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 현실을 재현하다 - 제17회 부천국제만화컨퍼런스
제17회 부천국제만화컨퍼런스가 8월 13일부터 나흘 간 개최됐다. 지난 14일에는 ‘만화, 실재를 그리다_르포 혹은 미시사’라는 주제로 프랑스와 스페인, 한국의 작가들이 모여 대담을 나눴다. 그 현장을 『채널예스』가 전한다.
글ㆍ사진 임나리
2014.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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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혹은 미시사, 만화 속으로 들어오다


제17회 부천국제만화컨퍼런스가 지난 8월 13일 한국만화박물관에서 개최됐다. 주최 측은 만화가 가진 넓은 범주와 다양한 역할 등에 관한 학술대회와 세미나, 스페셜 대담 등의 프로그램을 계획해 나흘간의 일정을 알차게 채웠다. 특히 14일에는 ‘만화, 실재를 그리다_르포 혹은 미시사(Comics for 'the Real'_Reportage or Micro-history)’를 주제로 한 스페셜 대담이 진행됐다. 『체르노빌의 봄』을 그린 프랑스 작가 엠마뉘엘 르파주,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의 시나리오를 쓴 스페인 작가 안토니오 알타리바와 함께 『사람 냄새』의 김수박 작가, 『먼지 없는 방』의 김성희가 초대되어 ‘실재를 말하는 만화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작가 4명이 함께한 대담의 진행은 만화평론가 조익상이 맡았다. 그는 ‘실재’에 대한 정의를 시도하는 것으로 대담의 시작을 알렸다. “현실이되 잘 포착되지 않고 숨겨져 있는, 그러나 진실된, 세계의 모순을 드러내 주는 것이 실재”라는 것. 조익상 평론가는 본 대담의 소개글을 통해서 “실재는 그 단독으로는 도무지 포착되지 않으며 상상과 상징에 의해 구성적으로만 존재를 가늠할 수 있다. 따라서 실재라는 말을 쓸 수 있으려면, 그것을 그대로 투명하게 보고 보여주는 일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만 한다. 그런 다음, 실재라는 이름으로 포착하는 대상을 표현하기 위해 온갖 애를 써야 한다. 우리가 “진짜 나”를 보여주려 삶으로 안간힘을 쓰듯이, 한 작가는 대상을 더 잘 보여주기 위해 힘쓰다”고 이야기한 바 있다.

 

‘만화, 실재를 그리다_르포 혹은 미시사’ 특별 대담이 시작되자 네 작가가 차례로 단상에 올라 짧은 강연을 들려주었다. 첫 번째 강연자인 엠마뉘엘 르파주는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현장을 기록한 만화 『체르노빌의 봄』의 작가다. 원전 사고가 발생한 1986년 당시 작가는 열아홉 살이었고 그는 성인이 된 후 2008년에 사건 현장을 찾았다. 그에게도 체르노빌은 비극의 단어였고, 자신이 누구도 안전을 담보할 수 없는 곳으로 떠나는 것이라는 사실도 잘 알고 있었다. 그러나 현장에 도착한 후 작가가 느낀 감정은 복합적이고도 이상한 것이었다.

 

“체르노빌로 떠날 때 저는 투쟁가로서의 참여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곳에서 본 것을 여행기의 형태로 담아내려는 의도로 떠난 것이었습니다. 체르노빌을 떠올리자 죽음과 비극, 희생자에 대한 생각이 떠올랐어요. 하지만 현장에서 제가 본 것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비극적인 이미지와는 다른 모습들이었습니다. 그곳의 자연과 만나게 된 것입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르다는 생각을 했고, 현지의 사람들에게 지금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핵 발전이나 핵폭발의 참사에 대한 사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자 갈등이 시작됐습니다. ‘내가 보고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해석해서 담아낼 것인가’ ‘지금의 상황이 정상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어떻게 전달해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엠마뉘엘 르파주)

 

원전 사고 희생자들이 잠든 묘지를 찾아갔지만 죽은 자는 말이 없었고, 생존자들은 당시의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기를 주저했다. 오히려 그들은 살아갈 날들에 대한 긍정적인 이야기들을 들려주었다. 체르노빌에서 작가가 목격한 일상은 더없이 평화로웠고, 그것은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실제로 핵폭발이 있었던 원자력 발전소에 간 적이 있었습니다. 발전소가 제 눈앞에 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습니다. 그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 사람들에게 알려야겠다는 생각으로 굉장히 떨리기도 했습니다. 스케치하면서 선을 하나하나 그릴 때마다 ‘내가 죽음을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다가가고 있는 게 아닌가’ 라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체르노빌의 봄』은 그런 과정을 통해서 탄생한 것입니다.” (엠마뉘엘 르파주)

