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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드 시런만의 색깔을 만드는 과정

좋은 팝 음반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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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계에서 요즘 대세인 싱어송라이터입니다. 상상하시듯 헝크러진 머리에 자연스러운 티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기타 치며 노래를 부릅니다. 그 음악마저 예측 가능할까요? 프로듀서진의 이름들이 힌트입니다.

에드 시란(Ed Sheeran) < x >

 

에드시런

 

자칫하면 몰개의 산물이 될 수도 있는 근래의 포크, 어쿠스틱 팝 장르 속에서 에드 시런은 제 갈 길을 잘 탐구했다. 제이슨 므라즈와 데미안 라이스의 잔상이 드러나는 곳은 분명 재미없는 부분이기도 하나 그래도 눈길이 가는 부분은 닮은꼴이 아닌 차이점에 있다. 알앤비와 힙합에 관한 접근이 이번에도 유효타를 먹인다.  어쿠스틱 사운드와 접접을 형성하는 수준이 전작 < > 보다도 더 나은 형상이다. 그루비한 전개와 래핑으로 대표되는 힙합 식의 방법론이 잔잔한 사운드와 잘 맞아 떨어진다.

 

 

이를 가장 잘 드러내는 증거가 바로 퍼렐 윌리엄스와 함께한 싱글 「Sing」이다. 흥을 돋우는 펑크(funk) 리듬이 깔려있건만 정도가 과하지 않고, 콜래보레이션의 특성에 맞게 어느 하나 모자랄 것 없이 두 사람의 컬러가 잘 배치돼있다. 여기에 각기 다른 그 두 컬러가 시너지를 일으켜 저스틴 팀벌레이크 식의 사운드를 낸다는 점은 이 곡에서 가장 재밌게 드러나는 포인트. 퍼렐 윌리엄스와의 협업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Sing」과 같이 작곡과 프로듀싱에 참여한 「Runaway」 역시 같은 위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을 해볼 필요가 있다.

 

여러모로 에드 시런만의 색깔을 만드는 과정이 잘 펼쳐져 있다. 마찬가지로 「Don't」와 「Nina」, 「The man」 역시 알앤비 모델에 기반을 둔 곡들로 비트 메이킹과 보컬 라인 구성에 다양한 시도를 가한 흔적을 보이며 「Bloodstream」과 음반을 마무리하는 「Afire love」 역시 단순한 포크의 영역에만 머무르지 않는다. 다양한 갈래로 뻗는 접근법들이 에드 시런의 영토를 확장한다. 그러면서도 어쿠스틱 팝 전형에서 자아나는 소구력은 결코 놓치지 않는다.

에드시런

 

밋밋하기는 하나 잔잔한 사운드와 스트링 섹션이 결합한 감미로움으로 음반의 오프닝 격을 잘 수행하는 「One」, 중량감 있는 퍼커션 사운드가 매력에 위치한 「Photograph」, 기타 연주에서 동시에 흡인력을 발생하는 「Tenerife sea」와 같은 트랙들은 별다른 조미료 없이도 아티스트의 관점과 성향을 짚어낼 수 있는 증거들이다. 이와 같은 곡들로부터 음반 전체로 시각을 넓혀본다면 송라이팅과 연주, 보컬에서 대체로 역량이 물 올라있다는 것까지 유추해볼 수 있겠다. < x >는 데뷔작보다도 훌륭하다.

 

다만 불편한 점이 있다면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한 프로듀서 라인업. 다양한 조력자들 덕분에 에드 시런은 제 장르를 마련할 수 있었다마는, 반대로 생각하자면 여러 아티스트들이 에드 시런의 스타일을 제대로 잡아준 꼴로도 볼 수 있다. 각기 다른 트랙마다 각기 다른 프로듀서의 컬러가 노출된다는 것도 재미라면 재미, 약간의 실망이라면 실망이다. 앞서 언급한 「Sing」과 「Runaway」는 영락없는 퍼렐 윌리엄스 스타일의 곡이며 데뷔서부터 에드 시런을 잘 만져준 제이크 고슬링이 프로듀싱한 「One」, 「I'm mess」, 「Thinking out loud」와 같은 곡들에서는 전작에서의 그의 터치가 떠오른다.

 

참여진을 인지하고 본다면, 브루노 마스의 근작을 잘 뽑아낸 제프 배스커를 「Photograph」에서, 미니멀하면서도 거친 사운드를 뽑아낼 줄 아는 릭 루빈을 「Bloodstream」에서 느낄 수 있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작품은 에드 시런의 승리임과 동시에 프로듀서들의 승리이기도 하다. 사실 「Sing」과 같은 싱글들은 에드 시런에 앞서 프로듀서가 승리를 가져다준 결과라고도 하고 싶다.

 

그럼에도 좋은 팝 음반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적당히 감미롭고 적당히 재밌는 이 작품은 메인스트림 신에 최적화된 결과물이다. 과정에 약간의 문제를 제기했지만 어쨌든 에드 시런은 동세대 포크 팝 선배들과는 차별되는 지점을 끌어내는 데에도 성과를 보였고, 호의적인 대중들을 제 편으로 굳히는 데에도 성공했다. 이 결과에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나. 새로운 팝 아이콘의 대열에 합류했음이 분명하다. 음반 제목은 전작과 마찬가지로 연산기호에서 따왔으니 'multiply'라 읽으면 된다.

 

 

글/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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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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