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벽 “인성은 집단지성을 위한 실력”
인성은 자기조율, 관계조율, 공익조율 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이것은 우리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글ㆍ사진 최민아(예스24 대학생 리포터)
2016.0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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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8일, 상암동에 있는 오마이뉴스 대회의실에서 조벽 교수의 강연회가 열렸다. 최근 『인성이 실력이다』를 출간한 조벽 교수를 만나기 위해 독자들이 모였다. 조벽 교수는 현재 HD행복연구소의 공동 소장임과 동시에 동국대학교에서 석좌교수직을 맡고 있다.

 

강연은 책의 주제 선정 이유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해외에서 오래 거주하다 돌아온 그는 가장 충격적이었던 말로 ‘실력이 없으면 인성이라도 좋아야지’ 를 꼽았다. 마치 실력만이 중요하고 인성은 실력이 없을 때, 실력자 옆에 있기 위해 필요한 처세술처럼 표현했다는 것이다. 또한, ‘공부해서 남 주나’라는 표현 역시, 공부나 실력이 오로지 혼자 잘 살기 위한 이기적인 행위로 비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들의 학업 능력은 세계 상위권이지만 인성 부분은 하위권인 현실을 꼬집으며 인성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인성이 실력이다

 

그는 인성교육진흥법이 생기고 대학과 기업에서 인성을 평가하는 등 인성에 대한 관심과 시도가 반갑다며 말을 이었다.

 

“인성은 집단지성을 발휘할 수 있는 실력입니다. 그전까지 한국의 대기업의 성공전략은 ‘천재 1명이 만 명을 먹여 살린다’ 였어요. 그러나 최근 새로운 성공전략으로 집단지성이라는 개념을 들고 나왔습니다. 지금은 다양한 생각과 가치관이 있는 사람들이 함께 일해야만 해요. 문제는 아주 다양한 사람들이 몰려있으면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집단지성의 세상에서는 남과 더불어 일할 수 있는 능력이 정말 중요한데 그것을 인성이라 합니다. 인성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노력해야만 얻어지는 실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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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인성교육진흥법에서 정의한 인성은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 타인,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이다. 그는 인성을 가르치기 위해 아이의 감정을 포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성에 대해서 전 세계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미국에서는 인성교육을 위해서 주로 캠페인과 슬로건, 칭찬과 상, 규율과 훈련, 엄격한 훈육과 같은 방법을 썼지만 효과가 없다고 밝혀졌어요. 그러고 나서 과학적 방법을 고려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 교육들은 행동코칭이에요. 새로운 과학적인 방법은 정서 기반, 즉 감정을 고려합니다.

 

우리가 원하는 예, 효, 배려 등 인성의 모습을 꽃에 비유해 봅시다. 우리는 꽃을 피우기 위해 꽃에 물 주고 거름 주지 않아요, 뿌리에다가 주죠. 그런데 우리는 아이들에게 인성을 요구할 때 ‘좀 배려해라’는 등 결과를 원해요. 꽃에 물 주고 거름 주는 것과 똑같은 형국이에요. 무엇이 뿌리인지는 법이 정한 정의를 보면 알 수 있어요. ‘자신의 내면을 바르고 건전하게 가꾸고’를 저는 자기조율이라는 단어로 요약하겠습니다. ‘타인과 더불어 살 수 있는 능력’은 관계조율, ‘공동체,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것’은 공익조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성의 삼율

 

“자기조율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 욱하거나 화를 꾹 참는 게 아니라 적절하게 화를 낼 수 있는 기술이에요. 자기가 행동을 선택할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이죠. 이러한 자율인이 되기 위해서는 머리와 가슴이 조율되어야 하고, 논리와 심리가 합쳐진 합리, 머리 쓰는 법과 마음 쓰는 법의 조화가 중요합니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 하버드 대학 출신 학생들과 보스턴 빈민 학생들을 비교한 그랜트 연구를 소개했다. 연구 결과, 하버드의 스펙, 졸업장은 첫 직장을 얻는 것은 보장하지만, 인생에서 두 집단의 마약, 범죄, 이혼율은 비슷하게 나왔다.

 

“인생의 성공은 행복인데, 이를 위해 유일하게 중요한 것은 관계조율 능력이라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관계조율 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조율을 해야 합니다. 그 방법에는 자신을 알고 한발 물러설 수 있는 것, 어떻게 반응할지 선택하는 것, ‘6초의 여유’로 감성과 이성을 연결하는 것. 성장과 좋은 판단을 위해 감정을 적절하게 표현하고 분출하는 것이 있습니다. 이 6초의 여유는 심호흡을 통해 얻을 수 있습니다.”

