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들이 프레임 전쟁에서 지니까요. 다른 사람들이 설정한 프레임 안에서 살려고 하니까요. 그걸 바꾸려는 생각을 하기 어려웠죠. 그걸 지금부터 해야죠.”
시나위의 신대철이 추진하는 '바른음원협동조합'이 다가오는 16일 정식으로 출범한다. 지난 4월부터 바른음원협동조합 추진위원회를 발족해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달 30일, '음원 창작자 권리, 어떻게 지킬까'라는 의제로 국회토론회를 열며 지속적으로 논의를 이끌어냈다. 각고의 노력이 이제 조금씩 빛을 보려한다.
기억을 더듬어볼까 한다. 인터뷰는 지난 4월 말에 가진 만남이었다. 유독 더웠던 날이었음에도 멀리서 다가오는 신대철의 복장은 한눈에 봐도 길고 또 두꺼웠다. 가까이서보니 안색도 그리 좋지 않았다. 목소리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제부터 몸살이 났어요.” 인터뷰, 괜찮을까. 걱정으로 운을 떼니 요즘 밤늦게까지 공부하느라 상태가 안 좋아졌다는 답이 돌아온다. 그러고서는 현 음원 시장 상황에 대한 설명이 바로 이어졌다. 한 시간 반 동안 쏟아진 말들 속에는 많은 고민과 연구, 그리고 적잖은 분개가 자리했다. 행동하는 분노의 지식인. 그날의 신대철은 시나위의 기타리스트가 아니었다.
현 음원 시장 상황이 어떻습니까.
전체 음원 수익 구조를 보면 로엔(멜론)이 반 이상, 54%를 차지해요. 모든 가격 정책을 로엔에서 먼저 정해놓고 나머지 업체가 그걸 따라가는 상황이죠. 말 그대로 대기업 자본 논리입니다. PLC(Product Life Cycle; 제품 수명 주기)가 한 기업에서 나오고 있잖아요. 음원 산업은 다른 콘텐츠 산업에 비해 굉장히 불리한 구조를 갖고 있다고 보면 돼요. 타파해가려면 스스로 자생하는 길밖에 없죠.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구조로 말입니다.
스트리밍 중심의 소비 방식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스트리밍이 보통 디지털 음원을 사용하는 대표적인 방식으로 굳어졌어요. 엄격히 말하면 이건 대여업입니다. MR방식(Monthly Rental; 월 정액제 방식의 대여)이라는 렌탈의 일종이죠. 어렸을 때를 생각해보면 우리는 항상 음악을 소유해왔잖아요. LP를 쓰거나 CD를 쓰거나 하는 식으로요.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소유하지 않고 대여해서 듣는 방식이 생겨났어요. 그때 나온 게 스트리밍입니다. 2000년대 초에 광통신 고속인터넷이 깔리면서 냅스터나 소리바다처럼 무료 배포 방식이 많아졌을 때, 현상을 막기 위해 MR방식을 택하면서 지금의 스트리밍이 등장했어요. 산업 관계자들이 그렇게 주장을 하죠. 틀린 주장은 아니에요.
틀린 주장이요?
2004년 이후에 음원이 0원이었던 시장을 2000억 시장으로 만들었다는 얘기가 있어요. 뭐, 그런 업적이 분명 있겠지마는 문제는 분배방식이에요. 위탁 서비스를 하면서 40%를 가져간다고 하잖아요. 유통 수수료가 40%예요. 마진도 없이 말이죠. 게다가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보면 한 달에 100곡 듣는 사람도 있고 200곡, 300곡 듣는 사람도 있잖아요. 많이 사용할수록 음원 제작자에게도 많이 돌아가야 하는데 정작 그 혜택이 어디론가 사라져버리죠. 왜 음악에는 정가가 없을까요. 세상 모든 물건에, 하다못해 이 종이컵에도 정가가 있는데. 이마트나 롯데마트 같은 대형마트도 마진율이 25%를 안 넘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대여만 하는데도 40%. 상업적으로 있을 수 없는 사회죠. 거의 착취에 가까워요. 이걸 이번 (지난) 4월 30일 국회 공청회에서 얘기할 예정입니다.
비합리적인구조가 된 원인을 어떻게 보시나요.
