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가장 과대평가된 한국영화 <피에타>
2012년은 총 관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다양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렸으며,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린 한해였다. 2013년에도 이 기운은 분명 이어질 것이며, 그간 문제시 되었던 독립영화의 조기종영 문제, 배급사와 극장의 수직계열화 문제, 심의에 대한 문제, 다양한 윈도우 개발에 대한 문제 등이 술술 풀려나가길 기원해 본다.
글ㆍ사진 정성렬
2013.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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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이 오고야 말았다. 물론 기획은 2012년에 마무리를 짓는 것이었지만, 연말연시는 늘 바쁘다 보니 이 모양이 되고 말았다. 아직 설날이 지나지 않았으니 2012년이라고 우겨볼까 싶기도 한데, 그보단 사과를 꾸벅 하고 드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죄송합니다”

2013년이 되어서는 아직 극장에서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지 못했다. 2012년에 마지막으로 본 영화는 <타워>고, 지난 1탄 이후 <아무르>, <나의 PS 파트너> 등이 추가 되었다.


의외의 흥행


<미드나잇 인 파리>

우디 알렌의 영화는 한국시장에 잘 먹히는 콘텐츠가 아니었다. 확인해 보지는 않았지만, 우디 알렌의 영화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국민소득이 2만 불을 넘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을 정도다. 2012년 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나라의 현재 1인당 국민소득은 2만 3천 달러가 넘는다. 그 때문일까. <미드나잇 인 파리>는 불법공유파일이 엄청나게 유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극장에서 35만이 넘는 관객들을 맞이했다. 영화에 대한 평도 매우 호의적이고, 평소에 잘 움직이지 않던 30대 이상 관객들이 극장을 찾는 진풍경을 연출하기도 했다. 실제로 메가박스 코엑스에서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 평일에 매진을 기록하는 한편, 아줌마 아저씨들의 단체 관람이 줄을 이었다고 한다. <미드나잇 인 파리> 뿐만 아니라, 최근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예술영화들 역시 어르신들의 극장나들이를 통해 힘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아무르>, <우리도 사랑일까>, <케빈에 대하여> 등의 작품들이 어르신 관객들의 수혜를 입은 작품들이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다음 작품인 <투 롬 위드 러브> 역시 수입사들의 활발한 경쟁속에 한국에 수입이 되었고, 2013년 상반기 개봉을 준비하고 있다. 바야흐로 영화 시장의 새로운 변화가 예견되고 있다.


영화보기, 쉽지 않아요


<피에타>

영화를 보는데 있어서 괴롭다고 느껴지는 것은 영화가 재미 없거나 아니면 정말 못 만들었거나 또는 너무 잔인하거나 등등 여러 이유를 들 수 있다. 많이 알려진 영화들 가운데 가장 힘들었던 작품은 김기덕 감독의 <피에타>였다. 원래부터 감독님의 정서를 받아들이는데 어려움이 있었지만, 베니스 영화제 황금사자상 수상 작품이라는 이유가 발목을 잡았다. 여전히 거칠고 비린 이 작품은 솔직히 영화를 보는 도중에 몇 번이고 뛰쳐나가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들 가운데 가장 과대평가된 영화라는 생각도 들었다. 언젠가 김기덕 감독님도 착하고 사랑스러운 영화를 만들어 주실 날이 올까? 이 외에도 최근에 본 <아무르>도 무척이나 보기 괴로웠다. 다큐멘터리를 능가하는 건조함, 꽉 막힌 공간이 주는 답답함 그리고 잃어가는 기억과 사랑에 대한 섬세한 고찰이 '영화적 판타지'를 기대한 이들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통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다. 조금 다른 이유지만 <고스트라이더2 : 복수의 화신>, <점쟁이들>, <차형사>는 너무 재미가 없어서 극장을 뛰쳐나가고 싶었던 영화들이었다.


