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묵히 캘리그라피, 소통으로 만든 커리큘럼
글씨를 쓴다는 행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씨에 예술이라는 요소를 넣어 아름답고 예쁘게 글씨를 쓰는 것이 바로 캘리그라퍼입니다.
글ㆍ사진 채널예스, 출판사 제공
2016.0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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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서 당신은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자본주의의 아버지 애덤 스미스가 자신의 묘비에 ‘도덕감정론의 저자’라고 써달라고 할 만큼 아끼던 『도덕감정론』은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해 그가 노력한 흔적이다. 우리는 자기 자신과 끊임없이 대화하는 삶을 살아야 하고, 그래야 행복할 수 있다. 『쓰담쓰담』은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따라 6가지 테마를 주제로, 자신에게 하지 못했지만 꼭 필요한 질문과 이야기를 가득 담았다. 마음을 움직이는 감성적인 일러스트와 캘리그라퍼 김정호 작가의 아름다운 캘리그라피도 함께한다. 김정호 작가는 먹글씨(墨書)와 먹그림(墨畵)의 앞 자를 따서 ‘묵묵히’라는 필명을 지었다. 현재 ‘묵묵히 캘리그라피 대표’로서 캘리그라피, 먹그림, 서예, 전각 작가로 활동 중이다. ‘캘리그라피는 소통이다’라는 신념으로 다양한 캘리그라피, 먹그림, 서예, 전각 커리큘럼을 개발하여 기본기 탄탄하고 실력 충만한 후배 작가들을 양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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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초보자에게 추천하는 펜이나 필기구가 있으세요?
 
일단은 어떤 도구든지 시작해보는 것이 좋습니다.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필기구 어떤 것이라도 가능합니다. 다만 캘리를 연습하기에 좋은 필기구들은 있습니다. 초보자들은 연필, 색연필, 붓펜 등으로 캘리그라피를 연습해 보시면 좋습니다. 연필과 색연필은 누구나 쉽게 다룰 수 있는 필기도구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추천해드리고 싶은 필기구입니다. 연필과 색연필로 캘리그라피를 하실 때는 글씨의 모양을 익히는 데 집중해서 연습하시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붓펜은 굵기를 표현하는 데 좋은 도구입니다. 굵기 조절은 초보자와 숙련자를 나누는 중요한 기준 중 하나이기 때문에 연필과 색연필로 캘리그라피를 쓰시는 것이 익숙해지셨다면 붓펜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제대로 캘리그라피를 공부해보시고 싶으신 분들은 반드시 붓으로 연습해보시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처음 시작할 때 어떤 방식과 어떤 문장으로 연습을 하면 좋을까요?

 

처음 시작할 때 문장을 쓰다는 느낌으로 연습하는 것은 모래 위에 집짓기와 다름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문장을 따라 쓰더라도 분해하여 하나씩 연습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다양한 자음과 모음의 형태를 연습해보고, 그것을 조합해서 하나의 글자, 그리고 그 글자를 조합하여 하나의 단어, 또 그 단어들을 조합하여 문장을 만든다는 느낌으로 연습해야 합니다. 또한, 캘리그라피는 글자의 배치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렇기에 많은 문장을 보고 단어를 하나하나 분해하여 연습하면서도 문장 내부의 글자들의 배치와 위치도 주의 깊게 살펴야 합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연습이 되면 다양한 모양의 글씨들도 따라 써보고 그것을 응용해서 창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캘리그라피를 연습하는 데 도움이 되는 문장이 따로 있지는 않습니다. 자신이 쓰고 싶은 문장으로 자신만의 캘리그라피를 하면 되니까요. 단, 처음에는 자신이 쓰고 싶은 글보다는 다른 캘리그라퍼가 쓴 좋은 글씨를 보고 따라 쓰면서 연습하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옷에도 TPO가 있듯이 캘리그라피에도 TPO라는 것이 있을까요? 

