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9년, 소문과 논란의 건축물이었던 에펠탑은 어떻게 인류의 영원한 동경을 받는 낭만의 건축물이 되었을까? 젊은 건축학도 정대인은 에펠탑의 시간을 따라 사람과 도시를 아우르는 건축의 의미를 짚어보며,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을 펴냈다. 에펠탑의 계획부터 완공 그리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모습을 면면이 보여주며 역사, 정치, 사회, 예술의 다양한 측면에서 이를 해부했다. 동시에 건축학도의 시선으로 기준 없는 난개발과 랜드마크 집착증으로 신음하는 서울의 현재를 진단한다.
1987년 파리에서 태어난 정대인은 현재 파리-말라케 국립 건축대학교에서 마스터MASTER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 인디밴드 레세일즈(LESSALES)를 결성해 홍대를 주무대로 활동한 바 있으며. 지금은 시민이 주체가 되는 능동적인 도시 건축을 주제로 대도시의 중심부와 교외 사이의 균형 있는 발전에 대해 공부하고 있다.
‘박물관 도시’ 파리, 건축학도의 눈으로 보기에는
에펠탑은 파리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물이기도 하지만, 특별히 관심을 가지고 책을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에펠탑은 비단 파리지엥뿐만 아니라 한국인들에게도 매우 친숙한 건축물입니다. 서울 거리 풍경에서도 에펠탑은 때로는 유명 베이커리의 로고로, 때로는 카페의 인테리어 장식품으로 심심치 않게 그 모습을 드러내기도 하지요. 하지만 1889년 에펠탑이 세워질 당시에는 독특한 디자인 때문에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었고, 완공 이후에도 몇 번 해체의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 그러했던 에펠탑이 어떻게 126년을 끈질기게 버텨 이제는 인류가 동경하는 건축물이 되었는지를 이 책을 통해 탐구해보고 싶었습니다.
파리에서 공부하는 건축학도의 눈으로 본 파리와 서울의 도시 건축의 차이는 무엇인가요?
흔히 파리를 일컬어 ‘박물관 도시’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경우에‘역사가 잘 보존되어 있어 도시 전체가 박물관 속 예술품 같다’라는 의미에서 사용되지요. 하지만 프랑스의 건축학도들에게 ‘박물관 도시’라는 말은 때론 ‘새로운 건축물을 짓기에 규제가 너무 많은 성장을 멈춘 도시’라는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파리에서 새로운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과하다 싶을 정도의 규제들을 모두 만족시켜야 할 만큼 도시의 역사성을 보존하는 데 대한 관심이 뿌리 깊게 자리 잡혀 있습니다.
반면 서울의 경우 그 정반대죠. 서울은 옛 건물을 부수고 새로운 건물을 짓는 데 거리낌이 없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서울의 거리를 거닐다보면 혁신과 파격은 만연하지만 역사성과 깊이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자주 듭니다. 건축가 승효상 선생님이 ‘오래된 것들은 다 아름답다’라고 하셨는데, 서울에서도 시간을 잔뜩 머금은 공간들을 더 많이 만날 수 있기를 소망해봅니다.
에펠탑은 그저 하나의 관광 명소가 아닌 유럽 역사와 문화의 집약체라고 할 수 있는데, 『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에서 독자들에게 소개하고픈 에펠탑 에피소드가 있다면?
1889년 프랑스 파리 만국박람회에서 에펠탑이 처음 공개되었을 때 가장 큰 충격을 받은 것은 바로 영국인들이었습니다. 자신들보다 기술력이 한참 뒤처져 있다고 생각했던 프랑스인들이 인류 최초로 300미터 높이의 건축물을 만들었다는 사실은 콧대 높은 영국인들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남겼죠. 1890년에는 에드워드 왓킨 경이라는 런던의 대 자본가의 지휘 아래 에펠탑보다 30미터 더 높은 철탑을 세우기 위한 공모전이 열리기도 했습니다. 에펠탑과 거의 흡사한 모습의 공모전 당선작은 그러나 재정적, 구조적 문제로 1층까지만 세워진 채로 방치되면서 영국인들에게 오히려 더 큰 패배감을 안겨줍니다. 20세기 초, 두 강대국 사이에 있었던 총성 없는 전쟁의 성격이 잘 드러나는 에피소드가 아닐까 싶네요.
