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자기 이야기를 시작하다 - 이승철, 김예림, 써티 세컨즈 투 마스
‘국보급 보컬리스트’ 이승철이 새 앨범을 발표했습니다. 대중들의 기대를 충족시키면서도 적절한 변화를 가미한 이번 앨범에서도 역시 남다른 관록이 느껴지네요. 어느덧 가수 데뷔 30주년을 바라보는 그의 열한 번째 앨범, 를 지금 소개해드립니다. <슈퍼스타 K> 출연 당시 듀엣 투개월로 많은 사랑을 받은 김예림의 첫 솔로 앨범과 사운드 활용의 폭을 넓혀 한층 다채로워진 모습으로 돌아온 써티 세컨즈 투 마스의 함께 만나보세요.
2013.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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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
‘어떤 곡이라도 이승철이 부르면 최고가 된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실제로 노래를 업으로 삼은 가수들이 하는 얘기다. 본인은 쑥스럽겠지만 신보의 포스터에도 ‘보컬의 신’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테크닉과 감정표현 모든 보컬의 영역에서 단연 선두인 것 말고 이승철에게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앞과 위’의 추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곡을 골라내는 감각이다.
30년을 별다른 소강, 하강 국면 없이 관통한 비결은 실은 곡 선별 재능이다. 항상 트렌드를 한발 또는 조금 앞서 가야 한다는데 중점을 둔다. 그간 전문영역 팝 발라드와 록발라드 외에 재즈, 팝 댄스, 보사노바, 아카펠라, 일렉트로니카 댄스, 모던 록 등 다채롭게 장르를 벌여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간혹 「방황」, 「오직 너뿐인 나를」, 「소리쳐」와 같은 파울이 있긴 했어도 그는 대부분 정타를 치면서 ‘선곡 킹’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아이돌 판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중견의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던 2004년에 「긴 하루」를 써준 전해성은 이승철이 ‘한발 앞과 조금 위’ 트렌드 포착이 필요할 때 불러내는 필승카드다. 이승철의 요청대로 그는 이번에 ‘분명 이승철이면서 살짝 이승철이 아닌’ 곡을 무더기로 주조해냈다. 이승철 노래도 최고지만 무엇보다 신작은 전해성 곡이 압권이다. 결과적으로 이승철이 곡을 잘 감별해낸 셈이다.
이승철은 ‘정도껏 변화’에 역점을 뒀다. 그 포인트로 볼 때 단박에 멜로디가 포착되는 「사랑하고 싶은 날」 그리고 「그런 말 말아요」는 조금 변화를 준 사례이며 「Run way」와 레게 풍 「Beach voice」은 상대적으로 많이 변화를 가한 곡들이다. 그 중간이 팝 발라드의 수작이 되어 나온 「My love」다. 분명 이승철스러우면서도 ‘에지’하다. 확고한 대중주의 틀에서 요소요소 새로움을 부여하는 이승철의 접근을 대변하는 곡이다. 「손닿을 듯 먼 곳에」의 경우도 이승철적이나 마치 브라이언 애덤스를 듣는 것 같이 조금은 다르다.
세계적 믹싱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의 믹스 다운은 한층 사운드를 은은하면서 풍성하게 다듬었다. 그 속에서 이승철 보이스는 시냇물이 이끼를 타고 유려하게 흐르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전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런 말 말아요」에 나타나듯 가공하지 않은, 생생한, 약간은 투박한 느낌도 살렸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에게 받았다는 곡 「늦장 부리고 싶어」는 아예 변화 정도가 아니라 도전 수준이다. 대중적 지향 때문에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촉이 자신에게도 있음의 웅변이다. 대중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눈치 채지 않게 실험도 피워낸 게 신작의 진정한 승리다. 지속 가능한 음악적 상승에의 확신이 아니면 이것은 어렵다. 아직 이승철의 성장판은 열려 있다.
