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살 빠지는 음식이 있냐고요?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은 몸이 아닌 마음을 치유하기 위한 음식을 소개하는 책이다. 어머니의 부엌에서 집 밥을 통해 건강한 마음을 회복한 딸로서의 이야기와, 자신의 딸들에게 음식으로서 그 사랑을 전하는 어머니로서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언제나 그리움으로 기억되는 엄마가 차려준 밥상에 대한 이야기를 예스24가 마련한 행사 ‘책 읽는 풍경’을 통해 들어보았다.
2013.0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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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집 밥이 가장 그리운 순간은 언제일까. 우리 엄마만의 손맛이 그리울 때, 혹은 한 끼 때운다는 생각으로 사먹었던 음식들의 자극적인 맛에 물릴 때, 절로 생각나는 것이 엄마가 차려준 따뜻한 밥상이다. 특히 몸이 아플 때나 속상한 일들로 기운을 차릴 수 없을 때, 엄마 밥에 대한 간절함은 더욱 커진다. 결국 우리가 엄마표 집 밥을 가장 그리워하는 순간은 그 무엇으로도 내 몸과 마음의 허기를 달랠 수 없을 때다. 분명 엄마의 밥상에는 대체 불가능한 따뜻함과 힘이 있다.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관심과 애정, 배려와 정성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집 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다. 엄마의 마음을 전하는 가장 맛있는 언어다. 사랑한다는 말과 미안하다는 말, 때로는 ‘맛있게 먹고 다 털어버려라. 엄마는 항상 네 편이야’라는 응원까지도 엄마는 밥상 위에 감추어 놓았다. 집 밥이 우리를 웃고 울게 하는 것은 그 때문이다.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
누구나 공감할만한 집 밥에 대한 기억. 이 고백의 주인공은 한영실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다. KBS 프로그램 <비타민>의 ‘위대한 밥상’ 코너에 출연하며 ‘비타민 교수’로 더 유명해진 그녀는 최근 출간한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 안에 마음을 치유하는 집 밥에 대한 이야기를 담아냈다. 그동안 『위대한 밥상』과 『우리가 정말 알아야 할 음식 상식 100가지』 『칼로리 건강법』 등의 저서들을 통해 몸을 건강하게 만드는 음식에 대해 말했던 것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마음의 힐링에 초점을 맞췄다. 마음이 지치고 우울할 때, 화에 사로잡히고 스트레스에 억눌릴 때 도움이 되는 음식들을 자신의 경험담과 함께 소개한다.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예스24가 예술의전당과 함께 ‘책 읽는 풍경’의 주인공으로 한영실 교수를 초대했다. 평범한 한 명의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오면서 그녀가 겪었던 크고 작은 흔들림과 그 속에서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입니다. 자신이 끝까지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식생활과 운동,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신체 나이를 80% 정도 바꿀 수 있어요. 실제 나이보다 10살 정도 젊어 보이게 할 수도 있죠. 우리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 살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지의 문제는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유전보다 강한 엄마 밥상의 힘
한영실 교수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어머니의 밥상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회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존경 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박한 바람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남달랐다. 아이들에게 좋은 체격과 건강을 갖게 해줌으로써 존경 받는 어머니가 되고자 하셨던 것이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셨다.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있어도 아침을 거르는 것만은 용납하지 못했던 어머니였다. 수업에 늦어서 배우지 못한 내용은 스스로 공부하며 알 수 있지만,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등교 시간에 늦으면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고 투정도 부려봤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한영실 교수는 그 시절 어머니의 노력이 유전의 영향력을 뛰어넘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부모님을 포함해 대부분의 친척들이 키가 작은 데 반해, 자신을 포함한 형제들은 모두 큰 키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5남매에게 좋은 체격과 건강을 만들어주는 동안 어머니는 음식에 있어서 박사가 다 되셨다. 몸과 마음에 건강을 찾아주는 음식의 효과를 저자보다 먼저 알아보셨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한영실 교수에게 식품 영양학을 전공할 것을 권유하셨다.
