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 데 소질 없는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보노보노가 저에게 전해준 가장 큰 교훈은 ‘솔직하게 살자’예요. 솔직한 건 어른스럽지 않아 보이고, 어리숙해 보이고, 때로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져도 솔직한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고,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글ㆍ사진 출판사 제공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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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


이 한 문장에 마음이 끌린 사람들이 있다. 했던 실수를 반복하고, 남들보다 배는 더 느린 것 같은 그들을 사람들은 ‘서툰 어른’이라 부른다. 그들을 위한 에세이를 써온 김신회 작가가 올봄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로 다시 돌아왔다. ‘보노보노’. 부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이름을 가진 아기 해달에 관한 에세이다. 작가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서 만화 <보노보노> 속에 감춰진 주옥같은 한마디를 길어 올려 자신의 경험과 함께 담담하게 풀어놓는다. 사는 데 소질 없는 서툰 어른들을 위한 에세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에 대해 김신회 작가와 이야기를 나눴다.

 

벌써 아홉 번째 에세이라 들었습니다. 기존의 책들과는 다른 느낌과 방식이에요.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를 집필하신 이유가 있으신가요?

 

몇 년 전에 한창 트위터에 빠져 있을 때 보노보노 봇을 알게 됐어요. 묘하게 철학적이고 깊이 있는 글들을 보고 팔로우해 읽다가 무작정 호감을 갖게 됐죠. 그 이후 가끔 만화책을 읽고, 애니메이션을 보기도 했어요. 보노보노는 때로는 잊고 살다가도 불쑥 생각나곤 하는 존재였죠. 그러던 중에 얼마 전에 만화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읽어봤는데, 이전과는 다르게 깊은 의미들이 마음으로 다가오더라고요.


<보노보노> 만화 속 캐릭터들 중에 인간은 한 명도 없지만, 제가 평소 늘 고민해왔던 관계, 인생, 사랑, 우정에 대해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해주고 있는 거예요. 그래서 보노보노를 소재로 한 책을 한번 써볼까 생각한 끝에 원고 작업에 곧바로 착수했어요.  
 
제목이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인데, 작가님은 보노보노처럼 살고 계신가요?


아뇨.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보노보노와는 좀 달라요. 보노보노는 느리고 소심하고 걱정을 많이 하는데요. 저도 소심하긴 하지만 걱정이 많은 편은 아니고 성격은 또 급한 편이에요. 반면 보노보노는 누군가를 마음으로 이해할 줄 알고 남들에게 공감하고 함부로 상대방을 재단하지 않아요. 그리고 무엇보다 솔직하죠. 그래서 보노보노를 읽고, 보노보노에 관한 책을 쓰면서 줄곧 나도 보노보노처럼 살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저 역시, 그리고 이 책을 읽는 독자분들 역시 보노보노처럼 단순하고 솔직하게 살면 얼마나 편할까, 하는 소망과 부러움을 담은 책이라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허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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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노보노> 속 캐릭터들 중에 자신과 가장 닮은 캐릭터는 누가 있을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


저는 부정하고 싶지만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너부리를 닮았어요. 너부리는 날마다 직언을 일삼고 소리를 잘 지르고 부끄러운 자기 감정을 얼버무리는 데 선수죠. 입만 살아서 그럴듯한 말은 잘 늘어놓는데 정작 자신은 제대로 살지 못해요. 그러면서도 불쑥 감상에 젖거나 진한 사랑에 빠져 허우적대기도 하고요. 처음에 <보노보노>를 읽을 때는 너부리가 너무 싫었는데, 그 이유는 그 모습이 인정하기 싫은 제 모습과 너무 닮아서 그런 게 아니었나 싶어요. 하지만 반성하는 사이에 너부리의 좋은 점을 발견하게 되고, 그러면서 ‘나도 그리 엉망진창인 인간은 아니구나’ 위로받기도 했고요. 너부리를 통해 저를 미워하기도 했지만 인정하게도 됐죠. 저에게 있어 너부리는 한 대 때려주고 싶으면서도 한번 안아주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다른 만화도 많은데 왜 하필 <보노보노>를 애정하시는 건가요?