김예림
시청자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던 일반인이 연예인으로 태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백미다. 그런 점에서 2011년 슈퍼스타 K에서 투개월은 단연 돋보이는 그룹이었다.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 소년소녀의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과 합을 맞추고 미션을 수행해가면서 말 그대로 성장을 이루어냈다. 특기할 점은 쇼맨십의 발전이었다. 풋풋하게 노래 부르던 포크그룹 투개월이 파격적인 복장으로 변신해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oker face」를 부르는 장면에서 이들의 잠재성은 폭발했다.
김예림은 그 변화의 중심이었다. 메인 보컬이라는 포지션 탓도 있겠지만 한 소녀가 아름다운 연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인에는 그의 끼와 발 빠른 적응능력이 있었다. 같은 멤버 도대윤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투개월의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솔로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라는 제목답게 앨범의 주는 김예림의 독특한 목소리에 있다. 김예림은 스스로 작사 작곡을 하지도 않고 프로듀싱 역량 또한 없다. 이번 앨범이 타인의 손길에서 빚어졌음에도 그의 아이덴티티가 강하게 묻어나오는 이유는 앨범의 초점 자체가 한 곳에 잘 맞추어져 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스타일의 곡들이지만 보컬은 이를 잘 정돈해냈다. 특히 타이틀 곡 「All right」 도입부의 건조한 읊조림은 그 효과가 극대화된 지점이다.
도대윤의 부재에도 무게 추는 제법 수평을 이룬다. 오히려 장르적 제약에서 더 자유로워졌다. 「All right」같은 가벼운 댄스곡에서 의외의 면모를 본 듯하다가도 ‘컬러링’과 같은 모던 록에 잘 맞는 그를 보게 된다. 검정치마의 곡답게 튀는 신스음이 만드는 굴곡에서도 김예림은 중심을 잘 잡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같은 쓸쓸하고도 나긋한 분위기는 투개월의 예전 모습과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지만 분명히 낯선 풍경이다. 모든 곡들은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위한 실험들로 보이지만 모든 곡이 유의미한 결과물로 기능하고 있다.
첫 출발으로서는 탁월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앨범이다. 아직 김예림 자신에게도 투개월에게도 뚜렷하게 다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예림 자체가 만들어진 스타라는 느낌이 아직 강하다. 오랜 수습 기간을 거쳐 왔음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의 한계를 모두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김예림에 대한 신뢰의 중추는 이 성장 과정을 토대로 쌓여왔다.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김예림의 「All right」티저 논란은 한 소녀의 행보가 선정적인 노선으로 접어들지 않길 바라는 팬들의 우려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김예림에게 내재된 발전의 싹을 재확인한 것에 만족한다.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의 변화는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지의 영향을 받은 초기의 두 작품 <30 Seconds To Mars>와 가 그저 거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 이후부터는 사운드를 정제시키며 음악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 밴드의 장점과 자신들이 추구해왔던 실험성까지 배합하니 뒤를 잇는 결과물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작의 세 번째 앨범 가 적확한 랜드 마크였다.
긍정적인 효과는 신디사이저의 너른 활용에서 나타났다. 기타에 사운드의 주축을 맡기며 그런지 풍에 한정되었던 이전에 비해 써티 세컨즈 투 마스는 더 다각화되고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뉴웨이브의 특성이 언뜻 보이는 「Night of the hunter」와 각종 음향 효과로 공간감을 살린 「Hurricane」 같은 전작의 곡들이 한계를 깨 보인 증거들이었다.
올해의 신보 는 4년 전의 보다도 한 걸음 더 나아간 형상이다. 무엇보다도 사운드 운용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이 반갑다. 다양한 사운드의 조합으로 아레나 록 스타일의 공간감을 자아낸 「Conquistador」는 음반에서 가장 주목해야할 곡이며 일렉트로니카와의 접목으로 승부수를 띄운 「Up in the air」도 나쁘지 않다. 스트링 편곡을 널리 활용했다는 점 또한 마찬가지다. 후반부의 코러스와 함께 극적인 순간을 자아내는 「The race」와 「Northern lights」, 인도 풍의 이국적인 목소리가 돋보이는 연주곡 「Pyres of Varanasi」 등에서 사용된 현악기는 특유의 사운드로 풍성함과 웅장함을 같이 견인해 온다.
