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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 위기, 해답은 도요타에 있다

『왜 다시 도요타인가』 최원석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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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는 회사에는 자신의 자리 보전이 가장 중요한, 회사가 곪아터지더라도 당장 문제없도록 꾸미는 데 유능한 리더, 중간리더들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 일에 가장 합당한 사람을 뽑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기업들이 위기를 헤쳐나가는 방식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단기 처방이다. 위기란 건 알고 있지만, 그것이 얼마나 심각한지 그리고 해결하려면 뭘 어떻게 건드려야 하는지 제대로 연구하지 않고 대증요법을 쓰거나 문제를 뒤로 미루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한국의 많은 기업이 이 길을 걷는다.


위기에 대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은, 문제점을 깊이 성찰한 뒤 장기적 관점의 해결책을 준비하고, 고통을 감내하고라도 그 해법을 뚝심 있게 추진하는 것이다. 도요타는 이 길을 걸었다. 리콜 사태만 해도 차량 결함의 직접적 원인 규명뿐 아니라, 의사소통 부족, 초기대응 실패, 본사ㆍ현장의 통합 위기대책 부재 등 ‘규모의 불경제ㆍ복잡성의 폭발’을 본질적 문제로 규정하고 전방위 대책을 강구했다. 이 모든 일은 CEO가 전면에 나서서 진두지휘한 것이다.


저자 최원석은 조선일보에 입사해 산업부에서 자동차를 담당하며 자동차 산업의 폭과 깊이를 절감했다. 도요타 본사 심층취재를 통해 도요타라는 기업을 더 많이 알고 아키오 사장을 직접 인터뷰하면서 기업 위기관리와 지속 성장의 비밀을 통찰했다.

 

캡션_최원석 저자.JPG

최원석 저자

 

국내 대기업들이 모두 비상경영 체제에 돌입했다고 합니다. 경제가 정말 위기라는 건 실감하겠는데 이런 때, 왜 우리가 다시 도요타라는 회사를 살펴봐야 하나요?

 

우리 경제가 위기탈출의 실마리를 찾으려 할 때, 도요타의 지난 7년간의 위기 극복 스토리보다 더 도움 되는 얘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좋은 사례라도 우리가 참고하기엔 너무 먼 얘기라면 그저 이야기에 불과하겠죠. 도요타는 일본 최대 기업이자 세계최대 자동차회사입니다. 그런데 이 기업이 2010년에 1000만대 리콜이라는 엄청난 위기를 겪었어요. 내부 경영진이 와해되고 그 강했던 조직이 뿌리째 흔들릴 만큼 도요타가 느낀 충격은 심각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7년간 도요타가 이 위기를 드라마틱하게 극복해냈고, 작년에는 일본 역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라는 경이적인 실적을 거두게 됐죠. 그 비결을 들여다보는 것이 지금 한국 기업들의 위기 돌파구 마련에 그 어떤 방법보다 효과적이라고 확신합니다.

 

삼성 갤럭시노트7 리콜과 도요타의 2010년 대량 리콜 사태가 마치 평행이론처럼 같은 모습을 재현하고 있다는 합니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세요.


이 두 사태는 놀랍도록 비슷합니다. 리콜 이전의 도요타는 세계최대 자동차회사가 되기 위해 물량확대에 나섭니다. 그러면서 주력 제품에 더 좋은 기능을 집약시키는 데 총력을 다하지요. 제품 성능으로 경쟁자를 압도해야 한다는 욕망과 압박감이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더 빨리 더 좋은 결과물을 내기 위해 전 조직이 정신없이 뛰는 상황이었지요. 그러다 리콜 사태가 터진 거였어요. 도요타 리콜은 그들이 일을 못해서가 아니라 일을 너무 잘하려다 그르친 것이라고 할 수 있어요. 과거 도요타도 좀더 차를 잘 만들려다가 설계나 품질 관리에서 예상치 못한 구멍이 발생한 것이었죠.


