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앞에 용기내지 못하는 당신에게 필요한 것 - 뮤지컬 <아이다>
뮤지컬 <아이다>는 용기로 가득찬 순도 높은 사랑 이야기다. 뮤지컬 <아이다>는 말한다. 사랑이란? 같은 언어를 쓰는 것, 언제라도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 그리고 서로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글ㆍ사진 김수영
2013.0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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맙소사, 이건 정말 완벽한 사랑이야기야!


평소에 ‘완벽하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 세상에 완벽한 게 어디 있겠나? 하지만, ‘정말 멋져. 최고야. 대박이다.’라는 말로는 도무지 성에 차지 않을 때, 거짓말 좀 보태서 얘기해본다. 그러니까 이를테면, 뮤지컬 <아이다>를 보고 나서 이렇게 외쳤다. “(황홀한 눈으로 두 손을 감싸 쥐며) 맙소사, 이건 정말 완벽한 사랑 이야기야!”

여기서 완벽하다는 건 100퍼센트라 흠이 없다는 뜻이 아니라 온전히, 100퍼센트 꽉 찬, 밀도 높은 사랑이야기라는 뜻에 가깝다. 정말 그랬다. 뮤지컬 <아이다>는 사랑에 관한, 사랑에 대한, 사랑을 위한 가장 아름다운 노래와 이야기가 있는 작품이다. 사랑에 대해서 망설임 없이 질주하는 인물들이 등장하는, 낭만적인 이야기다.


이집트가 주변 국가들을 정복하고 식민지를 만들던 때, 누비아의 공주 아이다 역시 이집트군에 포로로 붙들려 온다. 아이다를 잡아 온 사람은 외모 출중, 무예 출중, 남성미 출중한 이집트의 라다메스 장군이었다. 고개도 들지 못한 채 고분고분 끌려오는 다른 노예들과 달리 제법 칼도 쓰고 반항해대는 아이다를 눈여겨본다. 그리고 그녀를 암네리스 공주에게 선물로 보낸다. 시녀로 데리고 쓰시라고 보냈는데, 이 건방지고 반항기 충만한 아이다 (전직) 공주는 역시 암네리스 앞에 가서도 존재감을 숨기지 못한다.

공주는 공주를 알아본다고나 할까. 아이다는 허영기 가득한 공주의 속내에서 두려움을 읽어내고, 그녀를 위로하면서 친구가 된다. 암네리스 공주는 라마메스 장군과 9년 전에 결혼을 약속했는데, 모험하고 전쟁하는 데에만 관심 있는 왕자에게 사랑받지 못해서 슬퍼하고 있다. 아버지이자 이집트의 왕이 ‘라마데스, 고마해라, 마이 기다렸다’며 즉시 결혼을 명령하긴 했는데, 과연 둘은 결혼할 수 있을까? 운명의 수레바퀴는 삐거덕거리면서 굴러간다. 시간이 갈수록, 라마메스 장군은 아이다에게 마음을 빼앗기니 이를 어찌하면 좋을꼬?


1. 사랑이란 두 사람이 같은 언어를 쓰는 것


이 이야기가 특별한 사랑이야기라고 하는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두 사람이 사랑에 빠지는 이유가 2000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설득력 있다. 물론, 첫눈에 사랑에 빠질 수도 있고, 두 사람만 아는 어떤 이유만으로도 사랑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두 사람은 어떠했나? 장군과 노예의 신분, 눈에 띄게 용기를 숨기지 못하는 노예 아이다를 보고 라마메스는 부하로 둘까? 그 정도의 호감을 느낀다. 그러다 어느 날 라마메스는 자신의 언어를 아이다가 이해하고 있다는 걸 깨닫는다.