우리나라 음악시장이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했어요. 1990년대 후반, 그러니까 IMF 이전과 이후가 판이하게 다릅니다. 이전이라고 한다면 굉장히 전통적인 방식의 시대죠. LP나 CD, 기존에 우리가 듣던 것들의 시대고, 그 이후라면 시장이 붕괴되면서 IT 산업이 발전하고 인터넷도 발전하면서 들어온 시대입니다. 통계를 보니까 1999년에 벌써 인터넷 사용자가 천만이 넘었고 불과 몇 년 후에 또 이용 가구 수가 천만에 달했어요. 기하급수적인 발전이죠. 여기에 음원을 MP3로 전환하는 기술이 생겼고 또 P2P로 공유할 수 있는 기술도 들어왔죠. “어? 음악을 공짜로 들을 수 있네?” 비슷한 시기에 냅스터가 나온 겁니다. 메이저 레이블들도 망하기 직전이었어요. 그 쯤, 2003년에 스티브 잡스가 아이팟 갖고 나오면서 아이튠즈를 소개했잖아요. 거기 시장에는 어느 정도 음원 정가가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 대해 구체적으로 듣고 싶습니다.
우리나라는 모바일 시대로 넘어갔죠. 다들 휴대폰을 갖게 되고 벨소리랑 컬러링들 많이 이용했잖아요. 온라인 시장이 오프라인 시장을 가볍게 넘기더라고요. 여기에 도토리로 음악을 사고 팔던 싸이월드도 있었죠. 음반 산업이 전통적으로 갖고 있던 가치가 온라인 시장으로 훅훅 넘어가더랍니다. 그때부터 종속되기 시작한거예요. 블루코드라고 싸이월드에 음원을 공급하던 업체가 있었어요. 그 회사가 도레미(미디어)를 현금으로 인수하더라고요. 우리나라 오프라인 음반 기업 중 가장 큰 규모였던 도레미를. 그런 변화가 일어난 거죠. 지금은 스마트폰들 쓰잖아요. 컬러링, 벨소리 급격하게 사라지고 싸이월드도 없어지고. 그쯤 이동통신사에서 부가서비스 산업으로 만들어낸 게 음원산업이에요. 이젠 완전히 종속돼버린 거죠. 디지털 음원을 폰에서도 듣고 컴퓨터에서도 듣고. 여기에 발맞춰서 스트리밍이 활성화됐어요. 음원을 갖지 않고도 바로 들을 수 있게끔 대여해서 들으라는 거죠. 여기에 자사 상품 50% 할인해주면서 한 달 이용료 3천원에 모든 음원을 들을 수 있게도 만들고.
음악계가 제대로 예측하지 못 한 건가요.
모든 수요가 저희 예측을 앞질렀죠.
스트리밍 시스템을 시행한 지도 꽤 됐잖아요.
아무도 얘기를 안 합니다. 오히려 소비자가 잘못했다고 얘기해요. 너희들은 왜 CD 안사, 왜 다운로드 안 받고 스트리밍해, 하면서 따지는 거죠. 그러면 안 된다는 겁니다. 소비자가 잘못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소비자는 죄가 없습니다. “싸게 나온 제품이 있어서 산 거다, 내가 내 돈 내고 내가 하는 거다“라고 말하는 데 무슨 잘못이 있어요. 소비자는 선한 사람들입니다. 여기다 대고 뭐라 그러면 안 되죠.
▶지난 4월 30일 국회토론회
바른음원유통협동조합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하는 협동조합의 사례가 있었나요.
유례를 찾기 힘들죠. 음악 산업 현장에 있어 음원 협동조합을 하기도 힘들고. 아마 따지고 보면 처음 있는 사례일 것이라 생각해요. 우리나라의 특수한 사회적 상황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어요. 음악이란 게 사실 소비자가 없잖아요. 공감을 하는 수단이니까. 이용자가 없다면 음원을 만들어봐야 소용이 없죠. 결국은 뮤지션과 함께 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갈 수밖에 없어요.
음원시장의 창작자권리도 같이 보장하는 활동인가요?