삼성도 마찬가지에요. 삼성 스마트폰은 기능적 관점에서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노트7은 그 정점에 있는 제품이었죠. 더 뛰어난 기능을 한정된 공간 안에 집약시키는, 난이도가 굉장히 높은 일이었어요. 하지만 경쟁업체를 따돌리기 위해, 더 좋은 결과를 더 빨리 내려는 욕망이 너무 앞섰고, 제품의 기획ㆍ개발ㆍ출시 과정을 완벽하게 제어하는 것에 실패한 것이죠.

 

책에도 나오지만, 그런 게 바로 ‘대기업병’이죠. 도요타는 이런 고질병을 어떻게 극복한 거죠?


도요타는 직원 34만명의 최대 제조업체입니다. 하드웨어에 중점을 둔 회사라고 할 수 있죠. 하지만 도요타는 1000만대 리콜이라는 초유의 위기를 겪고 난 뒤에 도요타의 모든 문제, 대기업병의 근원이 ‘하드웨어가 아니라 소프트웨어에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도요타가 단행한 것은 두 가지에요. 조직(기업문화)과 설계(제품문화)의 변화입니다.


조직은 규모가 커짐에 따라 관료주의적으로 변해가는 게 일반적입니다. 혁신의 상징이던 노키아가 애플의 아이폰 한방에 무너진 것도 노키아가 막판에 관료주의 집단으로 변질됐었다는 것과 무관하지 않죠. 그래서 도요타는 조직이 어떻게 초심을 잃지 않고 제품중심, 고객중심의 풍토를 유지할 수 있을지를 깊이 연구하고 그 연구 결과를 실행에 옮겼어요. 즉 직원들에게 말로 해봐야 아무 소용없고, 초심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것을 경영진이 깨달았던 것이죠.


두 번째는 약간 어려운 얘기인데요. 제품문화 즉 ‘설계’의 방식을 뜯어고쳤습니다. 이런 경우를 보신 적이 있을 거에요. 하나의 일은 효율적이고 빨리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다음에 같은 일을 할 때 다시 제로에서 시작해야 하는 거 말이에요. 도요타는 100여종의 신차를 만들어 냅니다. 여기에 들어가는 엔진 종류만 800가지였어요. 자동차에는 3만개 부품이 들어갑니다. 모든 경우의 수를 생각해보세요. 조직력이 강한 도요타라고 해도, 이런 복잡성을 완벽하게 콘트롤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겁니다. 복잡성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좋은 ‘설계’가 필요하다는 것을 도요타는 깨닫게 된 거죠. 이런 건 눈에 보이지 않아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일이죠.

 

이런 멋진 개혁을 단행한 주인공 ‘도요다 아키오’ 사장이 궁금해집니다. 재벌3세라면 보통 이재용 부회장 같은 이미지를 떠올리게 되는데, 아키오 사장은 어떤 사람입니까?


아키오 사장을 여러 번 공식석상에서 만났고, 일대일로 얘기 나눈 적이 있어요. 창업가문 3세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타입은 아닙니다. 예리하고 스마트한 사람이라기보다 오히려 옆집 아저씨 같은 느낌도 들더군요. 다만 이 분은 자동차회사에서 무엇이 정말 중요한지를 잘 알고 있어요. 현장과 기술 전문가의 소중함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고요. 창업가문 출신으로서 스스로 회사 경영의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투철한 의식도 있고요.


아키오 사장은 회사 시험주행장에서 자동차를 몰고 운전실력도 준전문가급이라 유럽의 유명한 자동차경주대회에 도요타팀 일원으로 참가하기도 합니다. 어떤 일본 기자가 아키오 사장에게 물었어요. ‘사장 직분을 다하기도 바쁠텐데, 왜 계속 자동차경주에 출전하시냐’고요. 아키오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저는 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이 아니기 때문에, 회사의 자동차 전문가들과 자연스럽게 교류할 방법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시험주행과 자동차경주 참가를 계속하는 겁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그들과 소통할 수 있거든요.” 전문가들과 소통하고 배우려는 마음가짐이 대단하지 않나요? 도요타그룹의 총수인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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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오 사장

