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도 아이 키우기는 어렵다
아이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글ㆍ사진 하지현(정신과 전문의)
2014.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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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월요일, 하지현 건국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추천하는 심리책 이야기, ‘하지현의 마음을 읽는 서가’가 연재됩니다.

 


 

 

아이 키우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아니, 다 큰 어른을 살떨리게 불안해지게 만드는 일이다. 아이키우기란 학교에서 배운 적 없는 것을 직접 몸으로 부딪혀 익혀나가야 알 수 있는 일이다. 또 여러 번 해보면 익숙해지련만, 그러기도 쉽지 않다. 배운 적 없는 일이니 학창시절 공부를 잘 한 사람도 소용이 없다. 그러면 사회에서 인간관계를 잘하는 사회성 좋은 사람은 아이를 잘 볼까? 아무래도 조금은 낫겠지만, 어른과 어른끼리의 대등한 관계에서 풀어나가는 것이 아니라, 전적으로 나에게 의존하는 존재를 돌보면서 또 서서히 아이가 독립해 나가는 과정을 인정하면서 지켜봐야만 하는 역동적 관계란 사회성 하나만으로 해결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언제나 고민이 된다. 더욱이 그 고민의 답을 얻지 못하면, 자칫 아이가 실제로 아플수도 있고, 제대로 자라지 못하는 불이익을 받을까 겁이 난다. 수학문제 하나 못풀어서 생길 일과는 상대가 안되는 대형사고다. 문제를 틀리면 나 한 사람 책임지면 그만이지만, 이건 내 아이의 손해다. 그 책임은 온전히 내 것인 것만 같다. 그래서 더욱 불안한 것이다. 그러면 둘째 아이를 키울 때에는 훨씬 나아지고 전문가가 되어있을까? 그게 그렇지 않다는 것이 아이키우기의 묘한 면이다. 첫째 때의 시행착오보다는 덜하지만 둘째는 다른 성별일 수 있고, 성격도 판이한 것이 실제다. 또 이번에는 형제간의 상호작용이란 변수가 추가된다. 아이가 늘어날 수록 방정식의 차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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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방정식을 풀기 위해서는 수퍼컴퓨터라도 동원해야할 것 같다. 어디 묘수가 없을까? 갈수록 세상은 험하고 경쟁은 심해지니 부모의 품을 벗어나기 전까지 최대한 잘 키워서 경쟁력을 갖게 하고 싶은 조바심이 커진다. 이럴 때에 우리의 합리적 선택은 두 가지다. 하나는 전문가에게 물어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험이 많은 사람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다. 전문가는 이론은 많이 알지만 실제 직접 적용을 해본 경험이 적기 쉽고, 경험이 많은 사람은 많이 해봤지만 자기만의 경험이라 다른 사람에게까지 적용하는 일반화를 할 수 있을 지 자신하기 힘들다. 자칫 양쪽 얘기를 듣다보면 더 혼란스러워지까지 한다. 아이는 하나뿐이고, 이 시간에 내릴 판단도 하나일 수 밖에 없으니 말이다.

 

이런 딜레마는 육아문제에서 영원히 풀기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도 그랬기 때문이다. 짜장면과 짬뽕중에 뭘 먹을래의 고민을 짬짜면이 해결했듯 육아서의 짬짜면과 같은 책이 나왔다. ‘부모가 되는 시간’이다. 이 책은 무려 네 아이의 아빠이자 소아정신과 전문의인 김성찬이 저자다. 맨 위가 남자 쌍둥이, 셋째가 딸, 넷째가 아들이다. 몇 살 터울도 나지 않은 미취학연령들이다. 쌍둥이에 오누이까지 있으니 가능한 형제의 조합이 모두 가능하다.(자매만 빼고) 그러니 실전에서 있을 법한 일은 거의 다 벌어진다. 저자는 거기다 지금도 매일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는 아이와 부모를 만나서 상담과 치료를 하는 소아정신과 의사인 전문가이기도 하다.

 

수많은 육아서와 차별되는 점이 여기에 있었다. 나 자신도 한 권의 비슷한 책을 세상에 내놓은 사람으로서 경쟁이 될 책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소개를 하게 되는 것도 이 책에서 내가 죽었다 깨나도 넘어설 수 없는 삶의 경험이 녹아있기 때문이었다.

 

이 책의 형식은 이렇다. 저자가 아이를 키우면서 겪은 열 두 개의 상황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이 상황에 대해서 혼자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보다 겸손하게도 14권의 육아서의 고전의 엑기스를 뽑아서 설명을 하면서 해법을 제시한다. 더 나아가 ‘행동수정’편에서는 카즈딘의 책을 소개한 후에 저자가 직접 아이들에게 적용하는 과정을 생생히 보여준다. 저자는 ‘책에서 배운 행동수정의 기본은 문제행동을 없애는 데 초점을 맞추지 말고 긍정적인 반대행동을 강화하라는 것’이라고 말한다. 여동생과 같이 놀지 않고, 괴롭히고 힘들게 하는 쌍둥이 오빠들에게 혼을 내기보다 쿠폰시간을 만들어서 그 시간동안 동생을 부드럽게 안아주기, 장난감 나눠주기와 같은 좋은 행동들을 구체적으로 정해서 지키면 쿠폰을 주는 행동수정기법을 적용해본 것이다. 처음에는 엄마와 아빠 모두 반신반의했다. 이게 정말 될까 싶었다. 아빠인 저자도 병원을 찾은 아이들의 부모에게는 매번 알려주던 방식이지만 실제로 잘 될까 싶었다. 그러나, 집에서 생각보다 빨리 아이들이 적응을 하고 행동이 바뀌는 것을 보면서 행동수정의 힘과 효과를 깨달을 수 있었다고 고백을 한다.