“어머니께서 식품 영양학과로 진학하라고 하시면서 ‘지금은 의사가 병을 고치는 시대지만, 네가 다음에 엄마 나이가 되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시대가 올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까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된 거죠. 제가 <비타민> 방송에 출연할 때도 어머니께서 직접 소재를 정해주셨어요. ‘지금 늙은 호박을 먹으라고 해야 돼. 지금부터 먹어야 겨울을 날 수 있어’라든가 ‘지금 가지가 최고 철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깻잎 철이 다가오면 ‘참깻잎은 꺼칠꺼칠해서 쌈을 못 싸먹으니까 들깻잎을 먹으라고 해’ 귀띔해 주기도 하시고요.”
양배추와 피망, 강추합니다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는 마음의 건강을 찾아주는 집 밥 레시피 60개가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레시피에는 ‘화를 가라앉혀주는 음식’ ‘잠을 못 이룰 때 도움이 되는 음식’ ‘뇌를 활기차게 하는 음식’과 같은 제목을 붙여놓았다. 음식의 재료들이 갖고 있는 영양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비타민 B1이 풍부한 땅콩을 이용한 요리 ‘땅콩호두조림’과 비타민 C가 많은 감자를 주재료로 한 ‘감자옹심이미역국’은 화를 가라앉혀주는 음식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질 좋은 단백질과 함께 피로회복ㆍ해독기능을 가진 홍합으로 끓인 ‘홍합죽’은 뇌를 활기차게 하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영실 교수가 설명하는 그 근거들은 아래와 같다.
저자는 책에 수록된 60가지의 요리들 중 10가지를 선정해 조리 방법과 효능을 설명했다. 스트레스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는 ‘귤연두부 샐러드’와 ‘키위잼’, 뇌를 깨워주는 음식인 ‘봄동사과겉절이’와 ‘검은콩곤약조림’, 그리고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효과가 있는 ‘파강회’ 와 ‘톳두부무침’ 등을 소개했다. 그 중에서도 한영실 교수는 우울증에 좋은 양배추와 노화 방지에 도움이 되는 피망을 꾸준히 섭취할 것을 강조했다.
“뇌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돼요. 세로토닌을 만드는 영양소인 아미노산, 철분, 아연, 비타민 B6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죠. 비타민 B6는 의욕을 생기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인데요, 이 비타민B6가 양배추에 가장 많이 들어있어요. 양배추를 많이 드세요. 비타민 B6가 뇌를 활성화시켜서 기분을 업 시키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또 양배추에 있는 인돌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의 독소를 없애주기 때문에 항암식품이에요. 진짜 강추하고 싶은 식품이 바로 양배추입니다.”
피망에 풍부한 비타민 C는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들어 신경을 안정시키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피망에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돕는 비타민 P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전구체인 베타카로틴도 들어있다. 비타민 A는 상피 세포를 건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피망잡채’를 추천했다. 이 레시피의 재료 중 피망은 맵지 않은 고추로 대체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망의 영양성분이 고추 과의 식품들에도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 밥보다 국을 먼저 드세요
한영실 교수는 강연회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10가지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각각의 효능을 설명해주었다. 뇌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음식을 소개할 때는 건망증 때문에 겪었던 실수담을,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부부싸움으로 인해 화가 치밀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저자와 같은 중년의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법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덕분에 ‘책 읽는 풍경’에 참여한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음식과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한영실 교수에게 음식이란 그런 의미다.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또 다른 사람과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 이야기와 함께한 강연회는 시종일관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한영실 교수와 독자들이 함께 깊은 공감대를 형성해가며, 음식을 통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이야기는 독자들의 질문으로 이어졌다.
아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어요. 예민해져 있는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해주면 좋을까요?
우리는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튼튼해지지 않고 키가 크지 않는다고만 알고 있는데요, 칼슘은 신경을 안정시켜줘서 욱 하거나 흥분하는 것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돼요. (소년)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 심리상담과 함께 칼슘을 공급했더니 아이들의 재발률이 낮아졌다는 학술적인 보고도 있어요. 사춘기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칼슘이 제일 중요한 영양소인 거예요.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 뱅어포와 잔멸치를 가지고 주먹밥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죠. 아이에게 우유와 연두부, 두부, 멸치와 뱅어포 등을 이용해서 요리를 해주시면 좋을 거예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한 끼 식사도 굶기가 어려워요. 먹으면서 살 빠지는 음식은 없을까요?