멜로디 주조 능력 역시 발군이다. 각각의 곡에서 등장하는 후렴구는 매력적이고 또 캐치하다. 듣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며 잔상을 적잖이 남긴다는 점에서 효과가 상당하다. 위에서 언급한 곡들에서도 마찬가지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인 「City of angles」와 슬로우 템포의 「End of all days」에서도 멜로디의 흡인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확장된 사운드와 함께 고려해보면 상승효과가 배로 늘어난다.
문제는 대부분의 노래에 일정한 패턴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소스로 조합한 사운드의 결과물은 분명 수준 이상이나 동일한 톤의 사운드가 매 트랙마다 나타나면서 음반의 후반부는 지루함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긴장감 있는 전개가 없어 멜로디는 주입식으로 반복되고 고조된 감정을 표현하는 코러스가 대다수의 곡에 등장해 본래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반감된다. 장기전을 요하는 앨범 단위의 감상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획일적인 구성 앞에서 음반의 타이틀을 딴 Love, Lust, Faith, Dream으로 나눈 콘셉트가 무색하기 그지없다.
트랙 변별력의 부재는 사실 이전 앨범들에서도 계속 존재해왔다. 소구력을 자극할 한 곡 한 곡들은 많지만 모아놓고 보면 이렇다 할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사운드 활용의 시각을 넓히며 패러다임을 변형해가는 최근의 행보가 그래서 다행이다. 그런지의 색감이 짙던 초기에는 내용과 구성 양 방향에서 단조로움이 드러났다면 지금은 내용의 측면에서 (일단은) 타개책을 마련한 셈이다. 바깥쪽으로 한 발짝 몸을 빼내니 시야가 더욱 넓어진다. 다음 한 발짝을 어느 쪽으로 내딛을 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현재 상태에는 긍정의 가능성이 내재되어있다. 밴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신보 너머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어떤 곡이라도 이승철이 부르면 최고가 된다’는 말은 결코 허언이 아니다. 실제로 노래를 업으로 삼은 가수들이 하는 얘기다. 본인은 쑥스럽겠지만 신보의 포스터에도 ‘보컬의 신’이라는 수식이 붙었다. 테크닉과 감정표현 모든 보컬의 영역에서 단연 선두인 것 말고 이승철에게는 또 하나의 능력이 있다. 자신의 정체성을 중심에 놓고 ‘앞과 위’의 추세 수위를 조절하면서 곡을 골라내는 감각이다.
30년을 별다른 소강, 하강 국면 없이 관통한 비결은 실은 곡 선별 재능이다. 항상 트렌드를 한발 또는 조금 앞서 가야 한다는데 중점을 둔다. 그간 전문영역 팝 발라드와 록발라드 외에 재즈, 팝 댄스, 보사노바, 아카펠라, 일렉트로니카 댄스, 모던 록 등 다채롭게 장르를 벌여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간혹 「방황」, 「오직 너뿐인 나를」, 「소리쳐」와 같은 파울이 있긴 했어도 그는 대부분 정타를 치면서 ‘선곡 킹’의 면모를 과시해왔다.
아이돌 판이 되면서 불가피하게 중견의 존재감이 떨어지고 있던 2004년에 「긴 하루」를 써준 전해성은 이승철이 ‘한발 앞과 조금 위’ 트렌드 포착이 필요할 때 불러내는 필승카드다. 이승철의 요청대로 그는 이번에 ‘분명 이승철이면서 살짝 이승철이 아닌’ 곡을 무더기로 주조해냈다. 이승철 노래도 최고지만 무엇보다 신작은 전해성 곡이 압권이다. 결과적으로 이승철이 곡을 잘 감별해낸 셈이다.
