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김다현 씨가 반 년 이상을 여장으로 살았다면 이 배우는 멋진 ‘수트빨’로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그것도 대학로의 두 극장을 오가며 하루는 <쓰릴 미>의 네이슨으로, 또 다른 하루는 <두결한장(두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민수로 말이죠. 요즘 성적 소수자들의 이야기가 무대로 옮겨진다는 것은 더 이상 기삿거리도 아닐 정도로 흔한 소재가 돼 버렸지만, 이 정도면 동성애 전문 배우라는 말이 나오겠는데요.
2012년 연극
“요즘 공연계 또 하나의 주류라서 남자와 입맞춤을 안 해본 남자배우는 거의 작품을 못하는 수준인 것 같아요.”
그래도 번갈아 서는 무대에서 각각 다른 인물로 각각 다른 성격의 동성애를 표현하는 것이 쉽지는 않을 텐데요. 혹시 스스로 성적 정체성에 대한 의심이 들거나...
“아니오, 그런 건 전혀 아니에요. 저 이미 결혼한 거 아시죠(웃음)? 2012년에
배우라면 수많은 작품에서 수많은 인물을 담아내야 하지만, 동성애 부분에 다가서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단순히 이 남자배우와 어떻게 입을 맞출지가 가장 힘들었어요. 게이는 여성적인 면이 있고, 여성들이 사용하는 단어도 많이 사용해요. 저는 결혼을 일찍 해서 아내와 대화를 나누다 여성들의 대화 노선이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무언가 고칠 게 있다면 저는 고치는 것에 대해 얘기하는데 아내는 그 불편한 마음을 먼저 토로하고 싶어 하더라고요. 남자인 제가 그런 감성을 알고 나니까 작품에서도 이해가 쉽더라고요. 어떻게 보면 여자들이 좀 더 배려하고 희생하는 거거든요. 그런 부분을 알고 나니까 인물을 표현하는 데도 좀 더 수월하지 않나 싶어요.”
그래도 <쓰릴 미>의 네이슨과 <두결한장>의 민수는 전혀 다른 인물이잖아요.
“솔직히 <두결한장>이 훨씬 와 닿아요. 작품에 있어서도 인물을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얘기고 이름도 민수고요. 민수는 우리 주변에 있을 수 있는 인물이거든요. 다들 사회화가 돼서 하고 싶은 말을 감추고 살잖아요. 그러다 어떤 계기를 통해서, 사랑을 통해서 그 껍질을 깨고 나오는 인물인데, 그래서 민수를 할 때는 그냥 내 얘기처럼 편하게 들어가서 차근차근 쌓아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런데 <쓰릴 미> 같은 경우는 인물에 닿기 위해서 미리 집중을 하고 많이 맞추고 들어가거든요. 두 극장을 오갈 때 <두결한장> 극장으로 가는 발걸음이 더 가볍긴 해요(웃음).”
아무래도 작품이나 인물 면에서 <두결한장>이 좀 더 자연스러운 거겠죠.
“자연스럽기도 하고, 정말 내 얘기 같기도 하고요. 저도 아무래도 사회화가 돼서 하고 싶은 얘기를 쉽게 못할 때가 많아요. 그게 진실임에도 불구하고. 그리고 사실 까칠한 사람들이 오히려 속마음이 유약하고 파고들면 여리거든요. 저도 그런 면이 있어서 민수와 많이 닮은 것 같아요. 반면 잘 모르시겠지만 저는 해바라기 같은 스타일이랍니다(웃음). 그래서 네이슨의 경우 사랑에 포커스를 맞췄어요. <쓰릴 미> 카피가 ‘누가 누구를 조종했는가’인데, 저는 조종이 아니라 사랑해서 결국에는 살인까지 저지른, 헌신적이고, 살인까지 함께 할 수 있는 사랑에 초점을 맞췄어요.”
<두결한장>은 음악극인데, 연극과 뮤지컬의 중간 정도라고 생각하면 될까요?
“실제 포맷은 연극이에요. 뮤지컬처럼 상황을 노래로 표현하는 건 아니고 중간 중간 그냥 음악이 들어와요. 드라마에서 음악이 나오는 것처럼. 무대 위에 항상 피아니스트가 있고요. 그래서 배우들이 도움을 많이 받아요. 뮤지컬은 할 만 하면 노래를 불러야 해서 끊기는 게 있는데, 음악극은 절정까지도 대사로 가다 분위기만 음악이 도와주니까 좋더라고요.”
두 작품 전에 <비스티보이즈>까지, 지난 7월 제대 이후 줄곧 달리고 있는데 그만큼 무대가 그리웠나요?