그러니까, 나일강을 항해하고 싶어, 라든지 새로운 땅을 밟아보고 싶어 같은 말들에. 사람들은 그저 ‘제발 그만 해라’라던가 ‘그게 뭐가 좋다고 매일 모험 타령이에요?’라고 핀잔만 던지는 그 말들에 아이다만이 이렇게 대답한다. “저는 끝까지 가봤어요. 누비아는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당신은 상상도 못할 만큼 아름다운 강이 펼쳐져 있어요. 어서 다시 나일 강으로 나가고 싶어요.” 이렇게 말해주는 사람에게, 사랑에 빠지지 않을 도리가 있을까! 유일하게 친구가 되어주는 사람인데.


2. 사랑이란, 언제라도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는 것


말이 통하고 취향이 딱 맞아 불길이 퍼지듯 사랑에 사로잡혀 버리는 두 사람. 이보다 좋을 수 없다!고 외치는 순간에, 이 둘을 둘러싼 상황은 이보다 나쁠 수 없을 정도로 악화된다. 이집트는 누비아를 완전히 정복해 식민지로 삼으려 한다. 그러니까 라마메스와 아이다는 지금 원수지간이다. 로미오와 줄리엣도 아니고, 낙랑공주와 호동왕자도 아니지만, 이 둘의 선택은 로미오와 낙랑공주와 다를 바 없다. 사랑 앞에서 물도 불도 가리지 않는다. 하지만 이건 둘에게 너무나 큰 시련이다.

아이다의 아버지는 이집트의 포로로 잡혀 왔고, 라마메스와의 관계를 알고는 뒷목을 잡고 쓰러지셨다. 아이다를 추종하는 포로들은, 아이다가 이집트의 감옥에서 자신들을 구해줄 거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다. 라마메스 역시 계속 누비아를 공격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둘 다 한 치도 물러설 수 없는 상황. 오히려 이 상황에서 아이다가 사랑을 포기하는 게 쉬운 선택이 될 것이다. 마음은 아프지만, 아버지 때문에, 백성 때문에, 조국 때문에 당장은 사랑을 포기하는 편이 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이다는 어려운 선택을 한다. 어떤 것도 사랑 앞에 변명이 될 수 없다. 이들은 최소한 사랑하는 동안, 서로에게 후회할 만한 행동, 후회할만한 말은 하지 않는다. 이게 사랑이라고, 이들은 보여준다.


3. 사랑은 서로를 조금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시키는 것


조국과 민족의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는 아이다는 라마메스와 사랑을 나누면서도 마음이 늘 무겁다. 이런 아이다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라마메스는 무던히 애를 쓴다. 남들이 보면 ‘미친 짓’이라고 할 만한 행동도 불사한다. 라마메스는 무엇보다도 사랑의 기본을 아는 사람이다. 라마메스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이렇게 물을 줄 아는 남자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하면 당신이 행복하겠소?” 아이다는 이렇게 대답한다. “나는 내 백성이 행복해야 비로소 행복해질 수 있을 것 같아요.”

라마메스는 포로로 잡혀 온 이집트 백성을 먼저 웃게 한다. 노역을 줄여주고, 부족한 물자를 퍼다 나른다. 흡사 이집트의 유엔 봉사단을 홀로 자처한 듯, 텐트를 치고, 자신이 가진 것을 다 나눠준다. “자, 이러면 되겠소?” 승리와 정복으로 가득 찬, 오만한 남자는 이렇게 점차 귀엽고 사랑스러운 남자가 되어간다. 물론 그럼에도 두 사람의 사랑은 위기에 몰리지만 말이다.

그리고 더불어 참으로 인상적인 캐릭터, 암네리스 공주를 언급해야겠다. <아이다>는 두 사람의 절절한 사랑이야기지만, 한편 철부지 암네리스 공주가 이집트 여왕으로 거듭나는 성장담이기도 하다. 암네리스 시각에서 보자면, <아이다>는 짝사랑 이야기다. 9년이나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왕자는 돌아오자마자 노예와 사랑에 빠진다. (정말 ‘헐!’)

