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링에 이은 새로운 행복 키워드, ‘감동’을 제시하다
“감동은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입니다. 감동을 스스로 찾아가고 얻어가도록 적극적인 감동하기가 필요해요. 제가 앞서 말했듯이 ‘좋은 것’은 ‘고전’이라는 타이틀로 남게 되고, 내가 감동한 것들이 ‘고전’이 된다면, 그것 또한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고, 결국 감동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고 봅니다.”
글ㆍ사진 남수정(채사모3기)
2013.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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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계의 괴물 ‘조윤범’과 그가 속한 현악 4중주단 ‘콰르텟 엑스’
그들이 음악을 하는 이유



행사이름이 ‘러브 콘서트 (Love Concert)’인 만큼 차려 입은 커플들이 평일 저녁, 한남동에 소재한 일신 아트홀로 모였다. 오늘의 주인공은 ‘클래식 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지닌 『나는 왜 감동하는가』 저자 조윤범씨 그리고 그가 이끌고 있는 현악 4중주단 콰르텟 엑스였다.

콰르텟 엑스는 교육적인 콘서트를 비롯해 클래식이라는 장르에 한정되지 않고, 다양하고 이색적인 무대를 시도해보는 팀으로 활발히 활동 중이다. 문화적으로 소외된 아이들에게 찾아가는 ‘찾아가는 음악회’등이 대표적이다.

총 4명으로 이루어져, 조윤범씨가 리더이자 제1바이올린을 맡고 있으며, 제2바이올린에 박소연씨, 비올라에 김희준씨 그리고 첼로에는 임이랑씨가 맡고 있다.

“10년 이상 이렇게 같이 연주를 꾸준히 할 수 있다는 사실이 저 역시 매우 놀라워요. 평소에 음악에 대해 서로 해석하고, 논의를 정말 많이 합니다. 이 과정은 꼭 필요하고 무엇보다 즐겁습니다. 가끔 필요하다면, ‘독재’도 하는 편이지요. (웃음) 무엇보다 음악만큼이나 서로를 이해하려고 많이 노력합니다. 그러다 보면 음악도 첨예하게 발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콘서트의 첫 곡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파헬벨(Pachelbel)의 <캐논 변주곡>이 연주되었다. 친숙한 멜로디에 관객들은 숨죽여 연주를 감상했다. 재치 있는 말솜씨와 콰르텟 엑스가 보여준 멋진 연주 실력에 관객들의 얼굴에 미소가 번졌다. 조윤범, 그는 오랫동안 한국일보에 <조윤범의 파워 클래식> 칼럼으로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으며, 현재 CBS 음악 FM <아름다운 당신에게>의 DJ로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모차르트 현을 위한 <푸가>의 완벽한 연주,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출연 등
매번 그들이 색다른 도전을 하는 이유



콰르텟 엑스는 기존의 클래식과는 좀 다른 느낌을 준다. 먼저, 관객과 좀 더 가까이 소통하고 싶어하고, 대중들에게 ‘클래식’이라는 고전을 재해석하는 것을 즐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그들은 끊임없이 완벽한 연주를 위해 노력한다. 바로, 다음 연주 곡은 그의 책 『나는 왜 감동하는가』에서도 항상 연주 할 때마다 어렵다고 언급되었던 모차르트의 현을 위한 푸가였다.

“모차르트 하시면 매우 경쾌한 음악만을 생각하시는데, 이 현을 위한 푸가는 아무리 연습해도 정말 정교하고 어려운 곡입니다. 각자 서로 다른 타이밍에 들어와 연주를 하다 보니 조금만 긴장을 놓쳐도 실수하기 쉬운 곡이지요. 특히 첼로에서 비올라, 그 다음은 제 2 바이올린 그리고 제 1 바이올린 순으로 마치 동시에 옷을 짜는 실을 양쪽에서 잡고 있는 것처럼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연주를 하게 되요. 다행히, 저희는 아직까지 한번도 실수 한적이 없습니다. (웃음) 오늘도 그런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볼 계획입니다.”

