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이 관계에 대해 고민하고 타인에게 상처받는다. 관계에 서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좋은 친구, 착한 딸, 멋진 선배, 능력 있는 동료로 기억되고 싶어 스스로 궂은일을 도맡아 하고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한다. 그러다 상대에게 내가 해준 만큼 그대로 돌려받지 못하면 혼자 상처받곤 한다.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의 저자이자 정신과 전문의 유은정 원장은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그들에게 했던 말, 해주고 싶은 말을 한 권의 책에 담았다. 상처를 주는 모든 관계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가는 법을 유은정 원장에게 들어보자.
책 제목이 무척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인가요?
“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는 타인에게 배려를 베풀고 상처받은 수많은 사람에게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에요. 이 책을 써야겠다고 결심한 것도 제가 15년 동안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면서 많은 사람이 비슷한 고민으로 상처받고 아파한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직장에서 심각한 스트레스를 받은 여성이 진료실을 찾아온 적이 있습니다. 그 여성은 항상 ‘왜 나만 일하는 거지? 말이라도 도와준다고 하면 안 되나?’ 하고 생각하며 혼자 상처받고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녀는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 때문에, 또는 불편한 상황에 놓이고 싶지 않아서, 좋은 게 좋은 거라고 생각해서 남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거절하지 못한 채 일을 다 끌어안고서, 에너지가 소진되어 마무리가 미약하거나 ‘왜 나만 야근해. 진짜 나 혼자 해야 하는 거야?’ 하는 서운한 감정이 든다는 것입니다.
이때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정말 다른 사람 때문에 그 일을 하겠다고 나섰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혹시 타인에게 인정받고 싶다는 욕구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요? 저는 사람들에게 부탁을 들어줄 때는 확실하게 들어주고, 거절해야 할 상황에서는 확실하게 거절하라고 말합니다.
거절이 어려울 때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가끔 거절을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데, 거절은 절대 나쁜 것이 아닙니다. 관계의 균형을 잡기 위해 꼭 필요한 의사표현일 뿐입니다. 부탁을 받았을 때 나쁜 사람처럼 보일까 봐 주저리주저리 변명을 늘어놓는 건 결코 착한 게 아닙니다. 그러면 상대방이 미안해서 해야 할 말도 못 하게 돼요. 상대에게 다음 부탁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 위해서라도 거절하는 쪽에서 솔직하고 담백하게 상황을 전달하는 편이 낫습니다.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지금껏 한없이 친절했던 당신이 조금 변했다고 외면할 사람이라면 지금이 아니라도 언제든 떠날 사람입니다. 만약 내가 누군가에게 최선을 다했는데 돌아오는 게 상처뿐이라면, 그 인연을 더 이상 끌고 갈 필요가 없습니다. 당신의 진심이 잘못된 게 아니라 그것을 제대로 받아들이고 되돌려주지 못하는 상대의 잘못이라는 걸 정확하게 인식해야 해요. 그 사람이 당신의 친절과 호의를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을 뿐입니다.
하지만 상대가 친한 사람이라면 쉽게 관계를 정리하기 힘들지 않을까요?
많은 사람이 상대의 감정에만 너무 신경 쓰느라 자신의 감정을 챙기지 못합니다. 자신의 에너지를 타인의 감정을 살피는 데 허비하지 마세요. 타당한 비판은 수용하되 부당하고 일방적인 비난으로부터는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것입니다. 자신은 상대에게 시간과 정성을 쏟는데 돌아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면 얼마나 허무하겠어요? 친구, 연인, 가족, 지인 등 모든 관계에서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만으로는 관계가 지속될 수 없습니다.
‘진짜 친구는 어려울 때 외면하지 않는 친구가 아니라, 내가 정말로 잘되었을 때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함께 기뻐해주는 사람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가깝고 친한 사이일수록 이 말을 명심해야 합니다.
실제로 자존감 심리치료센터에는 어떤 사람들이 찾아오나요?
저희 자존감 심리치료센터에는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을 많이 찾아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의외로 고학력 전문직 여성이나 남들이 보기에 외모적으로도 충분히 아름답고 날씬한 여성들이 많습니다. 남들이 보기에 완벽한 여성들이 더 스스로를 정신적으로 압박하고 철저하게 통제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죠.