세계적 믹싱 엔지니어 스티브 핫지의 믹스 다운은 한층 사운드를 은은하면서 풍성하게 다듬었다. 그 속에서 이승철 보이스는 시냇물이 이끼를 타고 유려하게 흐르는 듯하지만 그렇다고 막연히 전처럼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런 말 말아요」에 나타나듯 가공하지 않은, 생생한, 약간은 투박한 느낌도 살렸다.
실용음악과 학생들에게 받았다는 곡 「늦장 부리고 싶어」는 아예 변화 정도가 아니라 도전 수준이다. 대중적 지향 때문에 대놓고 드러내지는 않지만 촉이 자신에게도 있음의 웅변이다. 대중가수로서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눈치 채지 않게 실험도 피워낸 게 신작의 진정한 승리다. 지속 가능한 음악적 상승에의 확신이 아니면 이것은 어렵다. 아직 이승철의 성장판은 열려 있다.
글/ 임진모(jjinmoo@izm.co.kr)
김예림
시청자와 비슷한 위치에 서 있던 일반인이 연예인으로 태동하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오디션 프로그램의 백미다. 그런 점에서 2011년 슈퍼스타 K에서 투개월은 단연 돋보이는 그룹이었다. 예선에서 보여주었던 평범하기 그지없는 두 소년소녀의 모습은 다른 참가자들과 합을 맞추고 미션을 수행해가면서 말 그대로 성장을 이루어냈다. 특기할 점은 쇼맨십의 발전이었다. 풋풋하게 노래 부르던 포크그룹 투개월이 파격적인 복장으로 변신해 레이디 가가(Lady Gaga)의 「Poker face」를 부르는 장면에서 이들의 잠재성은 폭발했다.
김예림은 그 변화의 중심이었다. 메인 보컬이라는 포지션 탓도 있겠지만 한 소녀가 아름다운 연예인으로 거듭날 수 있었던 원인에는 그의 끼와 발 빠른 적응능력이 있었다. 같은 멤버 도대윤이 개인 사정으로 인해 투개월의 활동이 불가능한 상황에서도 솔로로 발을 내딛을 수 있었던 것에는 이런 요인들이 작용했을 것이다.
도대윤의 부재에도 무게 추는 제법 수평을 이룬다. 오히려 장르적 제약에서 더 자유로워졌다. 「All right」같은 가벼운 댄스곡에서 의외의 면모를 본 듯하다가도 ‘컬러링’과 같은 모던 록에 잘 맞는 그를 보게 된다. 검정치마의 곡답게 튀는 신스음이 만드는 굴곡에서도 김예림은 중심을 잘 잡는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와 같은 쓸쓸하고도 나긋한 분위기는 투개월의 예전 모습과 기시감을 불러일으키는 듯하지만 분명히 낯선 풍경이다. 모든 곡들은 앞으로의 음악 활동을 위한 실험들로 보이지만 모든 곡이 유의미한 결과물로 기능하고 있다.
첫 출발으로서는 탁월하지만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지닌 앨범이다. 아직 김예림 자신에게도 투개월에게도 뚜렷하게 다음 방향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김예림 자체가 만들어진 스타라는 느낌이 아직 강하다. 오랜 수습 기간을 거쳐 왔음에도 오디션 프로그램 출신 가수의 한계를 모두 지우지 못했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성장하고 있다. 김예림에 대한 신뢰의 중추는 이 성장 과정을 토대로 쌓여왔다. 속옷 차림으로 등장한 김예림의 「All right」티저 논란은 한 소녀의 행보가 선정적인 노선으로 접어들지 않길 바라는 팬들의 우려에서 나왔을지도 모른다. 일단은 김예림에게 내재된 발전의 싹을 재확인한 것에 만족한다.