다음이 기대됩니다


<이웃사람> 장영남

<건축학개론>은 신선한 얼굴들을 찾아냈다. 조정석과 수지. 두 사람은 정말이지 앞으로 한국 영화계를 이끌어갈 새로운 얼굴임이 분명하다. 감독님의 섬세한 연출이 배우들의 최고치를 끌어낸 작품 <건축학개론>이다. 영화적 완성도와 감성을 자극하는 스토리 역시 2012년에 개봉된 그 어떤 한국영화들보다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수지와 함께 2012년도 영화상에서 신인상을 나눠가진 <은교>의 김고은도 잊어선 안될 얼굴이다. 데뷔작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매끄러운 연기를 선보인 김고은은 함께 출연한 박해일과 김무열을 압도해버렸다. 이 밖에도 <이웃사람>의 장영남, 마동석, 김성균 등도 훌륭한 앙상블 연기를 선보이며 '강풀원작은 흥행에 실패한다'라는 징크스를 확실하게 깨 줬다. 이 중에서도 70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늑대소년>의 장영남은 능청스러운 아줌마 연기를 선보이며 다음에 개봉될 단독 주연작인 <공정사회>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고 있다.


최고의 앙상블


<도둑들> 전지현 外

올해는 유독 단독 주연작보다 다양한 캐릭터들이 좌충우돌 사건사고를 만들어 내는 영화들이 다수 개봉했다. 역대 한국영화 흥행 1위의 기록을 갈아치운 <도둑들>을 시작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간첩> 등의 작품들이 줄을 이었다. 이 가운데서 <도둑들>의 호흡은 가히 최고라 할 수 있다. 전지현의 재발견을 비롯해 흥행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이정재에게 1000만 배우의 수식어를 달아준 작품이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도둑들>은 대한민국 최고 배우들을 데리고 만든 최고의 영화임에 분명하다. 외화의 경우는 누가 뭐래도 <어벤저스>를 들 수 밖에 없다. 캐릭터 하나로 한편의 영화 제작이 가능한 이들이 한꺼번에 나와 튀지 않는 선에서 완벽한 호흡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어벤저스>로 인해 히어로 영화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리고 보니, 두 작품이 2012년도 최고 흥행 한국영화, 최고 흥행 외화의 자리를 차지했다. 역시 하나 보다는 여럿의 힘이 크다.


흥행이 아쉬워

미국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하며 신드롬을 만들어 냈던 <매직 마이크>는 한국에서 속된 말로 완전 망했다. 남자 스트리퍼라는 화끈한 소재가 한국사람들의 정서에는 너무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인기 때문에 신작의 개봉이 늦춰지고 출연분량을 추가하느라 재 촬영까지 하게 만든 '채닝 테이텀'이라는 배우의 출연도 한국 관객들을 움직이기엔 역부족이었나 보다. 개봉 주 60개 스크린이라는 충격적인 개봉규모를 선보인 <매직 마이크>는 3만이 되지 않는 최종 관객수를 기록하며 쓸쓸히 극장가에서 사라져버렸다. 벤 에플렉이 연출한 <아르고>도 아깝기는 마찬가지. 영화가 진행되는 2시간 동안 단 한 순간도 긴장을 놓치지 않는 이 작품은 미국에서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보였지만 한국에서는 20만이 되지 않는 스코어를 남긴채 쓸쓸히 막을 내렸다. 개봉시기만 일렀어도 <더 레이븐>의 관객수도 지금보다는 많았을 거란 것이 관계자들의 결과론적인 얘기다.


저희 작두 탔어요


<클라우드 아틀라스> 배두나


애니메이션<눈의 여왕>

2012년도 배급사들 가운데 가장 훌륭한 성적을 거둔 회사는 누가 뭐래도 NEW다. CJ나 롯데 같은 대기업이 아닌, 말 그대로 순수하게 영화만 하는 NEW의 타율은 2012년도 최고를 자랑한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내 아내의 모든 것>, <부러진 화살>, <러브픽션>, <언터쳐블 : 1%의 우정>, <피에타>, <브레이킹던 part2>, <반창꼬>, <나는 공무원이다> 등이 흥행에 성공하거나 적어도 손익분기점을 넘었다. <우먼 인 블랙>, <미쓰GO>, <점쟁이들>, <봄, 눈> 정도만이 흥행에 성공하지 못한 케이스. 이러다 보니 NEW의 기운을 받아 흥행 성공에 열망하는 영화들이 최근 줄을 잇고 있다는 소문이다. 2013년에도 <클라우드 아틀라스>를 필두로 <7번 방의 기적>, <감시>, <호스트>, <잡스>, <신세계>, <눈의 여왕> 등의 기대작들이 NEW의 라인업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최고의 팀웍을 자랑한다는 NEW의 2013년도 행보 역시 2012년을 이어가게 되지 않을까 싶다.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마케팅

