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마이뉴스를 움직이는 힘은 바로 ‘시민기자’
『나는 시민기자다』는 오마이뉴스의 간판 시민기자 12명이 함께 써내려간 이야기다. 그것은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살아간다는 것은 무엇인가’에서 시작해 ‘한 사회의 시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인가’로 끝을 맺는 이야기다.
2013.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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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국내 유일의 괴짜 언론사다. ‘모든 시민은 기자다’를 외치는 그들은 대한민국의 시민이라면 누구에게나,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기자라는 직함을 내어준다. 저널리즘이나 매스커뮤니케이션 이론에 대한 학위도 필요 없고, 언론고시라 불리는 높은 문턱의 입사 시험을 통과할 필요도 없다. 조건은 단 하나, 시민이면 누구나 환영이다. 그 결과 오마이뉴스는 직업도 나이도 삶의 이력도 모두 다른 7만여 명의 시민 기자들을 얻었다. 공통점이라고는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 뿐인 이들 역시 괴짜다. 대부분 생업을 이어가며 시민기자 활동을 겸하는 그들은, 여가 시간은 물론 잠자는 시간까지 쪼개가며 기사를 쓴다. 그렇다고 높은 수준의 고료나 월급을 보장받는 것도 아니다. ‘좋은 기사 독자원고료 주기’ 시스템을 통해 얻게 되는 수익은 예측 불가능하다. 다른 언론사의 기자들과 마찬가지로 한순간에 명예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돈도 명예도 아니라면, 무엇이 그들을 움직이는가. 그 해답의 실마리가 『나는 시민기자다』 안에 담겨있다. 책 속에서 열두 명의 저자들은 자신들로 하여금 시민기자로서의 삶을 시작하게 하고 이어나가게 하는, 그 ‘무엇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위 왼쪽부터 윤찬영, 김용국, 최병성, 이종필
아래 왼쪽부터 전대원, 신정임, 오연호 대표이사,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오마이뉴스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책 『나는 시민기자다』
『나는 시민기자다』를 공동집필한 저자들은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1년 동안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해왔다. 전업주부부터 농부, 회사원, 교수, 물리학자, 목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관심 분야도 서로 다르다.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송성영 시민기자와 도시의 샐러리맨으로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 이희동 시민기자는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사는 이야기’의 기사로 풀어낸다. 미디어학자인 강인규 교수와 고등학교 사회선생님인 전대원 시민기자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정치ㆍ사회 비평 기사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전문 지식을 십분 활용하는 시민기자도 있다. 법원 공무원인 김용국 시민기자는 법률 관련 기사를, 역사학자인 김종성 시민기자는 역사 관련 기사를 책임지고 있다. 최병성 목사는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스스로를 평범한 노동자라 일컫는 신정임 시민기자는 인터뷰와 여행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스포츠 칼럼을 연재하는 양형석 시민기자와 대중문화 칼럼을 연재 중인 윤찬영 시민기자는 자신들이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보통 시민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재들 그리고 삶을 녹여낸 기사들로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커다란 움직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으로 시집 온 필리핀 여성 아멜리아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한 김혜원 시민기자의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자발적 모금 활동을 시작했고, 이종필 시민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는 당시 시민들에 의해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대한문 앞에 걸리기도 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일궈낸 이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듣기 위해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만남을 채널예스가 취재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의 행사에는 송성영, 강인규, 양형석 시민기자 외의 아홉 명의 『나는 시민기자다』의 저자들이 함께했다.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이사) : 저에게 『나는 시민기자다』는 굉장히 반가운 책입니다. 그리고 아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가 2004년도에 출간했던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 뉴스』 보다 <오마이뉴스>가 무엇인지를 훨씬 잘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글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담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아, 글쓰기의 모범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불어서 어떻게 보면 인생 교과서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살 것인가에 대한 담담한 고민들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
『나는 시민기자다』 저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많은 독자들은 언제나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미래의 시민기자를 꿈꾸는 이들이기도 했다. 독자들을 대표해 오연호 이사가 시민기자들을 향해 물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기사를 쓰는 과정과 노하우, 그들의 목적지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오연호 : 윤찬영 시민기자는 『나는 시민기자다』에서 ‘비평은 요약이 아니라 화두를 적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윤찬영(시나리오 작가) : 저는 기사를 빨리 쓰는 편이 아니라서 드라마도 중반이 넘어가야 쓰고 영화도 개봉한 지 조금 있다가 쓰게 되는데요. 이미 많은 기자들이 글을 쓴 다음이죠.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리뷰를 쓸 때 기존에 나왔던 글들을 다 읽어봐요. 먼저 쓴 글들과 똑같이 쓸 수는 없잖아요. 그 기사들과 다르게 쓰려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기사들이 전반적인 내용 같은 걸 많이 쓰잖아요. 그것과는 다르게 쓰려다 보니까 그분들이 쓰지 못한 독특한 화두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오연호 : 김용국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들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죠. 그 중에 『생활 법률 상식 사전』은 10쇄까지도 찍으셨더라고요.
