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를 찾는 이들이라면, 부산의 상징인 해운대 일대의 해변들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영화 및 행사를 즐기는 중 시간이 남는다면, 부산 바다의 낭만을 만끽해보길 추천한다.
필자는 며칠 전, 해운대와 광안리, 기장 일대의 해변을 걸으며 부산의 다양한 멋을 재차 확인할 수 있었다.
사실, 이번 부산여행에서는 '바다만 실컷 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것의 풍광에 깊이 빠져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바다여행은 '정말' 좋았다.
혹자는 이렇게 물을 것이다.
"아니, 바다가 다 똑같지. 그리고 부산이라는 제약된 곳에서의 바다면 더 그렇지 않니?"라고….
하지만, 20년 남짓한 세월을 부산에서 지냈고 이번에도 해변 산책을 열심히 즐기고 온 결과를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확연히 달랐다."는 것이다.
먼저, 부산을 대표하는 곳인 해운대해변은 굳이 권하지 않아도 인산인해를 이룰 것으로 예상된다.
가슴을 뻥 뚫어줄 바다풍광을 만끽할 수 있는 해운대해변. 필자는 개인적으로, 해변산책을 할 때마다 매력을 느끼는 지점이 해변의 끝자락이다.
해운대해변의 경우, 웨스틴 조선호텔 부산 쪽의 풍광을 좋아한다. 그곳에서 바라보는 풍광은 넓게 펼쳐진 바다보다는 조용한 바다마을에 온 듯한 느낌을 선사한다.
그쪽 위를 오르면 동백섬 누리마루Apec하우스 일대의 산책길을 만날 수 있다. 높은 가로수길이 이어진 길을 다소 빠른 걸음으로 산책을 즐겨도 더위를 느끼지 못할 정도의 선선한 공기를 자랑한다. 그곳을 따라 죽 걷다 보면 마린시티 일대로 이어진다. 마린시티에는 고층 아파트들이 이어져있고, 건물들 대부분이 통유리 구조여서 하늘빛을 머금은 푸른 빛깔의 향연은 감상하는 재미도 만끽할 수 있다.
누리마루 Apec하우스
광안대교가 보이는 쪽으로 조성된 영화의거리는, 비록 면적이 좁고 볼거리는 풍성하지 않지만 영화의 도시에 발을 디디고 있다는 기분을 드높여준다.
영화의거리에서 바라본 야경
광안대교를 멀리에서 감상하고 있자니, 가까이 다가가고 싶다는 충동에 휩싸여 발걸음을 옮겼다.
피서철이 지난 광안리해변 일대는 사람들로 붐비지 않아서 좋았고 무엇보다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된 (전남 순천시의 순천만)갈대로 만들어진 파라솔의 덕을 톡톡히 봐서 더 좋았다.
아직도 대낮의 햇살은 강렬했기에 마침 그늘이 필요했었다. 시원함과 토속적인 멋을 동시에 지닌 갈대로 만든 파라솔이 선사한 그늘, 그 아래에 은박 돗자리를 펴고 아주 오랜만에 모래사장 위를 만끽했다. 돌이켜보건대, 이렇게 해변에 몸을 맡긴 채 바다풍광을 만끽한 게 언제였던가, 싶을 정도로 나의 20대엔 예스러운 낭만이 빠져있었다. 바다와 너무 친숙해서였을까. 늘 바다를 그리워했고 그래서 많이 찾았지만 완전히 그것을 만끽하는 데는 조금 서툴렀던 것 같다. 왜, 늘 엄마를 보고싶어하지만 막상 만나면 손 한 번 따듯하게 잡지 못하는 살갑지 않은 딸내미 같다고나 할까. 그런데 막상 몸을 맡겨보니, 참 좋았다. 숙면에 들기 전의 편안함과 평온함을 만끽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그 상태에서 바람과 구름의 움직임, 파도의 소리, 공기의 변화 등을 느끼는 사이, 평소에는 간과했던 자연의 새로운 면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새파란 하늘을 바다 삼아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 구름도 만났다. 바다가 하늘빛을 입고 하늘이 바다빛을 입은 광안리해변에서의 쉼은 막혔던 가슴을 뻥! 하고 뚫어줬다. 잠시간이었지만 푸름의 향연에 취할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들이다.
보이나요, 돌고래?