 

캘리그라피의 TPO는 이전에는 생각해본 적 없었는데 질문받고 보니 TPO라는 단어와 캘리그라피가 잘 어울리는 단어라는 생각이 드네요. 왜냐하면 캘리그라피는 글자가 입는 옷이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캘리그라피의 TPO를 맞추기 위해서 캘리그라퍼가 해야 하는 작업은 그 이상이 필요합니다. 특히 저 자신만의 작품을 만들 때보다 외부작업을 할 때, 특히 상업적인 캘리그라피의 경우는 작업 전에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런 부분을 상당히 고심하게 됩니다. 어떤 성별의 사람이 받을지, 어떤 나잇대의 사람들인지, 어떤 상황에서 캘리그라피가 필요한 것인지 고민한 후, 그에 맞게 캘리그라피의 느낌을 잡습니다. 예를 들면, 예능에서 필요한 캘리그라피의 경우는 역동성 있고, 재미있는 느낌으로 하려고 하고, 진중한 느낌의 드라마 작업의 경우 무게감을 가지려고 노력합니다. 나이가 어린 경우는 아기자기하고 예쁘게 표현하려고 한다면, 나이가 있는 경우는 유려하고 아름답고 우아한 느낌을 주는 캘리그라피로 작업하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작업에 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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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캘리그라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나요?

 

캘리그라퍼가 하는 일은 단순히 말하자면 글씨를 예술로 승화시키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글씨를 쓰는 행위가 필요한 모든 곳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기본적으로 강의를 진행합니다. 캘리그라피와 수묵화를 배우고 싶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초보자부터 전문가까지 다양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캘리그라피를 알리고, 가르칩니다. 그 외에 디자인이나 마케팅, 홍보를 위해 캘리그라피가 도움이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기업에서 내부 교육으로 강의를 요청하기도 합니다. 둘째로는 광고나 방송에도 많이 참여합니다. 기본적으로 영상이라는 매체가 있기는 하지만 결국 그 영상에도 글자가 필요한 법입니다. 그때 가장 효과적으로 한순간에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도록 유려한 글씨가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가 캘리그라퍼가 필요한 순간입니다. 그 외에도 아예 제품 런칭 시에 제품을 나타나는 로고나 이름 작업에 참여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또 캘리그라피 관련 행사나 퍼포먼스 등 글씨가 필요한 모든 곳에서 일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캘리그라퍼입니다.

 

캘리그라퍼가 되기 위해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요?

 

앞서 캘리그라퍼가 하는 일은 단순히 말하면 글씨를 쓰는 일이라고 말씀드렸지만, 글씨를 쓴다는 행위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할 수 있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그래서 글씨에 예술이라는 요소를 넣어 아름답고 예쁘게 글씨를 쓰는 것이 바로 캘리그라퍼입니다. 하지만 단순히 글씨를 예쁘게만 쓴다고 캘리그라퍼가 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자신만의 특성을 살리는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글씨체도 분명 필요합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언제 어떤 상황에서 어떤 느낌이든지 표현할 수 있는 순발력과 재치, 숙련도입니다. 결국 다양한 표현력이 가장 중요합니다. 나만의 예쁜 글씨 하나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감성들을 표현할 수 있는 다양한 글씨체를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면 더욱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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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호

 

『쓰담쓰담』 도서의 캘리그라피를 작업하면서 기억에 남는 질문은?

 

전반적으로 『쓰담쓰담』의 질문들은 상당히 의미있는 질문이었습니다. 질문들을 캘리그라피로 쓰면서 저도 많은 부분을 생각하게 만드는 질문들이었거든요. 6가지 필기구로 나뉘어진 테마마다 유독 기억에 남는 질문들이 있긴 한데, 그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질문을 뽑자면 연필로 썼던 “멀리서 어떤 사람의 비명소리가 들려온다면 나는?”이라는 질문입니다. 나는 어떻게 행동하지?를 고민하기도 전에 요즘 같은 세상에 비명소리를 지르는 사람이 피해자일지 가해자일지부터 문득 걱정이 되더군요. 피해자인 줄 알고 도와주었는데, 알고 보니 피해자로 위장한 가해자라 선의로 도와주려던 사람이 변을 당하는 사건이 종종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그런 일은 분명 극히 일부이기에 실제 피해자일 수도 있죠. 실제로 비명이 들린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게 만드는 질문이었습니다.

 

 

작가님이 생각하는 캘리그라피만의 매력은 무엇인가요?

 

캘리그라피는 글씨에 예쁜 옷을 입히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글씨를 쓰는 작업이라는 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씨를 읽을 수 없는 사람도 캘리그라피라는 글씨의 옷으로 그 느낌을 알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이 캘리그라피가 가진 가장 매력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글을 몰라도, 다른 나라의 언어라도 캘리그라피가 풍기는 느낌만으로 주는 메시지가 있으니까요. 그렇기에 캘리그라피를 감상할 때 단순히 글씨를 읽는 것에 기 보다는 캘리그라피가 표현하고자 하는 느낌을 느끼고자 하신다면 그 매력을 배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캘리그라피 작업을 할 때도 그 지점에 주의를 기울이신다면 더욱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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