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수 연봉의 10배 작곡료 받은 ‘비싼 음악가’ - 하이든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
일반적으로 ‘콰르텟’은 기악 4중주, 그중에서도 특히 현악4중주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뤄진 구성이지요. 영화 <콰르텟>은 은퇴한 성악가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서 베르디의 오페라 음악이 가장 빈번히 등장하지만, 그래도 ‘콰르텟’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속에서 유명한 현악4중주곡이 연주됩니다.
2013.0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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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후면 <콰르텟>이라는 영화가 개봉됩니다. 명배우로 알려져 있는 더스틴 호프만의 감독 입봉작이라고 합니다. 호프만은 미국 태생이고 할리우드 영화에서 주로 활약해왔지만, 이 영화의 제작사는 영국의 BBC필름입니다. 그래선지 매우 영국적인 풍경들이 자주 펼쳐집니다. 아시다시피 영국 사람들은 ‘정원 꾸미기’를 좋아하지요? 이 영화에도 아름다운 정원 풍경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리고 영화의 공간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는 ‘비첨하우스’는 은퇴한 노음악가들이 여생을 보내는 일종의 양로원인데, 영국이 자랑하는 지휘자 토마스 비첨(Thomas Beecham, 1879~1961)에게서 이름을 따온 것입니다.
사실 저는 이 영화를 며칠 전 시사회에서 봤습니다. 한 편의 영화를 보면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사람마다 다를 것입니다. 이 영화에서 제 눈길을 확 잡아끌었던 것은 소프라노 귀네스 존스의 모습이었습니다. 올해 일흔여섯 살의 이 노장 성악가가 영화에 직접 등장합니다. 그녀의 모습을 화면에서 만나자 가슴이 설레기까지 하더군요. 역시 영국이 자랑하는, 영국왕립음악원 출신의 유명한 소프라노입니다. 7~8년 전에 한국에 와서 공연하려다가 “심한 몸살과 후두 상태 악화” 때문에 취소된 적이 있습니다. 물론 그녀가 영화 속에서 비중 있는 역할을 맡은 것은 아닙니다. 영화의 주인공 가운데 한 명인 ‘진 호튼’의 라이벌 ‘앤 랭리’ 역으로 출연했는데, 일종의 카메오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여든을 바라보는 그녀는 영화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에 등장하는 유명한 아리아 ‘Vissi d‘arte, vssi d’amore’를 부릅니다. 우리말로 옮기면 ‘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라는 곡이지요. 물론 영화관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목소리의 실제 주인공은 다른 사람입니다. OST에 담긴 목소리의 주인공은 뉴질랜드 태생의 소프라노 키리 테 카나와(1944~)입니다.
자, 오늘 이 영화 얘기를 길게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콰르텟>은 아시다시피 ‘4중주’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기악 4중주가 아니라 ‘4중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3막에 등장하는 유명한 4중창, ‘Bella figlia dell’amore’(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처녀여)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콰르텟’(영어 발음으로는 쿼텟)은 기악 4중주, 그중에서도 특히 현악4중주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뤄진 구성이지요. 영화 <콰르텟>은 은퇴한 성악가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서 베르디의 오페라 음악이 가장 빈번히 등장하지만, 그래도 ‘콰르텟’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속에서 유명한 현악4중주곡이 연주됩니다.
하이든(Joseph Haydn) [출처: 위키피디아]
무슨 곡일까요? 바로 하이든의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입니다. ‘일출’(Sunris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이 곡이 오늘 여러분과 함께 들을 음악입니다. 자, 지난해 12월 24일의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서 들었던 곡이 기억나시나요? 물론 지금 클릭해서 확인하셔도 됩니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제77번 C장조 Op.76-3>이었지요. ‘황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곡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곡의 ‘Op’ 넘버, 즉 작품번호가 ‘76’으로 같군요. Op는 라틴어 ‘Opus’(작품)의 약어입니다. 바로크 시대부터 작곡가들이 자신의 곡에 Op넘버를 붙이기 시작했지요. ‘오푸스 넘버’ 혹은 ‘작품번호’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작곡가들이 악보를 출판할 때 붙인 번호였기 때문에, 여러 곡을 동시에 출판할 때는 같은 번호가 붙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곡된 순서대로 그 뒤에 별도의 번호를 부가했지요. 그래서 ‘황제’는 ‘작품번호 76의 세 번째 곡’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들을 ‘일출’은 그보다 한발 뒤에 작곡된 ‘작품번호 76의 네번째 곡’이지요.