관객들은 표정 하나, 동작 하나 모두 섬세하게 훑고 지나갔다. 돌림 노래처럼, 끊임없이 한 쪽에서 활을 놓으려하면, 한 쪽에선 활을 들어올리고 있었다. 하지만, 마지막은 다같이 함께 동시에 끝내는 모습이 인상적인 동시에 더욱 감동을 극대화했다.

“사실, 저희 연주자들도 연주를 하는 동안 표정이나 몸짓을 약간은 연기하거나 연출하기도 해요. 이건 작위적인 것이라기 보단 기본적인 연주자들이 가진 무대 매너와도 같은 맥락에서 볼 수 있지요. 좀 더 극적으로 표정과 몸짓을 연출하면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더 음악에 빠져들게 되는 효과가 있거든요. 저희가 그렇게 행동했을 때 그런 결과를 얻었어요. 저는 그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아주 작은 요소로 관객들이 더 깊이 음악을 느낄 수 있거든요.”

뿐만 아니라 조윤범, 그는 영화를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광으로 알려져 있다. 일주일에 세 번 영화를 본다는 그는 영화를 보는 것이 영화 음악에도 관심을 갖고, 직접 연주하는 장면으로 영화에 출연하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한다.

“극장은 어떻게든 꼭 가시는걸 권해요. 결혼을 하고 아이를 챙기고 일에 치이다 보면, 극장에 가는 것을 미루게 되죠. 그런데, 저는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사람은 나이를 확 먹는 것 같아요. 그래서 커플들에게 꼭 나이가 들어도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며 데이트하는 것을 추천하고 싶어요. 그래야 어느 정도 긴장도 하고, 스스로도 돌아볼 시간이 필요한데 극장은 그런 드라마틱한 요소가 있는 것 같아요.”

“영화 <호로비츠를 위하여> 감독님이 어떤 노래를 삽입하실지 고민하셨을 때, 저희가 그동안 준비한 노래가 있다고 보여드렸어요. 항상 영화에 클래식 음악이 삽입되면 어떤 곡을 들고 가면 좋을지 고민하고 준비했었는데, 바로 그 기회가 찾아온 거죠. 감독님과 현장의 스태프들에게 바로 보여드렸는데 흔쾌히 O.K 사인이 떨어졌을 때, 무척 기뻤어요. 클래식의 대중화에 기여하는 것 또한 저희가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예요. 바로 그 노래가 지금 연주해드릴 드보르작의 현악 4중주 8번 2악장입니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정말 좋은 곡이라서 과감히 밀어붙였던 거죠.”

“예전에는 클래식 작곡가가 영화 음악을 작곡하면, 상업적이라고 손가락질 받고 자본주의의 노예라는 편견이 대부분이였지요. 하지만, 제 생각으로는 그저 유행의 흐름으로 오페라에서 ‘영화’라는 대중적인 산물로 옮겨가는 거라고 생각해요. 영화 음악도 현대 음악만큼 어려운 부분이 있고, 좋은 것이 결국 ‘고전(Classic)’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수 있지않나 싶어요. 지금에 와서는 비틀즈가 고전이 된 것 처럼 말이예요.”

클래식을 하는 사람들의 새로운 음악 분야 중에 하나가 ‘영화’라고 생각하는 콰르텍 엑스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하여 영화에 삽입된 그대로 관객에게 연주해 영화의 감동을 되새겨보는 실 험적인 연주를 진행 중이다. 그가 선택한 노래는 존 윌리엄스의 해리포터와 마법사의 돌, 그리고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오는 노래였다. 영상에 맞춰 딱 맞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쏟아졌다. 그 자리에 있던 관객들의 박수 갈채가 쏟아졌다.

“이러한 연주는 사실 많은 분들이 보기에도 위험하고 미친 짓일 수도 있죠. 처음에 연주에 맞춰 영상을 편집하고, 영상이 편집되면, 다시 편집한 영상에 맞춰 연주를 연습하게 됩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이 길어지거나 짧아져서는 안되고 정확히 ‘영상’에 맞춰서 연주해야만 하거든요. 사실, 정말 고되긴 했지만 관객 분들이 정말 좋아하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시간이 흘러도 끊임없이 소통을 하는 것이 바로 ‘고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더 연습하고 더 이러한 모험적인 일들을 해보고 싶어요.”