절대 없어요. 양을 줄여야 돼요. 저도 체질적으로 정말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에요. 제가 지금은 60kg인데 76kg까지 나갔었거든요. 운동도 해보고 4시간씩 등산도 해봤지만, 결국은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 실린 모든 요리는 살이 안 찌는 데 집중해서 선별한 것들이에요. 제가 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요령이 생겼는데요, ‘톳두부무침’ 이나 ‘연두부샐러드’처럼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우선 먹는 거예요. 그리고 밥을 가장 나중에 먹어요. 빨리 먹으면 안 되고요. 포만감을 느끼려면 30분 정도 있어야 하니까요. 짜지 않게 끓인 미역국이나 아욱국, 시레기국 같이 건더기가 많은 국을 먼저 한 그릇 먹은 후에, 밥이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제일 나중에 먹어요. 그렇게 하시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식단 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도 시간을 길게 가지고 천천히 하셔야 하고요.
관절이 아플 때 좋은 음식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원칙적으로 관절은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돼요. 중년 이후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오는데요, 꼭 치료를 하셔야 하고요. 모든 신경에 관한 것은 비타민 B를 섭취하셔야 해요. 양배추, 파, 삼치와 단백질 식품 종류에 비타민 B가 많아요. 물리적으로 아프신 건 가장 우선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셔야 하고, 그것을 보완해주는 영양소를 드시는 것이 좋아요.
당뇨를 앓고 있는 어른들이 드실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알려주세요. 달콤하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요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른이 되면 점점 더 달거나 짠, 자극적인 맛을 원해요. 그럴 때 식초를 넣으면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짠 것을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샐러드처럼 천연의 과일들이 들어갔을 때 훨씬 더 농축된 단 맛을 내실 수 있죠. 설탕물은 완전히 포도당 덩어리지만, 천연의 과일은 수분과 섬유소가 희석된 당이거든요. 그래서 똑같이 단맛을 내더라도 과일이나 매실액을 쓰시면 한결 도움이 돼요.
해독주스에 대해 궁금합니다.
해독주스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효과도 있을 테지만 저는 해독주스에 대해서 연구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원칙적으로 저는 아무리 좋은 식품이나 음식도 순수한 식품 자체로서의 양과 모습으로 먹어야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비타민>에 출연할 때 마늘이 몸에 좋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보니까 신문에 마늘 환, 마늘 농축액의 선전이 크게 실렸더라고요. 제가 드시라고 말씀드린 건 천연의 마늘이었어요. 국과 찌개를 끓일 때 또는 돼지고기 쌈을 드실 때 마늘을 조금 더 드시라는 얘기였죠. 마늘을 가마솥에 넣고 농축을 시켜서 환으로 진하게 드시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었어요.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농축되거나 변형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연구할 생각이 없고요, 추천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
오십 년이라는 긴 세월을 보내고, 그 딸이 너무나 힘이 들어 엄마의 부엌을 다시 찾았습니다. 옛날 엄마 품을 찾던 작은 딸처럼 쪼그매진 늙은 엄마는 딸이 좋아하던 총각무 김치찌개를 끓여 어릴 때처럼 젓가락에 무를 꽂아 주며 말씀하셨습니다. “밥 많이 먹고 힘내라. 먹으면 힘이 난다. 장하지, 우리 딸.” 밥 한 그릇을 맛나게 비우니 정말 힘이 났습니다. 힘이 나니 마음도 덜 아파졌습니다. (p.4) | ||
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예스24가 예술의전당과 함께 ‘책 읽는 풍경’의 주인공으로 한영실 교수를 초대했다. 평범한 한 명의 딸로서, 그리고 엄마로서 살아오면서 그녀가 겪었던 크고 작은 흔들림과 그 속에서 마음의 건강을 지킬 수 있게 도와주었던 음식들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건강은 운명이 아닌 선택입니다. 자신이 끝까지 만들어나가는 거예요. 식생활과 운동, 마음가짐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서 신체 나이를 80% 정도 바꿀 수 있어요. 실제 나이보다 10살 정도 젊어 보이게 할 수도 있죠. 우리가 만성질환에 시달리면서 살 것인지, 아니면 건강하게 오래 살 것인지의 문제는 선택해야 하는 거예요.”