이집트에서 가장 패셔너블하고, 섹시하고, 귀엽고, 모든 것을 다 가진 그녀지만, 가장 사랑하는 이의 사랑을 갖지 못했다. 아이다와 라마메스의 신분을 넘어선, 뭣도 보이지 않는 사랑 앞에서 절망했을 때, 비로소 공주는 깨닫는다. 그리고 이런 노래를 부른다. “내 시간 이제는 끝났고 다시 오지 않아. 이 세상을 모두 가진 채로 나 혼자였던 거야.”


<아이다>, 철부지 암네리스 공주의 성장기


내가 가진 것이 나를 말해준다고, 값비싼 보석, 화려한 옷으로 자신 내면의 어린아이를 치장해온 그녀는, 그제야 혼자 외로워하고 있는 진짜 자기 모습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달라진다.

아버지를 통해서 어려운 일을 해결하고, 온 세상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이분법으로 분류해서 단순하게 살아온 그녀가 드디어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서 말한다. “저 두 사람을 한 무덤에 묻어버리라”고. <아이다>를 쭉 본다면, 그녀가 무엇을 보고 어떻게 성장하는지 지켜본다면, 이러한 그녀의 명령마저 왜 성숙한 여자가 할 법한 명령이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테다.

아버지도 민족도 나라도 극복해내려던 그들이, 과연 죽음 앞에서 사랑을 지켜낼 수 있을까? <아이다>의 감동은 어느 순간에도 흔들리지 않고 오직 사랑을 향해 거침없이 나아가는 두 사람의 용기에서 비롯된다. 사랑 앞에 흔들리는 자가 있다면? <아이다> 그녀를 만나볼 일이다.

팀 라이스, 엘튼 존이 함께 만든 <아이다>의 OST는 내가 세 손가락 안에 꼽는 아름다운 뮤지컬 음악이다. 가사도 좋지만, 귀를 금세 사로잡는 멜로디도 정말 아름답다. 어떤 곡은 CCM 성가를 연상시키기도 하지만, 2부 막이 오르자마자 세 주인공이 부르는 노래 ‘a step to far(한 걸음 뒤에)’는 언제 들어도 가슴이 짠해지는 사랑 노래다.

아이다 역의 쏘냐는 특유의 이국적인 외모에 놀라운 가창력으로 당찬 아이다를 만들어냈다. 암네리스 공주로 분한 정선아는 등장할 때마다 관객을 단숨에 사로잡는다. 그녀의 손짓, 몸짓, 눈짓 모든 것이 특별하게 보일 만큼 놀라운 연기를 해낸다.

푸른 물결이 넘실대는 나일강, 붉은 노을로 뒤덮인 누비아, 화려한 왕궁 등 무대와 독특한 의상을 볼 수 있는 것도 뮤지컬 <아이다>가 선사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4월 28일까지, 다큐브 아트센터에서 이 둘의 사랑 이야기는 계속 이어진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아이다 #팀 라이스 #엘튼 존 #이집트 #다큐브 아트센터
4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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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2013.04.30

뮤지컬은 다 재밌어보여요 ㅋㅋ 이것두 탐난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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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lensia

2013.04.25

디큐브 아트센터에서의 아이다 정말 멋있었어요. 다만 소냐가 나오지 않고 다른 주인공이었지만요^^
한 곡 한 곡 나오는 음악들이 정말 좋았고 글쓴이가 언급한 2부 시작에서 세사람이 트라이앵글상(피라미드 모양)에서 서서 각자 자신의 심경의 노래하는 부분은 정말 좋았어요.
마지막에 짠! 하고 나타난 지휘자!!! 설마설마 했는데 박칼린씨가 나타난 부분에서는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서 박수를 쳤습니다 ^^ 마지막까지 깜놀인 무대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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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kaist

2013.04.11

오호 재미있을거 같은데 올해는 안되겠고 내년 이후에 기회가 된다면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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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영

summer2277@naver.com
인생이라는 무대의 주연답게 잘, 헤쳐나가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