 

이어 존 가트맨 박사의 연구를 통해 관계조율을 설명했다. 존 가트맨 박사가 3600쌍의 부부를 연구한 결과, 흔히 이혼사유로 여겨지는 성격 차이 때문에 이혼하는 부부도 있지만 더 재미있게 사는 부부도 있었다. 성격 차이나 나이 차이, 자녀 문제, 돈 씀씀이는 모두 이혼과 관련되지 않았다. 문제는 말이었다.

 

“세상에는 다가가는 대화, 멀어지는 대화, 원수 되는 대화가 있습니다. 이 멀어지고 원수 되는 대화 때문에 마음의 문을 닫아버리는 거죠. 그러한 말에는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라는 4가지 독이 존재합니다. 독은 입으로 내뱉어야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에 품는 순간 얼굴에 나타납니다. 우리는 관계가 나쁘면 흔히 대화를 나누자 그래요. 그런데 대화를 나누기 때문에 관계가 좋아지는 것이 아니라, 먼저 관계가 좋아야만 대화가 가능해집니다. 여기서 어른들의 역할을 다시 한 번 보겠습니다. 어른들의 ‘배려하라, 정직하라’와 같은 말은 모두 행동을 요구하는 행동코칭 방법들입니다. 의도는 좋지만 그 말을 할 때의 억양과 표정은 비난, 경멸, 방어, 담쌓기가 묻어있습니다. 아이는 부정적인 감정을 받아들여서 어른과 멀어지는 겁니다. 그래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감정을 통해서 들어가야 하고 소통하기 전에 긍정성을 먼저 쌓아야 합니다. 호감, 존중, 감사, 배려가 긍정성에 포함됩니다. 행동코칭이 아니라 서로가 호감, 존중, 감사, 배려를 나누도록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 공익조율에 대해 설명했다.

 

“모든 관계에는 갈등이 있는데 그 원인은 사익을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공익조율은 사익추구, 개인 영달의 소인배 모습이 아닙니다. 그렇다고 개인 희생, 성인군자의 모습도 아닙니다. 공(公)익 추구가 아니라 공(共)익 추구입니다. 우리 공동체에 베푸는 것이죠. 저는 그런 것을 어른십이라고 부릅니다. 통 큰 계산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죠. 통 큰 계산은 ‘나는 이 공동체의 일원이다, 공동체에 좋은 것은 결국 나에게도 이익이다.’ 라는 것을 뜻합니다. 인성의 삼율에는 체계, 순서가 있습니다. 자기조율 할 수 있어야만 관계조율과 공익조율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순서대로 될 때 세상이 평화롭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꼭 이런 사회가 한국에 실현되고 세상을 아름답고 행복하게 만들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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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의 질문과 답변

 

요즘 아이들은 감정을 조절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것 같습니다. 교사로서 아이들에게 자기조율을 가르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주세요.

 

과학적, 임상 실험적으로 입증된 방법들을 써보세요. 간단한 예를 들자면, 아침 조회시간에 아이들의 감정상태를 중립상태로 모은 다음 긍정상태로 이동해주시는 겁니다. 중립상태로 만드는 것은 1분 정도 깊은 심호흡을 같이하는 것입니다. 그런 후에 어제 좋았던 일을 하나씩 이야기하거나 하루에 한 친구씩 장점을 이야기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인성도 또 하나의 스펙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듭니다. 인성교육에 대한 학원이 생겨나고 비용이 들어가고 줄 세우기를 하는 등 좋은 의도와 달리 안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지 않을까요?

 

적어도 마이너스는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가정과 학교에서 충실히 이뤄지면 좋겠지만 한국의 현실은 사교육이 활성화되어있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되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나 인성은 인생에 필요한 교육이고 어린아이를 성숙한 어른으로 만들어가는 교육입니다. 거기에 투자하는 것은 아깝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직장에서 조직혁신 TF를 맡고 있습니다. 오늘 해주신 말씀을 조직에 적용해서 조직의 성과를 높일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예전 경영학의 핵심은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실수와 하자를 없애는 것이었어요. 그러려면 잘못된 것, 문제점을 찾아야 해요. 그런데 문제점에 포커스를 맞추면 계속 다른 문제점으로 이어져요. 그게 덫에 빠지는 것이고 부정성에 초점을 맞추는 거에요. 2000년도에 들어오면서 경영학의 중심이 긍정성으로 이동했습니다. ‘우리 회사의 장점, 자원은 무엇인가’ 여기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했어요. 경영학, 교육학, 심리학이 모두 변화하는 추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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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성이 실력이다조벽 저 | 해냄
조벽 교수는 학교와 가정에서 교사와 부모들이 스스로 인성교육을 점검하고 디자인하고 실천할 수 있도록 인성교육의 목표를 ‘삼율(三律)’로 실천전략을 ‘육행(六行)’으로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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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아(예스24 대학생 리포터)

잘 보고 잘 듣고 잘 쓰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