유전보다 강한 엄마 밥상의 힘
한영실 교수는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한 어머니의 밥상에 대한 이야기로 강연회를 시작했다. ‘아이들에게 존경 받는 엄마가 되고 싶다’는 어머니의 소박한 바람은 여느 엄마들과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그 방법은 남달랐다. 아이들에게 좋은 체격과 건강을 갖게 해줌으로써 존경 받는 어머니가 되고자 하셨던 것이다. 그때부터 어머니는 자신이 해줄 수 있는 건 좋은 음식을 만들어주는 것뿐이라고 생각하셨다. 학교에 지각하는 일이 있어도 아침을 거르는 것만은 용납하지 못했던 어머니였다. 수업에 늦어서 배우지 못한 내용은 스스로 공부하며 알 수 있지만, 성장기에 필요한 영양소를 섭취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는 해결하기 어렵다고 생각하셨기 때문이다. 등교 시간에 늦으면 종아리를 맞아야 한다고 투정도 부려봤지만 어머니는 단 한 번도 고집을 꺾지 않으셨다.
한영실 교수는 그 시절 어머니의 노력이 유전의 영향력을 뛰어넘었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의 부모님을 포함해 대부분의 친척들이 키가 작은 데 반해, 자신을 포함한 형제들은 모두 큰 키를 자랑하기 때문이다. 5남매에게 좋은 체격과 건강을 만들어주는 동안 어머니는 음식에 있어서 박사가 다 되셨다. 몸과 마음에 건강을 찾아주는 음식의 효과를 저자보다 먼저 알아보셨던 것이다. 그런 이유로 어머니는 한영실 교수에게 식품 영양학을 전공할 것을 권유하셨다.
“어머니께서 식품 영양학과로 진학하라고 하시면서 ‘지금은 의사가 병을 고치는 시대지만, 네가 다음에 엄마 나이가 되면 음식으로 병을 예방하고 치유하는 시대가 올 거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이제와 생각해 보니까 정말 어머니 말씀대로 된 거죠. 제가 <비타민> 방송에 출연할 때도 어머니께서 직접 소재를 정해주셨어요. ‘지금 늙은 호박을 먹으라고 해야 돼. 지금부터 먹어야 겨울을 날 수 있어’라든가 ‘지금 가지가 최고 철이야’라고 말씀해 주시는 거예요. 깻잎 철이 다가오면 ‘참깻잎은 꺼칠꺼칠해서 쌈을 못 싸먹으니까 들깻잎을 먹으라고 해’ 귀띔해 주기도 하시고요.”
양배추와 피망, 강추합니다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는 마음의 건강을 찾아주는 집 밥 레시피 60개가 소개되어 있다. 각각의 레시피에는 ‘화를 가라앉혀주는 음식’ ‘잠을 못 이룰 때 도움이 되는 음식’ ‘뇌를 활기차게 하는 음식’과 같은 제목을 붙여놓았다. 음식의 재료들이 갖고 있는 영양소가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친절한 설명도 빼놓지 않았다. 비타민 B1이 풍부한 땅콩을 이용한 요리 ‘땅콩호두조림’과 비타민 C가 많은 감자를 주재료로 한 ‘감자옹심이미역국’은 화를 가라앉혀주는 음식으로 선정했다. 그리고 질 좋은 단백질과 함께 피로회복ㆍ해독기능을 가진 홍합으로 끓인 ‘홍합죽’은 뇌를 활기차게 하는 음식으로 소개하고 있다. 한영실 교수가 설명하는 그 근거들은 아래와 같다.