1797년, 그러니까 하이든이 65세였을 때 작곡한 음악입니다. 하이든이 런던에서 교향곡 작곡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온 직후였지요. 당시의 하이든은 빈 교외의 군펜도르프에 대저택을 마련해 살았습니다. 흥행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여준 교향곡 작곡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종교음악에 집중했지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야말로 이 시절의 하이든을 대표하는 걸작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작이 바로 요제프 에르되디 백작에게 헌정된 6곡의 현악4중주였지요. 오푸스넘버 ‘76’으로 기록되고 있는 바로 그 여섯 곡입니다. 다시 말해 이 여섯 곡의 현악4중주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또 그보다 두해 뒤에 작곡된 또 하나의 오라토리오 <사계>와 더불어 말년의 하이든을 대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하이든은 이 일련의 현악4중주를 작곡해주는 댓가로 에르되디 백작에게 얼마를 받았을까요?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100두카텐이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의 작곡료가 50두카텐이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금액이었다고 하지요. 결국 하이든은 그보다 두 배의 금액을 받을 만큼 당대 최고의 ‘비싼 음악가’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100두카텐은 어느 정도의 금액이었을까요?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생존했던 시절, 대학교수의 연봉이 10두카텐 정도였다고 하니 대략적인 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1악장」
「2악장」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에 ‘일출’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1악장의 첫번째 주제 때문입니다. 제1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천천히 위로 상승하는 듯한 선율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게 된 명칭입니다. 하이든 본인의 작명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악장은 고전주의적 우아함, 아울러 느리고 빠름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배합하면서 음악적 쾌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알레그로 템포의 악장입니다. 2악장은 무언가 회상에 잠긴 느낌을 느리게 표현하는 아다지오 악장이지요. 바이올린이 앞에서 선율을 이끌고, 그 뒷편에서 울려나오는 비올라와 첼로가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마치 연기처럼 스스르 사라지면서 끝을 맺지요.
「3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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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악장」
3악장은 밝은 느낌을 풍기는 미뉴에트 악장입니다. 네 대의 현악기가 조잘대며 수다를 떠는 것 같습니다. 잠시 수다가 잦아들었다가 다시 활기를 띠는 악상이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그런 대조적 장면들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마지막 4악장은 매우 리드미컬하게 문을 엽니다. 리듬을 강조하는 장식음들의 효과가 매우 두드러지는 악장입니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템포가 점차 프레스토로 고조되지요. 짧은 음형들을 아주 빠르게 연주하면서, 상큼하고 인상적인 마무리로 곡을 끝맺습니다.
자, 오늘 이 영화 얘기를 길게 꺼내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영화의 제목인 <콰르텟>은 아시다시피 ‘4중주’라는 뜻입니다. 물론 이 영화에서는 기악 4중주가 아니라 ‘4중창’이라는 의미로 사용되고 있지요. 올해 탄생 200주년을 맞는 베르디의 오페라 <리골레토>의 3막에 등장하는 유명한 4중창, ‘Bella figlia dell’amore’(사랑스럽고 아름다운 처녀여)가 영화의 모티브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콰르텟’(영어 발음으로는 쿼텟)은 기악 4중주, 그중에서도 특히 현악4중주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 대의 바이올린과 비올라, 첼로로 이뤄진 구성이지요. 영화 <콰르텟>은 은퇴한 성악가들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그래서 베르디의 오페라 음악이 가장 빈번히 등장하지만, 그래도 ‘콰르텟’이라는 제목에 걸맞게 영화 속에서 유명한 현악4중주곡이 연주됩니다.
하이든(Joseph Haydn) [출처: 위키피디아]
무슨 곡일까요? 바로 하이든의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입니다. ‘일출’(Sunrise)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지요. 이 곡이 오늘 여러분과 함께 들을 음악입니다. 자, 지난해 12월 24일의 <내 인생의 클래식 101>에서 들었던 곡이 기억나시나요? 물론 지금 클릭해서 확인하셔도 됩니다. 하이든의 <현악4중주 제77번 C장조 Op.76-3>이었지요. ‘황제’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곡입니다. 그러고 보니 두 곡의 ‘Op’ 넘버, 즉 작품번호가 ‘76’으로 같군요. Op는 라틴어 ‘Opus’(작품)의 약어입니다. 바로크 시대부터 작곡가들이 자신의 곡에 Op넘버를 붙이기 시작했지요. ‘오푸스 넘버’ 혹은 ‘작품번호’라고 읽으시면 됩니다. 작곡가들이 악보를 출판할 때 붙인 번호였기 때문에, 여러 곡을 동시에 출판할 때는 같은 번호가 붙는 경우가 왕왕 있었습니다. 하지만 작곡된 순서대로 그 뒤에 별도의 번호를 부가했지요. 그래서 ‘황제’는 ‘작품번호 76의 세 번째 곡’입니다. 그렇다면 오늘 들을 ‘일출’은 그보다 한발 뒤에 작곡된 ‘작품번호 76의 네번째 곡’이지요.
