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저지 보이스>로 부활한 포시즌스
이번 코너에서는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주인공 포 시즌스의 노래들 중, 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들을 펼쳐드리겠는데요. 더불어 이 팀의 리더이자 리드 보컬리스트로 최고의 가성을 구사한 프랭키 밸리의 솔로 히트곡까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글ㆍ사진 이즘
2014.03.14
작게
크게
뮤지컬 <맘마미아>의 성공으로 한 가수의 노래로만 뮤지컬을 만드는 소위 ‘쥬크박스 뮤지컬’이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습니다. 퀸의 노래들로 구성된 와 빌리 조엘의 곡들로 만들어진 <무빙 아웃> 등이 대표적이고, 우리나라에서도 이문세의 노래들로 꾸며진 <광화문 연가>와 김광석의 곡으로 제작된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디셈버> 그리고 양희은의 작품들로 구성된 <아름다운 것들>이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죠.


2005년에 초연된 <저지 보이스>는 1960년대에 전성기를 구가한 4인조 백인 그룹 포 시즌스의 노래들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형식의 뮤지컬입니다. 포 시즌스의 멤버들이 모두 뉴저지 출신이었기 때문에 뮤지컬 제목이 가 됐는데요. 이 작품은 포 시즌스가 어떻게 결성됐고, 어떤 어려움을 극복하면서 당대 최고의 보컬 그룹으로 성장했는지를 노래와 함께 화려한 무대로 그려내고 있습니다. 미국에서 흥행에도 성공한 이 뮤지컬은 2006년도 토니 어워즈에서 최우수 뮤지컬과 최우수 남우주연, 최우수 남우조연 부문을 수상했고, 2007년도 그래미에서는 최우수 뮤지컬 앨범을 수상했습니다.

1960년에 정식으로 결성된 포 시즌스는 1960년대를 대표하는 보컬 그룹이자 밴드였습니다. 당시에 활동하던 흑인 보컬 그룹처럼 두왑 스타일의 노래도 불렀지만 직접 노래를 만들고 연주도 한 밴드이기도 했죠. 1964년에 비틀즈가 미국에 상륙하기 이전에 비치 보이스와 함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백인 그룹이 바로 포 시즌스였습니다. 모두 5곡의 빌보드 넘버원과 10곡의 탑 텐 싱글을 배출한 포 시즌스는 1990년에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 올라 그 업적을 인정받았죠.

이번 코너에서는 뮤지컬 <저지 보이스>의 주인공 포 시즌스의 노래들 중, 팝 역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노래들을 펼쳐드리겠는데요. 더불어 이 팀의 리더이자 리드 보컬리스트로 최고의 가성을 구사한 프랭키 밸리의 솔로 히트곡까지 소개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1. Sherry

포 시즌스의 두 번째 싱글이자 첫 번째 넘버원입니다. 이 노래를 만든 팀의 건반 주자 밥 가우디에 의하면 원래 제목은 케네디 대통령의 부인이었던 제클린 케네디한테 영감을 받은 「Jackie baby」 였지만 녹음할 땐 밥 가우디의 친구면서 디제이였던 잭 스펙터의 딸의 이름을 따서 「Sherry」 라고 정했다고 합니다. 이 곡에서 소프라노 키를 자랑하는 프랭키 밸리의 소름 돋는 가성 창법이 사람들에게 알려졌죠. 이 노래는 영화 <설국열차>에 출연했던 흑인 여배우 옥타비아 스펜서에게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안겨준 2011년도 작품 <더 헬프>에 삽입되기도 했습니다.




2. Big girls don't cry

같은 해인 1962년에 싱글차트와 흑인음악 차트 모두 정상에 오른 「Big girls don't cry」 는 포 시즌스를 대표하는 명곡인데요. 밥 가우디와 프로듀서 밥 그루가 함께 작곡한 이 노래는 밥 가우디가 로널드 레이건이 출연한 <테네시의 파트너>라는 영화를 보다가 여기에 나온 대사를 그대로 노래 제목으로 정했습니다. 워낙 유명한 노래라 1960년대를 배경으로 한 영화에 자주 삽입됐는데요.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이 <더티 댄싱>이고 어린이 프로그램 <세세미 스트리트>에서는 빅 버드가 「Big birds don't fly」 로 가사를 바꿔 부르기도 했습니다. 블랙 아이드 피스의 멤버 퍼기가 2007년에 1위에 올려놓은 「Big girls don't cry」 와는 제목만 같은 동명이곡입니다.