홍보사 퍼스트룩은 올해 <광해 - 왕이된 남자>, <도둑들> 두 작품을 연속으로 1000만 관객 돌파라는 진기록을 세웠다. 이 외에도 <내 아내의 모든 것>,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미션임파서블 : 고스트 프로토콜> 등, 이들을 거쳐간 영화들의 2012년 총 관객수는 4,000만 명이 넘는다. 일에 지쳐 회사 문을 닫았다가 지난해 다시 복귀하자 마자 이들의 실력을 인정한 수많은 영화사들이 러브콜을 보냈을 정도. 하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영화는 관객들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았던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영화 홍보를 하기 전, 그들은 주어지는 모든 작품을 소화하기 보다는 작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를 가지고 접근하려고 노력한 결과다. 한국영화는 시나리오 모니터링부터, 외화는 작품의 패키징부터 꼼꼼하게 따져 선택한 것이다. 퍼스트룩 외에도 <늑대소년>으로 이름을 알린 흥미진진은 이 외에도 <연가시>, <새미의 어드벤쳐2>, <건축학개론> 등의 흥행작을 쏟아냈다. 지난해 여름 회사가 오픈 한 점을 생각할 때, 기억해야 할 발전임에 틀림이 없다.

쓰다 보니 개인적인 이야기에서 시작해 2012년 영화계를 두루 둘러보는 글이 되고 말았다. 2012년은 총 관객수가 역대 최고치를 찍었고, 다양한 작품들이 극장에 걸렸으며, 해외 유수 영화제에서 한국영화의 위상을 널리 알린 한해였다. 2013년에도 이 기운은 분명 이어질 것이며, 그간 문제시 되었던 독립영화의 조기종영 문제, 배급사와 극장의 수직계열화 문제, 심의에 대한 문제, 다양한 윈도우 개발에 대한 문제 등이 술술 풀려나가길 기원해 본다.

“HAPPY NEW YEAR!”

감사합니다!

‘대한민국 No.1 문화웹진’ 예스24 채널예스


#미드나잇 인 파리 #피에타 #클라우드 아틀라스 #도둑들 #배두나
8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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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tw

2013.03.04

피에타가 비리고 거칠다는 말에는 공감을 하지만, 치우친 면이 과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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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quarid

2013.02.17

피에타, 아무르, 범죄소년, 남영동에 대한 짧은 감상. 보지 않은 사람들의 칭찬이 본 사람들의 느낌을 압도한다. 공통적으로 어두운 영화들이 맞고, 특히 두 편은 참 조악한데,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강박을 좀 벗어날 순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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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동이

2013.02.04

영화칼럼니스트 라는 직함과는 어울리지 않게 취향의 반영이 너무 강한 평들이네요. 어두운 영화를 싫어하면 그냥 언급을 안하시면 되는것이지, 과대평가라니요?;; 게다가 피에타와 아무르를 어둡고 건조한 느낌이 든다는 이유만으로 (작품 내적인 부분의 진지한 사유도 전혀해보지 않으신듯한 느낌으로) 손쉽게 평가 절하 하시는 부분은 아쉬운점이네요. 상업영화만을 대상으로 글을 쓰시던지, 모두다 다루고 싶으시다면, 그영화에 맞는 평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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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렬

정성렬의 아비정전(阿飛正傳)
"아비(阿飛)"는 '아비정전'의 주인공 이름이자 불량한 혹은 반항하는 젊은이를 상징하는 이름이며, "정전(正傳)"은 "이야기"라는 뜻. MOVIST.COM에서 "정성렬의 영화칼럼"을 2년 간 연재했으며, 인터넷 한겨레의 문화부 리포터, '연인', '극장전' 등의 홍보를 맡은 소란커뮤니케이션에서 마케터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학원을 진학하려 했으나 영화에 대한 애정을 접지 못하고 (주)누리픽쳐스에서 '향수', '마이클 클레이튼'등의 작품을 마케팅 했다. 현재, 좋은 외화를 수입/마케팅해 소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