김용국(법원 공무원) :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면서 글쓰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반응도 바로 알 수 있고요, 메일을 받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 걸 궁금해 하는 구나’ 알 수도 있고요. 혹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을 쓰겠다고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블로그에 쓰던지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하든지, 사소한 일이라도 시작해야 돼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야 하고요.
오연호 : 김종성 시민기자는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깊이 간직하고 있어야 된다’고 썼습니다. 그 말이 저에게도 굉장히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김종성(역사학자) : 저는 글을 쓸 때 대중이 나의 글쓰기에 무관심할 거라는 전제 하에 씁니다. 제가 대학로에 갔을 때 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들의 심정으로 글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두 세 문장으로 관심을 끄는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연호 : 이종필 시민기자는 ‘글을 쓰는 것은 고된 감정 노동이다. 그러면서도 쓴다’고 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이 있지 않았나요?
이종필(물리학자) : 많죠.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고요. 특히 작년 총선과 대선 때는 일정이 빡빡했어요. 그 때 제가 게릴라 칼럼진으로 있었는데,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도 있었지만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글도 있었죠. 생각지도 못한 현안에 대해서 코멘트가 필요한 부분은 누군가는 써야 되니까요. 그런 글들을 조금만 늦어도 시의성이 떨어지니까 시간에 맞춰서 써야하는데, 육체적으로 상당히 괴롭죠. 그리고 어떤 사건들은 ‘이건 정말 나의 모든 사생활을 접어놓고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서 써야겠다’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제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도대체 이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다시 재구성을 해야 하는데요, 그게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죠.
오연호 : 신정임 시민기자는 『나는 시민기자다』에서 ‘글을 쓸 때 근심을 버려라, 완벽한 글은 없다’고 적었는데요. 이 사실을 터득하기까지 근심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신정임(前 <노동세상> 기자) : 글을 쓸 때마다 근심은 있죠. 단어 하나 선택할 때도 그렇고요. 문장을 끝마칠 때도 ‘물음표를 쓸까, 마침표를 쓸까’ 고심을 많이 하죠. 생각해 보니까 제 경우에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부터 마음을 놓게 된 것 같아요.
오연호 : 전대원 시민기자는 고등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신데, 정치비평 기사를 쓰고 계시잖아요. 기사의 소재는 어디에서 발견하시나요?
전대원(교사) : 제가 사회를 가르치다 보니까 관련된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요. 정치 관련 기사를 많이 쓰니까 신문이나 TV를 많이 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칼럼 같은 것을 보다가 약간 신경에 거슬리거나, 아니면 ‘저런 부분은 이런 논리로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도 얘기 안 하고 있을 때, 그 때 실마리 하나를 잡아서 기사를 써요.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의 취재 아이템
오연호 대표이사와 시민기자들의 담화가 끝난 후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민기자로 활동하시면서 직업 기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희동(회사원) : 직업 기자와 시민기자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체화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직업 기자의 경우에는 직업이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팩트 중심으로 전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시민기자도 객관성은 살리되 사람들한테 공감을 일으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녹여냈을 때 조금 더 크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다른 기자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혜원(전업주부) : 구체적으로 취재 아이템을 찾지는 않아요. 그 때 그 때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을 뉴스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접하면 ‘이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도 다 궁금하겠구나, 이건 다른 사람들이 다 호기심을 갖겠구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갖는 부분에 저도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이 저의 취재 아이템이에요. 취재할 때는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저는 취재원을 취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 분들하고 공감하고 이웃과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분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기사로 담으면 되는 거예요.