공식적으론 폐장된 걸로 알고 있었던 미월드의 바이킹이 바람을 가르는 걸 발견하고 반가운 마음에 발걸음을 옮겼다. 몇 가지의 놀이기구가 있지만 현재는 바이킹만 운영되고 있다. 이 바이킹을 타면 광안대교를 스릴 있게 감상할 수 있다. 곧 바이킹마저 운영 중단될 수 있으므로 즐겨보길 권한다.
광안리해변을 만끽한 후, 요즈음 '핫'하다는 오션뷰카페들이 있는 송정과 기장일대를 찾았다.
부산 시민이 아니라면 송정과 기장을 낯설어할 것이다. 바다풍광을 감상하며 차, 커피 등의 음료와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카페들이 생겨나면서 이곳 일대에 관광객들의 발걸음도 늘어나고 있다.
송정해변에서는 해운대, 광안리해변보다 깨끗한 바다풍광을 만나볼 수 있고, 서퍼들이 많이 찾는 곳이라 보다 활력 넘치는 부산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기장의 경우,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 하기에 좋고 이곳 역시 오션뷰카페들이 들어서 있어 해변의 낭만을 즐기기에 좋다. 가장 죽성리에 위치한 죽성(드림)성당은 2009년 SBB월화드라마<드림>의 촬영지로, 부산 여행 시 방문해보면 좋을 장소다.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훈련하는 곳의 배경이 된 이곳에서는 기장바다 특유의 거센 풍랑과 해녀들을 만나볼 수도 있다. 다른 볼거리는 없지만, 바다 위에 자리잡은 성당의 이국적이고도 자연친화적인 모습 자체에 한참 동안 빠져있었다.
[여자들이 좋아하는 송정ㆍ기장 카페]
●송정 그림하우스
펜션과 카페가 동시 운영되고 있는 곳.
시원하고 달콤한 음료메뉴인 ‘봉봉’ 시리즈가 인기다.
그 외, 커피류와 디저트, 브런치 메뉴들이 있으며
여심을 자극하는 캔들, 디퓨저, 석고방향제 등도 판매되고 있다.
●기장 커피로쏘
커피맛을 본 후, 부산에 올 때마다 찾게 되는 카페다.
테라스에 앉으면, 더욱 가까이에서 바다를 감상할 수 있다.
건포도효모종을 이용한 천연발효빵 역시 기가 막힌 건강한 맛과 기분 좋은 식감을 자랑한다.
이번 해운대?광안리 일대의 해변을 걷고 감상하면서 또 한번 느끼게 된 자연의 경이로움. 바다, 하늘, 구름…. 고정된 언어이지만 그들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그것이 같은 장소이지만 우리가 자꾸만 그들을 찾게 만드는 매력이다. 더불어, 몸을 누이고 그 위를 걷고 바라보고 만져보는 등의 체감을 통해 그들은 진정한 우리의 어머니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위해 부산을 찾았다면, 일정과 많은 인파들에 쫓기느라 바다의 낭만을 만끽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직은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송정과 기장일대를 걸으며 갑갑했던 일상의 염증을 털어내어보는 건 어떨까? 한없이 걷고 걸었던 여행에도 불구하고 몸의 피로도가 전혀 느껴지지 않았을 정도로 마음이 홀가분했다. 10월 초 부산의 바다 풍광…. 개인적으로 참 좋아하는 시기와 공간이다. 도심과 자연의 앙면성을 만끽할 수 있었던 이번 여행도 고마움의 연속이었다. "부산 바다, 다 똑같은 거 아니야?"라는 이들에게 "절대! 바다는, 자연은 일색(一色)이 아닙니다!"라고 단언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로움을 재발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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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다함
최다함은 디지털영상 및 영화 전공 후 기자생활을 거쳐, 현재는 회사 내 전략기획팀에서 PR업무를 맡고 있다. 걷고 사유하는 것을 즐기며, ‘하고 싶은 건 일단 해보고 웃고 울자’ 식의 경험론주의를 지향하는 자유분방한 성격의 소유자이다. 영화, 공연, 전시회감상 등 다양한 문화 활동의 쾌락을 만끽 중이며, 날씨 좋은 계절에는 서울근교든 장거리 장소든 여행할 곳들을 찾아 몸을 통한 독서를 실행하고 있다. 현재 네이버에서 ‘문화소믈리에, 최따미’라는 타이틀의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으며, 예스24 파워문화블로거 및 네이버 오늘의 책 선정단, tv5monde한국에서 프랑스영화 에디터로 활동 중이다. ‘글쓰기’를 좋아하는지라 “평생 글과의 인연은 떼려야 뗄 수 없을 것이다”라는 포부를 지닌 그녀다. 자칭 컬처 소믈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