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토퍼 콜럼버스
주경철 저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종말론적 신비주의자
인류 역사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만큼 논란이 많은 인물도 드물 것입니다. 아메리카 대륙의 발견이라는 사건 자체는 굉장히 큰 사건이었죠. 그런 거대한 성과와는 별도로 사실은 얼마나 추악하고 속물적인 인간이었는가를 다루는 책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종말론적 신비주의자라는 관점에서 크리스토퍼 콜럼버스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콜럼버스를 비롯한 항해자들이 금이라든지 재물에 대한 탐욕으로 항해를 했다는 시선이 있는데요, 저자는 단순히 그것만으로는 목숨을 걸기 어려웠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그 당시에 유럽인들은 어떤 심정으로 항해를 떠났을까? 라는 문제의식으로 그들의 마음을 역사적인 자료를 통해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저지대
줌파 라히리 저/서창렬 역 | 마음산책
인도와 미국을 오가며 그리는, 떠난 이와 남은 이의 섬세한 일대기
제가 읽을 줌파 라히리의 첫 소설이 아닐까 싶습니다. 줌파 라히리의 평가 중에서는 멋진 평들이 정말 많은데요, 예를 들면 ‘그녀는 지문을 전혀 남기지 않고 등장인물을 다룬다.’ ‘그녀의 글은 함께 엮이면 어느 면에서는 강철보다도 더 강한 거미줄처럼 섬세하면서도 강렬한 힘을 지녔다.’ 이런 평들인데요, 평들만 봐도 굉장히 읽고 싶어지는 작가입니다. 그런 라히리의 이 작품은 70여년의 세월에 걸친 한 가문의 이야기를 파란만장하게 펼쳐내고 있습니다. 그 중심에는 1960년 후반에서 70년대 초반까지의 인도 좌익운동이 자리 잡고 있다고 하는데요, 작가의 전작들에 비해 보다 사회적인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불타고 찢기고 도둑맞은
릭 게코스키 저/박중서 역 | 르네상스
처칠의 초상화부터 바이런의 회고록까지 사라진 걸작들의 수난사
저자 릭 게코스키는 영문학자이자 저술가이면서 희귀초판본 거래가 이기도 합니다. 이 책은 책 자체를 다루기도 하지만 문화, 음악, 미술, 건축 등 예술 전반을 다루고 있습니다. 제목에서 상상할 수 있듯이, 훼손된 예술작품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예술작품 이라는게 어떤 가치를 지키는가, 그리고 그 가치는 어떻게 평가되었는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한 그런 가치를 소유하거나 처분하거나 없앨 권리를 누군가가 행사하는 게 타당한가라는 의문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동진
어찌어찌 하다보니 ‘신문사 기자’ 생활을 십 수년간 했고, 또 어찌어찌 하다보니 ‘영화평론가’로 불리게 됐다. 영화를 너무나 좋아했지만 한 번도 꿈꾸진 않았던 ‘영화 전문가’가 됐고, 글쓰기에 대한 절망의 끝에서 ‘글쟁이’가 됐다. 꿈이 없었다기보다는 꿈을 지탱할 만한 의지가 없었다. 그리고 이제, 삶에서 꿈이 그렇게 중요한가라고 되물으며 변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