이종필 시민기자는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 기사를 쓴 후에 ‘노빠’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종필(물리학자) :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다 보니까 ‘쟤는 노빠구나’라는 시선들이 있더라고요. 『나는 시민기자다』에도 썼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기존의 야당에게 투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소수의 진보정당 쪽으로만 투표를 해왔고, 오히려 야당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그게 한국의 정치 현실인 것 같아요.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정치계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나는 노빠다, 아니다’ 말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해명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고요. 오히려 제가 짊어지고 가야 될 짐 같아요.
기사를 쓸 때 정보를 수집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전대원(교사) :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가진 관점에 따라 정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정보를 찾는다고 할 때 자기 삶 속에 있는 기억들이 가장 좋은 정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 삶과 연관된 것들이 현실의 문제들하고 많이 매치될 때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 같아요. 평범한 민초들의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다 같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곧 글이 될 수 있는 것, 그러한 정보를 만들어낼 줄 아는 것이 시민기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의 만남을 마무리하며 오연호 대표이사는 최병성 시민기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나는 시민기자다』에 실린 최병성 시민기자의 글 중 마지막 문단을 읽어줄 것을 부탁한 것.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만남은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들을 움직이게 하는 힘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알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것은 나와 내 가족과 이웃, 나아가 우리 사회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었다. 그 애정이 피워낸 순수하게 빛나는 열정이었다. <오마이뉴스>는 여전히 ‘괴짜 집단’이다. 이 아름다운 괴짜들은 세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그들을 응원한다. 그들의 행진이 멈추지 않기를 바라고 있다. 『나는 시민기자다』를 통해 그들과 만나는 독자들 역시 그 대열에 합류하게 될 것이다.
위 왼쪽부터 윤찬영, 김용국, 최병성, 이종필
아래 왼쪽부터 전대원, 신정임, 오연호 대표이사, 김혜원, 김종성, 이희동
오마이뉴스가 무엇인지 설명해주는 책 『나는 시민기자다』
『나는 시민기자다』를 공동집필한 저자들은 짧게는 4년에서 길게는 11년 동안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로 활동해왔다. 전업주부부터 농부, 회사원, 교수, 물리학자, 목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직업만큼이나 관심 분야도 서로 다르다. 귀농하여 농사를 짓는 송성영 시민기자와 도시의 샐러리맨으로 세 아이를 키우는 아빠인 이희동 시민기자는 각자의 삶 속에서 발견한 이야기들을 ‘사는 이야기’의 기사로 풀어낸다. 미디어학자인 강인규 교수와 고등학교 사회선생님인 전대원 시민기자는 서로 전혀 다른 분야에 몸담고 있지만 정치ㆍ사회 비평 기사를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의 전문 지식을 십분 활용하는 시민기자도 있다. 법원 공무원인 김용국 시민기자는 법률 관련 기사를, 역사학자인 김종성 시민기자는 역사 관련 기사를 책임지고 있다. 최병성 목사는 환경 전문 기자로 활동하고 있고, 스스로를 평범한 노동자라 일컫는 신정임 시민기자는 인터뷰와 여행 분야에서 활동 중이다. 스포츠 칼럼을 연재하는 양형석 시민기자와 대중문화 칼럼을 연재 중인 윤찬영 시민기자는 자신들이 가장 즐기고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는 기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오마이뉴스를 통해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여 왔다. 보통 시민의 일상 속에서 발견한 소재들 그리고 삶을 녹여낸 기사들로 독자들에게 작은 위로를 건네기도 하고, 커다란 움직임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국으로 시집 온 필리핀 여성 아멜리아의 안타까운 사연을 보도한 김혜원 시민기자의 기사를 본 네티즌들은 자발적 모금 활동을 시작했고, 이종필 시민기자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후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기사는 당시 시민들에 의해 현수막으로 제작되어 대한문 앞에 걸리기도 했다.
