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 리뷰 대전] 살기 위해 떠난 아주 긴 여행
그림책은 아이만 읽는다는 건 미신이다. 읽어달라고 조르는 아이 때문에 읽기 시작했다가 빠져드는 아빠, 책 정리하려고 집어들었다가 결국 울었다는 엄마가 수두룩하다. 아이도 아이지만 어른도 함께 감동하고 감탄하는 그림책을 추천한다.
글ㆍ사진 김태희(도서MD)
2017.0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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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일러스트레이터이자 그래픽 디자이너 프란체스카 산나의 첫 번째 그림책입니다. 미국에서 출간된 후, 뉴욕타임즈 가장 유명한 어린이책, 월스트리트저널 가장 좋은어린이책,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어린이책 등으로 선정되며 유수의 매체로부터 극찬을 받았습니다. 또한 세계적인 인권 운동 단체인 국제엠네스티에서 인권과 난민에 대해 잘 알려주는 좋은 그림책으로 추천되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종교, 인종, 정치적인 문제로 고향을 떠나 세계 여러 다른 나라를 떠돌고 있습니다. 그 중에 대다수는 아이들입니다. 왜 집을 떠나야 하는지, 왜 위험한 배에 올라타야 하는지, 그리고 왜 다른 나라에서 조차 살 수 없는지.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두려움에 떨며 이곳 저곳을 떠도는 아이들이 있습니다. 이 책의 작가 프란체스카도 이탈리아 난민 수용소에서 두 소녀를 만났습니다. 소녀의 이야기에 깊은 감명을 받고, 유럽의 다른 난민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를 책으로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긴 여행』은 주인공 아이의 목소리로 이야기가 흘러갑니다. 전쟁은 평화롭던 마을을 혼란에 빠트리고, 아빠마저 빼앗아 갔습니다. 엄마와 남겨진 아이들은 전쟁이 없는 곳을 찾아 떠납니다. 정들고 익숙한 모든 걸 뒤로 한 채, 수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낯선 곳으로 긴 여행을 떠납니다. 긴 여행을 위해 챙겨온 짐은 집에서 멀어질수록 하나씩 버려야 했습니다. 가족을 향해 오는 커다란 검은 손과 무섭게 생긴 국경 경비대. 그에 비해 작게 그려진 엄마와 아이들은 한없이 나약하게 비춰집니다. 하늘을 자유롭게 날아가는 새들의 모습은 난민 가족이 겪고 있는 상황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합니다.

 

새들도 먼 곳으로 가고 있었어.
우리처럼 매우 긴 여행일 거야.
하지만 국경을 넘을 필요는 없지.
언젠가 우리도 새들처럼 새 보금자리를 찾을 수 있을 거야.
그러면 새로운 삶을 안전하게 다시 시작할 수 있겠지?

 

SNS를 통해 시리아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했던 7살 소녀의 기사를 보았습니다.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기에 더 큰 아픔으로 다가왔습니다. 『긴 여행』은 우리에게 난민, 전쟁, 평화, 인권에 대해 깊이 공감하고 생각하게 하는 그림책입니다. 프란체스카 산나의 은유적인 그림과 이야기는 아이들의 눈에 비친 난민의 현실을 잘 보여줍니다. 아이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눠보세요. 만약 아이들이 더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나는 왜 여기에 있을까요?』 (콘스탄체 외르벡 닐센 글, 분홍고래), 『다 잘될 거야』 (키르스텐 보이에 글, 책빛), 『잊을 수 없는 외투』 (프랭크 코트렐 보이스 글, 논장) 등 도 소개해주고 싶습니다. 실제 있었던 이야기를 바탕으로 쓰여진 이야기면서 누구에게나 벌어질 수 있는 이야기는 아이들이 세상을 향해 더 넓은 마음을 품게 해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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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희(도서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