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여자 좋아하는 게 뭐가 어때서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예쁜 여자에 대해 연구해보자. 물론 당신이 예쁜 여자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냥 예쁜 여자를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는 법. 도대체 예쁘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글ㆍ사진 명로진
2013.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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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모는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천장이다.”
_아리스토텔레스


남자가 결혼 상대인 여자에게 원하는 가장 중요하고 절실한 조건은 아름다운 외모다. 우리 남자끼리 솔직히 이야기하자.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라는 노래 가사에 동의하는가? 만약 “그렇다”고 말한 놈이 내 친구라면 난 절교한다. 왜? 착한 놈일 수는 있어도 솔직한 놈은 못 되기 때문이다.

김태희 같은 여자가 있다. 아니, 몰입을 제대로 하기 위해 김태희 그녀라고 상상하자. 그녀가 천하의 못된 년이고, 명품 좋아하는 된장녀이고, 내 어머니, 아버지, 누나, 동생에게 모두 찍혔다 치자. 그녀와 사랑하기를 그만둘 것인가? 아니면 비처럼 7일 근신 처분을 받고라도 그녀와 데이트할 것인가? 개인적으로 나는 7일 근신이 아니라 7년 징역을 살아도 그녀를 만나는 쪽에 걸겠다. 왜? 김태희니까.

세상엔 예쁜 여자와 못생긴 여자만 있다고 생각하며 모든 여자를 외모 기준으로 나누는 내 후배에게 언젠가 구 선생(내 선배로 남녀문제에 관한 한 탁월한 식견을 가지고 있음께)서 한 말이 있다.

“설사 그렇게 생각한다고 해도 절대 그 진리(!)를 발설하지 말라. 다만 여자들 앞에서는 이렇게 말하라. ‘외모는 한순간 아닌가요? 저는 성격과 태도, 정신 상태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아, 그리고 저는 요리 잘하는 여자가 좋아요. 저희 아버님이 그러셨어요. 외모는 석 달 가고, 성격은 삼 년 가지만, 요리 솜씨는 평생 간다고요. 하하하.’ 왜? 이런 말을 들으면 여자들은 무한한 가능성을 느낀다. 외모나 성격은 쉽게 바꿀 수 없지만 요리 솜씨는 학원 다니면서 익히면 얼마든지 가질 수 있는 거니까. 더구나 여자들 앞에서 ‘여자는 무조건 예뻐야 된다’고 떠벌이는 것은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중간자들, 그다지 예쁜 것도 아니고 못생긴 것도 아닌, 그러나 자신은 예쁜 축에 속한다고 믿는, 그러면서 외모지상주의자 남자들을 은근히 깔보는 여자들을 놓치는 결과가 되고 만다.”

남자들이 여자의 외모를 중시한다는 것에 대해 여자들은 거의 4대강 사업 추진위원장이 환경 평가단 대하듯 경기를 일으키는데, 그건 여자들도 마찬가지다. 백 스트리트 보이스나 엔싱크, 2PM이나 빅뱅의 꽃미남(대성이는 제외)을 좋아하는 여자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노래를 잘해서 그렇다고? 그럼 배용준에 목숨을 거는 일본 여성들은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일본 여자들이라 그렇다고? 그럼 노래도 못하고 연기도 별로인 ‘호’자 돌림 아이돌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젊어서 좋은 거라고? 아, 네…….

여기에서 우리가 그렇게 좋아하는 예쁜 여자에 대해 연구해보자. 물론 당신이 예쁜 여자에 대한 연구보다는 그냥 예쁜 여자를 만나는 것을 더 선호한다는 것을 이해한다. 그러나 아는 만큼 보이고 보이는 만큼 더 사랑할 수 있는 법. 도대체 예쁘다는 것, 아름답다는 것은 무엇인가? 나의 천박한 지식으로는 대답하기 어려우므로 고대 그리스의 아리스토텔레스 선생에게 물어보자.

아름다운 것은, 생물이건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진 조직이건 간에 질서 있게 잘 짜여 있어야 하고 적당한 크기를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아름다움이란 질서와 크기로 이루어지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아주 작은 생물은 아름답지 않은 것입니다. 그런 생물은 순간적으로 지나쳐 버리기 때문에 우리가 그것을 충분히 보고 느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 너무 큰 것도 아름답지 않은 것입니다. 단번에 관찰할 수 없을 뿐더러, 그 통일성과 전체성을 우리 시각으로 감지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천리나 되는 짐승이 있다고 칩시다. 어떻게 그 짐승이 아름다운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므로 아름다운 몸이나 아름다운 동물은 우리가 잘 볼 수 있어야 하고,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아야 합니다.
_아리스토텔레스, 《시학》 중에서
아하. 그렇구나. 아리스토텔레스는 아주 간단하게 말한다. 아름답다는 것은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것이어야 한다! 왜 여태 그걸 몰랐을까?

미국의 요세미티 국립공원에 가면 1,300미터나 되는 암벽이 있다. 엘 캐피탄이라는 바윗덩어리다. 이 암벽 아래 서면 끝이 보이지 않는다. 전체를 보려면 바위 아래에서 한참을 물러서야 한다. 반면 북한산의 인수봉은 200미터 정도 된다. 인수봉은 가까이에서도 꼭대기가 보인다. 바로 옆 바위에 올라서 보면 전체가 눈에 들어온다. 너무 큰 엘 캐피탄과 비교해보면 단아함까지 느껴진다. 따라서 인수봉은 아름답다. ‘보기에 적당한 크기’이기 때문이다.