저작권은 관련 협회들이 있으니 그 문제는 그분들이 중점적으로 다뤄야하고요. 제가 말하고 싶은 건 지금의 퍼센티지로 나눠 갖는 건 문제가 있어요. 정가가 없잖아요. 왜 우리나라 모든 산업에는 정가란 게 있는데 음악에는 왜 없을까요. 우리가 성공한다면 (저작권협회 측에서) 20년 동안 못 해 온 걸 하는 겁니다. 저작권협회 규모가 상당히 큼에도 불구하고 창작자권리 보장이라는 일을 여태껏 못 해왔잖아요. 게다가 신탁단체가 세 개나 있는데.
어떤 배경으로 실시하게 되었나요. 최근 SNS에서의 글들을 보면 오래 전부터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문제점에 대해선 오래전부터 생각을 해왔어요. 어디서부터 이런 구조가 생긴 것일까. 시장은 계속 커진다는데 실제로 뮤지션에게는 왜 이리 적게 돌아올까. 동반성장은 없고 왜 회사만 커질까. 그 안을 들여다보니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구조더라고요. 이걸 바꾸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어요. 공정성의 문제기도 하고요. 여기에는 철학적인 접근도 필요하고 다른 산업과의 비교분석도 필요하죠. 음악의 가치와 원가의 필요성도 당연히 제기해야하고요. 돈을 들여서 우리가 만들었는데 왜 우리가 가격결정을 못한 채로 팔고 대여해줘야 하죠?
신중현 선생님께서 “디지털이 음악을 죽였다”고 말씀하셨죠. 이 발언은 언제쯤인가요.
그렇게 오래전은 아니고. 최근입니다.
활동 계획이 궁금합니다. 애플리케이션(앱)을 개발한다는 소식이 있던데요.
앱 개발로 가야죠. 온라인보다 모바일이 커지는 추세니까요. 이왕 앱을 만들 거 쿨한 앱을 만들자고 우리 모두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음원 사이트 앱을 보면 상당히 구리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진짜 퀄리티도 높고 심플하면서도 쿨한 앱을 개발해보자는 겁니다. 재밌는 기능들을 많이 넣을 예정이에요. 아이디어들도 많고 연구도 많이 하고 있죠. 대기업 앱에서는 볼 수 없을 기능들일 겁니다. 그곳들은 워낙 비대해서 못해요. 기동력이 없으니 결재서류 다 넣어야하고 개발,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죠. 앱을 통해 하나의 새로운 놀이문화를 만들어보자 하고 있어요. 내용을 잘 말씀드리긴 어려워요. 개발단계, 개발이라기보다도 구상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아이디어가 새나가면 안 되거든요. 하여간.
말씀하신게 우리라고 하셨잖아요.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습니까.
그것도 아직 밝히긴 어려워요. 발기인은 있고요. 많이 모아서 할까하는 생각도 하고는 있는데 그러면 움직이긴 불편하잖아요. 지금은 여덟, 아홉 명 정도 있죠. 참가하려는 분들도 굉장히 많아요. 조금 자제하고는 있죠. 각계 전문가도 있고 정치계 쪽에 계신 분도 있어요. 협동조합을 운영하시는 분도 있고요. 이름을 얘기하면 대충 아실 분들도 있고 하니 밝히기 아직 어려워요. 보안상 어떤 장면이 나올 수도 있기 때문에... 물 흐리기를 할 수도 있고 발기인만 천 명 모은다 하면 나쁜 마음먹고 삼백 명 심을 가능성도 있죠. 여러 요소들 때문에 지금은 최소 인력으로 움직이고 있어요.
제작 기간은 얼마나 두고 있나요.
앱 개발하는 게 최소 3개월이더라고요. 우리가 만들려는 건 굉장히 쿨한 것이기 때문에 사실 좀 더 길게 두고 정말 멋진 걸 만들고 싶어요. 시간이 좀 더 걸려서 만들겠다는 욕심도 있어요. 음악 산업은 1,2년짜리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해야하고 또 음악가들의 권익을 최대한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음악을 재생산할 수 있게끔 하자는 겁니다. 지금 상황에서는 수익을 창출해서 다음 작품을 위한 재투자가 가능한 선순환 구조가 전혀 마련될 수 없어요. 엄청난 악순환이에요. 황당한 얘기 하나 해드릴게요. 디지털 싱글 두 곡을 발표한다고 하면 저는 이제 계산이 딱 나와요. 그전엔 몰랐다가 이제 아는 거죠. 도저히 답이 안 나오는 거예요. 주위에서 왜 뮤비도 안 찍고 돈 천만 원 들여 홍보도 안 하냐고 하는데, 그 순간 천만 원 빚이 생겨요. 시나위도 수익 얼마 안 나요. 방송 3사에 홍보하고 뮤비 찍고, 이건 못할 짓이에요. 계속 다음 빚만 늘어나는 실정입니다.