 

도요타는 최근 대대적인 재택근무를 도입해서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우리가 눈여겨볼 만한 조직문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공장에서 자동차를 만들어야 하는 직원을 제외한 사실상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한 건 거대제조업으로서는 일본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처음이 아닐까 싶어요. 왜 도요타는 이런 제도를 도입할 수 있었을까요? 그동안 겪었던 엄청난 위기를 통해 직원의 마음을 헤아리고 직원에게 동기를 부여해주는 환경을 만드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에요. 도요타가 특별히 착한 회사라서 그런 게 아닙니다. 일본에는 육아나 부모 간병 등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가 꽤 있다고 해요. 회사가 꼭 붙잡고 싶은 훌륭한 직원이 집안 사정 때문에 그만두는 것을 막겠다는 것이지요. 한국의 기업 리더들을 보면 “왜 우리 직원들은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않지?”라고 한탄하는 분들이 꽤 있어요. 도요타의 리더들은 절대 그런 한탄을 하지 않습니다. 대신에 왜 직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하지 않는지 그 이유를 파고 들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합니다.

 

도요타를 비롯해 많은 글로벌 기업들을 취재해오셨는데, 그들과 비교해 지금 현재 우리나라 기업들이 안타까운 점이 있다면 무엇인지요?


가장 시급한 것은 제대로 된 리더를 뽑는 일이에요. 신문사 산업부에 있으면서 전세계에서 가장 잘나가는 회사, 또 망한 회사들 많이 취재했어요. 거기에서 느낀 것은 모든 것은 리더가 좌우한다는 것입니다. 잘나가는 회사에는 제품과 고객과 직원에 집중하는 탁월한 리더가 있습니다. 망하는 회사에는 자신의 자리 보전이 가장 중요한, 회사가 곪아터지더라도 당장 문제없도록 꾸미는 데 유능한 리더, 중간리더들이 반드시 존재합니다. 그 일에 가장 합당한 사람을 뽑아 그 자리에 앉히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지금 한국 사회는 이 당연해 보이는 원칙이 무너진 상태라고 생각해요. 결국 리더가 문제를 자각하든지, 또는 제대로 된 리더가 그 자리에 앉을 수 있는 환경, 그 리더가 제대로 뜻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는 것이 시급한 일일 겁니다. 쉬운 일은 아니에요. 사회 곳곳에 가짜 리더, 가짜 전문가들이 포진해 있으니까요. 이것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 어떤 것도 부질없는 일이 될 겁니다.

 

마지막으로 본문 가운데 가장 들려주고 싶은 문장 하나를 인용한다면요?


프롤로그 마지막에 있는 구절을 인용할게요. ‘한국의 위기는 인적ㆍ물적 자원이나 저력이 부족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리더가 올바른 목표를 제시하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적인 설계를 하고, 열정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면 지금이라도 좌절을 희망으로 바꿔줄 인재들은 우리 주변에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보석’이 없어서가 아니라, 보석을 보고서도 알지 못하는 데 있다. 가짜 보석이 진짜 보석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차지하는 경우도 있다. 보석을 바로 곁에 두고도 다른 곳에 가서 찾아오라고 하는 무능한 리더, 단기 처방, 불합리한 환경이 바뀌지 않는다면 한국의 쇠락은 막기 어렵다. 도요타 사례에 비추어 우리 주변의 수많은 보석을 찾아내고 그 보석들이 좀더 멋진 환경에서 빛나도록 하는 데 이 책이 힌트를 줄 수 있기를 바란다.’

 


 

 

왜 다시 도요타인가최원석 저 | 더퀘스트(길벗)
위기에 빠졌을 때, 성장이 멈췄을 때, 바로 지금 같은 때에는 제대로 원인 분석하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이제 두 번 다시 기회가 없을지 모른다. 가장 힘든 순간에 “원점으로 돌아가자”고 선언하며 환골탈태한 도요타를 지금 다시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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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ㆍ사진 | 출판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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