평범한 우리 이웃들이 일궈낸 이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듣기 위해 『나는 시민기자다』 독자와의 만남을 채널예스가 취재했다. 오마이뉴스 오연호 대표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이 날의 행사에는 송성영, 강인규, 양형석 시민기자 외의 아홉 명의 『나는 시민기자다』의 저자들이 함께했다.
오연호(오마이뉴스 대표이사) : 저에게 『나는 시민기자다』는 굉장히 반가운 책입니다. 그리고 아주 의미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이 책은 제가 2004년도에 출간했던 『대한민국 특산품 오마이 뉴스』 보다 <오마이뉴스>가 무엇인지를 훨씬 잘 설명한 책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 글쓰기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담고 있기 때문에 읽으면서 ‘아, 글쓰기의 모범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더불어서 어떻게 보면 인생 교과서이기도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우리가 살 것인가에 대한 담담한 고민들이 함께 있는 것 같습니다.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
『나는 시민기자다』 저자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많은 독자들은 언제나 <오마이뉴스>와 시민기자들을 향해 응원을 보내는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미래의 시민기자를 꿈꾸는 이들이기도 했다. 독자들을 대표해 오연호 이사가 시민기자들을 향해 물었다. 오마이뉴스의 시민기자가 되기 위한 방법과 기사를 쓰는 과정과 노하우, 그들의 목적지에 관한 질문들이 이어졌다.
오연호 : 윤찬영 시민기자는 『나는 시민기자다』에서 ‘비평은 요약이 아니라 화두를 적는 것이다’라고 이야기하셨는데요, 그것은 어떤 의미입니까.
윤찬영(시나리오 작가) : 저는 기사를 빨리 쓰는 편이 아니라서 드라마도 중반이 넘어가야 쓰고 영화도 개봉한 지 조금 있다가 쓰게 되는데요. 이미 많은 기자들이 글을 쓴 다음이죠. 그래서 드라마나 영화 리뷰를 쓸 때 기존에 나왔던 글들을 다 읽어봐요. 먼저 쓴 글들과 똑같이 쓸 수는 없잖아요. 그 기사들과 다르게 쓰려면 다른 사람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독특한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대부분의 기사들이 전반적인 내용 같은 걸 많이 쓰잖아요. 그것과는 다르게 쓰려다 보니까 그분들이 쓰지 못한 독특한 화두를 잡으려고 많이 노력하는 것 같아요.
오연호 : 김용국 시민기자가 오마이뉴스에 연재했던 기사들은 책으로 출간되기도 했죠. 그 중에 『생활 법률 상식 사전』은 10쇄까지도 찍으셨더라고요.
김용국(법원 공무원) : <오마이뉴스>에 연재하면서 글쓰기에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독자들의 반응도 바로 알 수 있고요, 메일을 받기도 하면서 ‘사람들이 이런 걸 좋아하는 구나, 이런 걸 궁금해 하는 구나’ 알 수도 있고요. 혹시 책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책을 쓰겠다고 막연하게 머릿속으로 생각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고 얘기해 주고 싶어요. 블로그에 쓰던지 <오마이뉴스>에 연재를 하든지, 사소한 일이라도 시작해야 돼요. 횟수가 중요한 게 아니고 얼마나 독자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쓰느냐가 더 중요한 것 같아요. 강렬한 인상을 줄 수 있는 무언가를 남겨야 하고요.