음원 판매 방식도 궁금합니다. 네다섯 단계의 현 음원유통과정을 과정을 축소시키는 건가요.
줄일 수도 있겠고요. 직판장의 개념으로 하려 해요. 음원 직판장. 미니홈피 같은 방을 하나 내주고 자기가 만든 음악을 올리면 바로 판매가 되게끔 하려 하죠. (사운드클라우드처럼요?) 네. 일종의 그런 셈이죠.
그럼 아티스트들의 참여여부가 중요할 텐데, 독점계약 방식으로도 운영할 생각이신지.
아뇨 그런 건 없어요. 오픈 마켓이에요. 주위 둘러보면 많은 마켓이 있잖아요. 이마트니 뭐니 하면서. 그런 식으로 하나 더 만드는 거예요. 여기다가도 납품하고 저기다가도 납품하고. 그러다 마진이 많이 남는 마켓이 하나 생기는 거죠.
음원마다 가격이 다를 수도 있겠군요.
그럴 수도 있어요. 자기가 만들었으면 자기가 가격을 정할 수 있어야 해요. 무료로 판다고 하면 무료로 파는 거죠. '이 음악만큼은 500원 정도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500원에 파는 거예요. 최소한 그 정도는 정할 수 있는 거 아니겠어요? 노동력의 대가를 왜 대여업체 쪽에서 맘대로 정합니까. 말이 안 되는 거죠.
현행 40%의 수수료를 내리겠다고 하셨습니다.
갑자기는 못해요. 일단은 20%, 장기로는 10%만 가져가려 합니다. 지금은 유통 단계 수수료로 40%를 가져가고 있잖아요. 진짜 고혈 짜는 겁니다. 자기들은 손해 보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냥 가져가는 거예요.
스트리밍은 아예 생각을 안 하시는지.
사실 세계 각국에서 시작하는 추세에요. 우리가 거꾸로 가는 거죠. 스트리밍은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가격이 높아지면 안 들을 거다, 불법 다운로드를 하게 될 거다라고들 하는데 다 개소립니다. 이런 얘기들은 온라인 음원서비스 업체들이 자신들을 보신하기 위해 하는 협박이에요. 요즘은 모바일로 알아서 변환해서 모바일로 다운로드하잖아요. 사람은 돈을 조금 내고서라도 짜증이 안 나는 방법을 찾습니다. 접근성이 안 좋으면 짜증이 나기 때문이에요. 결국 착한 소비를 하게 되는 거죠. 이용해왔던 방식들보다 더욱 좋은 모델이 있으면 말이죠. 스트리밍은, 기본적으로 해야겠죠. 조금 다른 방식으로 할 겁니다. 지금 말하기는 어렵고 아직 연구 단계기도 해요. 스트리밍을 전혀 하지 않을 수는 없죠. 다만 장기적으로 다운로드를 유도하려 하는 겁니다. 저쪽(대기업)과는 반대예요. 저쪽은 스트리밍으로 유도하는 거고 우리는 다운로드해서 가져가게 하는 거죠.
중요한 시점에 시작하셨습니다. 경쟁을 어떻게 할 생각인가요.
사실은 경쟁이 안 되죠. 경쟁이 안 되고. 사람의 성선설에 기댄다고 할까요. 이런 거예요. 커피 얘기를 해볼게요. 공정무역을 하고 노동력을 착취하지 않는 착한커피가 나온다고 해도 사실 스타벅스가 없어지진 않잖아요. 착한커피를 먹는 사람이 스타벅스에 가기도 하죠. 그러면서도 '그래도 난 꽤 좋은 사람이기도 하구나'하고 생각하기를 바라는 거예요. 저도 많은 대형 커피숍에 가지만 조금씩 죄책감을 느껴요. 어떤 업체라 애기할 순 없어도 '여긴 노동력을 많이 착취한다던데 다음에 누구 만날 땐 여기 말고 다른 데서 보자고 해야겠다'하고 생각하는 거죠. 윤리의식에 완전히 기대겠다는 건 아닙니다. 기본적으로 개념을 이야기한다면 거기서부터 시작하지 않을까 싶은 거죠.
