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고양이들은 그저 사소한 인연으로 동거하는 사이일 뿐이다”라고 말하는 심리학자와 개성만점 세 마리 고양이들의 동거 이야기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의 저자 장근영 작가님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작가님.
부제가 “고양이에게 마음을 들켜버린 어느 심리학자의 이야기”라고 붙어 있는데요, 심리학자의 마음을 읽어버린 능력자들, 작가님의 동거묘들, 이 책의 주인공들인 무심한 고양이 삼총사들부터 소개해 주세요!
저희 집 고양이가 세 마리에요. 장인어른의 단골가게 고양이 새끼였고, 2000년에 시장에서 사온 똘똘이가 있습니다. 얘는 유통경로로 봤을 때 다른 시장으로 팔려갈 수준이어서 안타까워 데려왔습니다. 그리고 삼돌이는 2003년에 아파트 단지에서 길냥이로 죽어가는 아이였어요.
붙임성이 지나치게 강한 똘똘이의 극성스러운 애정공세를 막아내는 비결로 반심리학을 이용해서 성공했다고 소개하셨잖아요. 혹시라도 이 방법이 꼭 필요한 애묘인들을 위해 살짝 공개해 주시죠.
그냥 청개구리 이야기를 생각하면 됩니다. 간단히 말해서 하지 말라고 하면 안하고, 하라고 하면 안하는... 모든 자유의지를 가진 생명체는 다 그렇습니다. 예를 들어 똘똘이의 경우에는 맨살 성애자라고 할 수 있어요. 저희는 애정 결핍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죠. 그래서 똘똘이가 들러붙을 때마다 꽉 끌어안았어요. 똘똘이가 도망가고 싶어 할 때까지 말이죠. 반심리학 까지는 아니고, 단순한 원리를 이용해본 것이었는데 잘 통한 사례였어요.
삼돌이를 상대로 심리실험을 시도했는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았잖아요. 소제목인 “늘 그렇듯 의도대로 되는 일은 별로 없다” 라는 문구가 심오하게 느껴졌습니다. 심리학자도 어쩔 수 없는 부분인가요?
사실 시도한 것 중에 제대로 된 것은 하나도 없습니다. 실제로 그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도 조건형성을 의도한 것이 아니었는데 우연히 발견한 것이었죠. 그러니까 살아있는 생명체들이 기계와 다른 점은 언제나 계산대로 행동하지 않다는 점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늘 겸손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세상은 우리의 생각대로 돌아가질 않으니까요.
개와 고양이의 가장 큰 차이점으로 “허위합의 효과”를 이야기하셨는데요, 이 챕터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나오죠. 무관심으로 오히려 좋은 평을 얻어내는 경우를 예로 들어 설명하는 부분에서는 저절로 고개를 끄덕끄덕~ (사실 제가 가장 서툰 부분이라서 더더욱...) 일종의 밀당으로 느껴지기도 했구요.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도움을 원하지 않는 고양이와 인간의 본성이 닮아있다... 라고 보시는 거죠?
쥐의 학습능력을 연구하던 심리학자들이 발견한 사실 중에 하나가 언제나 먹이를 주는 것이 보상은 아니다. 라는 것이었어요. 배가 고픈 쥐에게는 먹이가 보상인데, 배가 부른 쥐에게는 보상이 되질 않는 것이죠. 그러니까 보상은 주는 사람의 입장이 아닌 받는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야 하는 것입니다. 필요로 하지 않는 도움은 간섭이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상대가 필요하다고 느낄 때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입니다. 문제는 그 기다림에는 인내라는 어려움이 동반되어야 한다는 것이겠죠.
마지막 질문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주고 싶으셨는지, 또 애묘가이든 아니든 그들이 고양이를 통해 무엇을 배우기를 원하는지 말씀해 주시면 어떨까요?
요즘 우리 사회가 정말 각박하다는 생각을 하게 돼요. 특권층이 아닌 일반인들에게는 너무 많은 기준이나 규범 같은 것이 요구되고 있죠. 이게 젊은 사람들일수록 더 심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내가 뭐 하나만 잘못하면 큰일이 나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돼요. 그런데 사실은 그렇지 않잖아요. 누구나 실수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죠. 제가 고양이 집사로서 잘한 것이 하나도 없지만 이 책을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러한 점을 인정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점을 알아주신다면 더 좋겠습니다.
-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 장근영 저 | 예담
『무심한 고양이와 소심한 심리학자』는 심리학자가 세 고양이와 함께 살며 겪은 일상의 이야기들과, 고양이와 현대인의 다르고 또 같은 심리를 대조하며 유머와 감동, 위로를 전하는 ‘고양이와 인간에 대한 심리 에세이’다. 저자는 유머러스한 일러스트와 카툰을 직접 그리고 생동감 있는 사진을 찍어가며 고양이들과 동고동락한 일상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책을 통해 사람과 사람 사이든, 인간과 동물 사이든 그렇게 서로 길들이고 서로 인정해주며 관계를 맺어가는 게 중요하다는 걸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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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
앙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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