 

그는 대담 전에 조익상 평론가와 나눈 이야기에서도 같은 감상을 들려주었다. “나는 더럽고 오염된 장소에서 만화를 그렸으나, 내 안의 나는 ‘참, 아름답다’라고 울부짖고 있었다. 또 다른 하나는 달콤한 멋진 순간과의 만남과 그 만남으로 인한 따뜻함이었다. (중략) 비록 내가 인생의 죽음과 슬픔 그리고 황폐함에 직면할 것임을 예상하고 있었지만서도 말이다”라고 증언하고 있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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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 엠마뉘엘 르파주

(우) 안토니오 알타리바

 

영화와 소설 대신 만화를 선택한 이유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의 작가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들려준 이야기는, 르포 혹은 미시사가 만화와 만났을 때 발생하는 에너지에 대한 것이었다. 그것은 만화의 한계를 성급하게 규정짓는 편협한 시각에 대한 일침이기도 했다. 작가는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서 자신의 아버지가 살아온 역사의 한 페이지를 들춰 보인다. 그의 아버지는 20세기 초반 스페인의 농촌과 스페인 내전의 현장에 있었으며, 2차 세계대전과 프랑크 장군의 독재체제, 그리고 민주화의 과정을 경험했다. 수많은 장소와 사건이 교차하는 숨 가쁜 이야기를 르포, 그것도 만화의 틀 안에서 이야기한다는 것이 쉽지만은 않은 선택이었을 터.

 

“제가 아버지의 이야기를 그리겠다고 하자 주변 사람들이 반대했습니다. 아버지를 사랑하고 존경한다면 만화로 그리지 말고 소설로 쓰라고 말하더군요. 실재를 그려내기 전에 먼저 문화적 편견의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만화는 실제적으로 일어났던 역사적 사실을 구성할 수 없다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죠. 만화에 대한 문화적인 시각이 어떤지는 여러분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실제 사건을 재현하는 일에는 만화의 이미지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지 않습니까?” (안토니오 알타리바)

 

그러나 그는 “이 특별한 이야기를 만화로 전개함으로써 생기는 혜택에 대해 확신을 갖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리고 “역시 내가 옳았다”고 단언한다.

 

“만화는 아주 다양한 시간을 완벽하게 재현할 수가 있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킴’과 저는 다큐멘터리에 버금가는 정확한 실재를 만화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상생활부터 전투 장면-스페인 시민전쟁, 독일군과 프랑스군의 전투, 아나키스트와 공산당에 얽힌 전쟁의 이야기에 이르기까지 말입니다. 예를 들어서, 수백만 명의 난민이 프랑스 국경을 넘어서 피난을 가는 모습을 재현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영화라면 그 한 장면을 만드는 일에 많은 한계가 따를 것입니다. 하지만 만화로는 정말 잘 와 닿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동하는 모습을 가볍게 그려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실적으로 아주 강한 이미지가 다가올 수 있게 그릴 수 있습니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서는 현실적인 측면을 더 강조하기 위해서 실제 사진을 일러스트로 옮겨 그려서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안토니오 알타리바)

 

아울러 그는 ‘상징적인 실재’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90세의 나이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는데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에서 그 장면은 추락이 아닌 비행으로 그려져 있다. 실제를 재현하면서도 과거의 사실과는 다르게 표현하면서, 그 안에 비유와 상징을 넣어 놓은 것이다.

 

“누구나 그럴 거라고 생각하지만 저희 아버지는 항상 이상을 향해서 위로 전진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아버지는 날기 위해서 노력한 사람이라고 은유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상향에 도달하기 위해서, 날기 위해서 노력했지만 그 시도는 항상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제가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저희 아버지가 창문으로 뛰어내린 것이 사실은 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상향을 향해 날아갔다고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안토니오 알타리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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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익신 평론가

 

명랑 만화 그리기 힘든 사회


김수박 작가가 이야기하는 르포 만화의 강점은 시간을 붙들어 두는 능력에 있다.

 

“언론으로 보도된 것은 다 지나갑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더 이상 보지 않습니다. 하지만 저널리즘에 비해서 만화는 그 기록을 붙잡아둘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언제든지 사람들이 보도록 만듭니다. 소설과 비교해 보면 더 실감나게 만들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리고 조금 더 알기 쉽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은 사건을 영화를 만든다면 상당한 자본과 시간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 결과 얘기해야 할 부분이나 양은 한정됩니다. 그에 비해서 만화는 상당한 양과 깊이까지도 표현할 수 있습니다. 또 영상물에서 배우들을 통해 재현될 때 우리는 그 사람이 실제 인물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지만, 만화는 실제 인물과 동일시해서 볼 수 있는 현상이 있습니다. 이렇게 실감나게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만화의 장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수박)

 

그는 소소한 삶의 단면들을 그려내는 명랑 만화를 그리는 작가였다. 결코 좌시할 수만은 없는 사건들을 목격하게 되기 전까지는. 용산 참사를 계기로 그는 ‘명랑 만화를 그릴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으로 르포 만화를 그리기 시작했다.

