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너무 바빠서 점심을 걸렀다는 친구, 다이어트를 위해 점심 시간에 요가를 배운다는 친구, 저녁을 초코바로 대충 때우고 영어 학원에 다닌다는 친구. 먹기 위해 사는 나는 그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하루에 단 세 번뿐인 소중한 기회를 어떻게 날려버릴 수가 있을까.
먹방을 지나 쿡방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채널을 돌릴 때마다 요리하고 먹는 사람들이 등장하고, 나도 모르게 채널 고정하고 군침을 흘린다. 아니 한국에 요리 잘하는 남자들이 이렇게나 많았나? 꽃미남의 시대가 가고 요섹남의 시대가 왔도다.
단백질 위주로 섭취하는 구석기 다이어트가 유행하면서 탄수화물 덩어리인 밥은 예전만큼 대우를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아직까지 한국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 분위기 내며 파스타를 먹는 것도, 샐러드를 깨작거리는 것도 어느 순간 한계에 다다른다. 결국 질리지 않고 찾게 되는 건 갓 지은 쌀밥에 여러 반찬들이 나오는 백반집이다.
농경이 시작된 신석기 시대부터 밥은 항상 우리 곁에 존재했다. 넉넉히 먹는 것이 곧 권력을 말해주던 가난했던 과거에는 쌀밥을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이 일반 서민들의 소원이었고, 사정이 그러했기 때문에 백성들의 밥을 챙기는 것이야말로 정치이자 위정자의 도리였다. 그토록 대접받던 ‘쌀밥’의 존재가 천덕꾸러기 신세가 될 때까지 선사시대부터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근대 그리고 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국의 밥의 역사를 상세히 설명한다.
또한, 팔도를 대표하는 밥, 다른 나라의 밥을 소개한다. 경기도의 오곡밥, 강원도의 강냉이밥, 감자밥, 전라도의 콩나물국밥 등 지역에 따라 먹던 밥의 종류가 가지각색이다. 팔도의 밥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 밥은 물에 불린 콩을 갈아 밥을 짓는 황해도의 ‘비지밥’! 비지찌개에 밥을 말아 먹는 느낌일까? 정말로 궁금하다. 쌀은 아시아 사람들의 주식이라 유럽인이 먹는 밥은 생각도 못했는데 스페인의 파에야, 이탈리아의 리조또, 아프리카의 쿠스쿠스 등을 소개한 글을 보니 정말 쌀은 없어서는 안 되는 작물임에 분명하다.
아무리 맛있는 반찬이 있어도 밥이 없으면 먹을 수가 없다. 알이 꽉 찬 간장게장을 먹을 때도, 짭짤하게 잘 익은 깻잎 장아찌를 먹을 때도, 급한 대로 계란물을 입혀 구운 스팸 한 조각을 먹을 때도 밥은 필요하다. 미술관에 가기 전에 작품에 대한 내용을 미리 공부하고 가는 것처럼, 밥 먹기 전에도 밥에 대해 공부하면 매일 먹는 밥 맛이 새로워 질 수 있다.
잘 먹는 사람도, 많이 먹는 사람도 많지만, 제대로 알고 먹는 사람은 잘 없는 것 같다. 한국인의 삶과 뗄래야 뗄 수 없는 밥. 이 책은 밥의 역사를 포함해서 무궁무진한 밥의 종류, 맛있게 밥 짓는 법, 밥의 영양학적인 요소까지 밥에 대한 모든 것을 설명한다. 알고 나면 보이고, 보이면 맛있어진다. 제대로 알고, 제대로 식사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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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의 인문학정혜경 저 | 따비
이제 한국인에게 쌀은 그저 여러 가지 식재료 중 하나일 뿐일까? 쌀밥에 대한 갈망은 맛벌이 주부를 귀찮게 하는 습관에 불과한 것일까? 도서출판 따비의 신간 [밥의 인문학 ― 한국인의 역사, 문화, 정서와 함께해온 밥 이야기]는 유례없이 쌀 소비량이 낮아진 오늘날, 한국인에게 과연 밥은 무엇일까를 탐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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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