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체어샷, 인디 음악계의 새로운 바람
인디 신에서 요즘 날씨보다 더 뜨거운 음반이 나왔습니다. 아시안 체어샷의 신보 < Horizon >. 사운드가 묵직합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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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 체어샷(Asian Chairshot) < Horizon >

 

아시안체어샷

 

많이 벼르고 있었구나 느껴지는 음반들이 있다. 발매까지 우여곡절이 많았거나 일전에 선보였던 싱글이나 비정규작이 범상치 않은 기운을 내뿜었을 때 시간과 감정의 요소가 서로 만나 불꽃을 틔우곤 한다. 전주를 헤치고 해야 해야 우짖는 첫 곡 「해야」를 만날 때 다시 한 번 느낀다. 노래를 부르는 이도, 듣는 나도 모두 많이 벼르고 있었구나.

 

첫 앨범 < Horizon >을 듣기 전에 이전에 발표된 앨범들을 들어보는 것이 좋은 예습이 되겠다. 전작들에는 신보에 담긴 포효와 울음소리들이 더 날 것의 형태로 투박하게 담겨있기 때문이다. 듣는 이의 방심하는 틈 사이로 치명타를 날리는 이들의 패턴에 익숙해졌다면 신보의 우직한 필치를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다.

 


아시안 체어샷의 강점은 무아지경 질주의 한 가운데에서도 명확한 구획과 귀에 잡히는 선율을 소유하고 있다는 점이다. 난타하는 드럼과 잔향을 남기는 기타 이펙터 속에서도 후렴구만큼은 또렷하다. 「뱃노래」나 「어떡할까」는 멜로디와 더불어 가사의 간결함 덕분에 뇌리에 쉽게 남는다. 음악을 들으며 따라 부르는 것을 넘어서 관객들의 호응을 이끌어낼 라이브 무대의 한 장면까지도 연상할 수 있을 정도다. 긴장감을 쌓아올리는 과정부터 절정을 잡아내는 순간까지 성공적인 배합을 보여주는 덕에 비교적 긴 곡 길이도 무리 없이 소화한다.

 

아시안체어샷

소재나 가사 면에서도 성취를 얻는다. 소위 뽕짝 느낌의 마이너 톤이나 민요의 차용이 비단 아시안 체어샷만의 전유물은 아니지만 이들은 성공적으로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섞어냈다. 가사의 차별성은 전작에서도 두드러졌다. 반지하라는 궁핍한 생활의 소재를 단순한 신세한탄을 넘어 하나의 판타지로 탈바꿈시킨 「반지하제왕」때부터 밝은 조짐이 보였던 것이다. 「밤비」나 「화석」보여지는 가사의 설득력은 이번에도 본연의 몫을 확보한다.

 

끝에 다다를 무렵 문득 다음에 대한 생각이 떠오른다. 이전의 비정규작들에서 보여준 에너지들을 잘 모아 거대한 동력으로 만들었지만 흔적을 남기지 않고 타버리는 대화처럼 모든 힘을 다 소진한 것은 아닌지 기우가 든다. 물론 밴드의 지금까지 걸어온 행보가 우연이 아닌 잘 계획되고 탄탄한 바탕을 통해 만들어졌기 때문에 갑작스레 무너질 일은 없으리라 예측해본다. 특별한 이슈 없이 무뎌져가던 인디 음악계에 날카로운 자극이 다가왔다. 당분간은 사그라질 걱정 없는 기다란 광휘의 시작이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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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