다보탑이나 석가탑이 왜 아름다운가? 두 탑의 높이는 8~10미터 정도 된다. 사람이 올려다보기에 적당한 크기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기 때문에 아름다운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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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외모로 말하자면, 키가 너무 큰 것도 너무 작은 것도 아름답지 않다는 논리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적당한 크기만큼 중요한 것은 질서다. 아름다운 것에는 질서가 있다. 비율이라고도 한다. 키는 1미터 70센티미터인데 얼굴이 50센티미터라면 아름답지 않은 거다. 다리 길이가 50센티미터여도 아름답지 않은 거다. 따라서 아름답다는 것은 ‘질서 있는 적당한 크기’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질서 있는 적당한 크기’에 대한 견해가 지역마다 다르고 시대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는 것이다. 키가 180인 남자가 150인 여자를 사랑할 수 있다. 빼빼 마른 남자가 뚱뚱한 여자를 좋아할 수도 있다. 얼굴이 CD만 한 남자가 얼굴이 호박만 한 여자를 쫓아다닐 수도 있다. 작은 사람은 큰 사람을 원하고 큰 사람은 작은 사람을 원한다.

각자 생각하는 ‘질서와 크기’에 대한 선호도가 다르기에 이런 재미있는 조합이 가능하다. 세상에 아름다움에 대한 기준이 단 하나라면, 그 하나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은 살기 어려워진다. 그러다 보면 사랑하기도 힘들어지겠지.

세상에 미에 대한 기준이 하나밖에 없다고 착각한 의사들이 수많은 성형미녀를 대량 생산해내는 요즈음, 내 주변엔 벌써부터 ‘Made by Plastic’ 상표가 찍힌 여자들을 꺼리는 남자들이 늘고 있다. 다 똑같은 모습이라면 도대체 ‘내 하나뿐인 그녀’를 택할 이유가 무엇이란 말인가.

결국 예쁘고 아름다운 여자가 좋긴 한데 아직 그 준거에 대한 계시를 확실하게 받지 못한 남자들은, 오늘도 제 눈에 걸친 안경을 벗지 못하고 “내가 사랑하는 그녀가 제일 예쁘다”고 외치고 다닌다. 하여간 신은 늘 인간보다 한 수 위라니깐.


남자에게 ‘외모’란?

세상에는 두 종류의 여자가 있다. 예쁜 여자와 그냥 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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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교과서 명로진 저 | 퍼플카우
아이를 좋은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열심히 뛰어다니던 한 남자는 부인에게 “당신은 아이 교육에 관심이나 있나요?”라는 말을 듣는다. 또 한 남자는 회의 중에 “집에 올 때 50리터짜리 쓰레기봉투 사오라”는 전화를 받고, 미팅을 가던 중에 어머니에게 “김치 왜 안 가져가냐”는 전화를 받는다. 이 인물들은 한 사람일 수도, 여러 사람일 수도 있다. 한국 남자들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 이 책은 ‘역할피로’에 지친 남자들의 이야기를 비롯해 아내나 여자친구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남자들의 욕망까지 46가지 남자들의 속마음을 담았다.

 



‘남자’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남자의 공간
내 남자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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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남자의 교과서 #아리스토텔레스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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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qudcks13

2021.10.08

어이없어서 로그인 했습니다 제가 지금 20대 후반인데 저는 아무리 김태희라도 성격 안 좋으면 못 사귈거같은데 모든 남자가 그런 것 처럼 적어놨네요. 외모가 적어도 평균이면 이성으로써 괜찮지만 외모가 평균 이상인데 성격이 더러우면 아무리 이뻐도 살기 힘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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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mrgks

2013.07.02

여자도 잘생긴 남자 좋아하는건 본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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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d1318

2013.06.01

외모가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추천장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와 닿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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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로진

명로진은 ‘인디라이터’라는 개념을 도입하고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하는데 애 썼다. ‘인디펜던트 라이터 Independent Writer’의 준말인 인디라이터는 자본에 종속되지 않은 독립적인 저자라는 의미를 갖는다. 연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스포츠조선」에 입사, 사회부와 연예부에서 3년 동안 기자 생활을 했다. 1994년 신문사에 사표를 내고 SBS 드라마스페셜 <도깨비가 간다>의 주연으로 데뷔한 뒤, 방송, 영화, 연극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50여 편의 작품에 출연했다. 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내기도 했다.
『인디라이터』, 『내 책 쓰는 글쓰기』, 『베껴 쓰기로 연습하는 글쓰기 책』 등 글쓰기와 책쓰기에 대한 단행본 뿐 아니라 아동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은 『자동차가 부릉부릉』, 『펜도롱씨의 세계여행』을 비롯해 시집 에세이 동화 실용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썼다. 코오롱등산학교를 졸업하고 안데스 산맥 6000m 급 원정에 참여하기도 하고, 살사 댄스 매니아로서 국제 살사 대회를 주최하기도 했으며, 북극권부터 남미, 아프리카까지 6대륙을 모두 여행한 여행광이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인생 경험을 바탕으로 전방위적인 저술활동을 펼치고 있는 인디라이터다. 2011년 현재 심산스쿨에서 인디라이터 반을 맡아 강의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