 

“용산 참사가 발생했을 때도 저는 명랑 만화를 그리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사건을 해결하는 국가의 태도가 저로서는 납득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때 동료 작가가 ‘우리가 만화라는 예술로 이 일을 해결하지는 못하겠지만 기록으로 남길 수는 있을 것 같다’고 말하는 것을 듣고 ‘기록으로 남기면 언젠가 누군가는 이 일의 진상을 다시 조사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기록으로 남기는 것을 목표로 작품을 그리기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르포 만화의 깊은 곳으로 들어가게 됐습니다. 한 편으로는 머쓱한 기분도 들었습니다. 쌍용차 노동자 사건도 그렇고, 최근의 세월호 사건도 그렇고, 비극적인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지 않습니까? 이런 상황에서 명랑 만화를 그리고 사람들한테 즐겁게 보자고 내밀기가 머쓱했던 겁니다. 지금 당장 숨이 안 쉬어지는 일들부터 해보는 게 어떨까 싶었습니다. 만화로써 그런 부분을 내보임으로써 사회가 명랑해지는 데 일조한다면, 명랑 만화를 다시 그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저는 제가 좋아하는 명랑 만화를 그리기 위해 르포 만화를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김수박)

 

김성희 작가 역시 ‘소소한 이야기를 쓰도록 내버려두지 않는 사회의 불편한 진실’에 공감했다. 작품 『몹쓸 년』 안에서 우리 사회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압박들에 대해 이야기했던 작가는, 역시 용산 참사를 계기로 자신과 느슨한 듯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는 다른 이들의 아픔에 눈을 돌리게 됐다.

 

“용산 참사가 일어날 때 저도 책상 앞에 앉아서 사건을 보고 있었습니다. 이후에 동료 작가들과 모여 이 사건에 대해서 이야기하는 기회를 만들었고, 처음으로 르포 만화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동시대를 사는 사람들의 행복이 나의 행복과도 연관되어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면서 작업을 시작하게 됐고, 내가 사는 대한민국에 대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이전의 역사가 오늘을 사는 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도 깨닫게 됐습니다.” (김성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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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 김성희

(우) 김수박

 

그녀는 대담에 함께한 르파주 작가의 『체르노빌의 봄』과 알타리바 작가의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역시 우리 사회와 무관한 이야기가 아님을 지적했다. 핵 발전소와 관련된 문제, 부모 세대의 경험과 고통이 자녀 세대에게 영향을 미치는 현실은 우리에게도 전혀 낯설지 않은 까닭이다.

 

“『먼지 없는 방』에 담긴 이면을 들여다보면, 삼성이라는 기업이 글로벌 재벌로 발전하는 과정 속에서 노동자 한 개인들은 너무나 쉽게 죽음으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제가 반도체 공장을 직접 취재하고 노동자들과 만나면서 깨달은 것은 직접 만나보면 제가 생각했던 것들과는 많은 부분 다르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명의 노동자가 기억하는 현장의 이야기는 굉장히 작은 부분이기 때문에, 그가 처한 고통을 더 많이 드러내려면 그의 안에 쌓여있는 다른 진실도 같이 드러내야 했습니다. 르포 만화를 하는데 있어서 한 개인이 알고 있거나 알고 있지 않은 모든 상황들을 복합적으로 보여주려면 많은 취재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 이유입니다” (김성희)

 

르포 혹은 미시사를 만화에 담아내는 이유, 그러한 작업을 통해 꿈꾸는 미래는 네 작가 모두 다르지 않았다. 김성희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그들이 기대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고통이 자양분이 될 수 있는 작가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고통이 고통으로만 끝나지 않고, 그것을 같이 나누고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나갈 수 있는 방향으로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저도 남녀의 사랑이나 친구와의 우정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그리고 싶은데, 개인적으로 편하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는 함께 사는 사람들의 고통도 같이 나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진짜 즐거울 수 있을 테니까요” (김성희)


강연이 끝난 후 조익상 평론가는 네 명의 작가에게 ‘르포 혹은 미시사 만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다가가는 방식’에 대해 물었다. 엠마뉘엘 르파주 작가는 “나의 의견이나 시선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하는 나의 어깨 너머로 똑똑한 독자가 실재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밝혔다. 안토니오 알타리바 작가는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아버지와 나의 관계를 치유하는 시간과도 같았다”고 고백했다. 김성희 작가는 『먼지 없는 방』을 취재하며 자신이 이해하는 방식 그대로 사건과 사람들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했다는 자신의 원칙을, 김수박 작가는 강 건너의 사람들을 이어주는 다리를 놓는다는 생각으로 작업해 오고 있다는 소신을 들려주었다.