3. Walk like a man

밥 가우디와 밥 크루가 쓴 이 곡은 1963년도에 전미 차트 정상에 올랐습니다. 닉 마시의 베이스 음색과 프랭키 밸리의 가성이 조화를 이룬 「Walk like a man」 은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노랜데요. 이 곡을 녹음할 때 바로 밑층에서 불이 났다고 합니다. 매캐한 연기와 소방차가 뿌리는 물이 녹음실로 스며들었지만 프로듀서인 밥 크루는 문을 닫고 계속해서 녹음하라고 멤버들을 다그쳤죠. 결국 소방관들이 도끼로 스튜디오 문을 부시고 들어가 밥 크루와 포 시즌스를 밖으로 끌어낼 때까지 녹음은 계속됐다고 합니다. 멤버들은 프로듀서가 얼마나 원망스러웠을까요. 이 노래는 1986년에 댄스 팝 그룹 매리 제인 걸스가 리메이크해서 41위를 기록했고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선정한 ‘로큰롤을 만든 노래 500’ 안에 올랐습니다.


4. Rag doll

비틀즈가 전 세계를 호령하던 1964년에 2주 동안 빌보드 정상을 차지한 「Rag doll」 은 원래 밥 가우디가 길거리에서 자동차 와이퍼로 세수하던 여성을 보고 만든 곡입니다. 이 여성이 안쓰러웠던 밥 가우디는 그녀에게 돈을 주고는 스튜디오로 돌아와 밥 크루와 함께 ‘헝겊 인형’이라는 타이틀의 「Rag doll」 을 작곡했죠. 2010년, 뉴욕의 한 라디오 프로그램이 청취자를 상대로 한 설문조사에서 이 곡은 가장 사랑받는 노래 1위를 차지할 정도로 미국인들이 애청하는 곡입니다.





5. Let's hang on

「Let's hang on」 을 재즈 보컬 그룹 맨하탄 트랜스퍼의 곡으로 알고계신 분들이 많을 텐데요. 사실 이 노래의 원래 가수는 포 시즌스입니다. 이들이 1965년에 발표해서 빌보드 3위를 기록한 「Let's hang on」 은 기존의 스타일에 큰 변화를 준 노래입니다. 멜로디는 예전처럼 밝고 흥겹지만 퍼즈 톤의 걸쭉한 기타가 등장하기 때문이죠. 비틀즈와 롤링 스톤스의 등장으로 록이 붐을 이루자 포 시즌스도 그 대세를 자신들의 음악에 받아들인 겁니다.






6. Working my way back to you

1966년에 싱글차트 9위를 인쇄한 「Working my way back to you」 는 대단히 모타운스러운 곡입니다. 통통 튀는 드럼 사운드와 탬버린 소리 그리고 자연스럽지만 리듬감이 살아있는 멜로디가 라이벌이었던 흑인 보컬 그룹 포 탑스와 대단히 비슷하죠. 그래서 1979년에는 알앤비 그룹 스피너스가 리메이크해서 싱글차트 2위를 달성하죠. 여자 친구 몰래 다른 여자를 만난 남자가 결국엔 후회하는 내용을 담은 이 노래는 많은 남성들을 뜨끔하게 만들었답니다.





7. Can't take my eyes off you

우리나라에서 이 노래를 모르는 음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유명한 곡이죠. 밥 가우디와 밥 크루가 합작한 「Can't take my eyes off you」 는 포 시즌스의 노래가 아니라 프랭키 밸리가 1967년에 발표한 솔로 히트곡입니다. 빌보드 2위까지 치고 올라간 이 노래는 처음엔 음반사가 너무 어렵다고 여겨 싱글로 발표하기 꺼린 노래입니다.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수 백 번이나 리메이크된 「Can't take my eyes off you」 는 국내에선 노르웨이 그룹 아하의 보컬리스트였던 모튼 하켓의 버전으로 1990년대 후반 엄청난 인기를 누렸죠. 영화 <브리짓 존스의 일기>에서는 앤디 윌리암스의 목소리로 삽입됐고, 1991년에는 펫 샵 샵이스가 유투의 「Where the streets have no name」 과 함께 메들리로 불렀습니다. 그 외에도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 로린 힐, 뮤즈, 킬러스, 배리 매닐로우 등이 자신들만의 스타일로 부활시켰고 멜 깁슨과 줄리아 로버츠가 주연한 <컨스피러시 씨어리>에도 등장해 그 긴 생명력을 과시했죠.