사실 만화를 그리 자주 읽는 편은 아니에요. 성격이 급해서 아직 완결이 되지 않은 작품들은 기다렸다가 읽지도 못해요. 그런데 <보노보노>만큼은 이상하게 조급증 없이 읽게 되더라고요. 무거운 내용을 담고 있을 때도 있고 허무하고 시시한 내용을 담고 있을 때도 있지만 읽으면서도 ‘뭐 그러면 좀 어때?’ 하고 태평한 마음을 갖게 해주는 만화는 처음이었어요. 제가 생각하는 만화 <보노보노>의 주제는 ‘우리 모두는 다르지만, 그 다름에는 다 이유가 있다’라고 생각해요. 서로의 다름에 대해 편안한 마음으로 읽고 있는데도 갑자기 눈물이 툭 터지고, 어이없이 귀여워서 엄마 미소를 짓게 하는 그림들 때문에 한 권 한 권 읽을 때마다 진짜 친구를 사귀는 것처럼 정이 들었어요. 심오한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 이야기를 가볍고 부담스럽지 않게, 젠체하지도 않아서 더 좋았고요. <보노보노>는 다 읽고 나면 친구랑 헤어지는 기분이 드는 이상한 만화입니다. 그래서 원고를 다 쓰고 나서도 아끼는 사람들하고 헤어지는 것처럼 유난히 섭섭하고 서운했어요.

 

어떤 분들이 이 책을 가장 좋아하고 공감하시는 것 같나요?


어른인데 어른처럼 살지 못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만날 실수만 하는 것 같아서 속상하고, 솔직하지 못해서 화가 나도 서운해도 그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줄 모르는, 겁 많고 소심한 사람들이요. ‘이렇게 살면 안 되는데’ 하다가도 문득 ‘다 싫어! 다 귀찮아!’ 하면서 한없이 게을러지는 사람들. 어쩌면 보노보노 같은 사람들일지도 모르고, 무엇보다 저와 비슷한 분들인 것 같아요. 그런 사람들은 뭔가 통하는 게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와 비슷한 분들이, 보노보노를 아끼는 분들이 이 책을 읽어주시는 것 같아 멋쩍으면서도 반갑고 그래요.

 

많은 분이 “틀린 길로 가도 괜찮아. 다른 걸 발견할 수 있을 테니까”라는 문장을 <보노보노>의 명문장으로 꼽고 계세요. 작가님이 꼽은 <보노보노> 속 명문장 베스트 3은?

 

<책에 등장한 문장 중 베스트 3>


1) 봄의 가장 좋은 점은 봄이 온다는 거다. 


2) 생각은 항상 하나만. 많을 때는 두 개.
세 개는 쓸데없어.
세 개부터는 분명 자기에 대해서 생각하는 거니까.


3) 어른은 가끔 의지를 불태우는 것 같다.
그럴 때는 말려도 소용 없는 것 같다.
어른은 그만두는 시기를 스스로 정하는 것 같으니까.

 

<아쉽게도 책에 들어가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론 좋아하는 문장 베스트 3>


1) 나이를 먹는 건 별일 아닌 게 아니다.
다들 조용히 놀라고 있는 것이다. (보노보노)
나이를 먹으면 다들 놀란다.
다들 처음으로 나이를 먹는 것이기 때문이다. (보노보노)


2) 우리의 목적은 사는 것과 죽는 것뿐이야.
쓸데없는 걸 더하지 말라고.
쓸데없는 게 하나 늘어날수록 불행도 하나 늘어나는 법.
잘 안 되는 일일수록 지켜.
그리고 좀 더 편하게 살아. (도롱뇽)


3) 걱정했다고 다치는 게 아니야. 걱정하는 녀석은 그냥 걱정하게 내버려둬. (너부리)

 

책을 통해 예스24 독자 여러분께 전하고 싶은 마음 한 줄, 부탁드립니다.


보노보노가 저에게 전해준 가장 큰 교훈은 ‘솔직하게 살자’예요. 솔직한 건 어른스럽지 않아 보이고, 어리숙해 보이고, 때로는 손해 보는 것처럼 느껴져도 솔직한 게 가장 빠른 지름길이고, 가장 좋은 해결책이라는 걸 알려줬어요. 그래서 저도 어제보다 오늘 더 솔직하게 사는 게 무엇일까를 궁리하고, 또 연습하고 있습니다. 여러분도 그러셨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이 책이 여러분의 따뜻하고 여유로운 봄날의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습니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김신회 저 | 놀
[보노보노]를 좋아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단순한 그림체에 담긴 가슴 따뜻한 대사와 철학적인 메시지 때문이다. 보노보노와 친구들은 아주 순수하고 솔직하며 뭉클하다. [보노보노]의 만화책과 애니메이션을 봤던 어린이들이 성장해 어른이 되었고, 어른이 되어서 읽어보니 훨씬 더 큰 울림을 받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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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