 

한편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현장을 기록으로 남긴 만화 『체르노빌의 봄』을 비롯해 니카라과 내전을 다룬 『게릴라들』을 창작한 엠마뉘엘 르파주는 건축학도 출신으로 섬세하지만 강렬한 선, 경이로운 색채감으로 독자들을 매혹하는 작가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에서 자신의 아버지의 삶을 들려준 작가 알타리바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로 바스크 대학교에서 불문학을 가르치는 교수로, 최근작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이전에는 『눈의 기억 LA MEMORIADE LA NIEVE』로 2002년 유스카디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김수박 작가는 『지하철1호선-사람의 곳으로부터』 『아날로그맨』 『오늘까지만 사랑해』 등을, 김성희 작가는 『몹쓸 년 『먼지 없는 방』 『똑같이 다르다』 등을 그렸다. 두 작가는 『내가 살던 용산』『섬과 섬을 잇다』 작업에도 함께 참여했다. 김수박 작가의 『사람 냄새』 와 김성희 작가의 『먼지 없는 방』은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던 노동자들이 백혈병으로 사망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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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르노빌의 봄 엠마뉘엘 르파주 글,그림/해바라기 프로젝트 역 | 길찾기
「게릴라들」로 잘 알려진 만화가 엠마뉘엘 르파주는 문화예술을 통해 무언가 할 수 있다고 믿는 예술가 동료들(데생악퇴르)과 함께 체르노빌에 가기로 했다. 가족들도, 정보를 얻기 위해 읽은 책들도 그를 만류했지만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 해도 그 곳에 직접 가서 보고 느끼겠다고 결심한다. 결국 엠마뉘엘 르파주는 2008년 4월, 원자력 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바로 그날에 그만의 시각을 믿어주는 동료들과 함께 체르노빌에 갔고, 그곳에서 그리고 또 그렸다. 1986년 4월 이후로 22년 동안 봄을 잃어버린 것으로만 보였던 체르노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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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안토니오 알타리바 글/킴 그림/해바라기프로젝트 역 | 길찾기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2010년 스페인 국립 만화대상을 비롯하여 다양한 상을 수상하며 스페인 만화 역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만큼 전폭전인 찬사를 받은 작품이다. 스토리작가 안토니오 알타리바가 자신의 아버지의 생애를 재탄생시킨 만화지만, 이 작품이 그려낸 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아버지가 아니다. 1910년에 태어나 2001년에 자살하기까지, 스페인과 프랑스를 오가며 신도, 조국도, 주인도 없는 세상을 온몸으로 앓았던 안토니오의 삶은 스페인의 역사와 한 아나키스트의 생애 그 자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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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냄새 김수박 글,그림 | 보리
르포만화집 《내가 살던 용산》과 《떠날 수 없는 사람들》에 함께 참여했던 김수박, 김성희 작가가 이번에는 삼성반도체 공장의 백혈병 문제라는 똑같은 소재를 가지고 각자의 개성을 담아 한 권씩 그려 냈다. 두 만화가는 비록 이 책이 얇디얇은 만화일 뿐이지만, 불편한 진실을 펼쳐 보이는 묵직한 역사가 될 것이라 믿으며 장면 하나하나에 온 마음을 담아 그렸다. 그래서일까? 어느 장면 하나도 쉬이 넘길 수 없는 무게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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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 없는 방 김성희 글,그림 | 보리
김성희 작가는 자료조사 더불어 끊임 없는 현장 노동자들에 대한 취재를 통해 한 번도 제대로 공개된 적 없는 반도체 공장을 만화로 그려 냈다. 사람들이 흔히 사용하는 전자제품에 필수로 들어가는 반도체가 무엇인지, 그 반도체는 어떤 환경에서, 어떤 노동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이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반도체를 모르는 일반 독자들에게 이 문제를 알리는 것과 더불어, 반도체 공장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해와 연대를 구하는 것도 이 책이 가지는 큰 의미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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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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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undleie

2014.08.29

맞아요 즐거운 이야기를 풀어내기에 앞서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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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귤

2014.08.25

명량만화를 그리기 쉽지 않은 사회...요즘을 보면 정말 공감이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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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