직업적으로 최고의 성공을 거둔 전문직 여성도 지나가는 말로 “너 오늘 옷이 안 어울려”라는 지적을 받으면 하루 종일 기분이 가라앉아 있어요. 집을 나서기 전이라면 굳이 옷을 갈아입기도 하고, 직장이라면 하루 종일 옷차림을 신경 쓰며 불편해합니다. 특히 여성은 남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다른 사람과 나를 비교하면서 자신에게 혹독한 점수를 주기 때문에 이런 일이 빈번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어떤 처방이 필요할까요?
저는 이런 사람들을 ‘쉴 줄 모르는 사람’이라고 해요.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쉴 줄 모르는 사람들의 뇌는 무척 지쳐 있습니다. 이를 모르고 계속 뇌를 ‘ON’ 상태로 둔다면 더 심각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뇌를 스마트폰에 비교하면 엄청나게 고성능으로 만들었는데 배터리가 나가버리는 것과 같죠. 지친 뇌를 가진 사람은 공감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아무리 이야기해도 소통이 안 되고 창조성이 떨어집니다. 이런 사람들에게 저는 ‘잠시 하늘을 쳐다보고 자연 속에 가만히 머물러보라’는 처방을 내립니다. 몸과 정신을 과잉 활동하게 하는 각성 스위치를 끄고 잠시 ‘OFF’ 상태가 될 필요가 있습니다.
OFF 상태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주세요.
자존감이 바닥까지 떨어져 더 이상 견디기 힘들 때에는 그냥 마음을 내려놓고 ‘치유의 시간’을 가지라는 겁니다. 힘들고 무기력할 때 모임을 갖거나 시끌벅적한 장소에 가는 건 별로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소음에 노출될수록 더 예민해지기 때문입니다. 자극을 받으면 뇌가 활성화되고, 끊임없이 일하는 모드가 되어 그만큼 피곤해집니다. 그래서 혼자 있는 시간이 중요한 것입니다.
저는 이런 시간을 ‘웅크린 시간’이라고 부릅니다. 흔히 사람들이 ‘잠수를 탄다’고 하죠. ‘사람’은 어떤 것보다 센 외부 자극입니다. 우리는 타인과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청각, 시각, 촉각 등 다양한 자극에 노출됩니다. 이렇게 주변이 소란스러우면 내 마음을 들여다보기도 어렵습니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닫지 못하면 지친 마음의 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OFF 상태로 돌리고 그냥 수면 밑으로 가라앉으라는 겁니다. 혼자 있다고 해서 자극으로부터 완전히 해방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관계가 주는 소음’에선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은 친구들에게 자신이 ‘잠수를 타겠다’고 공지하는 것입니다. 혼자 쉴 시간이 필요할 뿐인데, 다른 사람과 더 이상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는 것처럼 보일 필요는 없습니다. 또 친구가 웅크린 시간을 가질 때는 조용히 기다려주는 것도 필요합니다. 가끔은 요란한 말보다 깊은 침묵이 더 큰 위로가 되니까요.
마지막으로, 어떤 사람이 이 책을 읽으면 좋을지 추천해주세요.
거절하지 못하는 사람, 원하는 것을 말하지 못하고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람, 남에게는 관대하면서 자신에게는 엄격한 사람들은 이 책을 읽어야 해요. 타인에게 기대하고 지치기를 반복하는 사람은 결국 언젠가 상처가 곪아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더 심각해지기 전에 혼자만의 노력을 멈추고 자신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상처를 주는 모든 관계로부터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사람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당신은 지금보다 더 사랑받고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임을 잊지 마세요. 나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으면 아무도 나를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지금의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조금이라도 다른 삶을 살고 싶다면, 스스로에게 쏘는 비난과 부정의 화살을 멈추고, 스스로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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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잘해주고 상처받지 마라유은정 저 | 21세기북스
자존감 심리치료센터를 운영하며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상처받은 수많은 내담자를 만나온 유은정 원장이 타인에게 상처받지 않고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이 책은 일, 사랑, 공부, 관계 그 모든 시작이 서툴고 어색한 사람들이 주체적인 삶을 만들어나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심리 처방전이다.
출판사 제공
출판사에서 제공한 자료로 작성한 기사입니다. <채널예스>에만 보내주시는 자료를 토대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