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진선규 “<신인류의 백분토론>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탐구하는 연극”
2016년 12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열 세 편의 신작이 무대에 오른다. 바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공연예술창작산실 우수신작’으로 선정된 아홉 편의 연극, 네 편의 뮤지컬이다. ‘창작산실 배우전(展)’은 창작산실의 배우들에 대한 인터뷰 시리즈로, 그들의 연기세계와 창작산실 작품들을 소개할 예정이다.
글ㆍ사진 신우진
2017.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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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규는 무언가의 이름을 불러보기를 좋아하는 배우다. 그는 집안의 물건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름을 한 번씩 불러본다. 딸 솔, 아들 격의 이름을 지을 때도 ‘진솔아’, ‘진격아’ 여러 번 불러보았다. 그럴 때마다 자신의 마음을 온전히 담아본다.

 

진선규가 생각하는 좋은 배우란 누군가가 좋은 배우라고 부르는 사람들이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이들은 하나같이 그를 좋은 배우라고 부른다. 객석에서 무대 위의 그를 지켜본 관객들 또한 마찬가지다. 아직 그를 만나지 못했다면 연극 <신인류의 백분토론>를 기다리면 된다. 당신도 그를 좋은 배우라 부르게 될 것이다.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최근에 기획된 작품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민)준호(연출가)가 가진 리스트가 있어요. 학교 다닐 때부터 ‘이런 이야기 어떨 것 같아’하면서 알려주는 것들이 있었죠. 아주 많아요. <신인류의 백분토론>도 그 중 하나에요.

 

처음에 콘셉트나 줄거리 들었을 땐 어떤 느낌이었어요?


신인류가 창조론과 진화론을 두고 설전을 벌인다? 신인류라는 것이 기생수 같은 건지, 에일리언 같은 건지, 도저히 그림이 안 그려졌죠. 그래도 믿음은 있었어요. 준호가 쓴 건 항상 재미있어요. 대본을 받고나면 ‘내가 연기만 잘하면 되겠다’ 라는 확신이 생기죠.

 

함께 버킷리스트를 실현하고 계신 거네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버킷리스트를 만들기 시작한 지도 10년이 넘었어요. 그 안에서 배우 진선규는 어떤 사람인가요.


차근차근 배우로서 바른 과정을 밟아나가려고 해요. 조급해하지 않고, 이런 과정을 거치면 어떠한 모습에 도달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기도 하고요. 무엇보다도 후배들이 ‘준호형, 그리고 그 옆에 선규형이 있다. 그럼 됐다’하고 안심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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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류의 백분토론>의 배우들은 대본 암기 외에도 공부량이 상당하다고 들었어요.


짧은 기간에 공부를 이렇게 많이 하는 게 고등학교 졸업한 후에는 처음이에요.


분자생물학, 뇌과학, 유전학 책을 많이 봤어요. 창조론과 진화론에 대한 다큐멘터리도 많이 봤고, 리처드 도킨스의 연구에 대한 자료도 많이 봤어요. 대본에 쓴 걸 단순히 암기해서 말하는 것만으로는 진짜 연기가 나올 것 같지가 않아요. 제가 말하는 내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토론 자체가 연극이 된다는 점이 흥미로워요.


보통은 감정과 감정이 만나 연기가 되고 작품이 되는데 이번엔 전혀 달라요. 지식과 지식이 맞붙죠. 우리가 토론 프로그램을 보면 토론자 간 공방 자체에 재미를 느낄 때가 있잖아요. 그런 재미를 줄 수 있는 연기를 해보려고 해요. 배우들끼리 ‘보이스(voice) 워크숍’을 하기도 했어요. 토론자들의 음성, 억양, 제스처 같은 걸 연구하고 그대로 해보면서 훈련하는 방식이죠. 확신에 차서 말하는 사람을 살피다보면 왜 저런 표정, 움직임이 나왔는지 알게 돼요.

 

웬만한 감정 연기보다 더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맞아요. 예전에는 역할이 주어지면 무대 위에서 평소의 나와는 다른 모습으로 변하는 게 재미있었어요. 움직임 자체가 달라졌었죠. 그런데 이제는 내 모습은 그대로 두되, 역할이 품을 마음이나 생각에 완전히 몰입해 미세하게 표현해내는 것을 노력하고 있어요. 송강호 선배는 언제나 송강호 그 자체인데, 작품과 역할마다 연기가 완전히 다르잖아요.

 

연기가 더 깊어지고 있네요. 이것 말고도 진선규만의 연기관이 더 있을까요?


진실되게 연기하고, 상대방을 배려하자는 것 정도죠. 이건 어떤 배우나 마찬가지일 거예요. 대신에 이런 건 절대 하지 말자는 건 있죠. 관객의 호응에 따라서 연기를 달리 하거나, 대본에 없는 말이나 행동을 해버리는 거요. 이건 ‘공연배달 서비스 간다’ 연기자들 모두 갖고 있는 생각이에요. 관객들이 애드리브라고 생각하는 대사들도 다 미리 연습해둔 장면이죠. 저희가 특히 앙상블이 좋다는 평을 많이 듣는 이유도 이런 마음가짐과 훈련 덕분이에요.

 

이야기를 들을수록 <신인류의 백분토론>이 더 기대가 됩니다. 관객들이 공연을 보러 가기 전에 알아두거나, 공부를 해가면 좋을게 있을까요?


전혀요. 진화론과 창조론 중 어떤 것이 맞는지 밝히자는 게 이 연극의 목적은 아니에요.


답이 무엇이든 관계없이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고민해보는 계기를 만들어보는 것이죠. 혹시나 날아올 객석의 돌발질문에도 대처할 수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고 있으니 기대해주세요. 

 

▶ <신인류의 백분토론> 소개

▶ 2016 공연예술 창작산실 우수신작 페이스북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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