장에 대한 나의 문장 사이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감정에 파노라마 같은 것이 바로 이 책에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http://ch.yes24.com/Article/View/3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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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susunhoy
2017.06.28
단 하루로 연결된 역사를
기어이 사랑이라고 부르는 기분이 듭니다
삶을 보듬는 문장 사이에서
유리잔에 맺힌 물로 하나씩 빚어낸
풍경이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따뜻하게 덮어주는 당신에게(2017.06.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