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움에 대해서라면 자신 있는 편이었다.
네 자매의 맏이인 나는 입시생이었을 때를 제외하고는 줄곧 동생 중의 누군가와 함께 방을 썼다. 어른이 된 뒤에는 이따금 그 시절이 그립고 소중한 경험이었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는 단 하루만이라도 혼자서 집을 차지해보는 게 소원이었다. 음악을 크게 틀어놓은 채 소파에 길게 누워 있고 싶었고 밤새워 비디오테이프를 보거나 무선 전화기로 마음껏 통화하고 싶었다. 그러나 집에는 늘 동생들 중 누군가가 있기 마련이었고 운이 나쁘면 그 애들이 데려온 친구들까지 함께 북적거렸다. 엄마는 한 사람을 부르기 위해 매번 나머지 세 명의 이름까지 줄줄이 불렀고 전화는 늘 통화중이고 넷 중 둘은 툭하면 싸웠다. 물론 그만큼 웃을 일도 많고 모이기만 하면 신나게 수다를 떨고 서로를 위해 걱정과 위로와 축하를 아끼지 않았지만, 집에 있으면 도무지 외로울 틈이 없었다.
그때 내가 고독해질 수 있는 건 밤에 깨어 있는 방법뿐이었다. 공부를 하겠다고 늦게까지 스탠드 불빛 아래 숨어 열심히 뭔가를 끼적거렸지만 수학 문제를 푸는 건 아니었다. 교과서를 펴둔 채 그 밑에서 단짝 친구에게 편지를 쓰고 자세하고 내밀한 일기를 써내려갔다. 그러고도 시간이 남으면 이야기를 지어냈다. 밤의 길목에서 나는 일기와 편지, 공상을 통해 고독을 흉내 냈다.
어른이 되어야만 완전한 고독에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 면에서 내게 고독은 자유의 다른 이름처럼 느껴졌다. 어른이 되고 독립을 한다는 건 얼마쯤은 자발적으로 외로워지겠다는 의미를 담고 있었다.
결혼한 뒤 나는 마음껏 외로워질 수 있다는 사실에 황홀했다. 하루의 몇 시간은 밖에서 사람들과 일하고 또 몇 시간은 옆 사람과 공유하고 나머지 몇 시간은 온전히 내 것으로 확보하며 살았다. 그 생활은 몸에 잘 맞는 옷처럼 편안했다.
-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 vs 엄마는 날 몰라
-획일화된 아이로 키우고 싶지 않다면
-10년이 넘도록 지킨 서약, 그러나
- 한 몸의 시간, 으로 들어가는 글
-이병률 시인과 함께한 여행자 이야기
서유미(소설가)
2007년 문학수첩 작가상을 받으며 등단. 같은 해 창비 장편소설상을 탔다. 장편소설 『판타스틱 개미지옥』 『쿨하게 한걸음』 『당신의 몬스터』를 썼고 소설집으로 『당분간 인간』이 있다. 에세이 『소울 푸드』에 참여했다."
장고
2014.07.30
투명우산
2014.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