특히 비타민 B1이 부족해지면 영양소 대사과정 중에 젖산 등 피로물질이 쌓여 쉽게 피곤해지고 짜증이 나거나 우울해지기 쉽다. 또한 스트레스를 받으면 몸에서는 부신피질 호르몬을 분비하여 스트레스로부터 우리 몸을 보호하는데 이때 반드시 필요한 것이 비타민 C다. (p.31) 단백질은 신경영양인자로 작용하여 뇌신경세포 사이의 네트워크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단백질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만드는 원료로서 건강한 마음을 유지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영양소다. (p.253) | ||
“뇌에 세로토닌이라는 신경 전달물질이 부족하게 되면 우울증과 무기력감을 느끼게 돼요. 세로토닌을 만드는 영양소인 아미노산, 철분, 아연, 비타민 B6가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는 게 좋죠. 비타민 B6는 의욕을 생기게 하고 집중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식품인데요, 이 비타민B6가 양배추에 가장 많이 들어있어요. 양배추를 많이 드세요. 비타민 B6가 뇌를 활성화시켜서 기분을 업 시키는 세로토닌을 만드는 데 도움을 주거든요. 또 양배추에 있는 인돌이라는 성분은 발암물질의 독소를 없애주기 때문에 항암식품이에요. 진짜 강추하고 싶은 식품이 바로 양배추입니다.”
피망에 풍부한 비타민 C는 신경 전달 물질을 만들어 신경을 안정시키고 콜라겐 합성을 촉진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피망에는 비타민 C의 기능을 돕는 비타민 P와, 체내에서 비타민 A로 바뀌는 전구체인 베타카로틴도 들어있다. 비타민 A는 상피 세포를 건강하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 이러한 이유로 저자는 노화방지에 도움이 되는 음식으로 ‘피망잡채’를 추천했다. 이 레시피의 재료 중 피망은 맵지 않은 고추로 대체될 수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피망의 영양성분이 고추 과의 식품들에도 모두 들어있기 때문이다.
체중 감량, 밥보다 국을 먼저 드세요
한영실 교수는 강연회를 통해 마음을 치유하는 10가지의 음식을 소개하면서, 자신의 경험담을 통해 각각의 효능을 설명해주었다. 뇌에 영양을 공급해주는 음식을 소개할 때는 건망증 때문에 겪었던 실수담을, 마음을 가라앉혀주는 음식과 관련해서는 부부싸움으로 인해 화가 치밀었던 순간들을 솔직하게 공개하기도 했다. 저자와 같은 중년의 주부라면 누구나 한 번쯤 경험해 봤을법한 이야기들이었다. 그 덕분에 ‘책 읽는 풍경’에 참여한 독자들은 저자와 함께 음식과 함께 마음을 나누었다. 한영실 교수에게 음식이란 그런 의미다. 자신의 마음을 치유해주고, 또 다른 사람과 마음을 전할 수 있도록 해주는 소중한 존재인 것이다.
식구(食口), 가족의 다른 이름이다. 음식을 나누는 게 가족이다. 모든 동물은 ‘먹이’를 두고 다툰다. 생명을 이어가게 하는 ‘먹을거리’를 나누는 일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숭고한 일이다. 먹는 일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일이 아니라 ‘정(情)’을 나누는 것이다. ‘마음’을 주고받는 것이다. (p.88) | ||
아이가 사춘기를 겪고 있어요. 예민해져 있는 아이에게 어떤 음식을 해주면 좋을까요?
우리는 칼슘이 부족하면 뼈가 튼튼해지지 않고 키가 크지 않는다고만 알고 있는데요, 칼슘은 신경을 안정시켜줘서 욱 하거나 흥분하는 것을 가라앉히는 데 도움이 돼요. (소년)보호소에 있는 아이들에게 심리상담과 함께 칼슘을 공급했더니 아이들의 재발률이 낮아졌다는 학술적인 보고도 있어요. 사춘기 아이들의 정서를 안정시키는 데 칼슘이 제일 중요한 영양소인 거예요.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 뱅어포와 잔멸치를 가지고 주먹밥을 만드는 방법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아이들이 싫어하지 않고 잘 먹을 수 있게끔 하는 방법이죠. 아이에게 우유와 연두부, 두부, 멸치와 뱅어포 등을 이용해서 요리를 해주시면 좋을 거예요.
다이어트를 해야 하는데 한 끼 식사도 굶기가 어려워요. 먹으면서 살 빠지는 음식은 없을까요?