 

이런 식으로 저자는 아이재우기, 놀이, 사회생활, 형제간 경쟁, 훈육과 처벌, 격려등의 꼭 알아야할 주제들을 눈물없이 볼 수 없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생생한 저자의 실제 경험을 들려준다. 전문가라고 척척 아이를 잘 키우는게 아니라 다른 여타 부모들과 마찬가지로 고민하고 불안해하고, 어려워하는 일이라고. 그것만큼 더 격려가 되는 일이 있을까?

 

저자는 브레네 브라운의 ‘우리 아이들이 앞으로 어떻게 성장할지 알고 싶다면 완벽한 육아방법을 찾아 헤매는 것보다 지금 우리가 어떤 모습이며 세상을 어떤 식으로 끌어안는지 살펴 보는게 훨씬 낫다.’을 인용하면서 아이는 그 자리에 있고, 부모도 아이를 키우면서 어른이 되어가는 것이고 자신의 욕망을 투사해서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만 키우려고 하지 말라고 한다. 그래서 저자는

 

많은 부모가 아이를 게임 캐랙터 육성하듯 키우고 있다 실제로는 게임을 그만하라고 닥달하면서 정작 자신은 자신의 아이를 다양한 스펙을 갖춘 하나의 캐랙터로 성장시키는 육성게임에 중독되어 있는 것이다. 라고 분명하게 얘기하며 현대사회의 부모의 욕망을 비판하기도 한다.

 

저자는 ‘부모와 아이사이’, ‘아이들은 왜 느리게 자랄까’, ‘아이와 통하는 부모는 노는 방법이 다르다’, ‘어른들은 잘 모르는 아이들의 숨겨진 삶’, ‘아이는 책임감을 어떻게 배우나’, ‘민주적인 부모가 된다는 것’, ‘부모 역할 훈련’과 같은 수십년 동안 나온 수 천권의 육아서중에서 전문가들 사이에서 고전중에 고전으로 꼽히는 책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앞에서 저자가 경험한 상황에 적용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한다. 나는 그 부분을 잘 읽는 것만으로도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저자는 ‘나는 좋은 부모인가’라고 묻기보다 ‘나는 오늘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행동을 했는가’라고 물어야한다고 한다. 그러면서 처음부터 좋은 부모로 태어난 사람은 없다. 좋은 행동을 반복하고 연습하면서 더 나은 부모가 되어가는 과정에 우리는 서있다고 강조한다. 좋은 부모란 타고나게 공부를 잘하는 천재가 있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좋은 부모는 구체적으로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한 행동들을 쌓아나가면서 서서히 완성되어가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부모는 결국 ‘좋은 사람’이기도 하다. 그 과정은 부모가 되는 시간을 거치면서 힘들지만 아주 천천히 완성되어가는 길이 아닐까. 아무리 전문자라고 해도 힘든 것이 부모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여기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그 시간은 여러 번 되풀이할 수 도 없다. 그렇기에 책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지는 못하나 한 두 권의 좋은 가이드북은 필요한 법이다. 이 책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모의 불안이 줄어들면서 아이도 잘 크고, 부모들도 진짜로 성숙한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을 함께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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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시간김성찬 저 | 문학동네
이 책은 소아정신과 의사이자 네 아이의 아빠인 저자가 그간 읽어온 육아서 중 고전 중 고전으로 꼽을 수 있는 책 14권을 선정해 자신의 육아와 실제로 접목시켜 써내려간 생생한 육아 보고서다. 아이를 키울 때 갖게 되는 어려움, 궁금증, 고민을 초보 부모들과 함께 나누고 차근차근 해결해나가고자 하는 이 책은, 육아에 대한 다정한 안내서이면서 대한민국 초보 부모들의 용기를 북돋는 세심한 응원의 메시지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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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되는 시간
5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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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ㅋ

2015.01.24

책 14권을 선정해 자신의 육아와 실제로 접목시켜 써내려간 생생한 육아 보고서라니 흥미진진한 교훈이 가득할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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샨티샨티

2015.01.18

좋은 부모가 되기 위해 나는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며 지내야 하는데 딴짓하는 아이만 보면 닦달하게 되니 반성하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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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부신햇살

2014.12.08

육아에는 전문가는 없는 것 같지요..워낙에 아이들의 개성은 다양하고 한명한명 다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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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현(정신과 전문의)

어릴 때부터 무엇이든 읽는 것을 좋아했다. 덕분에 지금은 독서가인지 애장가인지 정체성이 모호해져버린 정신과 의사. 건국대 의대에서 치료하고, 가르치고, 글을 쓰며 지내고 있다. 쓴 책으로는 '심야치유식당', '도시심리학', '소통과 공감'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