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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던 그 때, 이미 먼저 사회에 나간 선배들이 꼭 해줬던 말 중 하나가 ‘3, 6, 9 법칙’에 대한 것이었다. 말인즉슨, 3년 마다 한 번씩 인생의 고비가 찾아온다는 것. 그걸 잘 넘겨야 회사 생활을 잘할 수 있다는 말들을 듣곤 했었다. 사실 그때만 해도, 그게 무슨 말인지 잘 몰랐기도 했고,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얘긴 줄 알았다. 난 언제나 열정 넘치는 사람이었으니까.
첫 '3의 해'가 왔을 때, 나를 피해갈 줄 알았던 3, 6, 9 법칙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하필 그때 일명 아홉 수라 불리는 20대의 마지막 해를 맞이하며 뒤늦게 맞이한 사춘기 아닌 사춘기에 헤맸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 때는 20대의 마지막을 함께 부둥켜안고, 나름대로 재밌게 첫 슬럼프를 헤쳐나갔었다.
그리고 다시 3년이 흘러, 올해 '6의 해'가 찾아왔다. 조금 달라진 게 있다면, 결혼도 했고, 아이도 있고, 빼도 박도 못할 ‘아줌마’가 되었다는 것. 본격 아줌마가 되고 난 이후에는 사실 꽤 많은 것들에 쿨해지고, 연연하지 않게 되고, 살짝 놓을 줄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이 직장 일에, 육아에 챙겨야 할 게 많아지다 보니, ‘나의 슬럼프’ 따윈 생각한 겨를도 없었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6의 해는 별 탈 없이 흘러가리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그 법칙이란 건, 무시할 만한 건 아니었나 보다. 어느 틈에 슬금슬금 올라와 돌아보니 어느새 나의 몸과 마음은 6의 굴레 안에 빠져들고 있더라는 것. 그래, 어쩌겠는가.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 하는 것이고, 이 또한 지나가겠지. 지금은 하루 힘들고, 하루 풀리고, 하루 힘들고, 다시 풀리고를 매일 반복 중이다.
이러는 와중에 집어 든 책은 바로 마스다 미리의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였다. 사실, 마스다 미리라는 작가의 이름과 그녀의 수짱은 이미 익히 알고 있었지만, 한 번도 직접 읽어보진 않았었다. ‘나는 수짱과 달라~’ 라고 생각했던 건지도. 근데, 왠지 저 제목이 괜히 끌렸다. ‘그래, 나도 대단해!’라는 셀프 칭찬을 위해서였던 걸까? 그 짧은 4컷 만화에 담긴 이야기를 보며, 나의 첫 입사 시절 추억부터 6년여간 회사생활을 해왔던 것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리고 더 놀라운 건, 이 ‘3, 6, 9 법칙’을 이미 이겨내고 나보다 더 오래도록 자리를 지켜온 회사의 여자 선배, 상사들이 있다는 것과 그들이 새삼 대단해 보이더라는 것. 그래. 그들에 비하면, 나는 아직도 너무나 꼬꼬마였다. 나야말로 번데기 앞에서 말도 안 되는 주름 잡고 있는 거 아니었을까.
왠지 유독 더 여자들이 힘든 것 같은 사회생활이고, 인생살이 같지만 생각해 보면, 정말 많은 인생 선배들이 그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듯 하다. 지금 나처럼 그 3, 6, 9 법칙에 허덕이고 있는 분들이 있다면, 혼자 괴로워하지 말 것을 꼭 얘기해주고 싶다. 그리고 마음속으로 꼭 새겨놓을 것! ‘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하고, 나 역시 언제나 대단했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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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은 언제나 대단해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 이봄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으로 주인공 로바야마의 1년을 따라가보는 이 책은 베스트셀러 ‘수짱 시리즈’의 작가인 마스다 미리의 만화 데뷔작으로, “아, 오늘 하루도 힘들었다”면서 지친 몸으로 퇴근하고 있을 여성 직장인들을 위한 책이다.
유승연
철저한 프리덤 속에 살던 ‘유여성’에서 ‘유줌마’의 삶을 살며 본능을 숨기는 중이다. 언젠가 목표하는 자유부인의 삶을 꿈꾸며.
예스24 홍보를 맡고 있다.
iuiu22
2016.0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