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피족의 어머니 비비안마이어 『나는 카메라다』
전화기와 사진기, 컴퓨터가 한 몸이 된 지금, 사진을 찍고 올려서 공유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모습부터 시작해 모닝커피를 든 손, 오늘 입은 옷 점검, 점심식사 메뉴, 틈틈이 찍는 셀프 사진까지. 필름도 인화도 필요 없이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현시대의 사진은 그래서 더욱 개인적이고 일상적이다.
글ㆍ사진 최지혜
2015.0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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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기와 사진기, 컴퓨터가 한 몸이 된 지금, 사진을 찍고 올려서 공유하는 것만큼 쉬운 일도 없다. 막 잠에서 깬 부스스한 모습부터 시작해 모닝커피를 든 손, 오늘 입은 옷 점검, 점심식사 메뉴, 틈틈이 찍는 셀프 사진까지. 필름도 인화도 필요 없이 손가락 터치 한 번이면 이미지가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현시대의 사진은 그래서 더욱 개인적이고 일상적이다.

 

비비안 마이어의 사진을 처음 봤을 때, 당연히 요즘의 그런 사진 중의 하나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길거리 풍경, 행인들의 놀란 표정 순간 포착, 연예인 파파라치 샷까지 그녀가 주로 사진기의 담는 모습이 지금의 그것과 별로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1950년대에 찍은 사진이라고 하기엔 과도하게 현대적이고 지나치게 감각적인 사진들. 특히 그녀는 ‘셀피족의 어머니’라고 불러도 될 만큼 스스로의 사진 찍기를 즐겼다. (유리문이나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물론, 그림자로라도 꼭 사진에 등장한다.)

 

40년 동안 쉬지 않고 사진을 찍었지만 그 누구에게도 그 사진을 공개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했던 그녀는 보모, 가정부로 일하면서 인화하지 않은 필름들과 함께 평생을 떠돌았다. 필름들을 보관했던 창고의 임대료를 낼 돈이 없어 결국 사후 경매로 필름 상자들이 400달러에 거래가 되는데, 그 필름을 샀던 사람이 이 책의 저자이자 다큐멘터리 '비비안 마이어를 찾아서'의 감독인 존 말루프다. 그는 과거 자료를 찾던 중 그녀의 사진 일부를 인화하고, 범상치 않은 사진임을 느껴 SNS에 그 사진들을 올리기 시작하는데, 사진이 SNS를 타고 흐르며 전 세계인들과 언론의 열광을 받게 된 것이다.

 

그녀의 카메라는 일상을 떠나지 않는다. 우리가 생각 없이 흘려 보내는 지금 이 순간을 포착한다. 특별한 기교 하나 없이 담백하지만, 피사체에 대한 시선은 강렬하다. 우리가 집중해야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여기’라고 말하는 것 같다.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사진을 찍었던 그녀의 마음은 과연 어떤 것이었을까. 프로 포토그래퍼로 활동했던 적은 없지만 단 하루도 쉬지 않고 카메라를 통해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독특한 시선으로 담아냈던 그녀의 삶이야말로 열정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남에게 보여주기 위해 인위적으로 조작된 설정샷이 넘치는 세상 속에서 그녀의 사진이 전 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당연한 결과다. 235개의 위트 있는 사진을 감상하고 나니, 숨겨져 있던 그녀의 사진만큼이나 미스테리한 그녀의 삶이 더욱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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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vian Maier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비비안 마이어 등저/박여진 역 | 윌북(willbook)
이 책 [비비안 마이어, 나는 카메라다]는 그녀의 신비로운 삶을 역추적하며 작품 세계를 조명한 사진집이다. 그녀의 시그니처인 셀프 포트레이트와 희귀한 컬러 사진을 포함하여 가장 깊이 있는 정수 235점을 한 권에 담아 비비안 마이어의 모든 것을 집대성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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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카메라다 #비비안마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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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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