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기에, 집집마다 와플 레시피가 있는 나라
『벨기에 디자인 여행』 에는 디자인이라는 프레임을 통해 투과된 벨기에의 모습이 담겨있다. 그것은 벨기에의 디자인에 대한 이야기인 동시에 그 안에 깃든 벨기에의 역사와 문화, 벨기에 사람들의 사상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다.
2013.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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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콜릿과 와플 너머의 벨기에 이야기
대한민국의 경상남ㆍ북도를 합한 만큼의 국토 면적, 서울 시민의 숫자를 살짝 웃도는 인구. 결코 큰 나라는 아니지만 8,000종의 맥주와 그 보다 더 많은 와플 레시피가 존재하는 곳. 이곳은 벨기에다. 우리에게는 초콜릿 혹은 <개구쟁이 스머프>의 고향으로 기억되는, 결코 낯설지만은 않은 나라. 그런데 과연 우리는 벨기에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의 저자 지은경은 “벨기에의 문화가 우리 삶 속에 깊이 침투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벨기에와 연관 짓지 못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그녀가 벨기에의 이야기를 시작하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디자이너의 시각과 목소리로 전해지는 벨기에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예스24와 예술의 전당이 함께하는 ‘책 읽는 풍경’ 강연회를 통해 그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은 주로 벨기에의 디자인과 문화, 예술, 건축에 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요. 전문가적 입장이 아닌 개인적으로 제가 느낀 벨기에라는 나라에 대해서 서술한 거예요. 벨기에를 잘 아시는 분들 중에는 저와 다른 의견을 갖고 계신 분들도 꽤 많으실 거예요. 『벨기에 디자인 여행』은 역사와 사실을 바탕으로 하고 있지만, 많은 부분 저의 감성에 의해서 쓰여진 책이죠.”
전시 기획자이자 에디터로 활동 중인 저자는 프랑스 파리 유학 당시 벨기에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보다 정확하게 말하면, 벨기에 친구들과의 인연이 그녀를 낯선 나라 벨기에로 이끌었다. 처음부터 벨기에와 강렬한 사랑에 빠져든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만남이 잦아질수록, 이 작은 나라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깃거리들에 점차 매료되었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 에 사진작가로 참여한 세바스티안 슈티제는 그러한 이야기를 들려준 소중한 친구들 중 한명이다. 벨기에 브뤼헤 태생의 순수예술 사진작가인 그는 저자와 함께 벨기에를 여행하며 두 권의 책 『행복한 아이들 시몬과 누라처럼』 과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을 출간했다.
“벨기에는 우리나라와 매우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어요. 많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만화 <개구쟁이 스머프>와 <틴티의 모험>이 모두 벨기에 작가의 작품이고요. 영국 작가가 쓴 <플란더스의 개>는 앤트워프의 작은 시골마을에 살았던 소년의 이야기예요. 플란더스가 벨기에의 플랑드르 지방을 가리키는 말이거든요. 이렇게 우리 삶 속에 녹아있는 벨기에의 이야기를 들려드리면 색다른 발견의 기쁨이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을 쓰게 된 이유이기도 하고요.”
뿐만 아니라 벨기에는 한국전쟁 당시 3,000명의 군을 파병한 나라이자, 가장 먼저 대한민국을 자치 국가로 인정한 나라다. IMF 당시에는 유럽 국가 최초로 한국에 투자사절단을 파견하고 1억 3,000만 달러의 기금지원을 약속했다. 이렇듯 우리나라와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벨기에에 대해 아는 것은 지극히 단편적이다. 색소폰의 발명가가 벨기에 사람이라는 사실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본부가 벨기에에 위치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렇듯 벨기에를 바라보는 우리의 시야가 좁은 까닭에 『벨기에 디자인 여행』 에 담긴 생생한 모습들은 더욱 신선하고 흥미롭게 다가온다.
다름이 만들어내는 균형이 아름답다
『벨기에 디자인 여행』 을 통해 저자는 ‘벨기에는 디자인이다’라고 말한다. 분명 벨기에를 바라보는 그녀의 시각은 디자이너의 그것이다. 하지만 그 안에서 발견되는 벨기에의 모습은 디자인이라는 하나의 분야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다. 디자인을 통해 들여다볼 수 있는 벨기에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벨기에 사람들의 사고와 정치관에 대한 이야기까지도 모두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벨기에의 디자인을 낳은 요소들이기도 하다. 그래서 저자는 “‘왜 벨기에 디자인인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면 벨기에의 지리적 특성과 역사적 배경, 벨기에적 사상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고 적기도 했다.
시대와 공간의 다양성, 형태들의 상이함에서 균형을 이루며 동시에 전통을 지킬 줄 아는 벨기에 사람들의 지혜는 벨기에 디자인이라는 외형적 요소로 가장 먼저 나타난다. 프랑스의 화려함, 독일의 미니멀리즘, 네덜란드 실용주의, 북부 유럽의 담백함이 어우러져 언뜻 이도 저도 아닌 듯 보이지만, 사실은 각 스타일의 장점만을 모아놓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벨기에 디자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p.18) | ||
“겐트에서는 리크트페스티벌이라는 축제가 열리는데요. 축제 기간 동안 음악과 반짝이는 불빛들이 끊이지 않아요. 페스티벌의 코너마다 장식이 되어 있는 걸 보면서, 그 작은 도시 안에서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일들이 굉장히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어요. 정말 다양한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서로 다른 활동들을 펼쳐낸다는 게 정말 인상적이었죠.”
너무 많은 스타일과 의견들이 공존하지만 벨기에는 항상 다양함 속에서 절충과 합의를 적절하게 이루어냈다. 또 서로 다름을 존중하며 상대방을 향해 무한하게 열린 사고를 지향하면서, 동시에 벨기에 특유의 고유한 본질은 잃지 않으며 전통과 현대적인 것을 보기 좋게 결합시켰다. 디자인 역시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가 함께 공존하고 혼합되어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띠고 있다. (p.16)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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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벨기에 디자인 여행 지은경 저/세바스티안 슈티제 사진 | 안그라픽스
“나는 운명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내게 벨기에는 거역할 수 없는 운명이었다.” 저자 지은경은 벨기에의 옆나라인 프랑스에서 오랜 시간을 지내면서도, 대학 시절 떠났던 유럽 배낭여행에서도 벨기에는 그저 스쳐지나가는 작은 나라였을 뿐이라고 말한다. 그런 그가 운명에 이끌려 벨기에를 알게 되었고 벨기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이제는 말하고 있다. 과연 벨기에의 무엇이 그토록 그를 매혹시켰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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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