오연호 : 김종성 시민기자는 글쓰기를 잘하는 방법 중 하나로 ‘대중은 나의 글쓰기에 관심이 없다는 걸 깊이 간직하고 있어야 된다’고 썼습니다. 그 말이 저에게도 굉장히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김종성(역사학자) : 저는 글을 쓸 때 대중이 나의 글쓰기에 무관심할 거라는 전제 하에 씁니다. 제가 대학로에 갔을 때 보니까 지나가는 사람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친구들이 있더라고요. 저는 그들의 심정으로 글을 쓰려고 하고 있습니다. 초반에 두 세 문장으로 관심을 끄는 글을 써야겠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오연호 : 이종필 시민기자는 ‘글을 쓰는 것은 고된 감정 노동이다. 그러면서도 쓴다’고 했어요.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이 있지 않았나요?
이종필(물리학자) : 많죠. 육체적으로 힘든 것도 있고요. 특히 작년 총선과 대선 때는 일정이 빡빡했어요. 그 때 제가 게릴라 칼럼진으로 있었는데, 제가 쓰고 싶어서 쓰는 글도 있었지만 써야하기 때문에 쓰는 글도 있었죠. 생각지도 못한 현안에 대해서 코멘트가 필요한 부분은 누군가는 써야 되니까요. 그런 글들을 조금만 늦어도 시의성이 떨어지니까 시간에 맞춰서 써야하는데, 육체적으로 상당히 괴롭죠. 그리고 어떤 사건들은 ‘이건 정말 나의 모든 사생활을 접어놓고 야수의 본성을 드러내서 써야겠다’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그럴 때는 제 감정의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도대체 이 감정의 본질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다시 재구성을 해야 하는데요, 그게 정말 힘들고 고통스럽죠.
오연호 : 신정임 시민기자는 『나는 시민기자다』에서 ‘글을 쓸 때 근심을 버려라, 완벽한 글은 없다’고 적었는데요. 이 사실을 터득하기까지 근심을 많이 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
신정임(前 <노동세상> 기자) : 글을 쓸 때마다 근심은 있죠. 단어 하나 선택할 때도 그렇고요. 문장을 끝마칠 때도 ‘물음표를 쓸까, 마침표를 쓸까’ 고심을 많이 하죠. 생각해 보니까 제 경우에는 ‘나는 글을 잘 쓰지 못한다’는 깨달음을 얻고 난 후부터 마음을 놓게 된 것 같아요.
오연호 : 전대원 시민기자는 고등학생들에게 사회 과목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신데, 정치비평 기사를 쓰고 계시잖아요. 기사의 소재는 어디에서 발견하시나요?
전대원(교사) : 제가 사회를 가르치다 보니까 관련된 쪽으로 생각을 많이 하고요. 정치 관련 기사를 많이 쓰니까 신문이나 TV를 많이 봐요. 저 같은 경우에는 다른 사람의 칼럼 같은 것을 보다가 약간 신경에 거슬리거나, 아니면 ‘저런 부분은 이런 논리로 막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아무도 얘기 안 하고 있을 때, 그 때 실마리 하나를 잡아서 기사를 써요.
모두가 궁금해 하는 것이 나의 취재 아이템
오연호 대표이사와 시민기자들의 담화가 끝난 후 독자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시민기자로 활동하시면서 직업 기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희동(회사원) : 직업 기자와 시민기자의 가장 큰 차이는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체화하느냐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직업 기자의 경우에는 직업이다 보니까 좀 더 객관적으로 접근하고 팩트 중심으로 전달해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요. 시민기자도 객관성은 살리되 사람들한테 공감을 일으켜야 된다고 생각해요. 그러려면 자신의 경험이나 이야기들을 녹여냈을 때 조금 더 크게 울림을 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취재 아이템은 어떻게 선정하시나요? 그리고 취재 과정에서 다른 기자들과 차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혜원(전업주부) : 구체적으로 취재 아이템을 찾지는 않아요. 그 때 그 때 시의성 있는 이야기들을 뉴스나 신문, 방송을 통해서 접하면 ‘이건 나 말고도 다른 사람도 다 궁금하겠구나, 이건 다른 사람들이 다 호기심을 갖겠구나’ 하는 부분이 있어요. 모든 사람들이 궁금해 하고 관심을 갖는 부분에 저도 관심을 갖고 있고, 그것이 저의 취재 아이템이에요. 취재할 때는 눈높이를 맞추려고 노력해요. 저는 취재원을 취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 있거든요. 그 분들하고 공감하고 이웃과 이야기하듯이 편하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분들 마음속에 있는 이야기들을 충분히 들을 수 있어요. 저는 그 이야기를 잘 정리해서 기사로 담으면 되는 거예요.
