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사는 친구 어디 없나요? - 『주말엔 숲으로』
이 책에는 시골에 사는 친구가 등장한다. 번역가인 하야카와는 최근에 시골로 이사를 했다. 시골에 살면서 택배로 감자와 채소를 시켜 먹고, 호수에서 카약을 탈 때는 유명 브랜드의 구명조끼를 입는다. 번역일 외에도 동네 회관에서 기모노 입는 법을 가르치고, 옆집 아이의 영어 숙제도 봐주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마유미와 여행사에 근무하는 세스코가 하야카와의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하야카와가 시골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
글 : 최지혜
2013.02.01
작게
크게
머리를 하러 갈 때마다 하는 생각이 있다. ‘헤어 디자이너 친구가 있다면 참 좋겠다. 그럼 가끔 공짜로 머리도 감겨주고 말려주고 할테지. 매번 나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머리를 해줄거야.’ 맛있는 빵집에 갈 때마다 하는 생각도 있다. ‘친한 친구가 빵집을 하면 얼마나 좋을까. 문 닫기 1시간 전에 가면 오늘 남은 빵을 먹으라고 싸 줄텐데. 신제품으로 개발하는 빵이라며 맛이 어떤지 미리 먹어보게 할텐데.’ 이 책을 읽고 난 뒤, 한 가지 생각이 더 늘어났다.

‘시골에 사는 친구가 있으면 좋을텐데. 주말이면 친구네 집에 가서 맑은 공기도 마시고, 유기농 채소에 고기도 싸먹고, 1박 2일처럼 복불복 게임도 하고 야외 취침도 하고 오면 주중에 쌓였던 피로가 싹 사라지겠지! 얏호!’


이 책에는 시골에 사는 친구가 등장한다. 번역가인 하야카와는 최근에 시골로 이사를 했다. (시골로 이사한 이유는 알고 보면 황당하다) 시골에 살면서 택배로 감자와 채소를 시켜 먹고, 호수에서 카약을 탈 때는 유명 브랜드의 구명조끼를 입는다. 번역일 외에도 동네 회관에서 기모노 입는 법을 가르치고, 옆집 아이의 영어 숙제도 봐주면서 바쁘게 살고 있다. 매실장아찌 담그기와 텃밭 기르기는 귀찮아서 하지 않는다. 출판사에서 일하고 있는 마유미와 여행사에 근무하는 세스코가 하야카와의 친구들이다. 친구들은 하야카와가 시골로 이사했다는 소식을 듣고 찾아온다.

친구들은 시골집에 올 때 마다 도쿄에서 유명하다는 햄버거며 샌드위치, 양과자, 초콜릿 등을 사온다. 선물을 대환영하며 친구들이 맛있는 걸 사올 때마다 빠지지 않고 반복되는 하야카와의 대사가 압권이다. (이 만화책에서 가장 재미있는 장면 중 하나다!)

별 생각 없이 시골집을 방문했던 친구들은 하야카와와 숲을 산책하고 호수에서 카약을 타면서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하야카와의 설명을 들으며 눈 속에서 피어난 물파초를 보면서 누가 보지 않아도 핀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너도밤나무가 강하지 않고 부드럽기 때문에 눈이 쌓여도 휘어질 뿐 부러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날다람쥐라고 항상 날기만 하는 것은 아니며, 날기 위해서는 다시 나무를 올라야 한다는 사실에 또다시 출근하러 가야 하는 상황을 조금은 편하게 받아들이게 된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간 마유미와 세스코. 직장에서는 어김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 생긴다. 예전처럼 짜증을 내다가 문득, 하야카와와 숲을 산책하며 봤던 풍경들이 머리를 스친다. 성장하려고 노력하는 나무 싹의 모습, 산호랑 나비가 되기를 기다리던 유충의 모습, 고개를 떨어뜨리고 피었다가 점차 고개를 드는 엉겅퀴의 모습들을 떠올린다. 그들은 한 번 크게 호흡을 하고, 숲 속에서 봤던 자연의 모습대로 살아가기로 마음을 정한다. 그리고 회사를 가지 않는 주말에는 어김없이 숲을 찾는다.