“본의 아니게 일정이 꼬였어요. 사실 공익 전에 너무 달려서 2년 동안 공식적으로 편히 쉬자고 마음먹었어요. 무대에 대한 갈증도 없고 공연도 맘 편이 봤죠. 그러다 군복무 중에 <두결한장> 제의가 있어서 하기로 했는데, 이후에 몇 작품이 들어왔고 다들 도전해 보고 싶은 인물이어서 이렇게 된 거죠. 작품을 하니까 오히려 무대가 더 좋아지는 것 같아요. 같이 하는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모두 소화해내기 힘들었을 거예요.”
2년 동안 무대를 떠난 셈인데, 뭔가 달라진 점이 있나요?
“예전에는 정말 잘하고 싶은 생각이 컸다면 지금은 조금 여유가 생긴 것 같아요. 당연히 작품의 결과물을 잘 만드는 건 중요하지만, 예전에는 컨디션이 안 좋아서 한두 장면 실수하면 잠도 못 잤거든요. 그리고 군대 갔다 오니까 스무 살 중후반 배우들이 많이 생겼더라고요. 어린 친구들이 실력도 좋고 외모도 출중해서 부담이 되는 면도 있었어요. 나를 찾아주는 분들이 적거나 내가 잊히지는 건 않을까... 솔직히 그런 마음도 들었는데,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한 발작 물러났더니 마음이 편해지더라고요.”
데뷔한 지 10년. 30대에 접어들었고, 군대도 다녀왔습니다. 과거 열심히 달렸다면 이제는 나름 그려가는 모습이 있을 것 같은데, 작품을 고르는 특별한 기준이 있을까요?
“저는 사실 작품보다는 인물을 관심 있게 보는 취향이 있어요. 작품이 전체적으로 조금 원하는 색깔이 아니더라도 인물에 호기심을 갖고 만들고 싶은 요소가 있다면 선택하는 편이긴 해요. 인물에 강점을 두는 작품을 계속 하고 싶어요. 예전에 제가 했던 작품인데 <미스터 마우스>라는 뮤지컬이 있어요. 바보와 천재를 오가는 역할인데, 그때는 너무 어려서 다시 해보고 싶어요. 그렇게 삶의 굴곡이 있고 결함이 있는, 새로운 인물을 하고 싶어요.”
돌아온 무대, 원하는 대로 독특한 빛깔의 인물들로 정신없이 내달리고 있는데요. 이 자취들이 어떻게 자리매김하길 바라나요?
“제 욕심인데 ‘믿보배’라고 하죠, 믿고 보는 배우. 저는 다른 건 필요 없고 관객들이 극장으로 보러 오는 배우가 되고 싶거든요. 저는 무대가 가장 좋아요. 요새는 작품도 많고 또 잘 안 되는 작품도 많은데, 그만큼 잘 만든 작품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서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그리고 이름에 ‘화’가 있어서 팬들이 저를 꽃이라고 부르는데, 죄송해요(웃음). 예전에 카페 마스터 하시는 분이 ‘꽃이 진다고 당신을 잊어본 적이 없다’는 말을 적었는데 감동이었거든요. 어떤 작품을 하든, 혹은 작품을 못하는 상황이 되더라고 저를 잊지 않는 팬들이 곁에 있었으면 좋겠어요.”
일정이 꼬여서 기자는 인터뷰 뒤에 <두결한장>을 관람하게 됐는데요. 글쎄요, 전체적으로 무대는 좀 더 다듬어야겠지만, 정동화 씨가 표현하고 싶었던 <두결한장>이라는 작품, 민수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은 조금이나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나저나 정동화 씨는 언제 그렇게 몸을 만들었대요? 생각지도 못한 초콜릿 복근에 깜짝 놀랐는데요. 조금은 아날로그적인(스스로 촌스럽다고 인정했어요.) 이미지에 확실한 반전이네요. 음악극 <두결한장>은 11월 30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2관 라이프웨이홀에서 공연됩니다. 옆 건물에서는 <쓰릴 미>도 공연되고 있으니 같은 배우의 다른 동성애 연기를 비교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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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하정
"공연 보느라 영화 볼 시간이 없다.."는 공연 칼럼니스트, 문화전문기자. 저서로는 <지금 당신의 무대는 어디입니까?>,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공연을 보러 떠나는 유럽> ,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축제를 즐기러 떠나는 유럽>, 공연 소개하는 여자 윤하정의 <예술이 좋아 떠나는 유럽> 이 있다.
앙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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