절대 없어요. 양을 줄여야 돼요. 저도 체질적으로 정말 살이 잘 찌는 체질이에요. 제가 지금은 60kg인데 76kg까지 나갔었거든요. 운동도 해보고 4시간씩 등산도 해봤지만, 결국은 먹는 양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더라고요.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에 실린 모든 요리는 살이 안 찌는 데 집중해서 선별한 것들이에요. 제가 살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그래서 요령이 생겼는데요, ‘톳두부무침’ 이나 ‘연두부샐러드’처럼 살이 찌지 않는 음식을 우선 먹는 거예요. 그리고 밥을 가장 나중에 먹어요. 빨리 먹으면 안 되고요. 포만감을 느끼려면 30분 정도 있어야 하니까요. 짜지 않게 끓인 미역국이나 아욱국, 시레기국 같이 건더기가 많은 국을 먼저 한 그릇 먹은 후에, 밥이나 칼로리가 높은 음식은 제일 나중에 먹어요. 그렇게 하시면 체중 감량에 도움이 되실 거예요. 식단 조절을 통한 다이어트도 시간을 길게 가지고 천천히 하셔야 하고요.
관절이 아플 때 좋은 음식으로는 어떤 게 있나요?
원칙적으로 관절은 병원에서 치료를 해야 돼요. 중년 이후가 되면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관절에 무리가 오는데요, 꼭 치료를 하셔야 하고요. 모든 신경에 관한 것은 비타민 B를 섭취하셔야 해요. 양배추, 파, 삼치와 단백질 식품 종류에 비타민 B가 많아요. 물리적으로 아프신 건 가장 우선적으로 병원 치료를 받으셔야 하고, 그것을 보완해주는 영양소를 드시는 것이 좋아요.
당뇨를 앓고 있는 어른들이 드실 수 있는 음식의 조리법을 알려주세요. 달콤하지만 영양소가 풍부한 요리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어른이 되면 점점 더 달거나 짠, 자극적인 맛을 원해요. 그럴 때 식초를 넣으면 설탕의 양을 줄일 수 있고 짠 것을 줄일 수 있어요. 그리고 샐러드처럼 천연의 과일들이 들어갔을 때 훨씬 더 농축된 단 맛을 내실 수 있죠. 설탕물은 완전히 포도당 덩어리지만, 천연의 과일은 수분과 섬유소가 희석된 당이거든요. 그래서 똑같이 단맛을 내더라도 과일이나 매실액을 쓰시면 한결 도움이 돼요.
해독주스에 대해 궁금합니다.
해독주스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가 쉽지 않아요. 효과도 있을 테지만 저는 해독주스에 대해서 연구를 해 본 적이 없어요. 원칙적으로 저는 아무리 좋은 식품이나 음식도 순수한 식품 자체로서의 양과 모습으로 먹어야 건강하다고 생각해요. 제가 <비타민>에 출연할 때 마늘이 몸에 좋다고 소개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다음날 보니까 신문에 마늘 환, 마늘 농축액의 선전이 크게 실렸더라고요. 제가 드시라고 말씀드린 건 천연의 마늘이었어요. 국과 찌개를 끓일 때 또는 돼지고기 쌈을 드실 때 마늘을 조금 더 드시라는 얘기였죠. 마늘을 가마솥에 넣고 농축을 시켜서 환으로 진하게 드시라는 얘기가 절대 아니었어요. 과하면 모자란 것만 못하다는 과유불급이라는 말도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농축되거나 변형된 것에 대해서는 앞으로도 연구할 생각이 없고요, 추천하고 싶은 생각도 없습니다.
- 엄마의 부엌, 나의 부엌 한영실 저 | 문학동네
‘비타민 교수’로 잘 알려진 숙명여대 식품영양학과 한영실 교수가 직접 엄선한 마음을 건강하게 해주는 집 밥 레시피 60가지와 한영실 교수의 살아온 이야기를 차분하고 푸근하게 엮은 책. 우리가 먹는 음식이 우리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결정한다는 이론에 바탕해 우울증, 스트레스, 화병, 피로감, 무기력 같은 현대에 만연한 마음의 질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하는 데 좋은 음식과 그 이유를 친절하게 소개해주는 한편, 한영실 교수의 편안하면서도 정겨움 가득한 이야기가 때로는 웃음을, 때로는 코끝 찡한 감동을 전달한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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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신비22
2013.07.02
sind1318
2013.06.30
뭐꼬
2013.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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