글/ 이기선(tomatoapple@naver.com)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
써티 세컨즈 투 마스(30 Seconds To Mars)의 변화는 확실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그런지의 영향을 받은 초기의 두 작품 <30 Seconds To Mars>와 가 그저 거친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면 그 이후부터는 사운드를 정제시키며 음악에 세련미를 더하고 있다. 여기에 멜로디를 잘 뽑아내는 밴드의 장점과 자신들이 추구해왔던 실험성까지 배합하니 뒤를 잇는 결과물이 좋아지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전작의 세 번째 앨범
긍정적인 효과는 신디사이저의 너른 활용에서 나타났다. 기타에 사운드의 주축을 맡기며 그런지 풍에 한정되었던 이전에 비해 써티 세컨즈 투 마스는 더 다각화되고 더 실험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뉴웨이브의 특성이 언뜻 보이는 「Night of the hunter」와 각종 음향 효과로 공간감을 살린 「Hurricane」 같은 전작의 곡들이 한계를 깨 보인 증거들이었다.
멜로디 주조 능력 역시 발군이다. 각각의 곡에서 등장하는 후렴구는 매력적이고 또 캐치하다. 듣는 이들에게 쉽게 다가가며 잔상을 적잖이 남긴다는 점에서 효과가 상당하다. 위에서 언급한 곡들에서도 마찬가지고 몽환적인 사운드가 매력적인 「City of angles」와 슬로우 템포의 「End of all days」에서도 멜로디의 흡인력을 확인해 볼 수 있다. 확장된 사운드와 함께 고려해보면 상승효과가 배로 늘어난다.
문제는 대부분의 노래에 일정한 패턴으로 접근했다는 점이다. 다양한 소스로 조합한 사운드의 결과물은 분명 수준 이상이나 동일한 톤의 사운드가 매 트랙마다 나타나면서 음반의 후반부는 지루함으로 점철될 수밖에 없다. 또한 긴장감 있는 전개가 없어 멜로디는 주입식으로 반복되고 고조된 감정을 표현하는 코러스가 대다수의 곡에 등장해 본래의 기능이 지속적으로 반감된다. 장기전을 요하는 앨범 단위의 감상에서 이는 치명적인 결함이다. 획일적인 구성 앞에서 음반의 타이틀을 딴 Love, Lust, Faith, Dream으로 나눈 콘셉트가 무색하기 그지없다.
트랙 변별력의 부재는 사실 이전 앨범들에서도 계속 존재해왔다. 소구력을 자극할 한 곡 한 곡들은 많지만 모아놓고 보면 이렇다 할 작품이 없다는 것이다. 사운드 활용의 시각을 넓히며 패러다임을 변형해가는 최근의 행보가 그래서 다행이다. 그런지의 색감이 짙던 초기에는 내용과 구성 양 방향에서 단조로움이 드러났다면 지금은 내용의 측면에서 (일단은) 타개책을 마련한 셈이다. 바깥쪽으로 한 발짝 몸을 빼내니 시야가 더욱 넓어진다. 다음 한 발짝을 어느 쪽으로 내딛을 지는 미지수지만 적어도 현재 상태에는 긍정의 가능성이 내재되어있다. 밴드를 바라보는 시선이 신보 너머로 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
2013/07 이수호 (howard1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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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이즘
이즘(www.izm.co.kr)은 음악 평론가 임진모를 주축으로 운영되는 대중음악 웹진이다. 2001년 8월에 오픈한 이래로 매주 가요, 팝, 영화음악에 대한 리뷰를 게재해 오고 있다. 초기에는 한국의 ‘올뮤직가이드’를 목표로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힘썼으나 지금은 인터뷰와 리뷰 중심의 웹진에 비중을 두고 있다. 풍부한 자료가 구비된 음악 라이브러리와 필자 개개인의 관점이 살아 있는 비평 사이트를 동시에 추구하고 있다.
sweetspring6
2013.07.05
djsslqkqn
2013.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