우리 모두가 감동을 ‘받는 것’이 아니라 감동 ‘하는 것’,
우리 모두 인생의 예술가인 이유.


저자는 평소에 다양한 취미를 가지고 있는데, 게임을 하기도하고, 사진을 찍기도 하며, 부인과 함께 피규어나 프라모델을 모으기도 한다. 그는 취미는 많을수록 좋다고 생각하며, 몰입할수록 그에게 ‘감동’을 선물한다고 말한다.

“많은 분들이 게임이라는 취미는 좋지 않다고 말하는데, 저희가 다음에 들려드릴 노래는 ‘게임의 역사’입니다. 잘 들어보시면, 오락실에서, 집에서 여러분들이 하던 추억이 어린 낯익은 소리를 들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제가 어릴 때 게임에서 나오는 노래에서 익숙한 멜로디로 처음 작곡을 하기도 했는데요. 어쩌면 요즘 친구들은 부모님께 들키지 않으려고 무음으로 게임을 하다 보니, 이런 음악적 자극이 좀 덜하다는 건 서글프기도 하네요. 저희 부모님은 항상 제가 무엇을 하든 말리지 않으셨던 것 같아요. 그래서 ‘호기심’을 가지고 이것저것 건드리고 끝까지 해보고 선택할 수 있었기 때문에, 후회가 적고, 제 일도 더욱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세상에 대한 끝없는 ‘호기심’이야말로 예술가가 가져야 할 필수조건이며, 이러한 호기심을 가진 이들은 인생의 예술가이며, 어느 누구든지 세상에 감동하는 적극적인 관객이 될 수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힐링의 다음 키워드로 ‘감동’을 제시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감동은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입니다. 감동을 스스로 찾아가고 얻어가도록 적극적인 감동하기가 필요해요. 제가 앞서 말했듯이 ‘좋은 것’은 ‘고전’이라는 타이틀로 남게 되고, 내가 감동한 것들이 ‘고전’이 된다면, 그것 또한 발견하는 소소한 기쁨들이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 예술가이고, 결국 감동의 목표는 행복에 있다고 봅니다. 지금 이 순간 행복해지고 싶다면, 사람들과 내가 느끼는 감정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도 해보고, 더 감동을 느끼기 위해 스스로를 준비해보는 건 어떨까요? 좀 더 솔직하고 적극적으로 감탄했을 때, 감동은 이미 여러분들의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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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감동하는가 조윤범 저 | 문학동네
현악사중주단 콰르텟엑스의 리더이자 〈조윤범의 파워클래식〉 강의와 책으로 돌풍을 일으키며, 클래식계의 괴물이라는 별명을 얻은 바이올리니스트 조윤범이 또 한번 일을 냈다. 그는 늘 진짜 ‘감동’이란 무언가에 의해 ‘감동받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감동하는’ 것이며, 따라서 수동적으로 감동을 기다리기보다는 감동을 ‘쟁취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그리고 『나는 왜 감동하는가』를 통해 감동하는 삶과 감동을 창조하는 법, 그리고 클래식음악의 비밀스럽고 압도적인 감동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놓는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조윤범 #클래식 #나는 왜 감동하는가 #호로비츠를 위하여 #콰르텟 엑스
3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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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꼬

2013.05.30

"감동은 하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것입니다." 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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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8509

2013.04.21

이 책 한 번 읽어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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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니키

2013.04.19

몰입과 호기심... 맞아요. 뭐든간에 다 좋은 에너지로 바꾸는 게 중요한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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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수정(채사모3기)

좋은 책, 좋은 음악, 좋은 사람
그 모든 것에 흐믈흐믈 녹지 않고 언제나 말랑말랑해질수 있는
꽤 괜찮은 젤리가 되고싶다는 "꿈"
그 꿈이 오늘도 제게 좋은 이야기를 쏙 담을 수 있는 힘을 주네요.
@espoirs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