▶지난 4월 30일 국회토론회
시장 점유율도 따져야 할 텐데요.
우리가 당장은 뭘 시작한다 해도 시장점유율 측면에서는 상당히 크기가 작을 거예요. 일단은 5%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5%를 점유하고 시작한다면 굉장히 성공할 수 있을 거라고 판단하고 있어요. 나중에 음악 하시는 분들, 콘텐츠 생산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알 겁니다. 95%를 점유하는 업체들에게서 받는 정산금액이랑 5%의 우리에게서 받을 정산금액이랑 비교하시겠죠.
곡당 가격이 영미권은 1000원대, 일본은 3000원 가까이도 올라간다고 들었습니다. 반면 우리는 비싸야 500원이죠. '500원의 타성'에 익숙해져있지 않을까요.
인식을 없애긴 어렵죠. 아까 말씀드렸듯 멜론 사용자가 어느 날 느낀 죄책감에 기대하는 거니까요. 그래도 알려 나가야죠. 일종의 계몽이 필요합니다. 이런 거죠. “당신이 산 가격에서 당신이 사랑하는 아이돌 오빠한테는 얼마나 가는지 아느냐” (웃음) 이런 식으로요.
매체 변화를 현 상황의 큰 원인으로 지목하셨습니다. 매체 변화에 따른 음악의 변화도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의미 있는 음악가가 덜 나오고 있어요. 미래를 본다면 문제가 있는 거죠. 서태지 같은 사람이 나올까요. 힘들다고 봐요 저는. 음악을 잘 만들고 못 만들고의 문제가 아니라. 자생능력이 없어서 그렇습니다. 계속 대형기획사 제작 위주의 기획 상품만 나오는 거죠. 수억, 수십억을 투자해 오디션 보고 작곡가들 투입하고 춤, 노래, 연기 트레이닝 시켜 만든 사람들만 나오잖아요. '난 알아요'는 서태지 자기 혼자 기획해서 만든 거예요. 돈 가져다 스튜디오 렌탈하고 세션 가져다 만들었어요. 이제 그런 게 나오기 힘들죠. 확실해요. 최근의 경우라면 장기하 정도? 스스로 나온 건 장기하 정도가 유일하지 않을까.
오랫동안 록 신에 계셨죠. 록 신의 상황은 어떻다고 보시는지.
우리나라엔 장르음악이 없어요.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다 척 하는 겁니다. 시장이 있어야 장르 음악이 있는 거지. 여기엔 다 이유가 있어요. 대형 유통업체에서 다 북 치고 장구 치고 하다보니까, 왜 요즘에는 음원 서비스만 하던 업체들이 돈 크게 버니 제작까지도 하잖아요. 그럼 84%를 가져가는 거예요.
현 인디 신은 어떻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태동기부터 봐왔잖아요. 사람들이 홍대 신을 어떻게 만들어왔는지 알잖아요. 일본에는 음반 100만 장을 파는 인디 밴드가 있어요. 우리나라 규모에서는 100만 장까지는 어렵죠. 그래도 만 장 팔면 성공한 겁니다. 발표했을 때 만 장은 팔아줄 수 있는 팬들이 있다는 거죠. 홍대 신 그 카테고리에는 나름 자생력이 있다는 소리예요. 그런 사람들이 많아져야 합니다. 대형 기획사 위주로 움직이는 시스템엔 병폐가 많아요. 창조적인 사고나 융합을 기대하기 어려워요. 우리나라에선 인정받지 못 하는 독특한 음악이 유럽에선 '이게 뭐지' 싶을 정도로 엄청 좋은 반응이 있을 수도 있잖아요. 현재로는 거기까지 가는 경로가 없어요. 열어줘야죠. 여러 측면에서 봤을 때 그런 것까지 연구하고 길을 자꾸 만들어가야 할 것 같아요.