너무나 쉽게 충고하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무섭다. 정해진 답이 없는 삶이라는 문제를 100점 맞았다는 듯이 자랑스레 말하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보기 힘들 때가 많다. 이렇게 말하는 나조차 누군가에게 쉽게 충고하고 조언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대로 사는 게 정말 잘하는 건지, 뭐가 정말 맞는 건지 모를 때는 숲 속에 가보는 게 어떨까. 가장 오랫동안 나를 지켜봐 온 엄마도, 영양가 없는 수다를 몇 시간씩 들어주는 친구도 말해줄 수 없는, 신비로운 답을 숲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혼자서 숲에 가는 건 조금 외로울지 모른다. 하야카와와 마유미, 세스코처럼 같이 뒷담화 대회도 하고, 스노슈즈를 신고 눈 쌓인 숲 속을 함께 걸어줄 친구들이 꼭 필요하다. 한 쪽에서는 낙엽 귀를 단 눈토끼를 만들고, 다른 한 쪽에서는 눈을 긁어 모아 눈 테이블을 만든다. 그리고 그런 곳에서는 꼭 컵라면을 먹어야 한다! (쓰레기통이 없으니까 국물은 싹 다 마셔야 한다) 그러면 눈밭을 ‘ㄹ’자 모양으로 기어다니면서 깔깔깔 웃게 될 것이다.

시골에 사는 친구, 어디 없나요? 있으면 소개 좀 시켜줘요.



img_book_bot.jpg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 이봄
일본 30대 싱글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인 만화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마스다 미리. 그녀가 2006년 발표한 ‘수짱’은 30대 초반의 독립한 싱글여성들과 깊은 공감을 나누며 수 많은 여성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기 시작했다. 결혼에 대해 고민하고, 노후를 걱정하고, 꿈을 이루기 위해 몰두하면서 재충전을 위해 주말여행을 계획하는 만화 속 주인공들은 오늘을 살아가는 2~30대 여성들의 벗이자 동료이며 그들 자신이다. 그들을 통해 여성의 목소리를 담담하고 솔직하게, 과장하지 않고 진솔하게 들려주는 이 만화는 은근하지만 뜨거운 공감을 전해준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8의 댓글
User Avatar

vienta

2013.02.26

세월이 하 수상하니 수많은 멘토들만 늘어나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멘토를 직업으로 삼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것 같아 가끔 무섭기도 합니다. 누군가 그 많은 인생의 멘토가 되는 게 가능할까 싶기도 하고요. 숲으로 가는 것은 스스로를 대면해 내면의 답을 찾는 길이 될 수 있겠네요.
답글
0
0
User Avatar

nadja2

2013.02.06

모두들 답이 어디 있냐고 묻기에, 정말 아무렇지도 않게 이게 답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무섭죠. 뭐가 맞는지 모를 때 숲으로...정말 좋을 것 같아요~
답글
0
0
User Avatar

만다

2013.02.04

정말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네요! 특히, <너무나 쉽게 충고하고 조언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무섭다. 정해진 답이 없는 삶이라는 문제를 100점 맞았다는 듯이 자랑스레 말하는 그들의 얼굴을 마주보기 힘들 때가 많다.> 이 부분이 깊이 공감되었어요~ 요즘 제가 고민하고 있는 부분이라서 더더욱..ㅠ 숲에 가고 싶어지는 날이네요!
답글
0
0

더 보기

arrow down

주말엔 숲으로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마스다 미리 만화 세트 (전 3권)

<마스다 미리> 글,그림/<박정임> 역

Writer Avatar

최지혜

좋은 건 좋다고 꼭 말하는 사람

Writer Avatar

마스다 미리

마스다 미리 益田ミリ 1969년 오사카 출생의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 평범한 일상 속에서 반짝임을 발견해내는 작가로, 최근 만화 데뷔 20주년 기념작 『미우라 씨의 친구』를 펴냈다. 초기작의 수짱부터 이번 작의 미우라 씨까지, 지금을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특유의 담백한 시선으로 그리며,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변하는 삶의 모습 또한 날카로운 시선으로 담아내고 있다. 만화, 에세이, 그림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냈으며, 주요 저서로 『나답게 살고 있습니다』 『주말엔 숲으로』 『오늘도 상처받았나요?』 등의 만화와 『행복은 이어달리기』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등의 에세이가 있다. 가족을 소재로 한 만화 「사와무라 씨 댁」 시리즈로도 인기를 모았고 개인의 이야기를 담담하면서도 진솔하게 담아 낸 『이제 아픈 구두는 신지 않는다』, 『영원한 외출』 등의 에세이로 전 세대를 아우르며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 외에도 『오늘의 인생』, 『행복은 이어달리기』, 「주말엔 숲으로」 시리즈, 「치에코 씨의 소소한 행복」 시리즈 등을 펴냈다. 2011년 제58회 산케이 아동 출판문화상·산케이 신문사상을 받았다. 마스다 미리는 에세이에서 작은 일상이 가진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누군가는 쉽게 지나치는 것들을 들여다보고 생각하고 고민함으로써 우리의 일상을 반짝이게 한다. 최근에 출간한 에세이로는 소중한 사람과의 이별을 작가 특유의 담담한 시각으로 묘사한『영원한 외출』과 북유럽과 브라질 등으로 나홀로 여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담은『마음이 급해졌어, 아름다운 것을 모두 보고 싶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