8. My eyes adored you

밥 크루와 「I like dreamin'」 으로 인기를 얻은 싱어 송라이터 케니 놀란이 공동으로 작곡한 아름다운 발라드 「My eyes adored you」는 1975년 차트 탑을 차지한 프랭키 밸리의 솔로 히트곡입니다. 밥 크루와 케니 놀란은 이미 1974년에 흑인 여성 보컬 그룹 라벨이 불러서 넘버원을 기록한 「Lady marmalade(영화 <물랑 루즈>에 삽입된 바로 그 곡)」 를 작곡하기도 했죠.







9. December 1963 (Oh, what a night)

포 시즌스의 마지막 넘버원 싱글로 밥 가우디와 그의 부인 쥬디 파커가 만든 디스코 스타일의 곡입니다. 이 노래에서는 당시 포 시즌스의 드러머였던 제리 폴치가 리드 보컬을 맡았고 프랭키 밸리가 중간에 고음 부분을 맡고 있죠. 원래 제목은 「December 5th, 1933」 였다고 하는데요. 이날은 미국에서 금주법이 폐지된 날입니다. 하지만 프랭키 밸리와 공동 작곡가인 쥬디 파커가 마음에 들어하지 않아서 통속적인 첫사랑 이야기의 노래로 바뀌었죠. 1994년에는 이 노래의 리믹스 버전이 다시 빌보드 싱글차트 14위를 기록했습니다.




10. Grease

올리비아 뉴튼 존과 존 트라볼타가 주연한 뮤지컬 영화 <그리스>의 이 주제가는 1978년에 차트 정상을 차지했는데요. 당시 최고의 작곡가로 만들면 모든 노래를 히트시켰던 비지스의 맏형 배리 깁이 작곡했고 유명한 기타 리프는 싱어 송라이터이자 기타 명인인 프터 프램튼이 연주해 화려한 진용을 자랑했죠. 배리 깁은 이 곡을 만들 때 키를 낮춰서 가성으로 유명한 선배 프랭키 밸리가 쉽고 편하게 노래를 부를 수 있게 배려했습니다.




글/ 소승근(gicsucks@hanmail.net)

[관련 기사]

-비틀즈(Beatles), 전설의 시작을 알리다
-세대를 뛰어 넘는 스웨덴의 침공 - 아바(ABBA)
-디스코 시대의 정점을 보여준 작품 - 비지스(Bee Gees)
-장르와 시대를 넘어선 위대한 보컬리스트 - 김광석 <4집(김광석)>
-음악의 순도를 지키다 - 어스 윈드 앤 파이어(Earth, Wind And Fire)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포 시즌스 #저지 보이스 #프랭키 밸리 #Sherry #그리스
8의 댓글
User Avatar

잉여인이자나

2014.03.16

December 1963 (Oh, what a night) 'amorfati2'님 말씀대로 셜록에도 나왔죠. 세 번째 시즌 두 번째 에피소드에서 존과 메리의 결혼식 피로연 중 셜록의 바이올린 독주가 끝난 후, 다 같이 춤추며 즐길 때 나왔던 음악. ㅎㅎ 개인적으로 이 두 번째 에피소드가 가장 기억에 남네요. 밀실 트릭이라 어떻게 될지 궁금했었거든요. 암튼 언급해주시니 다시 한 번 정주행하고 싶은 베니홀릭 1인입니당~ +_+
답글
0
0
User Avatar

돌부처

2014.03.16

신나는 팝과 공연에 대한 이야기 잘 보았네요...뮤지컬 영화 그리스~다시 떠올려봅니다^&^
답글
0
0
User Avatar

sunnydaler

2014.03.16

뮤지컬 스타일의 노래를 좋아하지 않는 분들이 있는데 팝송으로 뮤지컬 만들면 그런 점이 매력이겠네요.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Writer Avatar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