사실 이런 일들이 소수일수록 정부 지원이 필요하죠. 정부가 나서야할 일이 있다면 어느 부분일까요.
창작자를 보호하지 않으면 문화콘텐츠 산업에 가치가 없죠. 자격도 없고요. 콘텐츠 만드는 사람이 제일 중요하고 원 소스 만드는 사람들이 제일 중요하잖아요. 그들의 가장 밑에서부터 제일 보호해주고 제일 지원도 많이 해줘야하는데 그 위에 있는 기업에만 해주니까 문제죠. 아니, 열심히 만들어놓고 가게 주인한테 “진열대에다 놓고 팔아주세요”라고 했더니 원작자가 가져갈 이윤을 다 가져가버리면 내가 만들 이유가 뭐가 있어요. 눈으로 잘 안 보이는 거라 인식이 어렵죠.
창작자, 실연자가 받는 금액이 잘해야 30원, 40원 선이죠. 이것저것 떼고 남는 이익입니다. 다음 음반을 내고 홍보, 뮤비까지 찍는다면 곡당 수익이 최소 얼마 정도 되야 하나요.
정가제가 시행돼야 합니다. 몇 퍼센트 정책으로 따지고 들어가는 것보다 최저 가격을 보장하는 게 우선이에요. 음원도 음원정가제가 있어야합니다. 법적으로 보호받아야 해요. 이것도 국회에서 얘기하려고 합니다. “당신네들이 법 좀 만들어주쇼.”하고요. 여기에는 사회적 협의가 있어야겠죠. 열 곡짜리 음반 한 장을 만원이라고 쳐봅시다. 이것저것 다 빼고나면 곡당 600원 정도, 거기다 제작비까지도 제하면 400원 정도가 남아요. 저는 400원에서 500원 정도로 원가를 보는 게 맞다고 생각합니다. 그럼 이제 여기다 이윤 붙여서 팔게끔 해야죠. 이게 정당한 거 아닌가요?
SNS에 남긴 말 중 “계란으로 바위를 치면 악취라도 날거다”라는 문구가 있었죠.
무모한 도전이기도 합니다. 주위에선 다들 미친 거 아니냐고 그러죠. 대부분 반응이 다 그래요. 다만 바라는 것은 나와서 봐야한다는 점. 이쪽에서 저쪽을 보고 저쪽에서 이쪽을 보면서 뭐가 잘못됐는지를 봐야 해요. 그 안에 갇혀있으면 아무것도 안 보여요. 매트릭스죠. (웃음) “이거 먹을래? 아니면 이거 먹을래?
앞선 말씀 중 계몽을 언급하셨습니다.
소비자는 적이 아닙니다. 동반자예요. 팬이 없는 음악은 없어요. 관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게 움직여야죠. “양질의 음악을 듣고 싶으세요? 여기 있습니다. 짠!”하면서. (웃음)
올 가을쯤 그럼 제대로 만나볼 수 있는 건가요.
처음에는 가을쯤 되지 않겠어했는데 이제 5월도 되고.. 정말 잘 만들려고 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말로. 내가 써보고 내가 화딱지 나면 안 되잖아요. “이거 씨, 뭐야 이게.” (웃음) 이게 아이디어 싸움이고요.
최종 목표가 무엇입니까.
음악가들에 자생력을 주는 것. 우리나라의 음악 시장을 바꾸는 것. 최소한의 원가를 보장해줄 시스템을 구축하면서 목표를 달성해야죠.
오래 생각을 했을 텐데요. 이제 해야겠다는 생각은 언제쯤 들었나요.
작년부터. 이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나는 평생 음악을 만들 직업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수익이 안 나면 뭘 더 만들 수 있겠어요. 이걸 팔아서 다음 걸 만들어내죠. 도서며 영화며 다 이게 가능한데 현재 음악은 불가능합니다.
여러모로 현 상황에서 가장 적합한 인물이 일어나지 않았나합니다.
누가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하고 있었죠. (웃음)
인터뷰 : 김반야 이수호 전민석
정리 : 이수호
사진 : 전민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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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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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움직임이 따를 수밖에 없어 안타깝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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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07.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