이종필 시민기자는 ‘그들은 ‘제2의 노무현’ 탄생이 싫었다‘ 기사를 쓴 후에 ‘노빠’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자신을 규정짓는 것에 대해서 부담감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이종필(물리학자) : 사실 좀 부담스러워요. <오마이뉴스>에 기사를 쓰다 보니까 ‘쟤는 노빠구나’라는 시선들이 있더라고요. 『나는 시민기자다』에도 썼지만 저는 노무현 대통령이나 기존의 야당에게 투표를 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소수의 진보정당 쪽으로만 투표를 해왔고, 오히려 야당에 대해서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거죠. 그게 한국의 정치 현실인 것 같아요. 그것을 구분하는 것이 정치계에 있는 사람들한테는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현실적으로 의미가 없잖아요. 그렇기 때문에 거기에 큰 의미를 두고 ‘나는 노빠다, 아니다’ 말하는 것이 별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굳이 해명을 할 필요까지는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고요. 오히려 제가 짊어지고 가야 될 짐 같아요.
기사를 쓸 때 정보를 수집하는 자신만의 방법이 있으신가요?
전대원(교사) :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는 것보다는, 자기가 가진 관점에 따라 정보를 어떻게 재구성하느냐가 제일 중요한 게 아닐까 생각해요. 정보를 찾는다고 할 때 자기 삶 속에 있는 기억들이 가장 좋은 정보라고 생각하는데요. 내 삶과 연관된 것들이 현실의 문제들하고 많이 매치될 때 좋은 기사가 나오는 것 같아요. 평범한 민초들의 이야기가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지는 모르지만 다 같이 시대를 살아온 사람들의 이야기잖아요. 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나의 이야기가 곧 글이 될 수 있는 것, 그러한 정보를 만들어낼 줄 아는 것이 시민기자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독자와의 만남을 마무리하며 오연호 대표이사는 최병성 시민기자에게 한 가지 제안을 했다. 『나는 시민기자다』에 실린 최병성 시민기자의 글 중 마지막 문단을 읽어줄 것을 부탁한 것.
우리가 글을 쏟아낸다면 세상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살 만한 세상을 원한다면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최고의 무기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오마이뉴스>를 활용하는 데는 비용이 들지 않습니다. 단지 우리의 마음과 관심을 요구할 뿐입니다. 우리 모두가 생명에 대한 사랑과 세상을 위한 절박한 심정으로 글쓰기를 시작한다면, 대한민국은 좀 더 아름다운 세상, 사람 살만한 세상이 될 것입니다. (p. 247) | ||
- 나는 시민기자다 김혜원 외 공저 | 오마이북
전업주부, 농부, 교사, 공무원, 연구자, 목사, 교수, 회사원…… 이 책에 참여한 시민기자들은 모두 각자 삶의 터전이 있다. 이들은 본업에 충실하면서도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삶과 세상을 바꾸는 일을 이어간다. 주위의 작은 것도 남과 다른 시선으로 살펴보고, 불합리한 일을 목격했을 때 누구보다 분노하여 기사를 써 내려간 열두 명의 시민기자들은 모두 절망스러운 사회에서도 우리가 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 책을 통해 말한다. 그리고 『나는 시민기자다』를 통해 오랜 시간 눈에 띄게 활약한 열두 명의 시민기자들이 생생한 경험담과 자신만의 글쓰기 비법을 공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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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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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임나리
그저 우리 사는 이야기면 족합니다.
뭐꼬
2013.05.30
아기전중
2013.05.30
heliokjh
2013.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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