1797년, 그러니까 하이든이 65세였을 때 작곡한 음악입니다. 하이든이 런던에서 교향곡 작곡가로 엄청난 성공을 거두고 오스트리아 빈으로 돌아온 직후였지요. 당시의 하이든은 빈 교외의 군펜도르프에 대저택을 마련해 살았습니다. 흥행 작곡가로서의 명성을 드높여준 교향곡 작곡에는 더 이상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대신 종교음악에 집중했지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야말로 이 시절의 하이든을 대표하는 걸작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걸작이 바로 요제프 에르되디 백작에게 헌정된 6곡의 현악4중주였지요. 오푸스넘버 ‘76’으로 기록되고 있는 바로 그 여섯 곡입니다. 다시 말해 이 여섯 곡의 현악4중주는 오라토리오 <천지창조>, 또 그보다 두해 뒤에 작곡된 또 하나의 오라토리오 <사계>와 더불어 말년의 하이든을 대표하는 음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잠시. 하이든은 이 일련의 현악4중주를 작곡해주는 댓가로 에르되디 백작에게 얼마를 받았을까요?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100두카텐이었다고 합니다. 모차르트의 마지막 작품인 <레퀴엠>의 작곡료가 50두카텐이었다고 하는데, 그것도 당시로서는 매우 파격적인 금액이었다고 하지요. 결국 하이든은 그보다 두 배의 금액을 받을 만큼 당대 최고의 ‘비싼 음악가’였다는 얘기가 됩니다. 그렇다면 100두카텐은 어느 정도의 금액이었을까요? 하이든과 모차르트가 생존했던 시절, 대학교수의 연봉이 10두카텐 정도였다고 하니 대략적인 셈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1악장」
「2악장」
<현악4중주 78번 B플랫장조 Op.76-4>에 ‘일출’이라는 이름이 붙은 까닭은 1악장의 첫번째 주제 때문입니다. 제1바이올린이 제시하는, 천천히 위로 상승하는 듯한 선율이 마치 해가 떠오르는 것 같다고 해서 붙게 된 명칭입니다. 하이든 본인의 작명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1악장은 고전주의적 우아함, 아울러 느리고 빠름의 대비를 효과적으로 배합하면서 음악적 쾌감을 한껏 끌어올리는 알레그로 템포의 악장입니다. 2악장은 무언가 회상에 잠긴 느낌을 느리게 표현하는 아다지오 악장이지요. 바이올린이 앞에서 선율을 이끌고, 그 뒷편에서 울려나오는 비올라와 첼로가 낮은 목소리로 뭔가를 이야기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마치 연기처럼 스스르 사라지면서 끝을 맺지요.
「3악장」
「4악장」
3악장은 밝은 느낌을 풍기는 미뉴에트 악장입니다. 네 대의 현악기가 조잘대며 수다를 떠는 것 같습니다. 잠시 수다가 잦아들었다가 다시 활기를 띠는 악상이 생동감 있게 펼쳐집니다. 그런 대조적 장면들을 여러 차례 반복합니다. 마지막 4악장은 매우 리드미컬하게 문을 엽니다. 리듬을 강조하는 장식음들의 효과가 매우 두드러지는 악장입니다. 뒷부분으로 가면서 템포가 점차 프레스토로 고조되지요. 짧은 음형들을 아주 빠르게 연주하면서, 상큼하고 인상적인 마무리로 곡을 끝맺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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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
문학수
1961년 강원도 묵호에서 태어났다.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에 소위 ‘클래식’이라고 부르는 서양음악을 처음 접했다. 청년시절에는 음악을 멀리 한 적도 있다. 서양음악의 쳇바퀴가 어딘지 모르게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구 부르주아 예술에 탐닉한다는 주변의 빈정거림도 한몫을 했다.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부터 음악에 대한 불필요한 부담을 다소나마 털어버렸고, 클래식은 물론이고 재즈에도 한동안 빠졌다. 하지만 몸도 마음도 중년으로 접어들면서 재즈에 대한 애호는 점차 사라졌다. 특히 좋아하는 장르는 대편성의 관현악이거나 피아노 독주다. 약간 극과 극의 취향이다. 경향신문에서 문화부장을 두차례 지냈고, 지금은 다시 취재 현장으로 돌아와 음악담당 선임기자로 일하고 있다.
2013년 2월 철학적 클래식 읽기의 세계로 초대하는 <아다지오 소스테누토>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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