아버지 정수복 선생님과 함께 각자의 책을 집필하고 동시에 출간하는 일은 어떤 경험이었나요?
아버지는 제가 어렸을 적부터 글쓰기의 중요성을 항상 강조하셨어요. 초등학교 시절에는 여행기나 독후감 쓰기를 직접 지도해주셨고, 20살 무렵부터는 가장 완성된 형태의 글쓰기인 책을 써보라고 권하시기도 하셨습니다. 많이 부족하지만 한 권의 책을 완성시킴으로써 평생 글을 쓰며 살아오신 아버지를 조금 더 이해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파리에서 계속 공부를 하실 텐데, 건축 중에서도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나요?
오늘날 한국 사회는 짧고 굵었던 근대화 시기를 마무리하고 사회적, 경제적으로 큰 안정을 이루었는데요, 근대화 이후 서양이 겪었던 사회 양극화를 우리도 점점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특히 저렴한 노동력을 위해 고용한 외국인 노동자들의 수가 점점 늘어나며 사회적 계급간의 불평등 또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입니다. 프랑스의 경우1980년대부터 이민 노동자 계층과 기존 사회 구성원들 간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갈등 해결에 대한 연구가 이루어져왔는데요, 특히 대도시 외각에 사는 저소득층의 불만은 때때로 폭력적인 소요사태의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프랑스에서 명확한 해결책을 찾을 수는 없겠지만, 한국보다 먼저 이러한 문제를 겪어왔던 나라이기에 사회 정책뿐만이 아닌 도시와 공간 디자인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접근 방식에 있어 배울 점이 많습니다. 한국에서 도시 양극화 문제가 서양처럼 극단적으로 치닫기 전에 필요한 점이 무엇인지에 대해 관심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시민이 자부심을 느낄 만한 도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건축이 기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파리의 장소와 서울의 장소를 한 곳씩 꼽는다면?
책의 서문에도 잠깐 나오지만 저는 한강과 센 강변에 많은 애착을 가지고 있습니다. 폭이 넓은 한강을 마주하면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 드는 것이 정말 좋아요. 최근에는 한강 시민공원도 매우 세련되고 깔끔하게 재단장하여 산책하기에 매우 쾌적한 장소가 되었지요.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장마철을 대비해 높게 쌓은 담들 때문에 한강 시민공원으로 진입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과, 한강에서 마주할 수 있는 도시 풍경이란 삭막한 아파트들뿐이라는 것입니다. 센 강의 경우 강폭이 한강의 3분의 1도 되지 않아 도심 속 시원한 청량감을 선사하지는 못하지만,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벽돌이 깔린 강변 산책로를 걸으며 파리 풍경을 바라볼 때면 마치 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느낌이 듭니다. 저 멀리 에펠탑이 보인다면 금상첨화겠죠.
이번 첫 책으로 막 발걸음을 뗐는데,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요?
우여곡절 끝에 첫 책을 내기는 했지만 아직 사람들에게 큰 울림을 줄 내공이 많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잘 알기에 많이 부끄럽습니다. 우선 인생 공부, 책 공부를 더 열심히 해서 내공을 쌓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아요. 이후에는 좀더 전문적이고 깊이 있는 건축과 도시에 대한 서적을 내고 싶습니다. 언젠가는 도시와 공간을 소재로 한 문학 서적을 마무리하고 싶다는 소망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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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의 건축 낭만의 건축정대인 저 | 문학동네
이 책은 파리에서 공부하는 젊은 건축학도의 이러한 궁금증에서 출발한다.심도 있는 조사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이어지는 문장들과 다양한 사진 자료는 읽는 이의 흥미를 유발한다. 저자는 이러한 여정 속에서 사람과 도시를 아우르며 장수할 수 있는 진정한 건축의 의미를 탐색함과 동시에, 기준 없는 난개발과 랜드마크 집착증으로 신음하는 서울의 현재를 진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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