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디스코의 부활일지도 모르겠다. 80년대의 정취를 한껏 머금은 「Classic」의 펑키함, 키치한 사운드를 재현해 낸 「Purple eyes」, 다프트 펑크가 떠오르는 하우스 넘버 「Collect my love」의 인트로와 「Comfortable」까지. 데뷔 앨범이라고는 믿기지 않는 노련한 장르적 터치는 왜 더 낙스(The Knocks)를 주목해야 하는가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한다.
리믹스 전문 듀오라고도 불리는 더 낙스는 M83과의 협업을 비롯해 케이티 페리, 크리스브라운, 1975 등 장르를 넘나들며 다양한 곡들을 재해석해왔다. 자연스레 넓어진 그들의 음악적 스펙트럼은 디스코 팝의 연장선에서 융합과 반복의 끊임없는 변주를 겪는다. 앨범의 포문을 여는 「New york city」는 캠 론의 랩핑과 독특한 사운드 스케이핑으로 뉴욕을 하나의 자연으로 표현했고, 「Time」에선 라틴 리듬으로 전개되는 가스펠 풍의 댄스곡을 선보인다. 타이틀 곡인 「Love me like that」은 이미 한차례 레트로 팝과의 성공적인 호응을 이끌어냈던 칼리 래 젭슨의 보컬로 청량감을 선사하는 디스코 넘버다.
과거 EP
개별 트랙들의 좋은 만듦새에도 불구하고 앨범 단위의 통일감은 떨어진다. 아무래도 전작 EP
칼리 래 젭슨부터 워크 더 문, 알렉스 뉴웰, 와이클리프 진, 신예 싱어송 라이터 포이베 라이언 등, 트랙 리스트를 훑어보면 화려한 피쳐링에 먼저 눈이 가지만, 더 낙스가 인맥의 후광효과를 노리는 안일한 신인은 아니라는 건 확실하다. 자신들의 명확한 음악적 세계를 구현해냈고, 피쳐링은 곡의 감질맛을 더하는 역할에 충실할 뿐이다. 데뷔를 앞두고 저스틴 비버와 싸이를 배출한 SB프로젝트 레이블과의 계약은, 팝 음악계 역시 그들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55>는 정형화된 EDM이 범람하는 팝 시장에 진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는 더 낙스의 도전적 가치가 읽히는 앨범이다.
2016/03 정연경(digikid8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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