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도 의미도 놓치지 않은 물리학자 이야기
노벨상도 매번 수상자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책이 약간의 편협한 베스트 10일 지도 모르지만 책에 담은 내용과 구성은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께에 비해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의미 있는 부분에서는 적절한 호흡조절로 지루하지 않게 엮어낸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 물리학 이외의 학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러더퍼드 같은 물리덕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하나 더 생겼다.
글ㆍ사진 김상협(동탄고등학교 물리교사)
2016.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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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제목을 보고는 뉴턴이 먼저 생각났다. 그가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류인력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었다는 이야기를 철석같이 믿고 물리학을 공부하기로 맘먹었기 때문이다. 그가 어떤 과정을 거쳐 그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그 시절에는 어렴풋하게 그게 몹시도 궁금했던 모양이다. 물론 물리학에 발 좀 담그고 나서는 그러한 ‘동심’이 철저히 파괴되었지만 아직도 마음 한편에는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달은 왜 떨어지지 않는지’ 궁금해 하는 뉴턴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위대한 물리학자들은 이렇게 부풀려진 유명한 일화들을 한두 개쯤 꼬리표처럼 달고 다닌다. 그 중에는 뉴턴처럼 과장된 것들도 있고 또 ‘물리학 이외의 학문은 우표 수집’이라고 과감히 말했던 러더퍼드처럼 어떤 것들은 그 인물을 이해하게 되는 힌트가 되기도 한다. 이렇게 전기를 읽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통해 그를 이해하게 된다. 그가 어떻게 위대한 이론을 만들어 내게 되었는지 궁금했던 내 동심은 이처럼 이 책의 행간에서 답을 얻었다.

 

그 많은 물리학자들 중에서 열 명을 고르는 것부터 아주 힘들었다고 시작부터 저자들은 너스레를 떤다. 그리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여 뽑은 한 명 한 명을 꽤 정성스레 소개 하는 것으로 그 선정 이유를 대신한다. 첫 번째 인물인 갈릴레오부터 차근차근 읽어 가다 보면 책장을 넘길 때 마다 이제껏 들어보지 못했던 흥미로운 일화들이 쏟아진다. 그래서인지 물리학 책을 읽는 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읽는 재미가 있고 몰입이 잘된다. 전기는 주로 한 사람을 대상으로 시시콜콜한 사연들을 담아내기 때문에 흐름이 길고 지루하기 마련인데 이 책은 짧고 간결하게 독자를 한 사람의 인생으로 이끈다. 마리 퀴리의 인생이 이렇게 기구했었나 싶기도 하고, 패러데이의 실험에 대한 열정에 새삼스레 경외감이 들기도 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는 아인슈타인은 또 어떤가? 그의 전기를 몇 권 읽은 나로서도 생소한 일화들을 마주하고서는 당황스럽기까지 했다. ‘아인슈타인에게 이런 면이 있었던가?’

 

전기는 어떤 사람이 기술하는가에 따라 그의 인생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지는데 이 책의 저자들은 물리학자들의 사고과정에 집중했다. 어쩌면 이 책의 일화들은 그들의 혁명적 사고를 있게 한 복선이기도 하다. 그래서 소설처럼 술술 읽히다가도 어느 순간 문맥에 긴장감이 돌고 중요한 사고의 발전을 다루는 부분에서는 흐름이 느려진다. 그러다가 사고의 도약이 있는 장면에서는 의미 있는 대화로 극적 긴장감을 높이거나 다큐멘터리의 내레이션처럼 부연설명을 하곤 한다. 조금 힘겹지만 그들의 생각을 따라가다 보면 그가 어떻게 생각의 발전을 이루었는지 이해할 수 있다. 물론 물리 개념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어야 행간의 숨은 의미를 파악할 수 있는데, 특히 뒤로 갈수록 자주 등장하는 양자역학의 추상적인 개념들의 발전과정을 이해하려면 양자역학에 대한 기본 개념이 있어야 주인공들의 고뇌를 깊이 공감할 수 있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물리를 처음 접하는 고등학교 학생들보다는 양자역학까지 이미 맛 본 물리학에 발 좀 담근 사람들이 읽으면 더 좋을 듯싶다.

 

‘정말 좋은 목록이다’라고 시작하는 와인버그의 추천사에서도 그가 말했듯이 10명을 선택함에 있어서 지나치게 편중된 경향이 없지 않다. 이 책의 열 명은 모두 영국에서 연구했거나 영어권 물리학자들을 꼽았다. 뉴턴을 필두로, 맥스웰, 패러데이, 디랙 등 영국 사람만 4명이고 뒤로 갈수록 양자역학에 기여한 부분을 강조하느라고 통계물리학이나 고체물리학 등 다른 분야의 사람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물론 뉴턴이나 아인슈타인을 빼고 10명을 골랐다면 그건 누구에게도 인정받을 수 없을지 모르지만, 디랙 대신 독일의 하이젠베르크나 오스트리아의 슈뢰딩거가 들어가는 것이 더 나아 보이기도 한다. 이건 책의 뒷부분에 저자들이 이런저런 변명을 하고 있지만 그리 설득력이 있진 않다. 또한 근대 유럽이 물리학의 발전에 크게 기여한 것은 부인할 수 없지만 지나치게 유럽 사람만 뽑아놓은 것도 한 가지 흠이다. 미국인 리처드 파인만을 어렵사리 열 명에 뽑아 놓고도 물리학적인 기여보다는 기이한 행동으로 유명세를 탔다며 깎아내리기 바쁘다. 그마저도 책의 뒷부분에선 빼야 된다면서 가차 없이 명단에서 잘라낸다.

 

노벨상도 매번 수상자에 대한 논란이 있다. 이 책이 약간의 편협한 베스트 10일 지도 모르지만 책에 담은 내용과 구성은 칭찬할 만하다. 무엇보다 두께에 비해 아주 재미있게 술술 읽히며 의미 있는 부분에서는 적절한 호흡조절로 지루하지 않게 엮어낸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제 물리학 이외의 학문은 거들떠보지도 않는 러더퍼드 같은 물리덕후*들에게 추천할만한 책이 하나 더 생겼다.

 

*물리덕후 : 물리 이외의 학문은 공부할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물리학 마니아들


 

 

세상을 보는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꾼 10명의 물리학자 로드리 에번스, 브라이언 클레그 공저 /김소정 역 /유민기 감수 | 푸른지식
이 책은 인류 역사에서 위대한 10명의 물리학자들이 해낸 발견과 업적을 한 권에 명료하게 담아낸 책이다. 이 물리학자들은 냉철한 이성과 논리를 무기로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과 편견에 과감히 맞선 혁명가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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